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한 지 10여 일이 지나면서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전쟁 확전 가능성과 조기 종전 기대가 엇갈리며 세계 증시와 국제유가도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동 지역 해외 건설 현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 지연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는 동반 반등했다. 한때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던 브렌트유(Brent Crude)와 서부텍사스유(West Texas Intermediate) 가격도 현재는 80달러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중동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향후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건설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해외 현장 공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가 지연되는 기간만큼 추가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가 상승에 따른 철강·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 한국 해외건설 수주 중 중동 비중 34.6%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실제 봉쇄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해협 봉쇄가 현실화 할 경우 건설 자재와 장비, 인력 이동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지훈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연구위원은 ‘최근 중동 상황이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행 중인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5년(2021~2025년) 우리 기업의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은 34.6%로 나타났다. 1966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는 48.9%에 달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 편중 구조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지역별 수주 비중은 아시아 23.3%, 북미·태평양 16.9%, 유럽 19.7%, 아프리카 2%, 중남미 3.5%로 집계됐다. 중동 의존도가 다소 낮아진 배경으로는 중국·인도·이집트 등 현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면서 중동 사업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이 꼽힌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속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국가들의 현지화(Localization) 정책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동은 한국 해외건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중동 수주의 91.3%가 사우디아라비아(53.8%), 카타르(18.6%), UAE(11.0%), 이라크(7.9%) 등 4개국에 집중돼 있다. ◇ 주요 건설사 중동 현장 상황 예의주시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건설사들도 중동 현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사는 중동 9개국에서 약 220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주요 대형사들도 현장 안전 매뉴얼을 강화하고 출장 제한 등 비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탱크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우디 열병합발전소 등 약 12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자푸라 유틸리티 프로젝트와 380킬로볼트(kV) 송전 공사,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공사 등 11개 현장을 운영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포 신항만 프로젝트와 침매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화 건설부문은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 재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현장에서 대규모 공사 중단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공정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당일 상황에 맞춰 공사 진행 여부를 검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들은 현지 직원들의 안전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일부 현장에서는 출장이나 휴가 일정이 제한되면서 직원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은 2024년 12월 변경계약 체결 이후 정부 승인 대기 상태로 공사 진행 없이 최소 운영 체제로 유지되고 있었다”며 “현재까지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중동 정세에 따라 변경계약 승인 일정에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해외 건설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부터 해외 건설 현장 안전과 공정 차질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비상대책반은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 주요 건설사 간 상시 연락망을 통해 현지 치안 상황과 인력 이동, 발주처 요구 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지사장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쟁 이후 ‘재건 사업’ 기회 가능성도 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될지, 장기화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장기화로 공사 중단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부분 보호 장치는 마련돼 있다. 중동 프로젝트 대부분은 국제표준계약조건인 FIDIC을 적용하고 있어 전쟁과 같은 불가항력(Force Majeure)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기 연장이나 지체상금 면제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향후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전 이후 중동 주요 국가에서 오일·가스 인프라를 비롯해 도로·철도 등 토목 시설과 병원·학교 등 건축 시설을 중심으로 ‘전후 재건 사업’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인프라 발주 확대 등 사업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지속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거 대비 감소한 우리 기업의 중동 수주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이 곧바로 수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에 대한 의존도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제조 공정의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며 무의미해지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의 성능과 차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점점 더 ‘설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보유한 CPU·GPU 아키텍처, 통신 모뎀, AI 가속기, 차량용 반도체 설계 블록 등은 이제 단순한 기술 요소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소수 기업에 의존하는 설계 IP 집중도가 심화되며, 소수 기업 중심의 종속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IP 의존 심화와 한국 반도체 설계의 위기감 한국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제조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설계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며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태계는 뒷전이었고, 글로벌 IP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대됐다.