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익숙한 말들이 되풀이된다. “국비를 얼마 끌어오겠다.” “대형 개발사업을 유치하겠다.” “도로를 놓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 한때는 이런 약속이 통했다. 길이 나면 사람이 오고, 공장이 들어서면 도시가 커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며, 빈집은 늘어난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세워도 그 안을 채울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개발과 성장 중심의 공식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제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대책은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누가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는 예산을 많이 따오는 단체장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오는 단체장이 만들 것이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현장을 아는 실무자, 새로운 감각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서 성공한 요식업 창업자나 은퇴를 앞둔 외식 전문가를 설득해 지방에서 식당을 열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 한 사람의 유입은 단순히 가게 하나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역 식재료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음식문화를 바꾸는 씨앗이 된다. 사람들이 “그 집 한번 가보자”며 외지에서 찾아오면 관광도 살아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지역 식당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존 식당도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서로 경쟁해서 이겨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숙박업도 마찬가지다. 낡은 모텔과 펜션만으로는 여행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다. 특급호텔 출신 운영 전문가, 공간 기획자, 서비스 교육 전문가를 영입해 지역 숙박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깨끗한 침구와 친절한 응대,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 하나가 도시와 지역의 이미지를 확 바꾼다. 어디 그뿐일까? 농업도, 문화도, 교육도 마찬가지다. 흙과 물의 전문가, 스마트팜 전문가, 콘텐츠 제작자, 축제 기획자, 영어 교육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등 만 2천여 가지가 넘는 직업군 출신의 전문가를 ‘프로구단 선수 영입하듯’ 데려올 수 있어야 한다. 지방도 이제는 지역 인맥이나 아마추어 운영으로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절실한 것은 로컬 스토리텔러다. 지역에는 보석 같은 기업과 상품이 많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사라진다. 작은 양조장, 전통 식품회사, 장인의 공방,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홍보 부족으로 고전한다. 이들에게 이야기와 브랜드를 입히고 영상과 온라인으로 연결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역의 숨은 가치를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일, 그것이 미래 지방정부의 핵심 행정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지방은 국내 경쟁만 해서는 안 된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고, 해외 소비자가 지역 상품을 주문하며, 외국 청년이 머물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방이 상대해야 할 지역은 서울만이 아니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와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다. 예산 얼마를 가져오겠다는 말 말고, 누구를 데려오겠다는 비전이 있는가? 무엇을 짓겠다는 약속 말고, 어떤 사람과 어떤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는가? 유권자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이번 선거만큼은 도로 몇 킬로미터, 건물 몇 층짜리 공약보다 사람과 콘텐츠, 산업과 문화의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국내외 전문가를 영입할 비전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더 많은 콘크리트가 아니다. 더 뛰어난 사람, 더 새로운 생각,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하게 하는 프로페셔널-전문 인력을 얼마나 우리 고장에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여야를 떠나 예산 유치 자랑의 시대를 끝내고, 인재 영입을 위해 전국으로 전 세계로 뛰어다닐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자. 그래야 지역경제가 사는 지방 번영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 ‘속도전’ vs ‘자율성 침해’...정부·농협 정면충돌 - 감사위 신설·직선제 도입 핵심 쟁점 부상...농민 실익 어디로 정부가 강도 높은 농협 개혁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농협은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집회를 열며 연일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내 1차 개혁 방안을 확정하고 2차 개혁에도 나서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농협 측은 지난 28일 국회 앞에서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500여명(주최측 추산)이 ‘농협 자율성 수호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 중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치 감독 즉각 중단 △법적 안정성 해치는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를 통한 협동조합 정체성 수호 △비효율적 감사 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변경 시도 중단 등 5개 사항을 요구했다.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전국 조합장들과 2만여 농민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고 충분한 논의 없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 추진을 중단하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절차적 정당성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비대위는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농민의 실익에 악영항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협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통제는 결국 농업인 지원 사업의 축소와 농가 경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농식품부 “관리·감독 강화는 자율성 훼손 아냐” 이에 앞서 지난 2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조합원과 국민 대다수가 농협 개혁에 찬성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농협 개혁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94.5%, 일반 국민 95.1%가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농협감사위원회 설치는 조합원 85.8%, 일반 국민 95.3%, 농식품부의 지주·자회사 감독권 강화는 조합원 67.5%, 일반 국민 85.0%가 찬성했다. 