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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FTA 15주년] 국가 경제발전 긍정적이나 국민체감은 미미

- ‘FTA 지각생’ 韓, 2004년 이후 52개국과 15건 발효…‘FTA 우등생’ 발돋움

- 소비자, FTA 효과 체감 못해…FTA 자체 찬성하면서도 향후 확대에는 미온적

- USMCA, CPTPP 등에 새로운 무역 규범 도입돼…우리 FTA 업그레이드 필요

- 정부, 확장·혁신·포용 등 FTA 정책 3대축 제안…소비자의 삶과 맞닿아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지금껏 우리는 ‘수출’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며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수출에서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 정책을 추진해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 EU 등 세계 주요 선진 경제권을 포함한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했다. ‘FTA 지각생’에서 ‘FTA 우등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의 체감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FTA 15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관(官) 주도의 강력한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은 ‘나라를 잘 살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됐던 1962년 24억 달러에 불과했던 GDP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끝났던 1981년 724억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치솟았으며, 연평균 9.4%라는 놀라운 수준의 고도성장을 거듭해왔다.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도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1963년 1차 산업 종사자 비율이 전체의 63.1%, 광공업 비중은 8.7%일 정도로 전형적인 농업 국가였다. 하지만 1979 년 1차 산업 종사자 비율은 35.8%까지 줄어들었고, 2차 산업 종사자 비율은 14.3%에서 23.7%로 증가했다. 또한 제조업 부문의 종사자 중에서 중화학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3년 29.7%에서 1979년 54.8%로 2배 가까이 확대되며 산업구조의 고도화도 일어났다. 이후에도 산업재편과 고도성장은 이어져 1980년 1차 산업의 취업 및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각각 34.0%, 16.0%에서 2010년 각각 6.6%, 2.6%로 크게 하락한 반면, 제조업은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정보통신(IT)으로 확대돼 부가가치 생산 비중이 24.6%에서 30.6%로 증가했다. 이처럼 수출은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고 산업 고도화에 주요 역할을 했다.
 

국제무역질서의 변화…지역무역협정 급부상

 

 

국제사회에서는 국제무역기구(ITO, International Trade Organization),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세계무역기구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등으로 대표되는 무역질서의 변화가 일어 났다.

 

IT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무역질서를 규율하고 자유무역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이 추진된 국제기구로, 당초 자유무역질서의 안정을 위해 다각적이고 무차별적인 무역체제 확립을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국제무역과 관련된 주권의 제약을 우려한 미국 의회의 반대로 설립이 무산됐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GATT다. 이후 GATT는 관세인하 및 무역장벽 철폐를 통한 무역자유화와 안정적인 자유무역체제 구축을 위해 잠정적으로 채택 된 것이지만, 1995년 WTO 체제가 출범하기 전까지 약 50년간 국제무역질서를 관장했다.

 

WTO는 GATT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1990년대 이후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GATT 체제는 예외 규정이 많아 일률적 실행이 사실상 어려웠고, 심지어 협정의 근본 목적과 상충되기도 했을 뿐더러 각 가맹국은 각 국의 국내법 범위 내에서 GATT의 의무를 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약했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국제사회는 GATT 체제의 보완과 유지를 위해 1986년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시작, 이를 통해 1995년 WTO 체제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그러나 WTO는 출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WTO가 다자무역 자유화를 위해 2001년부터 논의 중인 ‘도하개발 어젠다(DDA) 협상’이 현재까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DDA와 같은 다자협상은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합의 도출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DDA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이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농업, 비농 산물, 서비스, 지적 재산권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무역 자유화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지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자무역협상 체제의 대안으로 FTA로 대표되는 지역무역협정(RTA, Regional Trade Agreement)이 급증했다. WTO 다자협상은 장시간이 소요되고 회원국 수급 증에 따라 합의 도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데 대한 반작용과 특정 국가 간의 배타적 호혜 조치가 실익 제고, 부담 완화 및 관심 사항 반영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약 50년간의 GATT 시대에 통보된 RTA는 124건인데 반해, WTO 초기 9년간 통보된 RTA 건수는 176건이다.

 

국제무역질서의 변화에 우리나라가 편승한 것은 2004년 4월 한·칠레와의 FTA부터다. 한·칠레 FTA는 우리나라의 첫 FTA 로, 2005년 기준 세계적으로 이미 162개의 FTA가 체결됐고, 칠레, 멕시코 등이 각각 40여개 국과 FTA를 맺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FTA 지각생’이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 정책을 통해 미국, EU, 중국, 아세안 등 주요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등 우리나라는 첫 FTA 발효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했다. 바야흐로 ‘FTA 우등생’이 된 것이다.
 

