<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시끌시끌하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들을 요구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기존 시장반발, 그리고 진입장벽은 견고하다. 이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세 명의 청년들이 있다. “차량대절하면 ‘빅카’가 떠오르게끔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윤용준, 김동휘, 지경민 등 ‘빅카’의 공동창업자들을 직접 만나봤다.
결혼식, 해외 바이어 초대 등 개인적이나 비즈니스적으로 특별한 날, 영화에서나 보던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이용하고 싶다. 하지만 직접 알아 보려니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막막하다. 또 난생처음 이용해 보려고 하니 인터넷상에서 어떤 단어로 검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카쉐어링’ ‘차량 구독형 프로그램’ 등 국내 모 빌리티 시장도 다양한 서비스가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디다.
최근 ‘타다’ ‘카카오’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체들도 등장했지만, 각종 규제와 기존 업체와의 갈등 속에 갈 길을 잃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3명의 젊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빅카’라는 이름으로 올해 7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빅카’는 이름 그대로 버스·벤, 3800cc 이상 대형차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그냥 대형차 렌트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빅카에는 ‘기사 포함’이라는 단서가 하나 더 따라붙는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모빌리티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스타트업들이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들이 한국에서도 메리트가 있겠다 싶었죠.”
빅카 윤용준 공동대표는 한국시장에 맞춤형 서비스를 고민하다 기사가 포함돼 있는 시장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 창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세버스·고급세단 등 빈자리 예리하게 파고든 ‘빅카’
많은 O2O(Offline to Online) 서비스가 그렇듯 ‘빅카’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인증번호로 간단한 회원가입을 진행하고 나면 바로 견적 요청을 진행할 수 있다. 지도상 에서 출발지와 목적지, 시간, 인원 등을 입력하면서 견적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후는 빅카가 알아서 한다. 가격이 저렴한 견적, 차량의 종류 등 목적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윤 대표는 “모빌리티 시장은 정말 많은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전세버스·승합차·고급세단 등에 기사를 포함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가격비교 등 불편한 점이 많다”면서 “실제 시장 조사 단계에서 렌터카 업체에 기사를 포함해서 렌트를 할 수 있는지 등 문의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지경민 공동대표는 “아직 국내는 시장자체가 형성이 안되서 그렇지, 서비스가 있다고 하면 수요가 잡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포털·카페 등을 보면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를 묻는 글이 많다. 어떻게 검색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게 현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의 활성화와 함께 사회 전 분야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O2O 시장. 더 이상 나올게 있을까 생각하던 시장에 ‘빅카’는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김동휘 공동대표는 “대부분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시장은 여전히 핫하다”면서 “유학시절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한국시장에 어울릴 서비스를 고민하게 됐다”고 창업배경을 설명했다.
젊은 패기로 시작...그러나 수많은 시행착오
베타서비스를 오픈한지 이제 한 달, 그러나 실제 청년대표 3인방의 시계는 지난해 여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단순히 일감만 들어오면 될 것이라는 쉬운 생각부터 오판이었던 것.
“수요자 입장에서 직접 일일이 전화해서 견적을 받고 비교해야 하는 불편함만 제거해 준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죠. 예약 건을 가지고 직접 계약을 하려 해도 기사분들이 바로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했던 것 같아요. 우릴 어떻게 믿고 일을 받으시겠어요.” 윤 대표는 이와 같이 말했다.
이후 청년들은 전세버스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남산, 경복궁, 탄천 등 대형 전세버스 차고지를 찾아 다니며 기사분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이러한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윤 대표는 “일일이 기사님들을 찾아뵙고, 앱도 알려드리고 저희가 하려고 하는 일을 소개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도 많았고,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았 다.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정보가 참 많았다”고 했다.
"‘너무 가격비교만 하려고 하지 말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다양하다’와 같은 머리를 때리는 조언도 있었어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격이 싼 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단순 이동, 결혼식·여행·골프 등 다양한 목적의 이동에 따라 서비스도 달아져야 했고요. 젊은 열정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죠. 우리가 왜 이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었나, 아직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어요.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요.”
시장의 공차율 해소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파
“빅카가 시장의 공차율을 해소하고 보다 더 안정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산업에서 실시간이 화두가 돼 버린 상황에서 젊은 세 청년은 그 반대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운송업자들의 ‘선택권’을 이야기했다. 기존 시장의 파괴가 아닌 안정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
세 청년은 화물을 예로 들었다. 김동휘 공동대표는 “시장에서 지금 버스도 마찬가지지만, 화물도 공차운행이 문제가 된다”면서 “특히 화물은 실시간으로 먼저 콜을 잡는 방식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그러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면 공차운행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빅카’가 활성화된다면 ‘사전예약’ 등으로 조금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실제 기사님들을 만나보면, 저희에 대해 우려의 시선으로 기존 시장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플랫폼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차율을 줄이자’다”라면서 “시장을 파괴하는게 아닌, 기존 업체·기사님들은 고정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분들은 좀 더 편하게 비교 예약을 손쉽게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대절하면, ‘빅카’
긍정적·부정적 가리지 않고 이슈로 뜨거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청년 3명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 운영과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감만은 넘친다.
“도전이라는 거창한 표현보다는 일단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죠. 힘들 거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셋의 생각은 달라요.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면서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장성에 대한 희망도 있다고 생각해요. 차량대절하면 ‘빅카’가 떠오르는 어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김동휘 공동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이력을 가진 이들 3인방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국내로 돌아와 ‘스타트업’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스타트업 성지라 불리는 실리콘밸리를 눈앞에서 목격한 이들에게 어쩌면 창업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미국에서 내노라하는 기업들에 들어가 인턴 십을 거치고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갈등도 했다는 세 청년.
“지금 이 순간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때라고 생각해요.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스타트업. 불편한 것을 고쳐주고 손쉽게 만들어주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청년 3인방은 오늘도 대형버스 차고지로 출근한다. 어제의 이야기, 오 늘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이들의 미래, ‘빅카’의 내일이 기대된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