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긴축 기조의 여파와 지정학적 리스크, 보호무역 강화가 맞물리며 성장 동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1.8%대로 예상된다. 내년은 경기 반등보다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의 시기로 규정되며 불확실성이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시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무엇보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은 AI 내재화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M이코노미뉴스는 삼정KPMG, 삼일PwC,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등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2026년 국내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 미국 경제 최대 이밴트는 정치...중간선거 결과 주목 이에 앞서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릴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삼일PwC가 내놓은 ‘2026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정치·정책 불확실성과 관세 부담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투자 중심 성장 구조가 유지되는 반면, 소비와 고용은 점진적인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략 산업이 성장해 전반적인 경기 하방을 방어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방 요인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경우, 물가가 다시 자극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에도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말에는 기준 금리가 3%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를 예상된다. 내년 미국 경제의 최대 변수는 정치 이벤트다.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 관세 관련 대법원 판결, 중간선거 결과가 통화정책과 무역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과 달러화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정책은 글로벌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변수로 평가된다.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경우 자국 물가 상승뿐 아니라 교역국의 성장 둔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일PwC는 “미국 정책 방향 변화가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업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경쟁력 확보’ 중요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제한적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삼정KPMG가 발표한 ‘2026년 국내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 기업 투자 역시 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부담과 가계부채, 인구 구조 변화가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산업별로는 반도체와 AI, 데이터 인프라, 친환경·에너지 전환 분야가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혔다. 고성능 반도체 수요 확대와 AI 도입 가속화가 관련 산업의 투자와 기술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전통 제조업과 내수 중심 산업은 비용 부담과 수요 둔화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기업 전략 측면에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는 디지털 전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생산성 제고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내년 기업들이 환율, 에너지, 물류비 등 구조적인 원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려면서 “정부는 신성장 산업 육성과 내수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 하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통상환경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업 ‘AI 내재화 작업 가속화’...정부 ‘AI 인프라’ 구축 집중해야 내년은 AI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의 시기로 규정된다. AI는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은 AI를 단순한 신기술이나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 자산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AI를 “선택적 기술 투자가 아닌 필수 경영 인프라”로 정의했다. 고금리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기업들은 신규 시장 개척보다는 기존 사업의 생산성과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AI는 제조·금융·유통·헬스케어 등 전 산업에 걸쳐 업무 자동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비용 구조 개선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스마트 공장, 품질 예측, 설계 자동화 등 생산 현장 중심의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리스크 관리, 고객 분석, 자산운용 고도화 등 고부가 영역에서 AI 내재화가 진행 중이다. 유통·서비스 산업은 수요 예측과 개인화 추천, 운영 효율화를 중심으로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진단 보조와 신약 개발, 의료 데이터 분석 등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평가됐다. 삼일PwC는 AI는 이제 개별 기술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간주된다 평가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통신, 법제도 등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며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26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AI 기본법’은 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면서도 ‘고영향 AI’에 대한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는 과도기적 국가 주도 모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산 AI 반도체 확보와 ‘국가 AI 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산업 전반의 AI 응용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 ‘AI-반도체-데이터센터’, 개별 아닌 하나의 ‘가치 사슬’ AI와 반도체·데이터센터 산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확산으로 고성능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첨단 시스템반도체, 이를 수용할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AI 산업의 실질적 성장이 반도체 성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진단했다. AI 모델 고도화 과정에서 연산량과 전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기술과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능력이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산업 역시 AI 확산의 직접적인 수혜 분야로 꼽혔다. 