조합의 정보공개 청구권을 조합원 1인 청구로 완화하는 방안에도 조합원 68.9%, 일반 국민 79.9%가 찬성했다. 농협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는 회장·조합장 등 임직원 비위 문제, 조합장이 중심이 된 운영구조,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 문제 등이 주로 꼽혔다. 다만 직선제 도입에 따른 선거비용 증가와 회장 권한 집중, 농협감사위원회 설치에 따른 정부 영향력 강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농식품부는 농협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자율성 훼손이 아니라 견제 기능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로 회장 권한이 강화되더라도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 투명성을 확대함으로써 권력 집중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개선 방안을 5월 내 확정하고 후속 논의를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 조합 규모화 등 농협 본연의 역할 회복을 위한 2단계 개혁안을 6월 중 마련할 방침이다. ◇ 농협, 일방적 추진 불만...농민 실질 도움 방안도 논의해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농협의 개혁을 꾸준히 주장해 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농협 개혁은 농민을 위한, 공공성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이 돼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농협중앙회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며 “이는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장치와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가 무관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 수사 의뢰하고 96건의 위법 의심 정황을 적발했다. 이 결과에 대해 농협은 자체적으로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한 농협개혁위원회를 신설해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외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 강경한 방안을 수립하자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강경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농협은 현행 존재하는 내부 감사 기능을 없애고 외부 인사 중심의 농협 감사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방안은 농협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실질적인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감독기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농협중앙회 간부가 1심에서 유죄 선고 시 직무정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회계장부 열람 요건의 과도한 완화는 무분별한 정보공개 청구로 이어져 조직의 행정력을 마비시키고 선거 등에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농협은 농민의 실익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교집비와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교육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외부에서 보기에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행 중앙회장 선거제도를 조합장 직선제에서 조합원 직선제로 바꿀 경우 선거 예산만 19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는 게 농협 측 주장이다. 농협 감사위원회 신설 자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농협 한 관계자는 “우리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혁안을 도출하자는 것인데, 6.3 지방선거를 시한으로 두고 급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항들은 아무것도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187만 농민 중인 중앙회 역할 필요 정부 특별감사를 통해 드러난 농협중앙회 회장 및 간부들, 조합장 등의 위법 행위는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농협 내부에서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감하고 자체적인 자정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 같은 농협의 비리는 오랫동안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자체적인 감사기구를 만들더라도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적절한 관리·감독 기능 강화와 비위 근절을 위한 투명성 강화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의 목소리다. 현재 농협 조합원이라는 A씨와 B씨는 “농협법 개정안이라든지 현재 농협에서 무슨 집회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언론 등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면 농협 개혁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농협의 반대 행동은 조합장 위주로 진행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 농협 조합장 약 1100여명 수준이고 조합원 수는 약 187만명으로 추산된다. 경실련은 “농협의 본질은 단순한 금융·유통 기업이 아니라 농민이 주인인 농업협동조합”이라며 “중앙회는 협동조합 본래의 정신과 가치를 중심에 두고 조합원의 권익증진을 위한 연합조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 비리 문제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외부 통제와 투명성 강화 필요성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개혁 속도와 방식, 그리고 농협의 자율성 보장 범위를 둘러싼 충돌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외식업 폐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문 닫은 식당들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식당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찾던 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배달 전문점까지 폐점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결과로 이해한다. 물론 소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 둔화가 외식업에 큰 부담을 준 것도 맞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 위기 먼저 농산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 농산물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3.3% 하락했고,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5.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으니 외식업의 식재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유황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의 비료 가격안정 지원예산은 농업계가 요구한 163~202억 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115억 2,000만 원에 그쳤다. 농가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는 이중 압박을 받는 셈이다. 