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언제나 멀리서 시작되지만, 그 파장은 늘 가장 일상적인 생활에 미친다. 미국과 이스라엘 대 이란의 중동 전쟁이 한 달을 넘어가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비료와 면세유에 이어 농자재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석유화학의 핵심 소재인 나프타의 경우, 한 달 만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하는 물질이다. 플라스틱, 비닐(필름) 제품 소재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등에 필수로 들어간다. 영농철을 앞둔 농민들에게 전쟁은 더 이상 뉴스 속의 사건이 아니다. 영농 비용으로, 생계의 무게로 떨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망 자체의 취약성이다. 세계 석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자, 이를 우회할 대안들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얀부항 확장을 통해 홍해로의 수출을 늘리고, 한때 폐쇄됐던 트랜스아라비아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북쪽으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합산-푸자이라 파이프라인을 통해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는 출구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경로는 ‘부분적 대안’일 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대규모 유조선 운항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세계는 다시 새로운 생산지로 눈을 돌릴 것이다. 남미의 가이아나, 수리남,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미개발 유전 지대, 그리고 러시아, 북극권, 아프리카, 북미의 신규 생산 가능 지역들이 다시 ‘기회의 땅’으로 호출되리라. 공급망 다변화라는 이름 아래, 세계는 더 깊이, 더 멀리 석유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언제나 ‘더 많은 석유’를 전제로만 해법을 찾으려 하는가? 석유가 흔들리면 다른 산유지를 찾고, 해협이 막히면 다른 항로를 뚫는 방식의 대응은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할 뿐이다. 과연 우리는 석유 없이 살 수 없는가? 물론 당장 모든 것을 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선택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하우스, 농기계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농업은 석유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석유의 공급망에 이상이 생기면 전방위로 가격이 오른다. 이는 곧 식량 가격으로 이어져 식량안보에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석유에 덜 의존하는 농업, 즉 생태농업이나 순환농업은 왜 더 주목받지 못하는가를 말이다. 한가한 소리라고? 필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자연의 순환을 활용하고, 외부 투입을 줄이는 방식은 단순히 ‘친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위기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쟁이 나도 가격이 흔들리지 않는 농업,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식량안보가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일상의 선택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여전히 자동차에만 의존하는가? 짧은 거리조차 기름을 태우며 이동하는 생활방식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한 대는 그 모든 구조에서 벗어나는 가장 단순하고도 강력한 선택이다. 최근 필자는 한 지인으로부터 ‘일본은 자동차보다 자전거, 한국과 일본 출근기’를 비교한 영상을 받아봤다.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건널목도 보였다. 일본의 많은 도로가 자전거 타는 사람을 배려해 안전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석유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는 위기의 시대에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어째서 우리나라 도심의 자전거 도로는 일본과 다르게 안전하지도 않고 관리도 안 되는 것일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석유가 없어도 살 수는 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그러나 물과 식량이 없으면 생존이 흔들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석유의 공급망에만 집착한다. 식량의 자립과 지속가능성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면서 말이다. 전쟁은 우리에게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 위기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에 의존하며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민낯이다. 이제는 ‘어디서 더 가져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 의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국제 LNG 가격·운임 동반 상승 - 美·加·호주·모잠비크로 수입선 다변화...중동 의존도 낮춰 - 하절기 수요 감소로 단기 물량 안정...“문제는 결국 가격” 한국가스공사가 중동 정세 불안 속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을 일정 수준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가스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의 본질적 리스크가 ‘물량’이 아니라 ‘가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국제 가격과 운임 상승이 국내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에너지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LNG 시장에서는 가격과 선박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그 영향권에 들어선 상황이다. 가격 상승 압력은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최근 MMBtu당 25달러 수준까지 오르며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이후 불과 한 달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LNG선 운임 역시 40% 이상 급등하면서 원료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까지 도입 단가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 중동 의존 낮추고 공급망 재편...