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심 기술 136개 가운데 상당 수가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전체 기술 수준은 82.8, 중국은 86.8 점수를 받았다. 평가 대상은 건설·교통,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ICT·SW 등 11대 분야 136개 핵심기술이 대상으로, 논문·특허 정량 분석과 1180명 전문가의 설문을 종합해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한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기술 패권의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다. 한때 한국이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고 여겨졌던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같은 전략 산업에서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일부 분야에선 이미 역전도 현실화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 속도,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 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력 등에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앞서 나가는 사례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 K-테크의 균열...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뒤집히는 순간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일시적 부진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기술 개발의 속도, 산업 생태계의 구조, 국가 차원의 전략 투자 방식까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약화’라는 진단이 힘을 얻는다. 한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우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명확하다. “K-테크는 왜 흔들리고 있는가?” 기술 격차 역전의 배경을 구조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일은, 단순한 위기 인식을 넘어 향후 한국 기술 경쟁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 기술력 약화의 구조적 원인과 중국의 추격 메커니즘 한국 기술 경쟁력의 약화는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한국의 R&D 투자는 규모 면에서는 세계 상위권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단기 성과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신기술 창출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 미래 기술을 실험하고 실패를 감내할 여지가 부족한 구조 속에서 대기업은 기존 주력 기술의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신산업 개척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경향이 반복된다. 이공계 인재 생태계 역시 취약하다. 청년층의 이공계 기피,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 고급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기술 혁신의 ‘심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산업 전략과 중장기 로드맵 부재는 기술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스타트업·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사다리 역시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기술 혁신의 기반이 되는 인재·정책·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한국 기술력의 구조적 약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반도체·AI·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원재료–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은 한국 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중국은 해외 석학과 연구자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대학·연구소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며 인재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기술을 빠르게 실험하고 상용화하는 속도는 한국이 갖기 어려운 강점이다. 기술 개발–테스트–확산의 사이클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신기술의 시장 장악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추격 메커니즘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인재·시장 규모가 결합된 체계적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기술 격차 역전의 현실과 한국 기술 생태계의 경고등 중국의 기술 추격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역전’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태양광 모듈, 전기차 부품 등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급증해 한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일부 장비·소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이미 한국을 앞서거나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한국의 절대적 강점’으로 여겨졌던 분야들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술 생태계 전반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 기술 자립도가 낮아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약화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미국·중국 중심의 기술 블록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질 경우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기술 경쟁력 정체를 겪으며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례는 한국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늦어지고 산업 생태계가 경직되면, 한 번 무너진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한국 기술력의 구조적 약화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투자·인재·정책·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리며 나타난 복합적 위기다. 중국의 추격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략·인재·시장 규모가 결합된 체계적 메커니즘이라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진단하고, 기술 혁신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한국 기술 생태계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조적 전환을 시도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 ◇한국 기술력의 위기와 기회...산업·인재·정책 총체적 혁신 한국 기술력이 구조적 약화와 중국의 추격이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국가적 재설계다. 