 

확장·혁신·포용…‘FTA 2.0’ 시대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 추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FTA 15년, 평가와 과제’ 포럼에서 “지난 2004년 우리는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를 발효시켰다. 당시 FTA 지각생이었던 우리는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을 진행했고, 미국, 중국, EU, 아세안 등 주요 경 제권을 포함한 52개국과 15건의 FTA를 체결해 전 세계 GDP 의 77%에 해당하는 촘촘한 FTA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며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를 통한 추가 자유화가 정체돼왔던 지난 15년간 FTA는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국내 경제력 제고를 위한 계기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통상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그러나 기존 FTA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도약과 비상을 하기 위해 지난 15년의 성과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FTA가 우리 경제의 지적고도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 냉정하고도 객관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 동안 통상절차법에 따른 평가는 GDP 등 거시경제지표 위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FTA를 고도화, 내실화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을 거둬야 하는 만큼 FTA가 소비자 후생에 미친 영향을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FTA가 우리 경제의 취약 부분을 지원하고 더 강하게 만드는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등의 분석을 통해 향후 FTA 보완대책과 같은 활용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개별협상 과정에서도 충실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확장 ▲혁신 ▲포용을 향후 FTA 정책 추진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의 주력 시장 확대,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신남방, 신북방 등 지역맞춤형 전략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적극 창출해 나가겠다”면서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을 가속화하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양자 FTA를 조속히 추진하면서 인도와의 개정 협상(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 CEP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을 통해 우리 기업의 신남방 시장 접근성을 제고하고, 러시아 등 신북방 국가와의 FTA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흥시장 개척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 산업구조 및 규제혁신의 촉매제로 적극 활용하는 ‘혁신의 FTA’를 추진하겠다. 한·미 FTA, 한·EU FTA를 계기로 한 서비스 시장 개방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단계적 개방을 통해 우리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고 있고, 글로벌 통상의 디지털화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FTA에서도 디지털 통상규범 등 제도 형성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만큼 정부도 이에 대응해 새로운 산업이 제약없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국내 환경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취약계층, 피해산업을 배려하는 ‘포용의 FTA’를 추진해 기존 제조업, 대기업 중심의 수출 구조를 넘어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업, 중소기업의 수출 기업화를 돕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며 “FTA 활용률이 낮은 중소기업의 애로점을 파악해 향후 FTA 개선 협상과 FTA 이행 체제 강화를 통해 적극 반영하겠다. 또한 FTA 효과가 소비자 개개인에게 골고루 배분되는지 점검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FTA, 경제에 긍정적 효과…FTA 늘면서 韓 배타적 수혜 저감

 

 

전문가들은 FTA 체결이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배찬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실장은 “현재 총 교역에서 FTA 체결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73%, 수입 63%에 이르고 있다. FTA 확대 정책 에 힘입어 한·칠레 FTA 이후 수출과 수입이 크게 늘었고, 국내총생산도 꾸준히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FTA 발효 전후 5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과 대(對)세계 수출 증가율을 비교하면 FTA 발효 이후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이 세계수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2000년대 급속히 팽창했던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안정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보호무역주 의 확산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한 세계무역증가세 둔화로 무역 증가액이 절대적 크기는 작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역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로서 FTA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실장에 따르면 FTA 발효 이후 5년간 각 체결국에 대한 수출에서 FTA의 기여도는 최소 15.6%에서 최대 86.2%에 이르는데, EU의 경우 2010년 재정위기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EU 전체 수출에서 한·EU FTA의 기여도는 86.2%에 달했다. 대EU 수출에서 한·EU FTA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FTA의 긍정적 효과는 FTA 이행상황평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통상절차법은 FTA 협상 타결 후 국내경제 전반, 재정, 산업, 고용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FTA 발효 후에는 10년간 5년마다 이행상황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행 상황평가는 통상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실익과 각 계층의 부담이 공평하게 분배됐는지, 피해산업에 대한 보상은 적절하게 진행됐는지 등을 진단한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의 경우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대 미 수출액은 연평균 657억 달러로, 발효 전 5년 평균 473억 달러보다 184억 달러 증가했다. 이중 한·미 FTA 때문에 늘어 난 수출액은 66억 달러. 즉, 한·미 FTA는 대미 수출에 36% 기여한 것이다. 또한 연평균 0.27~0.31%의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왔고, 연평균 4조1,760억원에서 11조8,461억원의 생산효과, 1만6,803명~5만7,463명(5년 누적)의 고용효과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배 실장은 “각 FTA별 수출입 증가 효과는 그간 우리나라가 추진했던 FTA 정책이 긍정적 경제효과를 발휘했음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FTA 체결은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영석 산업연구원 동향·통계분석본부장은 “미국, EU, 중국, 아세안 등 4대 FTA 교역국을 집중적으로 검토해봤는데, 4개 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품목의 수출 비중이 대체로 더 크게 나타났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도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함에 따라 상대국 시장에서의 한국이 갖는 배타적 수혜 효과가 저감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FTA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 소비자 귀속 많지 않아
 