“LNG 도입 단가가 핵심 변수” 지난 27일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지속해왔다며 최근 제기된 LNG 국내 수급 불안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 결과 중동산 LNG 비중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미국·캐나다·호주 등 북미와 오세아니아 중심으로 공급 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이다. 일본 발전 공기업 JERA와의 물량 교환 협약, 호주 프리루드(Prelude) 사업과 캐나다 LNG 프로젝트 등 해외 지분 투자도 병행되며 위기 대응 여력은 강화되고 있다.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등 신규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확보 가능한 지분 물량 역시 연간 50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가별 장기계약 도입 단가는 공개되지 않지만, 국내 지표와 국제 가격 흐름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가 LNG 비용 구조에 상당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2026년 3월 기준 발전용 천연가스 원료비는 1만3731원/GJ 수준으로, 유가와 환율에 따라 매월 조정되는 구조다. 수급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비축 의무량을 상회하는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장기계약 기반 공급 구조를 통해 추가 물량 확보 여지도 갖고 있다. 원유·가스업계 관계자는 “LNG는 발전용과 도시가스로 나뉘는데, 발전용은 원전·석탄 등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하고, 도시가스 역시 계절적 수요 구조를 갖는다”며 “하절기에는 소비가 감소해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변수는 가격이다. 특히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 등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LNG 가격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경로로, 봉쇄나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격 급등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북미 등 신규 공급선은 운송 거리가 길고 액화·운송 비용이 반영되면서 도입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운임 상승까지 더해지며 ‘비용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결국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가격 경쟁력이 일부 희생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LNG의 구조적 한계...가격 변동성 상수화 LNG 시장의 구조적 특성 역시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LNG는 생산설비와 액화·운송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산업으로,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 가격이 급등한 뒤 다시 안정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시장 자체가 구조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중동 리스크가 재부각된 현 시점에서 가스공사가 직면한 과제는 ‘공급 안정성과 가격 부담 사이의 균형’으로 요약된다. 수입선 다변화로 물량 리스크는 완화됐지만, 국제 가격 상승이 국내 비용으로 전이되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안정 관리,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 흡수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LNG 도입 전략과 계약 구조, 요금 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 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가스 시장 중개인 석호길 씨는 “현재 LNG 시장은 절대적인 물량 부족보다 가격 급등과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국면”이라며 “한국가스공사는 장기계약과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수급 공백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카타르 등 중동 물량은 유가 연동 구조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유가 상승 시 가격이 뒤따라 오르고, 미국산 LNG는 가스 가격에 액화·운송비가 더해지는 구조”라며 “현재 한국의 평균 도입 가격은 MMBtu당 9~1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에는 미국 LNG 장기계약 확대, 호주·동남아 등 비중동 공급선 유지, 비축 확대 등을 추진하고, 원전·석탄 등을 중심으로 한 발전 믹스 조정을 통해 가격과 공급을 동시에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회는 31일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국회 법사위·행안위·복지위 위원장직에 4선의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선출했다. 또 행정안전위원장에는 3선의 권칠승 의원을, 보건복지위원장에는 3선 소병훈 의원을 선출했다. 이날 투표는 전자 무기명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세 자리 모두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채워졌다. 이번 보궐선거로 선출된 위원장들의 임기는 22대 국회 전반기가 끝나는 5월 말까지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임기는 2년이지만, 보선으로 선출된 경우 전임자의 남은 기간만 맡게 된다. 이날 법사위원장 선출 직후 서영교 의원은 “검찰개혁을 시작했는데 언론·사법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법안을 제대로 통과시켜 이재명 정부 성공과 국민의 평안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칠승 의원도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비롯한 수사 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보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형사사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행정통합과 지방행정 혁신 역시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소병훈 의원 역시 “보건과 복지는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 책무로 그 어떤 정책보다 현장에서 체감돼야 한다”며 “짧은 임기지만 책임감을 갖고 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각오을 밝혔다.