기존 클라우드 중심 데이터센터에서 나아가, AI 전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입지, 전력 수급, 냉각 기술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인프라 산업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전력 인프라와 규제 환경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전력 요금 구조, 입지 규제, 인허가 절차 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삼정KPMG는 “기업 전략 측면에서 AI-반도체-데이터센터를 개별 산업이 아닌 하나의 가치사슬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처리 역량까지 고려한 중장기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일pwc는 “기업들에게는 AI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전력 및 통신망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전력 수급 관리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자율 규범과 EU의 엄격한 규제 사이에서 한국의 AI 거버넌스가 정립되는 과정인 만큼,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종이 화폐에서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화폐 등장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초기 단계의 시장 질서 확립과 이용자 보호를 목표로 삼은 이래, 올해 6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며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규제 프레임워크의 구축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은행 51% 룰’ 발언은 은행법과 금산분리 조항간 충돌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전 세계적 은행 시스템의 변화 가운데 한국형 디지털자산 규제체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모이고 있다. ◇디지털자산법 내 ‘은행 51% 룰’은 무엇을 목표로 하나 국내 최초 가상화폐 규제안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2024년 7월 시행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어 올해 6월에 ‘디지털자산기본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됐다. 앞서 제정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시장의 초기 단계에 대응하기 위해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율에 집중된 ‘1단계’ 법률이라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자산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단계별 진입규제 시스템 도입과 함께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디지털자산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프레임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논의되는 ‘은행 지분 51% 룰’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달 1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시중은행이 지분 51%를 보유한 컨소시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주목받게 됐다. 은행이 화폐 기능을 갖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분 과반(51% 이상)을 보유해 통제권을 가져야 금융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시작됐다. 한국은행 측은 지급결제 시스템과 통화정책 안정성을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를 은행 중심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 이후 여당 내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이 문제를 논의에 포함시키면서 국회 발의안과 정부안 모두에서 핵심 논란으로 자리잡았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중앙은행과 정부의 뚜렷한 시각차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화폐’라는 새로운 유형의 화폐 기능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화폐 발행과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은행인 만큼 디지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영역까지 총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고, 법률상 은행이 단독으로 51%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금융회사 지분 15% 이상 소유 금지 우회를 위해 최소 4개 은행이 모여 각각 15%씩 참여해 60%로 보유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으나, 의사결정이 복잡해져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체가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금융회사로 지정해 은행법 적용을 피하면서 제도권 관리 아래 두려고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은 현재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상품 관련 규정에서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단순한 투기영역으로 분류되고 있고, 디지털 자산으로 취급되는 만큼 법적 모순도 낳고 있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금융회사로 지정한다고 하더라도, 지정된 금융회사에서 발행하는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또 금융회사로 지정된 만큼 금융상품에 따른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가상자산은 법적으로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지 못한다. 결국 ‘금융회사’에서 발행하는 ‘비금융상품’으로 법적 지위와 규제 항목이 논리적으로 불일치하는 꼴이 된다. 