기술 패권 경쟁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한국이 다시 앞서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인재 생태계의 총체적 변화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권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10~20년 단위의 중장기 국가 기술 전략이 절실하다. 기술은 정치적 주기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반도체, AI, 바이오, 양자처럼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분야는 장기적 투자와 일관된 전략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기술 로드맵을 재정비하고, 전략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이공계 기피, 연구 인력 유출, 고급 인력 부족이 지속된다면 어떤 전략도 실행력을 갖기 어렵다. 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기업·정부가 함께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인력을 ‘양성’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가 한국에서 성장하고 머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인재가 모여야 기술이 쌓이고, 기술이 쌓여야 산업이 성장한다. R&D 투자 구조도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기업 중심·단기 성과 중심 투자 방식은 신기술 창출의 속도를 늦추고 혁신의 다양성을 제한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다양한 주체가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산업 전체의 기술 혁신 역량이 높아진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다. 미국·유럽·동남아 등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기술 동맹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 기술력은 위기이지만, 동시에 재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의 추격은 한국에게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기술 전략, 산업 구조, 인재 생태계가 함께 움직일 때 한국은 다시 한 번 세계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직시하는 용기와, 미래를 향해 구조를 다시 짜는 결단이다. 과기정통부의 중국과의 핵심 기술 격차에 대해 업계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추진한 이후 로봇·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등 첨단 제조업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한국을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산업은 R&D, 공급망, 생산, 서비스, 시장 경쟁력 등 대부분의 밸류체인에서 중국이 우위를 보였고, 일부 품목은 이미 목표 국산화율을 넘어섰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이 메모리 경쟁력을 기반으로 장비 조달과 글로벌 수요에서 강세를 유지했다. 로봇 분야에서는 제품 개발·설계 역량은 한국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가격경쟁력, AI 기반 신시장 장악력, 공급망 내재화가 한국 산업의 공통 위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한국이 소부장 기술력과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EU 등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과의 상호의존 구조 속에서 단순한 초격차 전략을 넘어, 중국의 기술·생산·데이터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AI·제조업 전반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한국과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국이 대규모 예산 투자와 방대한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경쟁할 수준에 도달했고, 에너지 생산력과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까지 더해지며 기술 자립과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한국이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지만, 로봇·전기차 등 다수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질적·양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이 원가 경쟁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만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M.AX 얼라이언스와 피지컬 AI 투자처럼 속도감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획득할 수 있는 ‘글로벌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FDA는 총 46개 신약을 승인했지만 이중 한국에서 개발한 의약품은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차바이오텍의 계열사인 CMG제약이 지난해 4월 16일 조현병 치료제 ‘메조피(Mezofy)’를 개량신약으로 시판 허가를 획득한 것이 성과로 남는다. 메조피는 개량신약으로는 국내에서 네 번째로 FDA의 문턱을 넘었다. 이에 앞선 지난 2024년 8월 20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약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단독이 아닌 병용 요법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앞서 J&J에 기술수출 한 건으로 처방에 의한 유한양행의 매출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다만 계약에 따른 로열티 등을 통해 수익을 가져오는 구조다.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는 혁신신약(First-in-class)으로 FDA의 승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의약품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로 신규 화학물질(NME) 신약으로 FDA를 획득했다. 이 경우에는 처방에 따른 매출이 SK바이오팜으로 유입된다. 업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은 총 9건으로 집계된다. 유한양행의 ‘렉라자’, CMG제약 ‘메조피’,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를 비롯해 △한미약품 '롤론티스'(2022년) △셀트리온 '짐펜트라'(2023년) △GC녹십자 '알리글로'(2023년) 등이 FDA 문턱을 넘었다. 올해 FDA 승인에 도전하는 의약품은 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다. 앞서 두 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올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HK이노엔은 지난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FDA에 제출했다. 