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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정책은 순서가 틀렸다

- ‘지방분권’이 곧바로 ‘균형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아

- 경쟁력 없는 지방 도시들은 더 가난해질 것

- 지방을 ‘초광역권’으로 묶어 경제부터 살려야

- 핵심은 ‘거점’·‘광역적 공간계획’·‘연계 협력’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정말 말 그대로다. 저자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 학)는 지금 지방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지방분권을 추진하면 ‘경쟁력’ 없는 지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지방소멸’로 가는 길은 ‘지방분권’으로 포장되어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에 마 교수는 찬성한다. 다만 ‘지방분권=균형발전’이라는 공식에는 반대한다. 마 교수는 책 중간 중간에 반복해서 못 박고 있다. “지방분권이 곧바로 균형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틀렸다

 

이 책에서 마 교수가 주장하는 지방분권의 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 정책과 반대다.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지방에 권한을 나누게 되면 가난한 지방은 더 가난 해지고 부유한 지방은 더 부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면 가난한 지방정부는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선(先) 지방분권, 후 (後) 균형발전’이라는 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잠시 시간을 2018년 1월로 돌려보자.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 견에서 지방분권의 방향을 묻는 말에 “우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과연 지방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지방 정부들은 충분히 역량을 갖추고 있고,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지방정부가 메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 교수는 책에서 이 대목을 소개한 후 곧바로 “‘지방을 살리기 위해 시급히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 이건 잘못됐다”고 밝힌다. 이런 방향으로 재정분권을 추진하는 것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는 자체 수입이 5,222억원에 달하는 반면 전남 구례군은 225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능력 차이를 그대로 두고 지방분권을 통해 지자체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한다면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마 교수는 이를 “헤비급과 라이트급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르는 경기처럼 될 수 있다”라고까지 말한다. 자체수입 하위 20% 지자체와 상위 20% 지자체의 격차는 16.4배에 달하며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차이가 심한 지자체가 동등한 조건에 경쟁했을때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이 배분되면 ‘수도권→지방’으로도 자원도 나눠질 것이라 는 믿음이 있다. 이런 평등하고 균형이라는 관점은 정치적으로 보면 민주적인 방향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마 교수는 ‘인간’과 ‘공간’을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전제는 당연하지만, 공간은 그렇지 않다 는 것이다. ‘균형적 국토발전’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모든 지방이 수도권과 같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마 교수가 말하는 균형발전의 목적은 어느 곳에서든지 일자리·교육·의료·문화 등의 기회에서 큰 차이 없는 삶을 누리는 것이다.

 

 

지방을 ‘초광역권’으로 묶어 경제부터 살려야

 

그렇다면 마 교수가 말하는 지방분권은 어떤 방향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경쟁력 없는 지자체들을 일정 권역으로 묶어 성장 시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게 한 다음 지방분권을 하 자는 것이다. 지금은 순서가 틀렸다는 것이다. 마 교수 주장의 핵심은 광역화와 거점개발이다. 지금보다 넓은 광역 단위 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행정구역 개편도 필요하다고 주장 한다.

 

마 교수는 지난 세 정부의 지방정책에서 힌트를 가져온다. 노무현 정부의 ‘거점’과 이명박 정부의 ‘광역적 공간계획’, 박근혜 정부의 ‘연계 협력’이 그것이다. 각 정부의 정책들을 모두 융합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지방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게 마 교수의 생각이다. 문제는 정책의 순서다. 마 교수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STEP 1: 보다 넓은 공간 단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STEP 2: 뭉치기 전략을 통해 거점을 만들어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STEP 3: 거점을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과 연계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균 형발전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먼저 수없이 많이 쪼개진 지자체들을 ‘모아야 한다’며 마 교수는 현재 광역지자체를 5+2로 개편하는 안을 제안한다. ‘서울+인천+경기’(2,550만명), ‘대전+세종+충북+충남’(556만 명), ‘광주+전남+전북’(512만명), ‘부산+울산+경남’(795만명), ‘대구+경북’(512만명) 등 5개 지역과 강원(152만명), 제주(63만명)의 2개 지역의 ‘초광역권’이다. 마 교수는 이렇게 광역으로 묶여야 기본적으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마 교수는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의 ‘지역국가’ 개념을 가져온다.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도시들의 광역적 연결망이 이제는 지역국가로서 경제 발전을 이끈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이렇게 묶인 초광역권 내에서 거점을 만들고 여러 도시를 연결시켜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기존의 대도시권인 부산·울산, 대전, 대구, 광주 등을 중심으로 주변 위계상으로 거점을 잘 이용해 거점도시들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도시만 성장하고 주면 중소 거점도시들에 그 이익이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마 교수는 지방 대도시권마 저 무너지면 국토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돌이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불균형 개발 방식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거점개발’을 주장하는 것이다. 마 교수는 “거점을 만들어 사람(혹은 일자리)이 모이면 집적의 이익이 생긴다. 공공서비스의 효율 성도 높아지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그러니 사회가 누리는 이익의 파이도 커진다. 거점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거점이 이익을 독식하게 만드는 시스템이 나쁜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거점개발에서 멈춰서는 안 되고 대도시권은 주변 주변 농어촌과 연결돼 거점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들이 흘러내려 가게끔 해야 한다. 연계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거점과 주변지역을 묶는 상생시스템을 구축하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 한다. 먼저 거점의 개발사업과 주변 쇠퇴지역의 사업들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지역 간의 연계 개발 사업을 발굴해 소외된 지역을 끌어안는 ‘포용적 지역정책’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여러 지역에서 거둔 돈으로 낙후지역에 재분배하는 것이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이 대표적이다. 또 광역단위의 행정구역에서 모든 기초지자체로부터 ‘공동세’를 거둬 다시 나누는 방법도 있다. 공동세는 특정 세목을 지정하고서 이 세목으로 걷은 세금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배분하는 제도다. 세 번째는 연계협력사업의 활성화다. 거점에서 만들어진 긍정적인 효과를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사업들이 필요하다. 지난 2015년부터 정부가 시작한 ‘취약지 원격 협진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좋은 예다. ‘대도시 거점 병원’과 ‘취약지 병원’ 사이에 영상·음성·진료 기록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마 교수는 책을 마무리하며 지방 대도시권이 위기에 몰린 지방의 마지막 카드라고 강조한다. 지금 망해가는 지방도시들이 필요한 건 분권이 아니라 주위 도시들과 힘을 합쳐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방 경제 살리기에 새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마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지방의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방소멸이라는 전 국가적 문제를 끌어안은 채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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