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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명인을 찾아서> 월당 목영봉... 한국 향토목각(솟대·장승) 뿌리를 찾다

<M이코노미 김미진 기자> 파주시티투어 오감만족 문화예술로 선정된 문화·교육·역사·체험 이야기 ‘볼거리나라’는 설립자(월당 목영봉)명인이 직접 설계하고 자신이 조각한 예술품과 문화소품 등을 장식해 놓은 공간이다. 한국의 고대 예술 문화연구를 위해 지구촌 토템(Totemism)과 샤먼 (Shamanism)을 연구, 지구촌을 다니며 명인이 직접 수집해왔다는 소품과 대한민국 역사적 문화소품 1만여 점이 전시된 이곳에서 는 전세계의 문화를 관람하고 배울 수 있다. 

 

 

“솟대와 장승은 한민족의 고대 문화입니다. 솟대는 우리말로 솟아 있는 대를 의미해요. 길고 높게 세운 장대는 가까이함을 의미하고, 높게 만든 형상이나 탑 등 건축물은 조형은 각기 달라도 신을 향한 의미가 같다고 볼 수 있죠.”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명인은 한국의 솟대에 대해 설명했다. 솟대 위 조형물은 오리였는데, 오리를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오리만큼 활동영역에서 자유로운 생명체는 지구상에 없다고 했다. 땅과 하늘을 날고 낮과 밤을 활동할 수 있으며 물속 과 물 위를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게 오리라는 것이다.

 

“유황과 같은 독소를 먹어도 살아남는게 오리입니다. 앉으면 평화요, 날면 자유죠.”

 

명인의 손에서 탄생된 솟대 위 오리들은 칼끝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칼을 대지 않은 일도일각 기법으로 조각됐다. 날개가 없는 오리는 12번의 각을, 날개가 있는 오리는 15번의 각이 들어갔다고 했는데, 명인은 그래야만 생동감과 힘이 있다고 했다.

 

명인의 작업실과 전시실이 있는 곳은 파주지역 ‘가 볼만한 관광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한국예술문화공간이다. 마당 한쪽에서는 장승 깎기가 한창이 었는데 제자들을 차세대 명인으로 전수시키는 전승아카데미라고 했다. 제자 중에서 실력이 인정되면 명인이 되도록 특별한 연구교육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별히 교육원 공방과 서화작업실을 수도권 시민들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는데, 특강을 통해 한국의 고대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체험강사를 육성해 한국의 고대문화(장승·솟대)를 올바르게 계도하고자 함이라고 했다.

 

볼거리 가득한 전시관

 

 

명인의 ‘볼거리나라’ 전시관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가득했다. 우리나라 옛 민속품에서부터 명인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했다는 아프리카 공예미술품까지 수천 점이 됨직한 조 각품과 물건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 소나 부족에서 가져온 조각품은 피카소가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예술성이 가득하다고 명인은 설명했 다. 전시관 안쪽에는 다양한 문양(독립문, 태극, 무궁화 등)의 벅수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명인은 기존 한국문양과 새로운 창의적 문양을 접목해 창작 각(刻)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양을 작품 성격에 맞게 의미를 담은 도깨비 문양을 비롯해 물결, 연꽃, 잉어 등의 길상도안 문양을 작품의 아랫부분에 입체로 조각해 안정감과 의미를 두고 연출했습니다. 또 목련, 동백, 매화, 난, 무궁화, 대나무, 국화 등 화조문양을 넣은 작품에는 한국의 혼을 느끼도록 작품화했고요.”

 

명인은 우리의 인문사상과 철학적 혼이 배어 있는 작품으로 의미를 더해 작품화한 것이 향토목각의 장점이며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해태문양과 전통장승의 형상입니다. 한국의 상징 성을 표현한 작품인데 우리의 온화한 민족성과 민족의 사상 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근엄한 전통장승 모습과 재앙을 물리치는 지킴이인 해태상을 조각하고 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를 입체적으로 조각해 한국의 끈질긴 민중철학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명인의 설명이다.
 

월당 목영봉 명인의 작품세계

 

 

서양화를 해오던 명인은 공간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의 전통조각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목조각품을 살펴보니까 거의 불교문화권의 유물이거나 이조시대의 풍자나 해학적인 탈들이 전부였습니다. 거기서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 땅이 어디 2000년~3000년만 됐겠냐는 거죠. 한탄강 현무암만 해도 2억년, 아니 5억년은 더 됐을 거잖아요. 애초 있었던 돌 위에 용암이 흐른게 그 정도라면 용암에서 흘러나온 화석의 역사는 몇억 년 단위로 추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죠. 저는 이 땅에 인간이 살아온 것이 적어도 수억 년, 수만 년은 됐다고 봐요.”