이 같은 논리로 금융감독기관은 금융회사를 규제해야 하지만, 금융회사 내 상품은 금융상품이 아니어서 법을 집행하는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한국은행 측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과 지급결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지분의 51% 이상을 은행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 유럽연합(EU)과 일본 사례처럼 개방적 구조를 강조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가 한국은행의 ‘은행 51% 룰’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에서 이 조항을 포함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산분리 원칙과 ‘51% 룰’의 충돌, 감독 권한 배분 딜레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대상으로 한 ‘은행 지분 51% 이상’ 요건은 현 은행법(비금융회사 지분 15% 제한)과의 충돌, 감독 권한 배분, 시장 진입 장벽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은행 주도 구조를 선호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혁신 저해를 우려하며 고정지분율 법제화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 제37조의 금산분리 조항이 ‘51% 룰’과 직접 배치되며, 이를 우회하려는 예외·컨소시엄 설계가 난관을 겪고 있다. 먼저, 안정성 논리에서 금융안정·통화정책과 연계해 은행 중심 통제권이 있어야 원화 가치 연동의 신뢰성과 통화정책의 파급을 관리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은행은 은행 지분 51%를 넘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또 내부통제·건전성 관리 역량이 검증된 은행에 주도권을 두면 운영·유동성·준법 리스크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근거를 든다. ‘은행 지분 51% 이상’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핀테크 분야로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져 산업 활성화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세계적인 추세에서도 유럽연합(EU)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포괄적 가상자산 기본법)에 근거해 다수의 가상자산 발행사가 전자화폐기관이고, 일본에서도 JPYC(제이피와이씨)라는 핀테크 회사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올해 8월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기관으로 허가를 받는 등 개방적 구조가 확산되는 것도 인용되고 있다. 법적 모순도 따른다. 먼저 ‘은행 51% 룰과 은행법 15% 제한의 충돌’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반영한 현행 조항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비금융회사로 분류되면 한 은행의 과반 지분 보유는 불가능하다. 금산분리 원칙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를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핵심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일반 기업 지분의 15% 초과 소유, 대기업의 은행 지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제한하는데 여기에 위배된다. 두 번째는 ‘금융회사 지정의 난점’이다.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은 가운데 가상자산 발행사를 금융회사로 지정하면 금융사가 비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규범적 모순과 지배구조법 등으로 인해 규제가 심화되고 사업 확장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감독규정 예외의 한계’다. 발행사를 은행 자회사 업종으로 예외 인정하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발행사는 금융사가 아니어서 은행 수준의 내부통제를 강제할 근거가 미약해진다. 네 번째는 ‘인가·감독 권한 배분’이다. 한은은 관계기관 ‘만장일치 합의 기구’와 검사 권한 확대를 주장하지만, 금융위는 과도한 조직이라며 반대한다. 현재 국회 발의안·정부안 초안은 가권을 금융위로 보는 흐름이지만, 권한 배분을 둘러싼 이견이 크다. ◇감시체계 허점 보인 스테이블코인...규제 강화 목소리 커져 이번 이슈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규제 준수 의지와 검증 여부다.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 회피와 불법 가능성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준홍 한국은행 결제정책팀장은 “현행 외국환관리법은 내-외국인 간 원화거래를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규제를 회피하거나 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특히 호스티드 지갑에서 개인 지갑으로 자금을 인출한 뒤 여러 차례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면 추적과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을 통한 외환거래는 송금 사유와 관련 서류 제출 등 외국환관리법을 철저히 준수해 최소한의 규제 틀을 유지하지만,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모니터링에 소홀할 가능성이 있어 규제 준수와 감시 체계가 허점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고경철 전자금융팀장은 “규제 준수와 감시 체계 미흡 등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디지털자산법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행 구조를 만들고, 합의기관을 통한 협의체 방식으로 운영할 것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장점도 많지만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밝히며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시작으로 네이버, KT 등 대기업을 상대로 한 폭파 협박 글이 계속되는 가운데 또다시 카카오를 상대로 한 폭파 협박이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인 21일 오후 9시 51분께 카카오 CS센터(고객센터) 게시판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고성능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을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이날 오전 10시 14분쯤 글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IP 추적 결과 이날 게시된 글은 해외 IP를 통해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허위 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하는 건물 수색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역경찰관과 기동순찰대 대원들을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중심으로 배치해 순찰을 강화하는 조치를 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카카오 CS센터 게시판에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 사제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17일과 18일에도 비슷한 폭파 협박이 이어졌다. 