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1980~90년대에 DRAM을 중심으로 성장해 ‘메모리 중심’으로 시작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중심 사업’이지만, 고급 설계 인력 풀이 매우 작아 설계 생태계가 취약하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설계’ 구조에서 강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IDM(반도체 설계-제조 통합) 구조로 외부 팹리스가 삼성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설계 IP는 한 번 개발하면 전 세계에 라이선스로 판매가 가능해 수익성과 독점성이 매우 높지만, 진입 장벽은 그보다 더 높아 우리나라는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세계 시장에서 IP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AI·자동차·모바일·로봇·국방 등 차세대 산업 전반에서 설계 IP 확보가 국가 경쟁력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설계 IP 부족은 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 차세대 산업은 모두 고성능·저전력·고신뢰성을 요구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설계 IP는 이러한 시스템의 ‘두뇌’를 구성하는 핵심 블록인 만큼 IP를 가진 국가와 기업이 기술·산업·안보의 주도권을 갖는다. 또 AI 반도체의 연산 구조, 자율주행 차량의 센서·제어 칩, 차세대 스마트폰의 통신·보안 모듈 등은 모두 고도화된 설계 IP가 기반이다.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조 경쟁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 행사가 어렵다. 지금,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설계 IP 종속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한국의 설계 IP 취약성, 원인과 파급효과 분석 한국의 설계 IP 경쟁력 약화는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와 국내 생태계의 뒤처짐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ARM,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이 CPU 아키텍처와 EDA(전자설계자동화) 기반 IP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장악하며 설계 IP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AI·자동차·모바일 등 차세대 산업에서 고성능·저전력·보안 기능을 갖춘 IP가 제품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기업은 여전히 해외 IP 의존도가 높아 비용 부담과 기술 종속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로 꼽힌다. 팹리스 기업 수는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으로, 고급 인력 확보나 장기 R&D 투자에 필요한 자본력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대만의 팹리스는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IP 개발에 적극 나서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제조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 구조 속에서 설계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산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IP 의존이 초래하는 산업적 리스크도 심각하다. 고급 IP 가격은 중소 팹리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외산 IP 중심의 설계는 기술 차별화와 독자 로드맵 구축을 어렵게 만든다. 지정학 갈등이나 수출 규제 등으로 특정 IP 접근이 제한될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공급망 리스크로 직결된다. 특히 AI 반도체, 자율주행, 국방·우주 등 전략 산업에서는 IP 접근 제한이 국가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해외 의존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으로 평가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문 설계 인력 부족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고도의 수학·컴퓨터 구조·회로 설계 역량을 요구하지만, 국내 대학·연구기관은 이를 충족할 만큼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AI·자동차·로봇·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인력 부족이 IP 개발 지연과 해외 의존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제조 중심에서 설계 중심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미래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제조에서 설계로 패러다임 바꿔야 할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설계 IP 의존 문제는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조 중심의 성공 모델이 한국 반도체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글로벌 경쟁의 중심축은 설계·IP로 이동한 만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AI·자동차·모바일·국방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칩은 모두 고도화된 설계 IP가 기반이다. 한국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설계·IP 중심의 균형 잡힌 생태계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수다. 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설계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설계는 고난도 융합 기술이 요구돼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간 요구 사이의 간극 해소가 핵심이다. 둘째, 국내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도록 R&D 지원, 세제 혜택, 공공조달 연계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국산 IP 개발에 장기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CPU·AI 가속기·차량용 IP 등 전략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도록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넷째, 글로벌 IP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도 중요하다. 공동 개발·라이선스 협력·기술 교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설계 역량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설계 IP’ 자립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다.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없으며, 설계·IP 역량을 갖춘 국가만이 차세대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금 설계 IP 자립이 성공할 때 한국은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약화의 핵심 원인은 설계 IP 기반 역량 부족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병덕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제조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인 회로 설계·IP 개발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시스템 반도체는 사실상 팹리스 설계 산업인데, 국내에는 전문 설계 인력이 많지 않다”며 “AI 반도체는 아직 초기 시장이므로 노력한다면 경쟁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팹리스 설계 역량은 글로벌 시장의 1% 미만 수준이며, LS세미콘이 세계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 교수는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모리 분야는 초격차를 유지하되, 시스템 반도체는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반도체와 전력반도체는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집중 투자와 빠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반도체 융합대학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 양성을 강화하고, 산학협력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산업 자립과 R&D 인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을 강조했다.
