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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M경제매거진] 진선미 여가부 장관 취임 …생활동반자법 제정되나

- 2014년 생활동반자법 준비했지만 발의 못해
- 1인 가구·비혼 증가로 새로운 가족 개념 필요
- 동반자라는 새로운 법적 주체 만들어 법적 보호
- 프랑스·독일·일본 등은 생활동반자 제도 도입
- 진선미 취임 인사 “가족환경 변화 따른 새로운 가족정책 틀 필요”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8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5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단행하면서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그간 진 신임 장관이 인권변호사와 국회의원으로서 여성과 성 소수자 보호를 위한 활동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진 장관이 취임하면서 지난 2014년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사라진 한 법안이 관심을 받고 있다. 진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하려고 했던 ‘생활동 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생활동반자법’, ‘동반자등록법’ 등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보통 혈연과 결혼으로 구성되는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 혼인이라는 제도 없이 서로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가진 ‘동반자’라는 새로운 법적 주체를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반자 관계를 설정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당시 보수 기독교와 시민단체는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며 이 법안을 강하게 반대해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 장관이 대한민국의 여성가족 정책을 책임지게 되면서 생활동반자법 제정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 기사는 M이코노미 매거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늘어나는 1인 가구와 비혼…법적 보호 필요성 커져


A씨는 B씨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몇 년간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중 B씨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었다. A씨는 B씨의 법적인 배우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둘은 동성 커플 이었다. 이는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 내용의 일부다. A씨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도 수술동의를 못 하고 곁을 떠나도 상주가 돼서 상을 치르지 못한다. 그저 바라보고 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고 아픔을 느낀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을 느끼지 않게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해달라”고 호 소했다.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바라는 A씨와 같은 동성 커플만이 아니다. A씨와 B씨가 일반적인 이성 커플이라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비혼· 미혼, 독거노인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들 역시 생활동반자법을 통한 법적 보호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 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인 가구는 561만9,000 가구로 전년 대비 22만1,000가구가 증가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6%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 1인 가구 비율은 20대가 17.1%, 30대가 17.2%였으며, 70대 이상은 18.0%를 차지했다. 청년층의 1인 가구 증가는 취업이 어려워지고, 전통적인 혼인 관계에 거부감이 커지면서 미혼·비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함께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PACS·독일 생활동반자법·일본 파트너십 증명제도

 

한국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이미 수십 년 전 선진국 사회에서 겪었던 문제들이다. 90년대 말 프랑스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혼인율이 감소하고 사실혼과 비혼·동거율이 증가했다. 이에 프랑스는 1999년 ‘PACS(팍스, Pacte civil de solidarite, 시민연대계약)’를 도입했다. 팍스는 혼인과 비슷한 공동생활의 형태로 성별과 관계없는 성인 두 사람 사이의 결합제도다. 팍스는 이성·동성 커플을 가리지 않고 시민결합계약으로 관할 법원에 등록만 하면 생활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혼인에 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혼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친족 관계도 발생시키지 않고 재산적인 효과만 있다.

 

2010년 기준으로 혼인과 팍스 체결 비율을 비교하면 4:3에 이르며 그중 94%가 이성, 6%가 동성 커플이었다. 보수층 일각에서 우려하는 동성혼 합법화의 효과는 그 다지 크지 않은 셈이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2년 늦은 2001년 ‘생활동반자법 (Lebenspartnerschaften)’을 입법해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법규화했다. 독일 생활동반자법에 따르면 동반자 관계 커플에게는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부양의 의무,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 책임 등이 발생한다. 혼인 관계에서와 같은 특수한 재산 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공동의 재산을 형성하려 하는 경우 공동소유로 취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와 혼인과 가족제도가 비슷한 흐름으로 변해온 일본은 최근 생활동반자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중앙 법률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이뤄졌다. 2015년 도쿄도 시부야구는 ‘파트너십 증명제도’라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구(區)내 두 동성 간의 생활공동체는 법률상 혼인에 상응하는 파트너십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이 파트너십 증명제도는 법률상 혼인과는 구분되지만 혼인 관계와 다르지 않을 정도의 실질적인 생활을 향유하며, 호적상의 성별이 동일한 두 명의 사회생활관계를 ‘파트너십’으로 정의하고 구(區) 단위에서 증명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구내에서 혼인 가구와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으면 시부야구의 가족용  구영주택 입주가 가능하며 파트너의 수술동의서 작성도 가능해진다. 이 제도는 시부야구에 이어 도쿄도 세타가야구, 효고현 다카라즈카시, 미에현 이가시, 오키나와현 나하시, 지바시 등으로 확산돼 운영되고 있다.

