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활동가를 대상으로 소통역량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교육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조금 빨리 끝내주시면 안 될까요?” 자발적으로 신청한 자리가 아니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여한 경우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아무리 좋은 강의라도 마음의 여유 없이 참여하면 교육은 ‘배움’보다 ‘해야 하는 일’이 되기 쉽다. 주민 대상 교육과 공론장의 가장 큰 과제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왜 참여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참여가 살아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지역사회 공론장과 민주주의가 마주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과정은 민주적이지 않은 현실을 돌아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민주적이지 않는 현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가르치는 일’로 이해한다. 전문가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주민은 그것을 배우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단순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사람들은 설명만으로 배우지 않는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질문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배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때, 필자의 칼럼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릴 독자들이 계실 거다. "지방선거 논평, 이란 전쟁, 종전 협상,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등 굵직한 뉴스들이 연일 쏟아지는 시급한 때에, 왜 하필 '돼지' 이야기인가?" 하고 말이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의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이 질문이 절대 가볍지 않다. 국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도축되는 돼지는 하루 평균 약 5만 마리~5만 5천 마리 수준이다. 이는 연간 1,800만~1,900만 마리로 시간 단위로 쪼개어 보면 한 시간마다 약 2,100 ~ 2,300마리이고 1분당 약 35~38마리씩 도축하는 셈이다. 치킨, 삼계탕 등으로 소비량이 연간 10억 마리 이상 도축되는 닭은 초당 30마리이니 수치상으로 닭보다 적은 것 같다. 하지만 돼지는 닭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수명이 긴 포유류라는 점에서, ‘1분에 약 36마리’, 즉 ‘2초에 1마리 이상’씩 도축된다는 수치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이 엄청난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집단 사육과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가동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일찍이 말했다. "정당의 공천은 선거의 핵심이다. 공천을 지배하는 자가 정당을 지배하고, 정당을 지배하는 자가 국가를 지배한다." 이 명제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아니, 오히려 거대 단일 여당 구조가 고착된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더욱 예리하게 적용된다. ◇ 경쟁 없는 권력이 만들어내는 정치 역설, 민주주의 퇴행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이후, 한국 정치 지형은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 내란 세력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민의힘은 극우화와 내분을 거듭하며 사실상 실질적 야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역설적 지위에 놓였다. 경쟁할 상대 없는 거대 단일 여당. 이것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대의정치의 역사는 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복해서 증언해 왔다. 경쟁이 사라진 권력은 반드시 변질된다. 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정치학자 클레그와 메어가 경고한 '카르텔 정당화'는 바로 이 조건에서 가속된다. 외부 경쟁자가 없을 때, 정당은 당원들의 의사와 국민이 맡긴 역사적 과업 완수보다 내부 세력 규합을 앞세우기 시작한다. 공천은 가치와 자격이 아니라 충성과 계파의 언어로 재편된
◇ 삼성전자가 불러온 화두 최근 삼성전자 DS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 논란은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 속에서 수억 원대 성과급이 현실화된 가운데, 이제 논쟁의 핵심은 성과급 자체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성과급은 노동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기업의 혁신과 노동자의 기여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오늘날 반도체, AI, 플랫폼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막대한 초과이윤을 기업 내부의 노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 공교육, 전력과 용수 공급, 산업단지와 교통·통신 인프라, 그리고 국민이 부담한 세금과 사회적 안정이라는 공공적 기반이 함께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과이윤 자체가 아니다. 혁신과 투자, 기술개발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초과이윤이 특정 기업과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그 과실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않을 때 불평등은 심화된다. 실제로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생산성과 기업가치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지 않다. 반도체와 플랫폼 기업의 수익