경북 상주시 역사상 최초의 5선 의원으로서 오랜 무소속의 설움을 견뎌온 정재현 전 상주시의회 의장이 10일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태호 국회 재경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을 차례로 만나며 상주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정재현 전 의장 이날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을 만나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어기구 위원장은 정재현 전 의장에게 “오늘 참 잘 오셨다‘, ”힘을 함께 모으자“고 했고, 정 전 의장은 어기구 위원장에게 ”우리 상주는 세 가지 특산물이 유명해 ‘삼백(三白)의 도시’라 불려왔는데, 최근 인구 감소 위험이 가장 높은 시(시군구) 1위’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고 말하며 “상주의 지역 경제를 살려 내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고 요청했다. 어 위원장은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정 전 의장을 격려했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정태호 국회 재경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만나 문경-상주-김천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정 전 의장은 “교통 인프라의 격차는 단순한 이동의 불편을 넘어 지역 산업의 경쟁력과 지역의 균형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경북 북부권은 풍부한 산업 기반과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철도 교통망의 부족으로 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태호 의원은 면담 중에 정 전 의장에게 받는 자료를 검토한 뒤 ”이 자료를 적극 검토해서 챙겨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난 정 전 의장은 “우리 상주가 인구 감소율 1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20여 년간 이어진 특정 정당의 독주 체제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한 정당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도시가 동력을 잃어버렸”고 말했다. 인구 감소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과 같은 전시행정이 아니라 '실질적 정착'을 지원하겠다”며 “상주의 '3백(三白)' 자산에 생명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실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불공정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발전과 경제개혁을 이겨낼 적임자는 바로 '이재명'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보수의 성지인 상주에서 당찬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당정이 지난 9일 농협 특별감사 결과 발표 이틀만인 11일 농협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협 내 비위를 근절하고 구조적인 운영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농협 감사위원회(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농협 내 금품수수·횡령 등 관련 처벌 근거 마련과 회장 선거제도 개편 방안도 논의됐다. 우선 당정은 농협 감사위원회를 신설한다. 현재 중앙회 내부에 있는 중앙회·조합·지주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별도의 특수법인으로 분리한다는 구상이다. 감사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울러 비위를 저지른 임직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금품수수·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임직원은 직무정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현행 규정이 충분히 명확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편도 추진한다. 조합원 204만명 직선제와 선거인단 제도 등 개선안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중앙회장의 권한도 제한된다. 중앙회장 등의 인사·경영 부당 개입을 금지하고 겸직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농민신문사 회장과 단 이사장 등 타 직위 종사도 금지한다. 이 외에도 △자금·인사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조합원 대상 정보 공개 강화 △인사추천위원회 운영의 객관성·공정성 제고 △재무 건전성을 고려한 회원조합지원자금 계획 수립 의무화 및 사전보고 등의 방안도 추진한다. 당정은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하고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후속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어촌기본소득법안이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재적 12명 중 찬성 8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통과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도농복합시 동(洞) 지역의 포함 여부를 놓고 공방도 벌어졌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도농복합지역에도 실제 농촌·어촌 성격을 가진 동 지역이 적지 않다"며 "법안에서 이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적용 대상 관련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어촌식품산업기본법에 의하면 행정구역상 읍면 지역에 한해 동 지역이 원천적으로 제외되어 있다”며 “농촌의 정의는 기본법상으로 읍면지역이 들어가고, 장관이 정하는 곳은 도농복합시, 일반시의 동 지역 중에서 주거, 상업, 공업, 녹지지역이 있어 녹지지역을 포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 의결 뒤 송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위원님들께서 주신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서 의원님들과 지속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에게 매월 15만∼2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재명 정부의 역점 정책으로 기본소득은 2월 말부터 지급되기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지급 이전부터 대상지 인구가 늘어나는 등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국내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4.4% 감소하며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는 산업활동동향 발표는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이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가 기존 1월 패턴에서 3월로 연기되면서 재고를 활용하는 수급이 이어지며 생산 공백이 발생했고, 수출 쪽에서도 ‘재고 기반 수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전체 수출액은 증가했지만, 생산 감소 및 이에 따른 재고 의존이라는 명암이 교차하며 전반적인 산업의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 ◇생산 감소의 배경, ‘기저효과’와 ‘출시 지연’의 이중 충격 국가데이터처가 지난주 공개한 올해 1월 기준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2025년 12월) 대비 4.4%가, 전년동월(2025년 1월) 대비 5.2%가 감소했다. 