현재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는 해당 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어느덧 30년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지역 행정은 몰라보게 친절해졌고, 주민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민낯은 여전히 차갑다. 시민은 정책의 '대상'이자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일 뿐,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권자'로서의 체감도는 낮기 때문이다. ◇ 지방자치 30년, 화려한 외형과 초라한 내실 지난 30년의 자치는 엄밀히 말해 형식적 ‘시민참여’ 남발의 시대였다. 각종 위원회와 공청회는 늘어났지만, 시민들은 정책의 핵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채 들러리를 서는 ‘구경꾼 시민’으로 남겨졌다. 선거라는 간헐적 이벤트 외에 시민이 일상적으로 주권을 행사할 통로는 좁았고, 그 결과 시민참여는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관협치의 상징적 모델이었던 광주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협치를 주도해 왔으나, 현재는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광주 ‘민·관협치협의회’ 형식화와 이행의 단절 광주광역시는 일찍이 1990년대 중·후반, 민·관이 함께 정책을 고민하는 민·관합동워크숍을 시작했던 긴 협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시민사회가 지역의 주요 현안과 시민 수요를 반영한 정책을 생산하는 과정을 제도화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20년 광주광역시 민·관협치활성화 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광주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서 강력한 시민사회 역량을 바탕으로 '광주광역시 민·관협치협의회'라는 선구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광주광역시 민·관협치협의회는 시민사회 활동가와 행정 관료가 머리를 맞대는 '거버넌스' 형성에 주력했고, '시민사회 협치'를 낳았다. 그 결과 민·관협치협의회 위원 구성이 시민단체나 전문가 그룹에 편중되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생생한 문제들은 협치의 테이블에 오르기 어려운 구조다. 즉, 시민사회 활동가와 행정관료, 전문가들끼리의 정책 담론 형성 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로 비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 광주 모델이 가진 결정적 한계는 '논의와 이행의 분리'다. 협치협의회에서 열심히 치열하게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제안해도, 실제 행정 현장에서 집행되지 않거나 예산반영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반면에 행정측에서는 논의 내용이 정책적 반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탓을 한다. 결과적으로 행정은 민·관협치협의회를 형식적 ‘의견수렴’ 과정으로 활용한 것이고, 시민사회는 정책 반영이 되지 않는 회의에 피로감을 느껴야 했다. 이렇게 시민참여가 겉도는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협치는 주권자의 명령이 아닌 ‘행정의 선택’으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도 한다. ◇‘서울협치모델’, 정치적 취약성과 행정 종속 서울은 대규모 자원과 전담 조직을 투입해 마을공동체와 협치를 행정의 주류로 끌어올렸다. 서울시는 2019년 5월 시민 민주주의 가치 실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시민 민주주의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한 합의제 행정기관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자 「서울특별시시민민주주의기본조례」를 제정하였다. 시민민주주의는 참여적 거버넌스, 숙의적 거버넌스, 결사체 거버넌스 등 3차원의 구성요소로 개념적 구성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혁신적인 출발을 하였다. 서울시의 ‘서울협치모델’ 역시 협치 조례를 기반으로 시민참여예산과 연계하며 외연을 확장했으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취약성을 보였다. 특히 기존 협치 기구들이 가진 권한이 ‘자문’에 머물러 있다 보니, 공들여 만든 정책 제안이 행정의 캐비닛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울 협치의 문제 핵심은 이렇게 조례에 의한 권리가 아닌, 단체장의 정치적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현행 협치 조례가 부여한 권한은 대부분 ‘자문’에 그쳐, 정책 결정의 실질적 효력이 없었다. 단체장의 지향점이 바뀌자마자 협치 예산과 조직은 한순간에 해체되었다. 이는 제도적 강제성이 없는 협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결국, 광주와 서울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제도적 구속력이 없는 참여는 시혜적인 행정 서비스에 불과하며, 무작위성을 결여한 참여는 대표성의 한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조례 전면 개정으로 시민의회의 실질적 권한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의 시민참여는 6단계로 진화한다. 1단계 공공데이터 공개(정보제공)부터 3단계 온라인 옴부즈맨(감시)까지는 기초 단계다. 4단계 시민소싱과 5단계 시빅해킹을 거쳐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는 바로 6단계 ‘시민행정’이다. 이 단계에서 시민은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정책 생산과 집행의 ‘주체’가 된다. 대의제 하에서 시민의 직접참여가 관건이 되는 이유는, 숙의(Deliberation)를 통한 합의 형성이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광주의 ‘이행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선 권고안에 대한 ‘답변 의무’와 ‘예산 반영권’이 필요하며, 서울의 ‘대표성 논란’을 넘기 위해선 ‘무작위 추출(추첨제)’ 방식의 시민의회가 필수적이다. 이제 법적 근거 미비를 탓하며 상위법 개정만 기다릴 때가 아니다. 조례는 그 자체로 ‘지역의 헌법’이다. 광주와 서울의 기존 협치 조례를 전면 개정하여 시민의회에 날개를 달아주어야 한다. 개정 조례안은 다음과 같은 강력한 '결정력'을 담아야 한다. - 소집 권한의 다각화(Bottom-up)- 시장과 시의회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시민주권위원회를 거쳐 상향식으로 의제를 제안하여 시민의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야 한다. -무작위 추출(Representativeness)- 특정 전문가 그룹이 아닌, 성별·연령·지역별 비례에 맞게 추첨된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그들만의 협치'가 아닌 '만인의 협치'를 구현해야 한다. -예산편성권의 실질적 부여(Power)- 시민의회의 권고안이 본예산에 우선 반영되도록 강제해야 한다. 