이것이 단지 농가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생산비 부담 증가는 결국 소비자와 외식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당장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부담이 줄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유통 구조에서는 산지 가격 하락분이 소비자 가격이나 외식업체 구매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중간 유통 단계, 물류비, 저장비, 거래 수수료, 공급업체 마진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산지 가격은 떨어졌지만, 외식업자가 구매하는 식재료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가격 불안을 키운다는 점이다. 농가가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품질 관리는커녕 다음 작기에는 재배를 줄이거나, 일부 농가는 아예 생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는 듯해도 이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소비자는 현재 가격 하락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미래에는 가격 상승의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된다. 또한 최근의 농산물 가격 하락을 단순히 생산 과잉으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지금의 상황은 생산 증가, 가격 하락을 예상한 시장 참여자의 심리, 가계 소비 위축에 따른 외식 수요 감소, 특정 시기에 물량이 집중되는 공급 구조, 경매 중심·중앙집중형 유통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유류비, 비룟값, 비닐 가격 등 생산비 상승이 겹치면서 농업과 외식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조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 외식업체 폐점 원인 외식업체의 경영 부담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그 중심에는 명확하게 식재료비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외식업체의 영업비용 구조를 보면, 식재료비는 전체 비용의 4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인건비 33.9%, 임차료 8.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외식업을 흔히 노동집약형 업종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경영 구조를 살펴보면 외식업은 ‘식재료 가격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는 업’에 가깝다. 경영 애로 요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식재료비 상승을 부담으로 응답한 비율이 94.1%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경쟁 심화 86.9%, 임차료 상승 79.9%, 인건비 상승 76.3%로 나타났다. 즉 외식업체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경영 압박은 임대료나 인건비보다 식재료비 상승이다. 물론 임차료와 인건비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는 매일 구매해야 하고, 이의 가격 변동이 즉시 손익에 반영되며,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함께 증가하는 핵심 비용이다. 실제 경영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외식업체의 평균 매출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8.7%까지 하락하였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매출 증가보다 식재료비를 포함한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외식업 폐점 증가의 핵심 구조가 드러난다. 외식업체는 식재료비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이미 외식 가격을 비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점심 한 끼가 1만 원을 넘고, 소비자의 외식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음식 가격을 더 올리면 손님이 줄어든다. 반대로 가격을 유지하면 식재료비 상승분을 업주가 떠안아야 한다. 결국 외식업체는 가격을 더 올리기도 어렵고, 올리지 않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더구나 농산물 산지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외식업체의 구매가격이 즉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외식업체의 식재료 구매 경로를 보면, 개인 도매상 23.7%, 식자재 마트 21.5%, 프랜차이즈 본사 19.3%, 도매시장 9.6%로 나타난다. 직접 거래보다는 중간 유통업체를 통한 구매 비중이 높다. 특히 공급업체 의존도가 30.4%로 가장 높아, 외식업체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종속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결국 외식업 폐점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소비 위축에서 기인한 게 아니다. 산지 가격 하락이 외식업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식재료 가격 변동 위험이 외식업체에 그대로 전가되는 유통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외식업 위기는 식재료 조달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 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농수산물 수요에 대한 예측과 공급 방안이 사전에 설계되지 않으며, 또 유통 단계에서 이를 조정하기보다 특정 시점과 특정 공간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공급과 수요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격 전달의 단절 농산물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생산이 많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곳과 생산되는 곳, 필요한 시점과 출하되는 시점, 그리고 적정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핵심 문제다. 특히 현재 구조에서는 생산과 소비 사이에 ‘시간의 단절’과 ‘공간의 단절’이 동시에 존재한다. 생산은 계절과 작황에 따라 집중되는데, 소비는 일상적으로 분산되어 발생한다. 이 둘을 연결하는 유통이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의 유통 구조는 오히려 물량을 특정 시점에 집중시키고 가격 변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산지에서는 가격이 폭락하고, 외식업 현장에서는 식재료비 부담이 줄지 않는 ‘가격 전달의 단절’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결의 방향도 명확하다. 생산을 줄이거나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통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가격이 하락한 이후 비축과 할인으로 대응하는 사후 처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동일한 재정 투입을 반복하면서도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제는 가격이 무너지기 전에 수요를 사전에 확보하고, 거래를 안정시키며, 물류를 분산시키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권역 기반 유통 체계 여기서 필요한 핵심 전략이 바로 5극3특 지방시대에 걸맞은 권역 기반 유통 구조 형성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균형 정책이 아니라, 생산·소비·물류·거래를 권역 단위로 재구성하는 구조 개혁 전략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역에서 우선 소비되고, 부족한 부분만 권역 간에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이 줄어들고 유통 단계가 축소되며, 가격 형성 과정도 안정된다. 