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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美·中 무역전쟁] 韓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대안은?

[M이코노미뉴스 김선재 기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국제무역으로 자국이 상당히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다른 나라와의 기존 무역협정이나 세계 무역질서를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다시 세우려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신흥 대국으로 성장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자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농축산물에 보복관세를 붙이는 등 맞불을 놓고 있어 무역 전쟁으로 표현되는 미·중간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입장에선 교역량이 가장 많은 두 나라가 계속 갈등 속에 있는 것은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잠시 소강상태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221,300개 품목의 중국 수입품에 25%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2017년 대()중국 수입액의 10%에 해당하는 500억 달러(54조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의 조치에 중국은 지난달 2일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의 농축산물 128개 품목에 대해 각각 25%, 15%의 관세를 부여하는 조치를 통해 보복했다.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1,900억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뿐더러 구조적으로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한편, 이를 겨냥한 추가 무역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고, 중국도 이에 대응한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경제 구조인 한국은 교역 규모가 가장 큰 미국과 중국이 서로 싸우는 것이 결코 좋을 리 없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대신 수출량 쿼터를 설정하기로 했다. 또한 한·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환율 금지 조작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을 잃어버린 20으로 몰고 간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도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옛 속담이 딱 지금 우리나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무역 구조를 다각화해 상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 통상교섭관련 정부조직과 인력 확대·개편

 

정부 역시 이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통상교섭관련 정부 조직과 인력을 확대·개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 내 신통상질서전략실을 신설하고, 국정과제인 신북방·신남방 통상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신북방통상총괄과가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 지역 업무를, 아주통상과를 신남방통상과로 변경해 인도·아세안·서남아시아를 담당하도록 했다. 조직 개편에 따라 통상교섭본부의 전문성을 보완할 민간전문가도 충원하기로 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등 신흥시장으로 무역을 다각화하는 신북방·신남방정책을 통해 2022년까지 수출 7,900억 달러를 기록, 일본을 제치고 수출 세계 4강에 진입하겠다는 신통상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미국이 빠짐으로써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바뀌어 일본 등 11개국이 2019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올해 상반기까지 가입 여부에 대해 부처간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다.


G2(미국,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는 개정된 한·FTA를 통해 새로운 균형을 지향하고, 중국과는 협업을 통해 경제·통상 관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수출 다변화를 위해 한·EAEU(Eurasian Economic Union, 유라시아경제연합)FTA를 타결, 북방으로의 교역·인력진출 기반을 넓히고, 북극항로 개척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 아세안과 인도 등과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과 기존에 체결된 FTA 개선을 통해 맞춤형 상생 전략으로 남방시장 진출을 확대한다.

 

관련해서 지난달 16일 전경련회관에서는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중 무역전쟁, 대안은 있는가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자 및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무역 다각화 필요성이 의견을 같이 했다.

 

·중 무역전쟁, 결국 G2간 힘 겨루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68.8%에 달할 정도로 교역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중국과 미국은 2017년 한국 교역의 1, 2위 국가로, 수출의 36.7%, 수입의 31.1%를 차지하고,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에 달한다통상압박으로 중국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역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장은 미국은 중국만이 아니라 러시아, EU, 일본 등에 대해 서도 강도 높은 무역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미·중간 무역 갈등이 해결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CPTPP, RCEP, AEC+3(아세안 경제공동체+3, ASEAN Economic Community+··) 등을 비롯한 다자간 무역협정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부총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앞으로 미·중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정 부총장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가 좀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Office of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중국제조 2025116건 언급했다.


·중 통상마찰에 중요한 원인이라면서 그동안 중국은 시장을 내주는 대신 합작 등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는 것이 덩샤오핑 이후 중국이 외국기업을 대하는 기본입장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도가 점점 심해져 소위 말하는 기술탈취까지 이뤄지는 상황이고, 여기에 중국제조 2025’ 관련해서 전략산업에 대한 기술이전을 지나치게 요구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을 WTO에 제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제조 2025’201558일 중국 국무원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으로, 2045년까지 30년간 총 3단계에 걸쳐 혁신역량을 키워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제조업과 인터넷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주된 목표다.

이어 동서냉전체제가 와해되고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신자유주의 사상이 지속되면서 중국을 경쟁자로 보기보다 시장으로서, 협력자로서의 관계로 보면서 중국을 WTO에 가입시켰다. WTO 가입 이후 15년 동안 중국은 비시장경제국가로 묶여있었다.



중국의 국가운영체제가 당이 상위그룹에 있고 국가와 헌법이 당 아래 복속돼 있는 구조이고, 경제문제에 있어서 당의 역할이 크기 때문(·경제 일체주의)”이라며 이에 대응해 중국은 국내 중요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나름대로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소위 중국식 자본주의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대응 매뉴얼이 나오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미·중 갈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비시장경제국가란 무역구제제도(Trade Remedies. 불공정무역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를 적용할 때 수출가격을 그 나라의 상품가격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국가가 보조금을 줘서 가격이 상당히 왜곡된 것이라고 볼 것이냐를 정할 때 객관적 증거가 없어도 국가의 보조금으로 형성된 가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해 뭔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고, 통상분야에서 견제를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인데, 처음에는 중국만 대상으로 20여 가지 무역제재를 가해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중국산 철강은 한국이나 동남아 등의 경로를 통해 결국 미국으로 들어갔고,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늘어나게 되는 풍선효과만 야기했다.