반도체 출하도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지난달(2025년 12월) 대비 15.0%가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는 2025년 11월에 6.9%, 12월에 2.3%로 생산 증가가 이어진 뒤 새해 첫 실적이 고꾸라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라기보다 기저효과와 생산 일정 조정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공개·출시 일정이 기존에 매년 1월 공개·출시에서 2월말 공개로 늦춰졌고, 이달 11일 공식 판매가 시작됐다. 이는 전체 반도체 생산 라인의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생산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 재고로 버티는 수출, 설비투자는 급증...엇갈린 흐름 산업통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신규 생산보다 기존 재고를 활용해 수출 물량을 충당하고 있다.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서도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97.8%로 전월(2025년 12월) 대비 1.7%p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기적·표면적으로는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투자 사이클을 왜곡시키고 재고가 쌓여있어야만 한다는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대량생산·공정 효율성에 기반한 메모리 중심 구조로 인해 글로벌 수요 변동에 민감하다. 특히 재고 조정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우에는 생산 회복 속도도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생산이 감소했지만, 설비투자(반도체체조용기계)는 41.1% 증가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는 사실이다. 생산 감소와 설비투자의 급증이라는 엇갈린 흐름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단기적 경기 흐름과 중장기 전략이 같은 궤를 돌고 있지 않는다는 중요한 신호다. 이 같은 흐름은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시대라는 세계 시장 흐름에 발맞춰 HBM 등 고사양 반도체에 집중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HBM·첨단 DRAM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라인의 전환 작업이 늘어 단기 생산량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보일 수 있다. 또 생산이 줄었음에도 설비투자가 41.1% 급증한 것은 우리 반도체 기업이 이미 차기 제품 양산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단기 생산 감소와 달리 중장기적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사이클은 이미 재가동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과 한국 반도체의 구조적 리스크 미국의 기술 규제, 지정학적 갈등, 중국 의존도 등 외부 변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가 중국·홍콩으로 향하는 구조는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메모리 중심 산업 구조 역시 가격 변동성과 재고 사이클에 취약한 특성을 강화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는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생산·장비 반입·고객사 거래에도 직접적인 제약을 준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시스템 공정 업그레이드 지연을 초래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우선주의’로 재편되는 압박 속에서 우리 기업은 전략적인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중 갈등, 대만해협 리스크, 중동 불안 등 국제적인 정세 불안은 반도체 공급망의 리스크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안보동맹, 중국과의 경제의존이라는 양국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리스크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가 중국·홍콩으로 향하는 구조 또한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가장 큰 취약성이 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IT 제조 허브로 자리하고 있고, 우리 기업도 인건비 등 복합적인 문제로 중국 내 생산 비중도 여전히 높기만 하다. 따라서 중국의 경기 둔화나 규제 변화가 한국 반도체 수출에 즉각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의 핵심 원자재 의존도도 높아 공급망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 편중의 한계와 HBM 전환...한국 반도체의 전환기 1월 반도체 생산 감소는 단기 조정의 결과이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난다. 삼성전자 신제품 출시 지연 등 일정 변경이 단기 생산량을 흔들었고, 기업이 재고를 활용해 수출을 충당하는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지표 개선 효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투자 사이클의 왜곡을 심화시킨다. 특히 메모리 중심 산업 구조는 글로벌 수요 변동과 재고 사이클에 취약해 생산 감소가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 리스크의 신호로 해석된다. 