지금처럼 중앙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집중된 뒤 다시 전국으로 분산되는 구조에서는 유통 단계가 과도하게 늘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식업 분야에서는 계약 기반 거래가 매우 중요하다. 외식업은 하루 단위로 재료를 구매하지만, 메뉴 구성과 가격은 일정 기간 유지되어야 한다. 식재료 가격이 매일 변동하는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 정가・수의매매와 계약 거래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핵심 장치다. 동시에 시장도매인 같은 직거래 채널을 활성화하면 생산자와 외식업체 간의 직접 연결이 가능해지고,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면서 가격 전달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온라인도매시장 역시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구조 전환의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현재의 중앙집중형 온라인도매시장은 가격 정보와 데이터의 기준을 제공하는 정보데이터플랫폼으로 재편하고, 실제 온라인 거래는 권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이중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권역별 온라인도매시장이 구축되면 지역 내 생산자와 외식업, 소매 유통이 직접 연결되고, 수급 조정과 물류 효율화가 가능해지며, 거래 데이터 기반의 가격 안정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주체다. 지금까지의 유통정책은 생산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으며, 그 결과 거래 역시 공급 중심 구조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비자와 외식업, 소상공인을 기반으로 한 수요 중심 기관이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 수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관이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생산→판매’가 아니라 ‘수요→생산’ 구조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결국 외식업 폐점 문제는 경기 기복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생산–유통–소비가 분절된 구조에서 발생한 ‘가격 전달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산지 가격 하락이 외식업 원가 절감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가격 변동 위험이 외식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폐점 흐름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법은 명확하다. 공급을 억제하거나 사후적으로 가격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를 중심으로 거래를 설계하고 유통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권역 기반 유통 체계 구축, 정가・수의제 및 계약 거래 확대, 시장도매인 중심 직거래 활성화, 권역별 온라인도매시장과 공동물류 체계 구축은 모두 ‘가격 전달의 단절’을 해소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면 산지 가격은 안정적으로 농가에 전달되고, 외식업체는 예측 가능한 가격으로 식재료를 조달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유통비용은 축소된다. 특히 외식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비용인 식재료비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이는 곧 수익 구조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식업 폐점 감소는 단순한 지원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유통 구조 개혁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외식업자는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며,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을 누리는 구조가 형성될 때 비로소 ‘농업–외식–민생경제’가 동시에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이하 노조)는 노동절인 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 2011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다. 파업은 오는 5일 어린이날까지 지어질 예정이다. 다만 집회를 여는 방식 대신 연휴 기간에 따른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파업 돌입 하루 전인 4월 30일 존림 대표가 타운홀미팅을 열고 임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하며 인사제도의 공정성 강화, 인력 충원, 원활한 임단협 타결 등을 약속했지만 전면 파업을 막지 못 했다. 노조는 앞서 회사의 △‘일방적·시혜적 교섭 △핵심 의무 안건(격려금·유니온숍·상생기금) 고의 누락 △’패키지 미 제시‘와 안건 쪼개기’ △‘불법 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책임 장기와 일방적 인사제도 운영 등을 규탄했다. 임금 및 단체 협상에 서는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역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사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전면 파업이라도 법원이 지정한 3개 공정의 파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공정이 중단되면 의약품이 변질돼 의약품 폐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어느 한 공정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의약품이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 경우 품질 이상 여부와 관계 없이 생산물을 전량 폐기한다. 업계에서는 5일 이후 다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2주차에도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다섯째 주(26~30일) 전국 주요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리터당 4.8월 오른 2008.6원으로 집계됐다. 경유도 전주 대비 5.1월 상승한 20002.8원을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 급등분이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4차 석유 최고가격을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월, 등유 1530원으로 지난 2차, 3차 최고가격과 같게 동결했다. 국제 유가는 1일 기준 두바이유 112.20달러, 서부텍사스유 101.94달러, 브렌트유 108.17달러를 기록 중이다.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후보로 양향자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이로써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와 국민의힘 양향자 후보가 맞붙게 됐다. 