 

이후 진정한 이 땅의 초기 향토조형을 연구하기로 맘먹은 명인은 한반도의 원시문화 속 장승과 솟대(향토목각)가 이 땅의 원시미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장승과 솟대는 선사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 토종문화로 인정 되고 있으며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조형물입니다. 국립공원 등 관광지에 가면 장승과 솟대를 설치해 한국적 미를 돋보이 게 하고 있잖아요. 솟대만 해도 독립된 예술성을 갖춘 전통 문화로서 전승과 보존의 가치는 너무나 충분하다고 봅니다.” 명인은 우리의 문화적 가치가 충분한 향토조각을 잘 보존해 서 자손만대에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에 다 힘을 실었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장승과 솟대는 제작자들이 전통자체를 무시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았던 것을 베끼는 것에 불과 합니다. 예술성이 없으니까 예술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 하고 홀대하는 겁니다.”

 

명인은 우리의 원시문화인 예술품이면서도 박물관에 들어 가지도 못하고 전통이 외면된 제작물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40여년을 전국 곳곳을 살피며 장승의 원래 형상을 재현하고자 애썼다는 명인은 BC 8000년 당시 제작의미를 연구하기에 이른다. 또한 지구촌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을 찾아 그들의 초기 신상의 제작과정과 의미를 살폈다. 명인은 이를 체계화하고 학술적으로 조각기능의 정착을 위한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사명감으로 기능정착을 위한 연구를 거듭해 역사성과 정통성을 기본으로 하는 3권의 책도 발간했다.
 

 

완벽한 전통은 없다
 

늘 새로운 인식으로 장승과 솟대의 재현에 전력해온 명인은 전통을 기본으로 창작하는 것만이 전통을 이어가고 지키는 것이라는 확신으로 작품에 임해오고 있다고 했다. 명인이 특 별히 관심을 가지는 건 ‘벅수(돌장승)’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수호신 역할을 했던 벅수를 찾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민속학자들이 벅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장승하고 똑같다고 해요. 쓰임새가 달랐어요. 벅수가 방향을 잡아주는 지리 교시였다면 장승은 이정표였거든요. 옛날에 궁궐 안에다 돌장승을 세웠는데 법을 잘 지키라는 의미였다고 해요. 그걸 관료들이 벅수라고 이름을 붙인 거고요. 벅수는 마을과 마을 간의 경계표시이면서 이정표 역할도 했어요. 길을 안내했던 장승과 마을을 지켜주던 수호신 기능의 벅수는 엄연히 다르죠. 그런데도 인터넷에다 벅수를 검색하면 법 수(法首)를 의미하는 말의 사투리로 알려져 있어요. 비슷한 말로는 벅시, 법시가 있습니다. 또 ‘장승’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고 나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명인은 장승과 벅수는 서로 다른 역할을 했는데도 일제강점기때 일본에서 공부했던 민족학자들이 민속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장승으로 표기된 것을 지적했다.

 

“당시 장승의 실제모습을 확인한 학자가 없었으니까요. 역참제도폐지(1895)로 우리 땅에서 자연 소멸된 장승에 대해 민속학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전통을 기본으로 재현하고 창작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이고 우리 문화를 세계화하는 초석이라고 생각한다는 명인은, 진짜를 찾기 위해 전국 돌아다녔다고 했다.

 

“진짜 모습을 찾으려고 한 것이죠. 나무로 깎은 것은 너무 오래돼서 썩어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해서 돌로 조각한 것을 찾으려고 전국 구석구석을 다 뒤지다시피 했어요. 그러다 전라 도 한 지역에서 돌장승을 찾았는데, 특이하게도 중국무술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수염을 땋았어요. 전북 남원 서천 당산에 있는 돌장승은 하나는 귀가 없고, 하나는 귀가 있었는데 귀 없는 장승은 ‘방어대장군(남)’, 귀 있는 장승은 ‘진서대장 군(여)’ 이렇게 쓰여 있는 겁니다. 조각가의 시각으로 보니까 귀가 없는 건 귀를 팔수 없는 돌이고, 귀가 있는 건 귀를 팔수 있는 돌인데, 조각을 이해하지 못해서 한 쌍의 개념으로 본 거에요. 또 다른 지역에서 찾은 돌장승은 글씨 자체가 없었는데, 글이 없던 시대 사람들이 자연석을 굴려다가 조각한 다음에 수호신처럼 믿었을 거란 얘기죠.”