이에 미국은 현 WTO 체제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TPP를 추진하는 한편, 제로잉(Zeroing,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을 때만 합산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마진 계산에 0으로 처리해 전체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미국의 덤핑계산 방식) 등 기존의 규제방식이 WTO로부터 위법하다는 판정을 받음에 따라 AFA(Adverse Facts Available, 불리한 가용정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하게 제출하지 않으면 피소업체에 최대한 불리하게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조치), PMS(Particular Market Situation, 특별시장상황, 특정 국가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기업이 제출한 제조원가를 신뢰할 수 없어 조사당국이 재량으로 가격을 산정한 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조치) 등의 제도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무역안보규정인 무역확장법 232투자안보규정(CFIUS)’ 등을 이용해 중국기업의 미국 진출을 막고 있다중국은 이에 대응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란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말한다.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였던 실크로드를 현대판으로 다시 구축해 2049년까지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 무역 합작·확대의 길을 연다는 구상이다.

 

중국 지도부의 대외정책 변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통상마찰이 생기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중국 지도부의 대외정책이 변화한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마오쩌둥 시절 초영월미(超英越美)로 알려져 있고, 덩샤오핑 주석이 내걸었던 대외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등 다소 소극적인 기조였는데, 다음 지도자가 들어오면서는 바뀌기 시작한다. 장쩌민 주석은 유소작위’(有所作爲, 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후진타오 주석은 대국굴기(大國崛起, 대국이 일어서다)’의 바로 직전 개념인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 선다)’를 내세웠고, 시진핑 들어서는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 ‘대국굴기’,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 등 공격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

 

정 부총장은 후진타오 주석 말쯤 베이징에 가면 중국학자들이 보여주던 것이 있는데, 미국 지도와 중국 지도를 맞춰보니까 위도도 비슷하고, 크기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해 볼 만 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면서 대국굴기의 개념이 잡히는 것이라며 “‘중국제조 2025’를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바로 턱 밑으로 온다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미·중간 통상마찰이 벌어지게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갈등 수준 조정하면서 계속 대립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정 부총장은 구조적으로 통상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라의 경제력이 곧 세계의 패권을 손에 쥐게 되는 현실에서 G2 간의 대결 양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고 정치적으로 갈등 수준을 조절하면서 갈등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총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스트롱맨 간의 대결 양상이 불가피하지만, 서로가 극단적인 대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까지는 안 가고 차악 정도까지는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제조 2025’2025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45년까지 가는 전략이다. 2045년쯤 되면 중국은 미국 다음의 기술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데, 그때까지는 구조적인 통상갈등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중국식 시장경제, 당 경제체계 등이 상당부분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 중국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또한 중국의 지방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산업들이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산업들이 많다그런 차원에서 미·중 통상마찰은 구조적인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제통상질서 개편에 두 나라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쪽 모두가 끝까지 가본들 이겨봐야 본전도 못 찾는 블러디 위너(Bloody Winner)’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정을 하면서 갈등 양상을 이어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RCEP, CPTPP 등 아세안 추진 다자협정 적극 참여해야

 