기업 경영 현장에서는 수많은 전략이 제시된다. 시장 대응 전략, 영업 확대 전략, 비용 절감 전략, 조직 혁신 전략, 디지털 전환 전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를 가르는 것은 그 전략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얼마나 분명하게 실행되고, 조직 안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많은 기업이 경영계획을 세울 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경쟁사를 점검하며, 목표를 수치로 정리하고, 실행 과제를 설계한다. 그러나 계획은 정교하 지만 현장 실행은 느슨하고, 조직은 방향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며, 책임과 우선순위는 흐려진다. 결국 전략은 회의실 안에서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실행의 현장에서는 힘을 잃게 된다. 기업 경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경영 추진 전략의 핵심은 거창한 이론에 있지 않다. 조직을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실행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를 세우는 데 있다. 성장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흐름이다 기업 경영자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외형상 드러나는 성장 수치가 아니라, 실제로 위기와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경영의 체력이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현금의 흐름이 놓여 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이가 들수록 선거에 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평생 수없이 많은 선거를 지켜보다 보니 비슷한 구호와 반복되는 장면들 속에서 어느새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다”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며 생기는 경험과 통찰 덕분에 예전처럼 뜨겁게 반응하지 않아도 사람과 정책을 조금 더 냉정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관심의 크기는 줄어들 수 있어도 판단의 깊이까지 얕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의 작가 로저 로젠블랫은 최근 노년에 관한 에세이에서 흥미로운 원칙들을 제시했다. 뉴욕 타임스는 오늘(27일)자 사설에서 그의 책에서 발췌한 우아하게 늙는 법, 11가지를 제시한다. “불멸을 추구하지 마세요”, “테두리만 보세요”, “타협하지 마세요”, “이걸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들리면 도망치세요” 등 짧고 농담처럼 들리는 문장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숨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원칙들이 개인의 노년뿐 아니라 오늘의 지방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선거는 흔히 중앙정치의 ‘축소판’처럼 취급된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 창업의 성패는 시작보다 운영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많은 예비창업자는 아이템 선정, 제품 개발, 브랜드 구축, 홍보 방식, 판매 채널 확보에 먼저 집중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시장에 들어가는 일 자체보다, 시장에 들어간 이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첫 판매는 사업의 끝이 아니라 운영의 시작이다. 판매 이후 고객 응대, 주문 처리, 납품 관리, 반복 업무 정리, 문제 발생 시 대응 기준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작은 성과도 쉽게 흔들린다. 초기 매출은 의미 있는 신호지만, 그 신호를 반복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지 못하면 사업은 일회성 성과에 머물 수밖에 없다. 사업화 초기의 핵심은 판매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판매가 다시 신뢰와 재구매로 이어지는 운영 흐름을 만드는 데 있다. 예비창업자에게 초기 운영은 단순한 관리 업무가 아니다. 시장 반응을 매출로 연결하고, 그 매출을 다시 반복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고객이 왜 구매했는지, 어떤 과정에서 불편을 느꼈는지, 어떤 업무가 반복적으로 발 생하는지를 확인하면서 운영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 ◇초기 매출은 결과 아닌 사업의 흐름
얼마 전 경기도 고양특례시 일산서구의 킨텍스에서 열린 제70회 MBC 건축박람회를 다녀왔다. 필자는 30년 넘게 여러 주택 박람회를 다녔지만, 이번 전시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았다. 화려하고 거대한 전원주택보다 10평 남짓한 작은 집들이 전시장의 주류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소형 한옥, 모듈러 주택, 컨테이너형 주택, 농막 체류형 쉼터, 바퀴 달린 트레일러 하우스, 우주선 캡슐 하우스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가격 역시 3천만 원대에서 6천9백만 원 선으로 현실적이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집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취향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는 듯했다. 특히 농막과 체류형 쉼터 규제가 완화되면서 작은 집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주거 문화의 가능성으로까지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왜 건축회사들은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더 작은 집을 내놓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거에 가장 전문가들인 이들 회사가 100% 미래를 앞당겨 보여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회사는 아파트가 현금화하기 쉬운 재산이고 살기에 편하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언젠가부터 서서히 전원형 작은 주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