 

명인은 돌장승을 깎은게 수백 년, 수천 년은 흘렀을 거라고 재차 강조했다. 무수히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돌장승의 귀가 없어진 건데 학자들이 그걸 여자라고 본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전남 나주에 있는 한 사찰(운흥사)에 갔더니 사찰 입구에 서 있는 돌장승이 우측은 하원당장군(여상)이고 좌측은 주장군(周將軍, 남상)이라 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약 5킬로 정도 떨어진 불회사에 가면 우측이 하원당장군(남상)이고 좌측이 주장군(여상)이 라고 반대로 쓰여 있어요.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원칙과 기준 없는 장승 제작, 홀대받을 수밖에 없어

 

전국의 장승 제작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봤다는 명인은 장승을 깎으려면 제대로 된 제작기법과 예술적 기능을 연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나라 장승들을 보면 예술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에게 왜 그렇게 깎느냐니까 대답을 못 해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동네에서 솜씨 있는 사람이 대강 깎아 세웠다’ 이렇게 나옵니다. 선사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 토종문화로 인정되고 있는 장승을 이빨 빠지고, 하품하고, 족두리 쓴 장승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수호신이라는 건 선하고 착한 인상입니다. 부처도 마찬가지로 인자하고 악의 가 없는 표정이잖아요.”

 

명인은 예술적 가치를 담기 위해서는 제작단계부터 기본적인 형상을 하고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희로애락의 표정과 인생 고락의 형상을 자유자재로 담아내야 합니다. 의미가 있는 작품은 생명이 있지만 무의미한 작품은 그저 나무둥치일 뿐이에요. 향토조각인 예술은 전통적 민 중철학과 상징성을 토대로 창작되고 재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치평가가 될 수 있죠.”

 

한국의 혼이 밴 정통 장승의 형상을 만들고자 애쓴다는 명인은 전통미를 이어 창의성을 가지고 예술적으로 작품화되어야 진정한 한국의 맥을 이어가는 향토목각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빠졌던 명인은 고집이 워낙에 세서 그 누구도 말리지 못했다고 했다. 명인이 그림 그리기를 그만둔 것 은 작품성보다 힘 있는 사람에게 줄 서는데 급급한 미술계 때문이라고 했다.

 

“허탈감이 아주 컸죠. 명장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가 엄청납니다. 명장은 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명장이 되려면 실력이 아니라 그들이 요구하는 서류요건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가 관건 입니다. 대학교수가 아니면 힘들죠.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 도 각종 협회를 거치다 보면 정작 작품 활동에 쓰여야 할 돈 들이 거덜 납니다. 더 기가 차는 건 실력은 뒷전이고 돈이면 다 되는 자격증입니다. 자격증을 훈장처럼 주는 곳만 해도 수십 군데예요. 명장, 명인도 너부러져 있고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호평 받은 명인의 향토조각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스타디움 한국전통문화존에 설치된 명인의 향토조각(벅수·솟대)은 국내외 많은 사람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평창올림픽 유산 으로도 지정됐다.

 

“올림픽 마크를 쓰려고 하니까 저작권이 올림픽 본부에 있어서 쓸 수 없다고 해서 못 쓰고 우리 고대문화라고만 적었죠.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웠던건데, 기회가 된 다면 우리 땅 독도와 평화의 언덕 임진각에도 세우고 싶어요.”

 

올림픽에 초대를 받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는 명인은 한 가지 를 제대로 하면 알아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며칠 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명인 5인 전시회를 가졌는데 외국인들이 와서 잠시 대기하는 장소에 전시를 했어요. 반응이 정말 좋았죠.”

 

명인은 평창동계올림픽 컷팅식 VIP 12명 중 5번째로 호명되는 영광을 안으며 평생의 한(恨)도 풀었다고 했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받은 감사함을 우리의 얼을 지켜 나가는데 일생을 바치고자 한다는 명인은, 선사시대 이전부터 이 땅에 토종문 화로 인정된 장승과 솟대의 전승과 보존의 가치는 너무나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향토목각(솟대·장승)이 힘없고 가난한 민 중들의 문화였기에 더욱 연구하고 발굴해 예술성과 전통성 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명인은, 이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조각가로서의 소임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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