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이코노미 김소영 기자】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철!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을 입에 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물러간다. 수박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이 많이 들어 있어 소변성분인 요소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뇨작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여름철 대표 과일 수박은 당도가 아주 중요한데, 당도 14.5 수박을 재배한 농가가 있다고 해서 만나봤다.
한 여름 더위 속 수박 농가들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며 막바지 정성을 쏟아내야 한다. 수박은 당도에 따라 값이 매겨져 수박의 당도는 곧 농가 소득과 직결된다. 지난 7월 초경, 충북 충주 신니면의 한 농가. 저녁 어둠이 깔리자 인부 5~6명이 수박 하우스 안에서 수박을 따는 작업을 시작했다. 외국인 인부들이 대부분이고 한 명만이 한국인이었다. 이날 작업은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오늘만 작업하면 끝나요.”
며칠 전 하우스 19동 수확을 끝냈고 이날이 마지막 수확이라는 농가 주인 양성수(52세) 씨. 12년째 수박 농사를 지어왔다는 양씨는, 올해만큼만 수박농사가 잘 돼 준다면 정말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성수 씨는 올해 국내 최고 당도 수박 재배에 성공했다.
“정말 재미 봤어요. 인근 농가들한테 부러움도 많이 사고, 청과시장 상인 분들한테 수박농사 잘 지었다는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고요.”
수박 농사 잘 지어서 유명인사가 됐다는 양씨는 올해 비닐하우스 32개 동에서 수박 재배를 해서 하우스 한 동당 평균 49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인근 농가들이 하우스 한 동당 350~400만 원 선을 받는 것에 비하며 높은 금액이다.
“엄청 많이 받은 거죠. 12년 수박 농사 지으면서 이렇게 높은 당도가 나온 건 처음이거든요.”
양성수 씨가 재배한 수박은 올해 당도 14.5 브릭스(brix) 수박 수확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12년 전 귀농해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양씨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다 부친이 한 해 먼저 내려와 수박 농사를 짓자 다음해 귀농해서 수박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했다. 양씨는 기온이 낮으면 수박이 자라지 않고, 또 기온이 너무 올라가면 수박이 물러지기 때문에 씨를 뿌릴 때부터 수확할 때까지 아이 키우듯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농사의 힘든 점을 설명했다. 양씨는 올해 기온이 너무 높아 걱정이 돼서 영양을 공급해 주기 위해 영양제를 찾다가 해초가 작물에 좋다는 걸 알고 천연 다시마 비료를 사용했다고 했다.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잎이 도톰해지면서 줄기도 싱싱해지고요. 수박이 익으면서 당도가 오르려면 보통은 수박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노화가 오는데 잎이 싱싱한데도 당도가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해충피해도 전혀 없었고요.”
수박은 재배 시기 및 방법에 따라 해충의 종류에 큰 차이가 있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까지 출하하는 비가림 재배의 경우 미소해충의 발생조건에 아주 좋아서 피해가 많이 발생된다.
30년 만에 최고 당도 수박
수박 농가들은 수박 재배가 끝나면 하우스를 통째로 포전거 래업자에게 넘기는데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에 따라 하우스 한 동 가격이 매겨진다. 김향주 사장(79세)은 수박이 다 익은 비닐하우스를 밭떼기로 사서 청과시장에다 내다 파는 포전거래업을 하는데, 양성수 씨와는 12년 단골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수박 장사 30년 만에 당도가 이렇게 높은 수박은 처음”이라며 “양씨가 원래 수박 농사를 잘 짓긴 하지만 올해 는 유독 수박 농사를 잘 지어서 ‘수박달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청과물도매시장 상인들도 수박 당도가 높은 걸 알고 깜짝 놀랐죠. 그 수박을 사 먹은 소비자들이 지금도 그 수박을 살 수 없냐고 물어본다니까요.”
김 사장은 전국의 유명산지를 돌아다니며 품질 좋고 당도가 높은 수박만 골라서 청과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했는데, 워낙에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이제는 잎과 줄기만 봐도 수박 맛 과 당도를 대충은 안다고 했다. 김 사장은 경남 창원, 경북 봉화, 고령, 충북 충주, 음성, 강원 도 양구, 인제 등지에서 재배되는 수박을 최고로 꼽았다.
국내 수박당도는 11.5~12브릭스 정도면 꿀수박에 속한다고 했는데 수박 당도에 따라 가격이 몇천 원씩 차이가 난다고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이 판매한 올해 최고의 수박으로 양성수 씨가 재배한 수박을 꼽았다. 실제로 양씨는 인근 농가들에 비해 최고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이 지역은 과거 황토벽돌을 찍던 곳으로 땅이 좋아서 타지역에 비해 수박 맛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씨가 뿌린 해초비료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수박 품종만 200여 종
수박은 수박종자를 선택한 후 대목(접붙이기) 후 심어서 수정과 착과 과정을 거쳐 수확하게 된다. 현재 국내 등록된 품종은 대략 200여 종. 농가들은 수박씨를 심을 때 박뿌리 또는 호박뿌리에 열매는 수박이 나오도록 맞접을 해서 재배한다. 박접은 수박의 당도를 높이고 잘 지으면 품질이 좋지만 뿌리가 약해서 성공하기가 어렵고, 호박접은 뿌리는 강하나 당도를 올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일교차 최대 15도 이상 차이
충주지역 수박 농가는 2019년 기준 30여 농가, 면적은 38헥 타르 정도다. 인근 지역인 음성 진천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김은정 박사는 “올해 수박 재배에 좋은 기후조건이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박은 당도가 올라가려면 6월 한 달 기온이 아주 중요한데 기상자료를 보면 이 시기 일교차가 최대 15도 이상 차이가 났고, 일조량도 좋 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만약에 하우스 온도가 30도 이상 유지가 됐다고 한다면 당도를 올리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박은 높은 온도를 좋아하는 호온성 작물로 온도가 높고 일광이 길면 생육이 왕성하고 과실의 당도 및 색택이 양호하다. 김 박사는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에 수확한 수박 농가들에 서 당도 13브릭스 정도가 나와서 특등급 이상 받아 수박 값이 좋았다고 말하는 농가들이 더러 있긴 하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14.5이면 15브릭스나 마찬가지라는 말인데 엄청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해당 농가가 12년간 수박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면 베테랑일 것”이라며 “한 곳에서 12년 농사를 지으려면 토양관리를 못할 경우 수박이 바로 죽어서 재배가 어려운데 겨울에 유기물을 넣어주든 아니면 볏짚 같이 생태적인 걸 넣어 주든지 해서 토양을 순환시키는 관리도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농가가 좋은 양액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영양제가 직접 수박으로 흡수되지는 않고 분해돼서 들어가게 된다”며 “기상 조건 등이 잘 맞아서 좋은 효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수직재배 기술 개발 보급 나서
김 박사는 “수박은 포복재배다 보니 농가들의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수박 농사를 짓는 분들 중에 관절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서서 수박을 키우는 수박 수직재배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까지 끝냈다. 수박의 ‘이동식 수직 재 배 장치’ 특허기술은 수박 재배 노동 강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한 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수확 후 하 우스 양편으로 지주를 밀어 고정하면 밭 만들기 작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지면에서 1m 남짓한 높이의 ‘아이’(I)형 틀에 착 과한 수박을 올려 재배한 뒤 수확하는 방식인데, 농민들이 수박을 재배하거나 딸 때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돼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 박사는 “현재 수박 재배 농가가 계속 줄고 있는데 이 기술이 보급되면 농민들의 노동력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