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 연구노트’, 연구자가 연구계획부터 수행, 결과에 이르기까 지 연구자가 얻은 데이터나 실험의 결과를 가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록한 1차 기록물을 말한다. 이 같은 연구노트는 연구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전수하는 기초적인 축적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인 인물들인 다빈치, 뉴턴, 아인슈타인 등의 각종 노트가 발견될 때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한다.
이런 연구자들의 연구노트는 단순 아이디어나 실험결과 전달의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신기술·특허 등에 기업이나 국가의 사활이 걸려 있기도 한다. 단 한 장의 연구노트가 수조원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것. 정부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의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 R&D에 참여하는 연구자는 연구노트를 작성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연구노트’이지만 그 작성과 관리는 쉽지 않다.
서면 연구노트가 법적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삽입이나 삭제가 어렵도록 제본된 묶음노트여야 하고, 기록자와 점검자인 제3자 증인의 서명, 기재일자 등 기본 요건을 완비해야 한다. 하지만 수개월 더 나아가 수년간 연속성으로 진행되는 연구과정에 매번 이 같은 형식적 요건을 맞추기는 현실상 어렵다. 대안으로 전자연구노트 등이 개발됐지만 서면에서 웹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기업·국가간 기술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구성과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혁신성장’을 한축에 두고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정부의 R&D 예산도 올해 20조원을 넘어 섰다. 이 같은 현실에 주목해 R&D 분야 그중에서도 ‘연구노 트’를 파고든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 상반기 카이스트 창업프 로그램 E*5에서 우승을 차지한 레드윗(RedWit)이 그 주인공.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다른 스타트업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에 한계를 느꼈어요. ‘굳이 이 기술을 써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하는 의문에 빠졌죠. 회사를 정 리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 미팅을 하면서 진짜 블록체인이 필요한 분야가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교수님들께서 ‘연구노트’ 를 알려 주셨어요. 이거다 싶었어요.”
레드윗(RedWit) 김지원 대표는 이같이 밝혔다. 생성과 동시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과 증거자료로 활용되고, 보안이 필수인 주요 연구정보를 담은 연구노트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레드윗은 서면의 기록을 사진으로 찍으면 자동시점인증과 서명이 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서면의 기록을 라벨링 및 검색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안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원스톱 연구노트 솔루션이다.
가치를 인정받은 레드윗의 블록체인 기반 연구노트 서비스는 상반기 카이스트 창업프로그램 E*5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8월에는 법인 설립과 함께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이제 11월부터 본격적인 파일럿 가동을 앞두고 있다. 김지원(25), 김하림(25), 김종민(30), 서원준(24), 안승민(24), 지연희(22) 평균나이 25세의 6명의 젊은이들이 그간 쉽게 활성화되지 않아 왔던 ‘연구노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 기대된다. 레드윗의 김지원 CEO와 김종민 CMO를 만났다.
Q. 레드윗(RedWit) 소개 좀 해주세요.
김지원 ReDWit은 Research and Develoment Witness의 줄임 말로 ‘연구과정의 목격자’라는 뜻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연구자에게는 편하게 연구과정에 생성되는 모든 기록들을 연구노트화시켜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주고, 연구기관에게는 많은 연구기록의 수집을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입니다.
Q.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김지원 1년 전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했었습니다. 모두가 블록체인 기술에 열광하고 집중할 때 저는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데 쓰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회사를 정리하면서 정말 블록체인이 필요한 곳은 없을까 하고 고민했습니다. 고민과정에서 많은 인터뷰를 진행 했는데, 그 과정에서 ‘연구노트’를 알게 됐습니다.
Q. 연구노트 작성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건가요?
김지원 연구노트라는 게 일반 연구기록하고는 다릅니다. 국가 R&D 과제의 경우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는데 연구노트로 인정을 받으려면 기록자의 서명, 기록시간, 그리고 제3자 의 서명까지 형식적 요건이 있어야만 합니다. 사실 연구노트를 잘 작성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도 제3자의 서명까지 받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일인 셈이죠. 이러다 보니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기관 입장에서도 많은 연 구기록들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저희 시스템은 폰으로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형식을 맞춰주는 간편한 시스템입니다. 기관, 연구자 모두에 게 도움이 되는 연구노트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종민 그간 연구노트는 사실 형식상 제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자가 마지막에 급하게 한권을 써 만들어 내는 것이죠. 결국 기관, 연구자 모두 손해가 발생합니다. 중간에 많은 자료가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연구원 입장에서는 자신만 알아볼 수 있게 연습장에 빠르게 적기도 하는데 그것을 제3자 서명까지 받아야 하다 보니 다시 깨끗하게 연구노트로 옮겨 적는 것도 일이 되는 셈이니까요.
Q. 블록체인 기술이 연구노트의 특성과 잘 맞아 보이네요.
김종민 누가 먼저 연구를 했느냐에 있어서도 보다 명확하게 증명을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위변조 자체가 이론상 불가능합니다. 이 연구자가 이 시간에 올렸다 하는 것 자체가 변조되지 않은 기록이라는 것이 증명됩니다.
Q. 연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종민 현재 카이스트에서 파일럿을 해보려고 조율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원들을 만나 계속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저희 서비스는 손쉬운 연구노트의 작성뿐만 아니라 AI기술도 도입해 사진이면 사진, 단어면 단어로 검색해서 관련 연구기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Q. 사용법은 어떻게 되나요?
김종민 사진을 찍고 올리면 바로 완료가 됩니다. 쉽게 예를 들어 기자님이 누구를 인터뷰하시고 관련 자료를 올리신다면 그 시점에 타임스태핑과 함께 서명이 되고, 인증이 됩니다. 그리고 언제든 쉽게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면기록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에 워드파일, 엑셀 같은 전자문서파일까지도 범위를 확장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레드윗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나요?
김지원 현재 연구노트 서비스는 웹쪽으로 치중돼 있습니다. 전자파일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은 많습니다. 저희는 좀 더 서면기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려 고 노력했습니다.
Q. 연구노트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확장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앞으로 레드윗(RedWit)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김지원 11월에 베타서비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 연구자들에게 배포를 하고 다양한 피드백과 애로사항 등을 받아 내년 상반기 정식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B2B 서비스로 대학교와 연구기관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양한 분야에도 확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Prove Your Work’입니다. 일 의 증명이 필요한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