케이캡은 국산 제30호 신약으로, 미국 환자 2000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기존 1차 치료제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대비 임상적 우월성을 보였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외에도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F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거나 승인 신청을 하며 미국 현지 임상시험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미약품의 차세대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7321' △종근당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항암 후보물질 'CKD-703' 등이 FDA의 IND 승인을 받았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넥스트큐어가 공동 개발 중인 ADC 기반 항암 후보물질 'LNCB74'은 지난해 1월 임상 1상에 돌입했고 같은 해 11월 고용량군 코호트 추가 승인을 받았다. 올해에는 파마리서치의 항암제 후보물질 'PRD-101',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ADC 'ABL206' 임상 1상 승인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3일 또 다른 이중항체 ADC 후보물질 ‘ABL209’에 대해서도 임상 1상 승인을 획득했다. ABL209는 EGFR 및 MUC1 표적 이중항체에 토포이소머레이스 I 억제제(Topoisomerase I inhibitor)를 결합한 물질로 상호 보완적인 두 항원을 동시에 표적해 EGFR 또는 MUC1 하나만을 표적으로 하는 경쟁 후보물질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 두 의약품의 미국 임상은 에이비엘바이오의 자회사인 네옥바이오가 맡는다. 이상훈 예이비엘바이오 대표는 “ABL206에 이어 ABL209의 임상 1상 IND까지 FDA 승인을 받으며 차세대 ADC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네옥바이오는 이미 ADC 개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임상 준비를 마친 상태다. 글로벌 인지도를 갖춘 전문가들인 만큼, 곧 시작될 ABL206과 ABL209의 임상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1조 블록버스터 향한 '항해' 지속 앞서 FDA 승인을 획득한 국산 의약품들이 점차 매출을 늘려가며 글로벌블록버스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SC) 제형 ‘짐펜트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짐펜트라는 2023년 FDA 승인을 획득하고 2024년 3월 미국에 출시했다. 이후 월평균 30% 이상 처방 성장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2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램시마로 2024년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바 있다. 램시마는 지난해 글로벌 전역에서 약 1조4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타이틀을 2년 연속 유지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 주요 5개국인 영국에서 62%, 스페인 49%, 독일 48% 등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아일랜드 75%, 오스트리아 64%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괄목할 만한 점유율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램시마SC)가 두 번째 글로벌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2년 연속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램시마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로서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선보이게 될 액상 제형이 출시 전부터 유럽 의료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시장 안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올해는 램시마에 이어 고속 성장 중인 램시마SC가 ‘국내 2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글로벌 전역에서 마케팅 영업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 FDA 승인을 받은 의약품들도 매출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신약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오며 지난해 매출 630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약 44% 성장한 수치다. GC녹십자의 정맥주사형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도 지난해 미국 매출 1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지기보다 왕실과 소수 특권층, 군부, 그리고 정권과 가까운 기업들에 집중되었다. 겉으로는 국가가 부유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아래에서는 불평등과 인플레이션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다. 여기에 전통 상인 계층인 ‘바자리’는 이란 경제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상인 공동체였지만, 왕실 중심의 경제 정책 속에서 점차 주변으로 밀려났다. 서구식 대기업과 국가 주도의 경제 구조는 그들의 기반을 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이들은 종교 세력과 결합해 정치적 반대 세력의 핵심이 되었다. 결국 겉으로는 화려했던 경제 성장의 이면에서 쌓인 불만이 폭발했다. 그 결과가 1979년의 이란 혁명이었다. 혁명은 왕정을 무너뜨리고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신정 체제를 탄생하게 하였다. 그러나 혁명 이후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혁명 직후의 혼란,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그리고 장기간의 국제 제재는 이란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석유 의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정치적 긴장과 폐쇄적 경제 구조는 산업 다변화를 가로막았다. 혁명 47주년, 그러나 이란 경제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청년 실업, 그리고 국제 고립이라는 삼중의 압박 속에서 전쟁까지 치르게 되었다. 석유는 여전히 풍부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는 못했다. 전후의 이란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혁명의 배경이 되었던 불평등과 소외를 해소할 포용적 경제 구조를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국제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미 스탠포드 대학교 이란학 연구소의 「아바스 밀라니」 소장은 오늘(5일)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기고문에서 ‘1979년 이란 혁명은 사실상 혁명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교묘하게 꾸민 속임수였다. 이란 국민은 근대 시민의식과 사회 계약이라는 이념에 기반한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 자유, 독립, 그리고 성직자 통치가 없는 이슬람 공화국을 원했다. 그러나 호메이니는 이란 국민과 서방 열강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말만 앞세우고 결국 반혁명을 주도했다’라고 썼다. 그래서 달라진 게 오늘의 이란일까? 강남의 테헤란로는 70년대 중동 건설 붐과 석유 경제의 힘을 배경으로 우리나라가 그 지역과 교류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의미를 담아서 만든 도로명이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란에 가서 돈을 벌어 왔다. 이란이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이란이 석유에 의존하다 그 취약성이 드러난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나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다. 