 

 

 

새로운 가족 개념·제도 위한 움직임

 

우리나라도 진 장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족 형태와 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2014년 진 장관은 법안 발의 직전까지 간 바 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다양한 가족 구성을 위한 동반자등록법 제정’을 공약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노인의 동거, 장애인 등 각종 공동체, 미혼 동성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함에도 이들을 보호할 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1인 가구급증, 노령화로 인한 인구, 가족 변동 등으로 전통적인 결혼제도만으로 다양한 가족 구성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혼 이성 커플, 동성 커플, 장애인공동체 등 비혈연공동체, 동거 노인 등이 생활 동반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일상적인 가사 대리권, 사회복지 수급권, 주택임대차 승계권 등을 보장하고 이밖에도 직장, 학교, 의료기관, 금융기관 등 일상생활에서 가족에게 보장되는 권리를 보장 하겠다. 상호부양과 협조 의무, 채무 책임과 생활비용 공동부담 등 책임 부여하겠다”고 했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동반자 관계’ 증명 조례를 공동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지난 9월19일 진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새로운 가족 개념과 생활동반자법을 둘러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가정’이라는 말에는 이혼한 가구나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등은 건강하지 못한 가족이라는 차별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며 “혈족보다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살더라도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 하고 정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건강가정기본법 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진 장관은 “사실 제가 생활동반자 법을 발의하기 위해서 13개의 법안을 준비했다가 결국은 지금 발의를 포기한 상태”라면서도 “이혼도 자유로워지고, 청년들이 일자리와 같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 보니 실제로 혼인을 고민하는 나이가 너무나 뒤로 갔다. 또 이혼으로 새로 살게 되면 결혼, 재산 때문에 그 부모들이 자식들의 반대 때문에 혼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로 사실상 1인 가구나 동거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부분들이 건강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되고 정책들에서 배제되는 것은 전면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제는 혈연·지연·입양보다 의식으로 서로가 기대고 사는 관계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단순히 혈연을 통해 맺어지는 가족들보다 오히려 서로가 생각이 맞고 서로 함께 붙잡고 사는 관계들로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동반자법은 기존 결혼제도에 자발적으로 들어오지 않거나 그렇지 못하는, 그래서 소외당하고 있는 수많은 결합에 대해서 적어도 누군가 한 사람은 특별한 사람을 정해서 혼자 살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조금 더 보강하자는 것”이라며 “오히려 전통가족이 유지 되려면 그 주변이 더 강건해져야 하고, 유연한 결합들이 튼튼히 받쳐 주고 그 안에서 기존의 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가족 안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호주제 폐지 과정에서 보았듯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만드는 일은 큰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통적 가정제도 부정한다”는 이유로 진 장관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 왔고 9월28일 기준으로 7,634명이 동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진선미 장관 체제에서 생활동반자법은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 가족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은 9월27일 취임 인사에서 “혼자 사는 ‘나홀로족’이 이제 네 집 가운데 한 집이고 혈연과 혼인 외 다양한 결합도 늘어나고 있다”며 “가족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가족 정책의 틀이 필요하다. 가족 정책의 기반인 ‘건강가정기본법’을 전면 개정해 다양한 가족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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