노동절인 5월 1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휴일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199명 중 찬성 194명 반대 2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법안이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올해 5월 1일 노동절부터 법정공휴일이 된다. 그동안 노동절은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휴일로 민간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공무원과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그간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동절도 법정 공휴일에 포함되면서 공무원과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쉴 수 있게 됐다. 주말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도 적용될 수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대치로 하겠다"며 총력전 의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선거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만큼, 매일 긴장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뛰고 있다"며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종횡무진 뛰고 있다. 대통령과 비견할 일은 아니지만 저는 6월 3일 오후 6시 지방선거 출구 조사가 발표되는 그 순간만을 생각하고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4무(無)·4강(强) 공천' 원칙을 강조하며, 억울한 컷오프가 없는 투명한 과정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전국 선거이자 승리해야 할 중요한 시험대로 규정하며 당의 얼굴인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민생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부분이 기름값이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해 10조1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3월 초에 리터당 약 1840원이었던 보통휘발유는 3월 말에 약 1900원으로 리터당 60원이 상승했다. 경유도 같은 기간 리터당 약 1830원에서 1860원으로 30원이 뛰었으며, 고급휘발유는 50원이 올랐다. 정부가 이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가 31일 국무회의에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총 26조2000억원 규모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민생과 기업·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발굴·반영했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국민의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지원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 등 9조7000억원 △국채상환 1조원으로 구성된다. 중동전쟁으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민생 안정과 피해기업·산업 지원에 더해 이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신산업 전환 사업도 포함했다. 또 항공업계에서는 내일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권에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최근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의 운영비 부담이 커졌고, 이를 항공권 가격에 반영하는 조치다. 항공사별로 부과 금액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국제선의 경우 노선 거리와 유가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특히 장거리 노선에서는 수만 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선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이지만, 항공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따라 매월 조정되는 항목으로, 이번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행객들은 항공권 예약 시 기본 운임 외에 유류할증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전체 여행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의 이번 추경 예산의 재원은 증시 및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 기금 여유재원 1조원으로 조달했으며, 초과세수의 일부를 국채 상환에 활용해 국채 및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정부는 의결된 추경예산안을 31일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에는 수십 년, 적게는 수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묵묵히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고 지켜온 현장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사업이 ‘공모’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 1월에 제출하고 2월에 심사하는 데 올해는 2월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심사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되어야 할 시점인데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꼴이다. 이 공모 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윤병태 시장과 이 예산을 승인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사업은 원래 전년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며 다음 해로 이어가는 연속과 지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당해 연도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공모 방식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공모는 공정하다”고 하면 그만인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와 어제 심은 모종에게 똑같은 물을 주고 “같이 대했으니 공정하다니. 이런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 기계적 평등일 뿐이다.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부정하는 행정은 기록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시간을 다시 ‘0’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연속성
2026-03-31 편집국 기자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 속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예고 없이 위축되고 원가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압력은 특정 기업만 비켜 가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어떤 조직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조직은 작은 충격에도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 되며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변화의 강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방식은 조직이 설계한 체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밖에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안에서 결정된다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내부 구조가 취약할 때 균열이 확대된다. 결국 조 직이 흔들릴 때 점검해야 할 것은 외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무엇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2026-03-21 편집국 기자
얼마 전 필자가 듣는 고전강독 시간에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팔순의 훈장은 자신의 집에 쥐가 들어와 겁을 먹은 아내가 주방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거였다. 방역업체까지 불렀지만 정작 쥐는 잡지 못하고, 쥐구멍 두 개를 막는 데 출장비만 2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80대 중반의 수강생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군 오징어 미끼로 쥐덫을 놓아보세요” 그 한마디에 교실은 금세 어린 시절 이야기로 번졌다. 천장에서 쥐들이 밤마다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는 비료 포대로 천장을 막아 쥐를 몰아 잡았고, 또 누구는 쥐꼬리를 묶어 학교에 가져가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쥐는 그저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식량을 축내는 ‘적’이었다. 그 시절의 농촌은 쥐와의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쥐보다 더 큰 문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omb』의 저자로 유명한 미 스탠포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폴 R 얼리치(Paul R. Ehrlich)가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기사를 전했다. 그는 인구 폭증이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던 생태학자였다.