더구나 수만 명의 시위대가 사망하는 것을 본 국민들이 지금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현 체제를 인정하는 건 아니라, 는 점이다. 침묵은 때로 폭풍 전의 고요일 수 있다. 이란의 굴곡진 역사는 국가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권력이 오래가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교통 정리'가 안갯 속에 있는 가운데, 오늘(5일) 정청래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 만났다. 두 사람은 국회 당 대표실에서 40여 분간 비공개 환담했다. 권향엽 대변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복당 결정이 있었기에 한 번 같이 뵙는 것이었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덕담을 나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참 고생 많으셨고, 억울함 등 마음고생도 많았을 텐데 해소돼서 다행이다"이라며 "복당을 환영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민주당 깃발 아래 합심해 정부의 성공을 함께 잘 뒷받침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송 전 대표는 "당을 잘 이끌어 주고 있고, 복당까지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이번 지방선거의 필승을 위해 뜻을 모아가자“고 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송 전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지며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계양을 보궐선거는 김 전 대변인이 일찍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송 전 대표가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두 사람은 이달 초 잇달아 계양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권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특별하게 어떤 지역에 출마하겠다거나 특정인에 대한 대화는 없었으며, 송 전 대표는 누차 (공천에 대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 20일까지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시간 계획을 두고 공천을 진행 중이니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정리가 되면 자연스럽게 보궐선거 얘기도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6·3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의 경우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장관 김정관)는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에너지와 공급망, 무역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해 5일 오후 3시부로 원유와 가스를 대상으로 ‘관심’ 단계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운영되며,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과 국민 생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산업부는 지난달 28일 중동 상황 발생 이후 장·차관 주재로 세 차례에 걸쳐 ‘중동 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었으며, 기존 긴급대책반을 이달 3일 ‘중동 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해 일일 단위 점검 체계를 가동해 왔다. 점검 결과 현재까지 국내 에너지·자원 수급에는 직접적인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법정 비축의무량을 상회하는 비축 물량과 도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단기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동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관심’ 단계 경보 발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산업부는 상황 발생 이후 매일 자원산업정책관 주재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위기 경보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해 왔다. 회의에서는 △중동 주요 산유국·가스 생산국의 정세 불안 지속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른 운송 차질 우려 △사태 발생 이후 10% 이상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 △원유 도입 차질 가능성 등 ‘국가자원안보 확보를 위한 고시’에 명시된 ‘관심’ 단계 발령 기준이 충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미 대응본부 운영, 유가·유조선 운항 모니터링 등 ‘관심’ 단계 이상의 조치를 취해 왔으나, 국민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위기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경보 발령에 따라 정부는 원유 분야에서 추가 물량 확보와 비축유 방출 준비, 석유 유통시장 단속 강화 등 대비 태세를 강화한다. 특히 이달 9일부터는 가짜 석유, 정량 미달 등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행해 시장 질서 확립에 나설 계획이다. 또 부당한 폭리 행위를 막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단속도 강화한다. 현재에서 상황이 더 악화돼 ‘주의’ 단계로 격상될 경우를 대비한 준비도 병행된다. 해외 생산분 도입 확대, 국제공동비축 구매권 행사 등을 통한 추가 물량 확보 방안과 함께, 비축유 이송 및 업계별 배정 기준 등 세부 방출 계획도 사전에 마련할 예정이다. 가스 분야에서는 카타르산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포트폴리오 기업을 활용한 현물 구매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자가소비용 직수입사의 잉여 물량을 국내 수급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며, 필요 시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LNG 사업에서 확보한 추가 물량을 국내 우선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사태의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추겠다”며 “국민의 부담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 수급과 실물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의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고, 에너지 수급과 경제·산업 분야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주식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로 인해 국내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돌파한 것을 언급한 후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서 매점매석이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며 "유류 종별로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을 취해보겠다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아침, 점심, 저녁에 가격이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중동 지역 현지 교민의 안전 문제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철수 계획을 이중, 삼중으로 