국민은 FTA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인식하고, FTA 자체를 찬성하면서도 우리나라가 앞으로 FTA를 확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FTA로 발생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귀속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2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6개월간 1월 이후 품목별 수입소비재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3,000 명을 대상으로 FTA 소비자 후생 체감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FTA가 국내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67.1%였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18.5% 였다. 이는 2015년과 2016년 같은 조사에서 FTA의 긍정적 영향 각각 46.3%, 46.8%, 부정적 영향 각각 16.2%, 15.7%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부정적 영향 응답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긍정적 영향 응답은 20%p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응답자 들은 FTA 발효 후 전반적인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다(70.8%) 고 인식했는데, 이는 상품 선택의 다양성 확대와 수입제품의 판매가격이 저렴해졌다고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품 선택의 다양성과 관련해서 응답자들의 87.6%는 “확대됐다” 고 답했고, “감소했다”는 응답은 6.3%에 그쳤다. 가격변동에 있어서 수입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졌다”고 인식한 소비자는 66.6%였고, “가격이 올랐다”는 응답은 11.6%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과 달리 FTA로 발생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귀속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문성기 한국소비자연구원 시장조사국장은 “소비자들은 대부분 FTA로 발생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농축산식품의 경우는 수출업자들이 수출가격을 인상해서 관세인하 효과가 국내에서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새우, 체리, 맥주 같은 품목들은 관련 산업의 복잡한 유통구조나 독과점 사업자의 불합리한 사업 관행(높은 가격 유지, 물량 조 절 등)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수입업자나 유통사업자들에게 관세인하 효과가 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은 어떤 상징적인 품목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수입맥주가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에 팔고 있고, 망고나 바나나 등 열대과일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등 상징적인 품목들 때문에 이런 긍정적인 영향이 나오 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FTA 찬성하면서도 향후 확대는 미온적
 

같은 해 KIEP가 실시한 FTA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FTA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확인된다. 전국 성인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한 KIEP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5%는 그간 정부의 FTA 정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A별로는 미국, EU 등 선진국과의 FTA가 각각 78.6%, 73.1%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FTA 정책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90% 이상은 무역자유화, 경쟁력 강화 등 거시적인 이유 때문에 FTA를 지지했고, 소득 불평등, 생활수준 개선 등 미시적 측 면을 이유로 FTA에 찬성한다고 한 응답자는 각각 66%, 73% 였다.

 

주목할 점은 향후 우리나라가 FTA를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26%만이 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FTA를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 중에서도 FTA 확대에 찬성한 비율은 34.6% 에 그쳤다. 결국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경제구조 특성상 FTA가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되고, 그것은 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측면에서는 FTA에 찬성하지만, 정작 소비자 개개인의 측면에서는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와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 외에는 크게 체감되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배 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중심에는 수출 확대가 있었고, 총수출 중 반도체, 정유, 자동차, 철강 등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의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면서 “KIEP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본집약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수출 증가의 고용 증대 효과가 작다”고 설명했다. 우리 수출이 자본 집약도가 높은 산업에 집중되면서 수출에 따른 고용에서의 이른바 ‘낙수효과’가 작아졌음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배 실장은 “FTA에 대한 국민 인식의 이중성은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상이 FTA가 기업 유형별, 산업별, 소득별 분배구조를 악화시킨다고 대답했다”고 지적했다.

 

이행상황평가가 통상절차법이 담고 있는 철학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존재한다고 말한 배 실장은 “수출입 효과 등 거시적 효과의 정량화에 중점을 둔 현재의 이행상황평가는 정확한 정책집행의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그것을 통해서 미시적 측면에서 FTA 성과와 국민 인식간 차이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서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 가 이렇게 많으면 우리나라 시장의 제품 가격이 아시아 시장에서는 제일 싸서 아시아의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관 광을 하고 물건을 싼 가격에 사가야 할 텐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해외직구가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FTA가 없는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면 그 자리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등 가장 싸고 편한 국가가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많은 중국 관광객들을 공항에 줄 세워 기다리게 하는 어이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 개선 위한 지원 필요
 