돈이 없는 정책은 구호에 불과하며, 예산권 없는 시민은 구경꾼일 뿐이다. -시장 및 시의장의 답변 의무(Accountability)- 권고안에 대해 30일 이내에 실행 계획을 공식 답변하도록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 수용 불가 시 주권자 앞에 그 사유를 직접 보고하도록 하여 행정의 무책임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시민주권위원회’와 ‘실행체계’로 만드는 새로운 30년 이 모든 혁신은 ‘시민주권위원회’와 ‘지원사무국’이라는 든든한 상설 지원 체계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시민의회가 숙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책 자료를 제공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며, 결과가 행정에 반영되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시민의회는 대의제를 부정하는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대의제가 놓친 민심의 세세한 결을 채우고, 행정의 외로운 결단에 주권자의 힘을 실어주는 가장 강력한 아군이다. 지방자치 30년의 성찰은 이제 조례 개정이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광주와 서울이 선제적으로 '결정하는 시민'의 시대를 연다면,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 구경꾼 시민의 시대는 끝났다. 결정하는 시민의 시대가 시작되어야 한다.
국회는 22일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과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 등 총 2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후 상정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송언석 의원 등 107인으로부터 무제한토론 요구서가 제출됨에 따라 무제한토론이 실시됐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 주요 내용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함으로써 이후 다시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방지 대책을 수립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9인, 국민의힘 7인, 비교섭단체 2인 등 총 18인으로 구성했다. 위원장은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여야 간사는 염태영 민주당 의원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맡기로 했다. 조사기간은 2025년 12월 22일부터 2026년 1월 30일까지 40일간으로 하되 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범위는 △12.29 여객기 참사의 실체적 원인과 책임 규명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성에 대한 과소 평가가 참사를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항공기의 엔진 등 기체 결함이 참사를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 관련 설계·시공·관리 과정에서의 총체적 부실이 참사를 유발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참사 발생 이후 사고 조사 과정에서 국가 기관 등에 의한 축소·은폐 시도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기타 위 조사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및 필요한 사항이다. 조사방법은 △관련 기관보고(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포함한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한국공항공사 등) △서류 제출 및 검증 △증인·참고인 등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한다. 또, 증인·참고인을 변경 또는 추가할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 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했다. 기관보고, 현장조사, 청문회 등의 구체적인 일정과 횟수는 위원장이 간사 협의를 거쳐 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했다.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 주요 내용은 지난 10월 23일 「공직선거법」 관련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지방의회 선거구획정 사안 △지역위원회(지역당) 법제화 △기타 여야 간사가 합의한 사항을 논의하고, 관련 법률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다.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8인(더불어민주당 9인, 국민의힘 8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구성하고 위원회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기로 했다. 활동 기한은 2026년 6월 2일까지다.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위헌 논란이 있던 판사추천위원회 구성 조항을 삭제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수정안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특례법 당론 추인 절차가 끝나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안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아예 두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의 수와 판사 요건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이 기준에 따라 각 법원의 사무분담위원회가 사무를 배분하고, 다시 판사회의 의결을 거친 뒤 각급 법원장은 해당 의결 내용에 따라 보임만 하게 되는 구조”라며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개입 여지를 완전히 삭제한 것이 최종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건데 지금까지 나왔던 안은 조 대법원장의 관여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한 뒤 “최종안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대법원장의 관여를 제도적으로 삭제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주 내용은 내란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대신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수나 판사 요건 등 기준을 마련하면 ,각극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그 기준에 따라 사무분담하고, 그것을 다시 판사회의가 의결한 뒤에 각급 대법원장은 의결한 대로 보임만 하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두지 않을 경우 무작위 배당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에는 “전담재판부를 복수로 구성하도록 돼 있어 무작위 배당 원칙은 충분히 지켜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1시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어느덧 30년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지역 행정은 몰라보게 친절해졌고, 주민들의 권리 의식도 높아졌다. 그러나 화려한 외형적 성장 뒤에 가려진 민낯은 여전히 차갑다. 