반면 설비투자가 41.1% 급증한 점은 산업의 중장기 전략이 이미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첨단 DRA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전환하며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라인의 전환 작업으로 단기 생산량은 줄었지만, 이는 차기 양산 사이클을 준비하는 선제적 투자로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높은 중국 수출 의존 구조,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중국 경기 둔화나 규제 변화는 한국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주며,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는 중국 내 생산과 장비 반입, 고객사 거래까지 제약해 기업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결국 1월의 생산 감소는 단기적 조정이자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면서 동시에 설비투자 확대로 다음 성장 사이클을 준비하는 전환기의 신호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확보하려면 재고·생산·출하의 균형 회복, 메모리 편중 구조 완화, HBM·첨단 공정 등 고부가 분야로의 전환 가속화,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 기술·투자·공급망 전략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바닷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흔히 술안주로 즐겨 찾는 ‘멍게’다. 이들은 굴이나 산호처럼 평생 한 곳에 달라붙어 고착 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년기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우렁쉥이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원시적인 뇌와 눈이 존재한다. 입을 벌릴 수 없어 뱃속에 품고 태어난 난황의 영양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이틀.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렁쉥이 유생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자신이 평생 머물러야 할 안식처, 즉 단단한 바위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과업이 완료되어 마침내 평생의 안식처에 안착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뇌와 척삭을 소화해 먹어 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뇌부터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뇌가 사라진 후에 비로소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뱉어내는 출수공이 생긴다. 이제 우렁쉥이는 죽을 때까지 바위에 붙어 입만 벌린 채,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을 수동적으로 걸러 먹으며 평생을 보낸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이 우렁쉥이의 일생을 언급하며 “뇌는
2026-03-09 편집국 기자
유튜브 플랫폼 역사상 가장 가장 빠르게 성장한 채널은 미국의 ‘미스터비스트(MrBeast)이라고 불리는 지미 도널드슨(Jimmy Donaldson)이 운영한다. 그의 메인 채널 구독자는 약 3억 명 이상이고, 여러 언어 채널과 보조 채널까지 4억~5억 명 수준의 구독자를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 인구보다 많고 세계 최대 방송사 몇 곳을 합친 시청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선 영상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초콜릿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 등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개인 미디어 권력 중 한 사람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과 유사한 금융 앱인 스텝(Step)을 인수해 금융사업까지 뛰어들었다고 한다. 금융 앱, 스텝(Step)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카드 사용과 저축, 신용 관리 등을 쉽게 경험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특히 부모의 계좌와 연동해 안전하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투자나 신용, 돈 관리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금융 교육의 기반을 다음 세
2026-03-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
2026-03-0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
서울에서 식품 제조업체 창업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은 소스 공장 하나를 차리려 해도 설비 비용, 임차료, 위생 설비, 냉장·냉동 시설, 포장라인 구축, HACCP 인증 비용까지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 비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더하면 청년이나 소규모 창업자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브랜드는 서울에, 제조는 지방에서’라는 이원적 구조를 선택한다. 당연히 서울은 마케팅과 유통의 도시가 되고, 제조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재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K-푸드 수출은 1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 김, 김치, 소스류, 과일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매우 낮다. ◇ 스마트공장의 필요성 국내 식품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2.3%에 불과하다.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품산업은 여전히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
2026-02-24 편집국 기자
1년 전, 우리의 무심한 일상을 흔들었던 계엄령 포고를 듣고 분노하면서 늦은 시간 각지에서 달려가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계엄은 헌법 절차를 통해 해제되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적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계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악의 평범함을 떠올린다. 새로운 입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던 자들의 수많은 조작과 위증이 특검을 통해 어느 정 도는 사실에 근거한 퍼즐로 맞춰지면서 임무에 종사했던 각 분야의 권력자들과 군인,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를 위한 방어 전략에 목숨을 건 듯했다. 불법 계엄 파동이후 국가 경제는 휘청거렸고 서민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평범한 악행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이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사이비 신념 △음모론의 확장 △확증편향의 선동과 억지 주장 등등의 부조리한 사태는 최소한의 이해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국정 책임자인 장관이라는 자는 법정에 나와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
2026-02-23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