지금과 같은 대기업 중심 수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FTA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경은 국제원산지정보원 연구기획실장은 “중소기업은 ‘스파게티 볼 효과’를 극복하지 못해 FTA 활용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게티 볼 효과’란 여러 국가와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 할 때 각 국가의 복잡한 절차와 규정으로 인해 FTA 활용률 이 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송 실장은 “FTA 수출 활용률은 2018년도 말 기준 73.5% 수 준이다. FTA 이행 15년차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당히 FTA에 잘 정착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FTA에 대한 성숙도, FTA 활용도가 높은 것은 국내무역구조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수출 환경에서 대기업의 비중·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별로 중소기업의 경우 62%, 대기업은 83%다. 다수의 FTA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제로 활용률이 높게 나타나고, 활용하는 FTA 수와 수출 규모는 비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개 협정만 활용하는 기업들이 전체 수출기업 중 64% 정도다. FTA 대상 품목을 수출하는 5만개 기업 중 3만개 정도가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들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작고, 평균적인 활용률 개선에도 영향력이 많지 않다”며 “기업들의 FTA 활용은 1개의 협정에서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기본이다. 신생이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전문성이나 정보, 인적·물적 부족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 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무역 규범 등 美 주도의 새로운 질서 형성 주목해야

 

안 교수는 “최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이 발효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이 타결됐는데, 합의된 새로운 규범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갖고 있는 FTA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FTA 체계를 한번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새롭게 도입된 통상 규범들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수용하고,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최근 타결된 USMCA에는 디지털 무역, CPTPP에는 국영기업 관련 조항이 새롭게 들어갔는데, 디지털 무역 규범의 핵심은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경 간 이동 보장 ▲서버 현지화 금지다. 국영기업 관련해서는 가입국 정부가 국영기업의 상업적 활동에 대해 특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밖에 ‘기술장벽협정(TBT, Technical Barriers Trade)’ 분야에서 국가의 기술규정이 상황에 맞지 않으면 민간이 이것을 제소할 수 있게 했고, 위생검역 관련해서는 국가 내의 ‘지역’을 인정하던 것에서 더 세분화된 ‘구역’ 개념이 도입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디지털 무역규범 도입은 미국이 완전히 판을 바꾸고 있는 상황으로, 디지털 무역이라는 것이 모니터링도 안되고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추정도 안되는 상황”이라면서 “80년대 중반 서비스 무역규범을 만들 때 굉장히 비슷하다고 본다.

 

당시에 서비스는 ‘논 트레이더블 이코노믹 액티비티 (Non Tradable Economic Activity)’라고 해서 경제학 교과서에 쓰여 있던 때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주목할 것은 디지털 무역규범이라는 것이 논의되고 있지만, 서비스 부분이 IT 기반산업과 융합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커지고 있다”며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일부 통신망 이나 인프라 차원에서 앞서갈 뿐, IT 호환성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폐쇄적인 국가인 우리나라의 산업 역동성 측면에서 향후 IT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 산업들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수용하고,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2~3년 전 중국이 인터넷 국을 만들어 검열을 강화하고 인터넷 주권을 강화시키는 방 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던 것에 비유하며 “제도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FTA 정책, 궁극적으로 국민 삶과 맞닿아야
 

이 같은 지적에 김형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국내정책관은 “국민은 FTA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불 안감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단순히 확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용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통상 교섭본부에서 생각하는 새로운 FTA 전략 방향”이라며 ▲너 비와 깊이를 함께 확장해 나가는 FTA ▲국제통상질서 변화에 선제적 대응 등 혁신에 FTA 활용 ▲FTA 피해업종의 재도 약 및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 개선 지원 ▲FTA 관련 과감 한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해외와 접점이 많이 만들어졌고 이것을 촉매역할로 하겠다는 것이 현재 정부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이끌어 내고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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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비호 외압’ 보도 관련해 해당 의원 “명백한 허위사실”
‘사립유치원 비리’를 무마시키기 위해 경기도 지역 정치인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한 방송사 보도가 나오면서 경기도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 방송사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교육청 감사결과 대형유치원 2곳에서 교비를 빼돌린 사실이 적발되자, 지역구 국회의원실과· 도의원이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교육청 감사관실에 전화를 했다며, 특정되지 않은 감사관실 직원의 증언을 통해 외압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해당 기사를 바탕으로 의원직 사퇴 등을 촉구하고 나섰고, 오늘(23일)은 해당 도의원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대위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조광희 경기도의원은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면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직원하고 전화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면서 해당 보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전화를 걸었다는 날짜도 특정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따른 기사”며“허위사실을 유포한 직원과 유치원 학부모 비대위 등에게도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전부를 공개하고, 정리해서 법적대응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