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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관객 빈곤 클래식계 청신호

창의적 기획과 작곡으로 관객 끌어 모으는 사례들 나타나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관객의 양극화에 오랫동안 시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유명 교향악단이나 몇몇 국내 스타 음악인들의 공연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반면 소규모 연주회와 개인발표회엔 아는 사람들만 오는 현상이 지속돼왔다. 그런데 2~3년부터 이상 현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기획력이 돋보이는 소규모 연주회와 개인발표회에도 관객들이 찾아와 빈 좌석을 채우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참신한 기획과 바로크 연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바이올리스트이자 더 뉴바로크컴퍼니 대표인 최현정 씨가 지난 11월30일 토요일 오후 2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우리나라에선 개인독주회는 대부분 지인들로 채워지는데, 그날은 리사이틀홀의 좌석들이 낯선 관중들로 채워졌다. 최현정 대표는 ‘전혀 뜻밖이었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여서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주회의 주제는 「음악의 삶과 죽음에 관한 레퍼토리」였는데요, 슈베르트가 죽음을 앞에 두고 병고에 시달리던 시기에 만든 음악과 2019년 탄생 200주년을 맞은 클라라 슈만의 작품 등 4명의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음악의 탄생과 죽음, 부활이란 주제로 곡들을 모아봤는데, 관객들이 의외로 많이 찾아와주셔서 기뻤습니다. 독주회라고 해도 기타리스트 김우재 씨, 첼리스트 장유진 씨, 피아니스트 정호정 씨와 함께 연주를 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토요일 오후여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했어요. 저로서는 독주회에서 처음으로 저의 지인들 보다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아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악기 편성이 다채로웠던 점도 좋았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최현정 씨의 더 뉴바로크컴퍼니는 올해 바로크 연주회를 홍콩에서 3회, 마카오에서 1회, 국내에서 1회 등 국제교류전을 가졌다. 지난 10월24일 밤 8시에 세라믹 팔레스홀에서 개최된 「아시아의 바로크음악」 연주회에선 한국의 더 뉴바로크컴퍼니와 홍콩의 콘체르토 다 카메라의 바로크 전문단체들이 참여해 연주했다. 연주회에선 18세기 청나라 건륭제의 베이징 궁정에서 활동했던 조셉 마리 아미오의 작품 ‘석류화’, 18세기 하프시코드 연주가 겸 작곡가였던 장 필립 라모의 ‘Les Sauvages’ 등 바로크의 고전들이 연주됐다. 아울러 양지선 씨와 아사코 히로바야시 씨의 바로크악기를 위한 창작곡들도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바로크 음악이 단연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지난 10여 년간 활발한 연주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된 오케스트라급 연주단이 3개나 있을 정도입니다. 이전에 비해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바로크 연주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바로크 시대의 악기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홍콩이 한국의 바로크 활동을 보고 요즘 들어 우리를 배우려 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의 바로크 전문단체가 우리 단체를 두 번이나 초청한 것만 봐도 그들의 열의가 뜨겁다는 걸 느낍니다. 홍콩 단체와 우리 단체가 함께한 「아시아의 바로크음악」 공연에서 많은 관객이 오셔서 바로크 음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바로크 음악연주가 활발해진다는 의미는 서양음악의 뿌리에 더 근접해지고 있고 관객들도 서양음악의 원형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한국 관객들은 서양음악의 전체 맥락을 폭넓게 속속들이 이해하게 됨으로써 고전낭만파 음악의 편중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정 대표는 올해 기억에 남을 연주회로 골목 콘서트를 들었다.

 

“요즘에는 취향저격이란 말이 있듯이 자기만의 취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즐기는 경향이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길담서원과 함께 ‘바로크 음악 속 경제이야기’란 제목으로 소규모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길담서원 내에 있는 경제공부 모임이 우리 단체에게 바로크 연주를 요청한 건데요, 두 번이나 작은 공연을 가졌습니다. 관객이 저희에게 손을 내미는 색다른 체험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서양에서 어떤 주류가 나타나면 그것을 모두 따라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사라진 것 같습니다. 창작 분야뿐만 아니라 청중들의 취향도 확실히 ‘다양성’이란 말이 어울릴 듯합니다.”

 

 

‘음악오늘’이 지난 11월19일 저녁 8시 플랫폼에서 주최한 「가야금 연주자 지애리, 하프 연주자 이교진의 줄」 연주회에도 소규모 음악회로서는 드물게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공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윤이상, 황병기, 신수정, 양지선 작곡가들의 곡들이 연주됐다. 그날 창작곡을 발표한 양지선 씨는 관객들이 130명 넘게 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양지선 작곡가  최근 3년 사이에 젊은 예술가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처럼 작은 단체들의 공연에 청중들이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금도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좀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돼요. 또 최근 흐름으로는 미디어아트와 협업하는 등 점점 비쥬얼화 하고 있습니다. 전시 공간에서 다른 장르의 작품들과 음악이 같이 어우러지는 작업이 굉장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건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해요. 무대에 음악만 연주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외국에는 음악에 따라 여러 색깔의 조명들이 움직이는 작품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Q. 현대 음악이 일반적으로 너무 난해하다는 평이 있는데 양지선 씨는 어떤 방향으로 창작하고 있나요?

 

 양지선 작곡가  저는 청중들이 들어서 이해하기 쉬운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덜 추상적인 음악이랄까요. 청중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음악을 만들려고 해요. 올해 제가 쓴 작품들은 굉장히 솔직해요, 예쁘게 혹은 독특하게 보이려고 치장하려는 것들을 버리고 정말 내가 직관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담백하게 표현했어요.

 

Q. 양지선 씨의 작곡 형식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양지선 작곡가  저의 음악 스타일은 ‘하나’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시작에서 1초 안에 얘기했던 것을 작품 끝까지 가져가는 것입니다. 또는 하나의 시작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음이 천천히 변하면서 종착점에선 완전한 형태로 완성됩니다. 이게 미니멀 형식인데요, 저는 여기에 여러 변화를 주곤 합니다. 연주 중간 중간에 리듬을 바꾸거나 음의 색깔을 입히거나 하면서 1시간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떠올린 ‘아름다운 음악’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시종 가져간다고 할까요.

 

 

Q. 설명을 들어보니까, 어렵게 느껴지던 현대음악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군요. 바로크 악기로 연주하는 창작품들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바로크음악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나요.

 

양지선 작곡가 바로크 음악과 국악은 ‘즉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참 닮았어요. 바로크시대 연주자들은 제한된 틀 내에서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는데, 고전시대에 들어서는 그런 게 사라졌거든요. 바로크음악은 융통성,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그게 매력적인 겁니다. 그런 점이 현대음악과 유사해요. 그래서 현대음악은 어떤 연주자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은 완전히 다를 수 있어요. 김규리 씨라는 리코드 연주자가 있는데, 저랑 너무 잘 맞아서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음악과 바로크 음악이 똑같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연함,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양지선 작곡가의 말을 듣고 새삼 그동안 난해하기만 했던 현대음악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거칠게 일렁이고 기후변화의 폐해가 일상의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즈음, 지금 시대의 문제, 아픔, 감정을 표현해내려고 애쓰는 현대음악에 귀 기울일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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