시민은 정책의 '대상'이자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일 뿐, 정책을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권자'로서의 체감도는 낮기 때문이다. ◇ 지방자치 30년, 화려한 외형과 초라한 내실 지난 30년의 자치는 엄밀히 말해 형식적 ‘시민참여’ 남발의 시대였다. 각종 위원회와 공청회는 늘어났지만, 시민들은 정책의 핵심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채 들러리를 서는 ‘구경꾼 시민’으로 남겨졌다. 선거라는 간헐적 이벤트 외에 시민이 일상적으로 주권을 행사할 통로는 좁았고, 그 결과 시민참여는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관협치의 상징적 모델이었던 광주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사례는 이러한 한계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협치를 주도해 왔으나, 현재는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광주 ‘민·관협치협의회’ 형식화와 이행의 단절 광주광역시는 일찍이 199
2025-12-22 편집국 기자
최근 자동차를 운전할 때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주행 단계는 100% 운전자가 수동 운전하는 레벨0부터 시작해 최고 단계인 레벨5까지 6단계가 있다. 현재는 레벨3의 로보택시가 미국이나 중국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천 대가 운행되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단계가 아닌 운전 보조 기능이다. 필자는 진정한 자율주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레벨4는 약 4~5년 정도가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업 등에서 레벨4 단계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으나 레벨4는 아직 오직 않았다고 단언한다. ‘자율주행’이라는 용어를 운전자가 알아서 자동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해 운전을 맡기다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각국에서는 ‘자율주행’ 용어 규제에 나섰다. 독일·영국·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법원의 규제가 있었다. 중국 역시 올해 여름 이에 대한 규제를 시작되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도 자율주행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더 낮은 단계의 오토 파일럿(Auto Pilot)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레벨1 단계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또는 ACC ; Adaptive Cruise Control)이나 ADAS라는 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2025-12-20 편집국 기자
지난 10월 21일, 일본 국회는 자민당 총재 高市早苗(다카이치 사나에)를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지명했다. 일본이 내각제를 시행한 지 약 1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 보도는 이 사건을 단순히 ‘젠더 장벽을 깬 역사적 순간’으로만 보지 않았다. 다수의 국제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 뒤에 존재하는 일본 정치의 이념적 변화, 우경화 흐름, 보수적 국가전략 재편이 라는 구조적 의미를 함께 지적하고 있다. 해외 언론 중 상당수는 이번 총리 선출을 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이는 일본이 우경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하며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에 주목했다. 일본 정치가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니라, 이념적 중심축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또한 그녀가 여성 장벽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정책을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실제로 BBC는 “그녀가 성별 장벽을 깨뜨렸음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성평등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내각에 여성 단 두 명만을 임명했다”고
2025-12-20 편집국 기자
연말이면 기업들은 숫자에 몰입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비용 집행률, KPI 달성률이 종합되며 한 해의 성과가 평가된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일했는지, 어떤 흐름 속에서 성과가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단기적인 결과는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 현장에서 20년 넘게 조직을 들여다보며 확인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단기 성과는 숫자로 보여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조직의 리듬이 만들어 준다. 조직의 리듬이란 일의 흐름, 의사결정 방향, 협업화 방식, 구성원의 에너지까지 한데 맞물려 돌아가는 일 종의 ‘조직의 호흡’이다. 이 호흡이 안정적일수록 기업은 지속 성장가능한 경영을 추진 할 수 있다. ◇빠른 조직과 좋은 조직은 다르다 많은 기업이 ‘속도’를 성과의 근거로 삼는다. “이번 제품은 계획보다 빨리 출시했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처리했다”는 문장이 곧 경쟁력의 증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빠른 조직 이 반드시 좋은 조직은 아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업무는 빠르게 처리되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아 구성원 간 에너지 격차가 커지고, 속도를 유지
2025-12-20 김소영 기자
◇ChatGPT로 쓰는 글을 글이라 할 수 있나? 최근 뉴욕타임스의 수석 소비자기술 기자(lead consumer technology writer)인 브라이언 X. 첸이 〈Tech Fix〉 칼럼에 기고한 「To avoid ‘brain rot’, try using your brain」이란 제목의 글에 따르면, 올해 AI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에서 나왔다. 이 글에 따르면 MIT 연구진은 OpenAI의 ChatGPT와 같은 도구가 사람들의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 하고자 했다. 54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표본 규모가 작았지만, 결과는 AI가 인간의 학습 능력을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연구는 일부 학생들에게 500~1000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쓰도록 했고, 그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쓸 수 있었고, 두 번째 그룹은 전통적인 Google 검색으로만 정보를 찾을 수 있었으며, 세 번째 그룹은 그들의 두뇌에 의존하여 과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뇌의 전기 활동을 측정하는 센서를 착용했다.