한편,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의 다자간 무역협정을 체결하거나 기존의 FTA를 개선하는 등 신남방정책을 통한 무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세안은 1967년 설립된 준 국가연합이자 국제기구로, 2016년 기준 인구 63,400만명(세계 3), GDP 25,500억 달러(세계 7)의 거대 경제공동체다. 우리나라와의 교역은 전통적인 교역국인 미국, 일본 등과의 교역 비중은 조금씩 감소하거나 정체돼있는 반면, 2006년 이후 굉장히 급증해 연평균 2.8%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한국의 제2교역대상이 됐다. 과거에는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원료나 에너지원,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제품 조립이나 완제품을 역수입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베트남이 아세안 국가 중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고, FDI 급증에 따른 자본재 위주의 교역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51231일에는 대내외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EU,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지역주의 확장과 중국, 인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발전으로 교역 및 FDI(Foreign Direct Investment, 외국인 직접투자) 기회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아세안 경제공동체(AEC)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오 부연구위원은 아세안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자유무역주의, 경제공동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AEC가 출범했고, RCEP을 통해서 주변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 중심역할을 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아세안은 한··일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양자 FTA를 맺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을 구성하는 국가가 개발도상국 위주다 보니 교역 규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내 교역환경이 성숙된 상태는 아니지만, 역외 교역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시장 확대 전략이 눈에 띈다중국은 화교 경제권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전략을 아세안 시장에도 대입해서 인프라 연결을 통한 협력체제 계획을 수립하고, 협력 프로젝트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현지생산, 현지공급의 원칙 등 투자방식으로 진출을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서 오 부연구위원은 아세안과 한··3국 간 FTA 협정 형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아세안+1 양자 FTA(시나리오1) 아세안+3 양자 FTA(시나리오2) 아세안+3 다자 FTA(시나리오3) 등의 상황을 상정해 분석했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FTA 자체는 완전과세 철폐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GDP의 경우 아세안 입장에서는 현재 취하고 있는 허브 앤 스포크(시나리오1)’의 형태가 가장 좋은 모델이었다. 한국도 시나리오1에서 GDP 증가를 경험했지만, 시나리오3에서 가장 큰 폭의 GDP 증가를 나타냈다. 오 부연구위원은 시나리오 23의 차이를 보면 2.3%p의 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2011GDP 기준으로 환산하면 2754,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생(Welfare) 측면에서도 한국은 다자협정으로 갔을 때 가장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교역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 부연구위원은 후생 자체는 소득효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GDP에 민감하게 연관돼 있고, ··일 모두 아세안과 단독으로 FTA를 체결할 때 후생 증가가 나타나지만, 시장 확대와 수출 증가에 따른 소득 효과가 후생으로 환원돼 우리나라에 후생 증가효과를 가장 크게 나타내는 것은 아세안+3의 다자협정 형태였다면서 교역량 변화율도 다자협정에서 교역량 자체의 증가를 가장 크게 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이 추구하는 RCEP이나 CPTPP 등의 다자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G2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세안·RCEP에 대한 현실적 고민해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과 관련해 아세안 시장이나 RCEP 등 다자협정을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경계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세안 시장이 합쳐놓으면 거대한 시장이지만, 결국에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개도국 10개국이 각자 흩어져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TPP와 중국주도 RCEP, 일대일로의 차이 등에 주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세안에 대해 동남아를 합쳐놓고 보면 굉장히 규모도 크고 거대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안에는 10개의 나라가 있고, 각각의 나라들도 도로나 물류 인프라가 잘 안 돼 있고, 도시화률도 굉장히 낮은 흩어진 시장이라면서 전체를 모아놓으면 경제가 굉장히 큰데, 과연 우리가 신남방정책을 통해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만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동남아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할만한 소위 구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5% 정도라는 계산이 있다겉으로 보이는 6억 인구라고 해도 실제 우리에게 의미 있는 소비자는 굉장히 적을 수 있고 그마저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마케팅이나 시장에 접근할 때 장애가 굉장히 크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개발원조라면서 우리도 개발원조에 대한 합의 때문에 후발국들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이용해서 인프라를 보완한다면 신남방정책이 본래 추구했던 목포도 기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RCEP이나 일대일로 등 중국 주도의 다자협정과 관련해서는 “TPPRCEP, 일대일로를 구별 짓는 굉장히 큰 차이 중 하나가 시장과 시장 안에서의 경쟁이라고 강조했다김 연구위원은 지금은 미국이 빠졌지만, 미국이 다시 들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TPP 회원국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고, 거의 비슷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즉 경쟁에 의해서 자신들의 보상이 달라지는 시장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반면에 RCEP이나 일대일로 같은 경우는 중국 시장이 규모 면에서 굉장히 크지만,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굉장히 격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과연 타국 기업과 이들을 동등하게 대우할 것인가? 아닐 것이라는 우려를 크게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때문에 시장에 대한 충성도가 달라지게되고, 추진속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은 경쟁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돼 경쟁 구도가 시시각각 바뀌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그대로인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또한 남방정책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선진국과의 FTA 협정 경험에 비춰보면 약속이 대체로 잘 이행돼왔는데, 후발주자들이 시장을 개방하겠다 약속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협정도 맺고, 국내법도 그에 맞춰 수정을 했지만, 실제 행정 일선에는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무역장벽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현실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중 무역전쟁 최대 피해국원칙 세워야

 

정 부총장은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나라는 한국과 대만이 될 것이라며 다자간 무역협정 등을 통해 무역을 다변화하는 한편, 무역제재를 받고만 있지 말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무역제재를 많이 받고 있는데, 맞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통상절차법 20조를 보면 통상조약 이행에 상호주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무역보복을 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무역보복을 시행한 것이 없고,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은 크게 공화당과 민주당이 있고,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주의,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는데, 공화당 후보가 아주 센 보호무역주의를 외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난해에도 공화당은 WTO 현 체제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정밀 검토했다면서 정책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은 더 센 보호무역주의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도 트럼프보다 한 두 걸을 더 센 보호무역주의를 정강 정책에 반영시키고 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가 공화당이면 계속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것이고, 민주당이면 보호무역주의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작고 지정·지경학적으로 리스크가 있지만, 중국에 대해서 가장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라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도 세계 10대 무역강국이다. 다만, 세계의 질서에 있어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해 나가는 연구라든가 그에 대한 정치권, 국민의 인식,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세계에서 내수시장 5,000만 명에 소득 3만불을 가진 나라 한국.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원칙을 만들어 국민에게는 이해시키고 통상업무는 해 나가면서 미국, 중국 등과는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Ma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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