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뉴스 김미진 기자】시크하면서도 청순해 보이는 이미지의 소유자 이경민은 독립영화에서 몇 차례 얼굴을 내비췄을 뿐 개봉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얼굴을 알리는 신인배우이다. 오월의 햇살처럼 상큼한 배우 이경민을 만났다.
휴먼드라마 ‘대전블루스’에서 폭력적인 성격으로 반항을 일삼은 말기 피부암 환자 지인 역을 맡아 열연한 신인배우 이경민. 여배우의 삭발은 끝장판이라지만 이경민은 첫 개봉작부터 삭발연기로 관객과 만났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연극 동치미로 유명한 김용을 작가의 희곡 ‘손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줄거리는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 중인 정신과 전문의와 말기 암 환자들과 환자가족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죽음보다 외로움이 두려운 전직 목사 민두홍(이종국 분)과 반항을 일삼는 말기 피부암 환자 지인(이 경민 분),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는 아들 기현(안도규 분)과 이들을 돌보는 강수연 박사(반민정 분)을 중심으로 이별을 맞 이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탈출 시도하고 폭력적인 배역
휴먼드라마 대전블루스에서 배우 이경민이 맡은 역은 피부 말기암 환자 지인이다. 고등학생인 지인은 굉장히 폭력적이고 늘 탈출을 시도한다. 자신을 돌봐주는 의사와의 갈등도 심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야말로 힘든 환자이다.
“원래 제 성격은 차분한데 지인 역은 정반대다 보니 그걸 표 현해내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개봉작이 처음이다 보니 정말로 많이 떨렸고요.”
지정대본을 받은 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말기 암 환자들의 인터뷰도 찾아보고 이들의 심리상태도 꼼꼼히 체크해봤다는 이경민은, 특이하게도 ‘흉터’라는 검색어를 찾아보며 자신 이 가진 흉터는 어떤 모양인지를 생각해 봤다고 했다.
“제가 가진 캐릭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죠. 극중 배역이 워낙 과격하고 폭력적이다 보니까 그걸 연기로 소화해 내려면 제가 가진 콤플렉스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피우고 욕설하며 폭력 휘두르는 것을 소화해 낸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이경민은 어릴 적부터 대본을 쓰고 혼자서 연기도 하며 주변에서 생긴 다양한 일들을 늘 스토리텔링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번 영화에서 이경민은 평소 비축해놨던 것들을 캐릭터화해서 누군가를 모방이 아닌 자기만의 진짜 연기를 찾으려 했다.
“상처 받은 지인의 모습을 몸에 익히려고 심지어 촬영도중 잠시 쉴 때도 삐딱하게 앉거나 다리를 아무렇게나 하고 앉는 등 스스로를 컨트롤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감정을 극적으로 표출해 내는 게 쉽지 않았다는 이경민은 화가 날 때와 기분이 좋을 때의 감정표현을 빠르게 해내야 하 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삐딱한 캐릭터로 오디션에 합격
“정말로 그 배역을 하고 싶었어요. 오디션 보러 갈 때 아예 담 배를 한 갑 사들고 가서 담배 피우며 오디션을 봤죠. 의상과 소품도 챙기고 정말 많은 준비를 했던 거 같아요. 정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이러한 시도를 통해 배울 게 많다고 생각 했죠.”
이름 없는 단역 배우에서 비중이 큰 조연으로 껑충 뛰어 오른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배우 이경민은 “저를 잘 봐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만큼 부담감은 크고 처음해 보는 게 많다고 말한 이경민은 오디션 본 후 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영화 출연진 중에서 이경민과 특별히 맘이 통하는 배우는 아역출신 배우 기현(안도규)이다.
“극중에서 제가 정말 좋아해요. 실제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촬영경험이 저보다 더 많아서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주연배우인 박민정 선배님은 현장경험이 부족한 저 에게 카메라 구도에서부터 세밀한 것까지 조언해 줬고요.”
대전블루스는 2018년 한 여름 촬영한 영화다. 한 여름철 가죽재킷에 가죽장갑과 가죽 힐을 신고 대전시내를 뛰어다닐 때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이경민은 이 영화를 통해 첫 관문을 통과하며 비로소 배우로서 이름을 올렸다.
경상도 사투리가 특기인 배우
신인배우 이경민은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대구에서 산 덕분에 경상도 사투리도 자연스럽다. 이경민의 프로필에는 특기가 ‘사투리연기’라고 적혀 있다.
“배우가 사투리를 할 줄 아는 것도 특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연기를 할 때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를 대사에 입혀서 맛깔스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경민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공부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공연기획을 전공했다.
“연기하고 싶은 욕구를 공연기획으로 녹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방학에 한국에 들어와서 생각해 보니까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1년만 휴학하고 연 기해 보고 싶으니 저에게 시간을 달라고 부모님께 말했다가 난리가 났어요. 엄청 반대했죠. 배우한다는 말 자체를 꺼내 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지금은 제가 정말로 연기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응원해 줘요.”
연기자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이경민은 올 한해를 도전하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프로필을 직접 들고 뛴다는 이경민은 기회가 된다면 밝은 연기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소속사를 두지 않고 발로 뛰는 27살 신인배우 이경민의 첫 개봉작 대전블루스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며 iptv 등에 서도 만나볼 수 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