2026-03-19 윤영무 본부장 기자
핵가족시대, 우리 사회는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 느린 학습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들을 여전히 ‘예비범죄자’로 치부하거나, ‘홀로 설 수없는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웃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고유성과 상황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지는 지역사회공간이 주어질 때 비로서 이들에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졌다. 소규모의 집단주거공간을 기반으로 공동비지니스를 개발하며, 지역 주민과 어우러져 사는 마을은 만들 수 없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서귀포 상효동 농장에서 시작했다. ◇5천평 귤밭에 분양된 500그루의 희망 3월 26일 오후 2시부터 서귀포시 상효동의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열리는 가족축제는 그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축제 당일에 제주트립티팜 농장에서 음악이 곁들인 작은 기념식을 하려고 한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기꺼이 귤나무 분양에 동참해주신 분들, 현재 치료에 전념하느라 마음으로 함께 하며 뜻하는 선한 일이 이루어지
2026-03-16 편집국 기자
오늘(3월 13일) 자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더블린 펍 투어,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아요, A Dublin pub crawl, but hold the booze」라는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더블린은 아일랜드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많은 문학가가 배출된 도시로 유명한 데다 활기찬 펍 문화와 전통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와 취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니 무슨 까닭일까? 기사를 읽고서 알겠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건강과 음주 습관을 둘러싼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술을 덜 마시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바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분위기를 즐긴다. 결국 술이 중심이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과 분위기 중심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술은 “마실 줄 아는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소주병이 줄지어 서야 친분이 쌓였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통했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술을 꽤 마시던 축에 속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
2026-03-16 김소영 기자
마일스톤(Milestone)이라는 용어는 원래 도로에서 목표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돌로 된 이정표를 뜻하는 합성어(Mile+Stone)이다. 프로젝트 또는 기업의 경영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단계나 사건을 의미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군대나 여행자가 이동 거리를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기 위해 1마일마다 돌로 된 표지판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날 벤처투자에서는 이 개념이 확장되어 ‘지금 이 회사는 어디까지 왔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성장 단계의 기준점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마일스톤이란, 스타트업이 일정 기간 안에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단계별 목표를 의 미하는 개념으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적자가 지속되고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을 하고 있다. 투자자는 투자 대상을 검토할 때 그 회사가 ‘현재 돈을 벌고 있는가’ 보다는 ‘이 회사가 제대로 성장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는가, 또는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더 중요시한다. 즉, 막연한 비전보다는 단계 별로 검증된 성과제시에 관심이 있다. 이를 보
2026-03-15 편집국 기자
최근 국내에서 미술관·박물관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박물관은 이미 관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로 역할하여 왔다. The Art Newspaper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순위 1위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874만명), 2위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683만명), 3위는 영국의 대영박물관(648만명)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박물관이면서 방문객 수 상위에 위치한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여행사 근무 이후, 필자는 지금까지 파리 방문에서 루브르박물관을 대략 10~20회 방문 했을 것이다. 그만큼 파리 투어에서 루브르박물관은 필수 코스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유럽의 대표적인 미술관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고야의 옷 입은 마하 등을 소장한 스페인의 프라도미술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카라바조의 메두사의 머리 등을 소장한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크림트의 키스를 감상할 수 있는 벨베데레 궁전 오스트리아 미술관 등 인지도가 높은 곳이 많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 라테스의 죽음과 빈센트 반 고흐의 싸이프러스 나무 등을 볼 수 있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유명하다. 프
2026-03-14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