2025-12-1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창업은 ‘크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시작 하는 것’이다. 많은 예비창업자는 창업을 ‘처음부터 크게 시작해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초기부터 화려한 브랜드, 완벽을 추구한 제품, 과도하게 많은 기능, 여러 채널 등을 한꺼번에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대부분 이와 반대의 길에서 출발했다. 작은 단위로 시작해 시장의 흐름을 읽고, 검증된 방향만을 확장하는 기업이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든다. 성공하는 창업은 작게 시작하고, 크게 흐름을 설계한다. 즉, 작은 실행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그 실행이 어떤 흐름으로 확장될지 ‘구조’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창업에서 실패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크게 시작해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버티기 힘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출발선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뛰는 것’이 아니라 중간 이후에도 계속 달릴 수 있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 시장은 크기보다 적합성에 반응한다 초기 창업자가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시장 전체를 겨냥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규모보다 적합성을 본다. 고객이 지금 당장 원하는가? 문제를
2025-12-18 편집국 기자
◇기후위기만의 문제인가 ‘기후위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는 말을 최근 몇 달 동안 자주 듣는다. 폭염과 냉해, 우박과 이상저온 등 기상이변은 분명 농산물 품질과 수확량을 흔들었고, 어떤 해에는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했다. 그러나 기후위기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왜 어떤 해에는 농민이 울고, 또 어떤 해에는 소비자가 울어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 고통이 번갈아 반복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올 내내 가격이 출렁였던 사과 재배 농가를 찾았다. 충남 예산의 사과 농부들, 저장해 놓았던 사과를 안동도매시장으로 출하하는 농민들, 그리고 문경의 사과 농가를 차례로 방문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심란하기만 했다. 농민들은 단순한 ‘작황 부진’이나 ‘기후 충격’의 설명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이 공통으로 되묻는 지점은 따로 있었다. “기후가 힘든 건 맞다. 그런데 왜 매번 결과는 이렇게까지 달라지는가.” 같은 해에 수확된 사과가 어떤 시기에는 헐값이 되고, 어떤 때는 ‘금사과’가 되는 이유가 기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었다. ◇ 사과는 시간을 이동한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분명해진 사실은, 결정적으로 사과 가격이 더 이상 ‘수확
2025-12-17 편집국 기자
협상은 준비의 경쟁(Contest of preparation)이며, 체계적인 준비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 한 필요조건이다.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아가면서 대응하는 임기응변의 자세는 전혀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특히 직관에 의존하는 협상가일수록 사전에 계 획된 전략이 부족하다. 훌륭한 협상가는 사전에 계획된 대로 움직이며 동시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전략 을 변경할 줄도 안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협상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분석하는 것이 협상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이다. 어떤 협상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협상 체크 리스트 내용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자신에 관한 사항 (1) 협상 목표는 무엇인가? 가. 단기목표와 장기목표 나.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와 얻으면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 목표 다. 세분된 각 목표의 우선순위 정하기 (2) 어떤 의제들을 논의할 것인가? (3) 각각의 의제가 나에게 어느 정도나 중요한가? ※ 의제를 평가하기 위한 점수체계를 개발이 필요함 가. 모든 중요한 의제들을 나열하라 나. 모든 의제들을 서열화하라 다. 모든 의제들에 점수(가중치)를 부여하라 라. 각 의제별로 가능한 대안들을
2025-12-16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