치밀하게 준비해 달라”며 “필요하면 우방 간 공조도 하고, 군용기·전세기·육로 교통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고 당부했다. ◇ 사법 3법 국무회의 문턱 넘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과 지방자치법, 형법·법원조직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공포안·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은 새로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국가의 재정 지원과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방자치법엔 통합특별시 설치의 법적 근거와 부시장의 정수를 4명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왜곡죄(형법개정안)는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청구 대상에 포함해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헌재에서 재판의 위헌성 여부를 한 차례 더 다툴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법은 법 공포 직후 시행된다.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현행 14명인 대법관 수를 3년간 매년 4명씩 순차적으로 늘려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행은 법 공포 후 2년 후인 2028년부터다.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
2026-03-0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
서울에서 식품 제조업체 창업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은 소스 공장 하나를 차리려 해도 설비 비용, 임차료, 위생 설비, 냉장·냉동 시설, 포장라인 구축, HACCP 인증 비용까지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 비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더하면 청년이나 소규모 창업자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브랜드는 서울에, 제조는 지방에서’라는 이원적 구조를 선택한다. 당연히 서울은 마케팅과 유통의 도시가 되고, 제조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재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K-푸드 수출은 1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 김, 김치, 소스류, 과일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매우 낮다. ◇ 스마트공장의 필요성 국내 식품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2.3%에 불과하다.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품산업은 여전히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
2026-02-24 편집국 기자
1년 전, 우리의 무심한 일상을 흔들었던 계엄령 포고를 듣고 분노하면서 늦은 시간 각지에서 달려가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계엄은 헌법 절차를 통해 해제되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적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계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악의 평범함을 떠올린다. 새로운 입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던 자들의 수많은 조작과 위증이 특검을 통해 어느 정 도는 사실에 근거한 퍼즐로 맞춰지면서 임무에 종사했던 각 분야의 권력자들과 군인,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를 위한 방어 전략에 목숨을 건 듯했다. 불법 계엄 파동이후 국가 경제는 휘청거렸고 서민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평범한 악행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이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사이비 신념 △음모론의 확장 △확증편향의 선동과 억지 주장 등등의 부조리한 사태는 최소한의 이해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국정 책임자인 장관이라는 자는 법정에 나와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
2026-02-23 편집국 기자
근대철학의 이단아인 스피노자(1632~1677)는 23살 때 ‘신을 다르게 이해한다’는 이유로 암스테르담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을 당했다. 그는 이에 대항하지 않고 조용히 현미경과 망원경용 유리 렌즈를 갈아 만드는 일을 하며 철학 연구에 전념했는데 아쉽게도 1677년 2월 21일 44살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작 《에티카》는 그가 죽은 뒤 친구들이 원고를 정리해 출판한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나는 바뤼흐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우주의 조화로운 법칙을 경외했던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우주가 수학적 질서 속에서 필연적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이성으로 이해할 때 전 세계를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실제로 그는 평생 스피노자를 존경했다. 물리학의 거인이 스피노자를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는데 우리 가운데 과연 철학자를 마음에 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근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를 말하는 노자의 도덕경에 마음이 끌리고 있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뒤처지는 철학이 아닐까 싶어 선뜻 마음에 품지 못하
2026-02-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규정짓는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특징이나 꼬리 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리는 항상 움직인다. 집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사람들이 모인 회당에서는 내 성적일 수도 있고, 강세장에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주식 투 자자가 약세장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할 수도 있다. 행동은 ‘만약 ~라면 ~일 것이다’라는 조건문과 같은 맥락에 더 가깝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이런 생각의 흐름과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상황이면 전혀 다른 생각의 흐름과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범주들이 오히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으리라. 우리는 정신 활동을 지각, 추론, 감정, 욕망, 행동과 같은 범주로 나눈다. 이는 뇌의 모듈식 구 조와 잘 맞아떨어진다. 시각은 머리 뒤쪽에서, 추론은 앞 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소용돌이의 집합체로 바라보면, 이 모든 다양한 정신 활동이 하나의 전체적인 과정의 일부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은 여러분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분이 보는 것도 여러분의 느낌에 영향을 미친다
2026-02-21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