박덕흠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어제(1일)까지 이틀간 당원 투표(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실시한 결과 양 최고위원이 이성배 전 MBC 아나운서, 함진규 전 의원을 꺾고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세워 이른바 ‘고졸 신화’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6년, 여성 인재로 더불어민주당으로 영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양 후보는 이날 후보 선출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에 “이제부터 포용과 화해의 넓은 품으로 당을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일부 극단주의 세력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구태와 과거를 넘어 민심의 바다로 당당하게 나와주길 바란다”며 “1400만 경기도민의 소득을 키우고, 31개 시군 각각에 맞는 첨단산업을 꽉꽉 채우며, 1억 고연봉 청년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선거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보수 야당에선 개혁신당 조응천 전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향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간 후보 단일화 여부가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개혁신당과 조 후보는 일단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최근 외식업 폐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문 닫은 식당들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식당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찾던 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배달 전문점까지 폐점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결과로 이해한다. 물론 소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 둔화가 외식업에 큰 부담을 준 것도 맞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 위기 먼저 농산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 농산물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3.3% 하락했고,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5.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으니 외식업의 식재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유황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
2026-05-02 편집국 기자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익숙한 말들이 되풀이된다. “국비를 얼마 끌어오겠다.” “대형 개발사업을 유치하겠다.” “도로를 놓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 한때는 이런 약속이 통했다. 길이 나면 사람이 오고, 공장이 들어서면 도시가 커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며, 빈집은 늘어난다.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세워도 그 안을 채울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개발과 성장 중심의 공식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제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대책은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무엇을 지을 것인가’보다 ‘누가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는 예산을 많이 따오는 단체장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오는 단체장이 만들 것이다.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현장을 아는 실무자, 새로운 감각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지역으로 끌어오는 도시가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에서 성공한 요식업 창업자나 은퇴를 앞둔 외식 전문가를 설득해 지방에서 식당을 열도록 지원할 수 있다. 그 한 사람의 유입은 단순히 가게 하나 늘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역 식재료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음식문화를 바
2026-05-0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케냐의 시웨(31살)가 1시간 59분 30초로 결승선 테이프를 끊었다. 인간 마라톤의 마지막 성역으로 여겼던 2시간의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니다. 42.195km의 두 시간 이내 주파는 오랫동안 인간 능력의 경계선처럼 여겨졌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로써 과학자들이 계산한 이론적 한계치 1시간 57분 58초까지는 불과 2분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세계적 기록 뒤에는 인간 의지와 현대 문명의 총력이 숨어 있다. 241km에 이르는 고강도 훈련, 당일 빵과 꿀 섭취 같은 정교한 영양 전략, 아디다스 초경량 레이싱 신발과 같은 기술 혁신과 재료공학, 데이터 분석이 한 데 모였다. 이제 스포츠는 과학과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게 된다는데 인간이 마라톤의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산은 AI가 더 잘하고, 반복 노동은 로봇이 대신하며, 효율은 기계가 인간을 앞선다. 심지어 로봇 마라톤 대회도 열리고 있잖은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굳이 땀을 흘리며 달리려 할까? 로봇에게 시키면 더 정확하고
2026-04-30 윤영무 본부장 기자
며칠 전, 일간 신문을 넘겨보다 눈길이 가는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필자는 이 연구원을 누가 세웠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이 낸 광고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 대책이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주문치고는 직설적인 광고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고, 대책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젠 그만 좀 하시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정치의 언어는 늘 장밋빛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지방”, “균형 발전” 익숙한 구호들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은 속도를 잃고, 예산은 흩어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결국 남는 것은 통계 뿐이다. 합계 출산율, 인구 감소율, 소멸 위험 지수. 숫자는 냉정하고,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2026-04-2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
2026-04-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해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원도민이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강원도는 매년 8조, 9조, 이제 10조 원의 사상 최대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삶은 왜 그대로냐고 묻습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지방자치의 현실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었다.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자치 시대가 열렸다.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방자치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효능감은 매우 낮다. 단체장도 의원도 주민이 선출만 할 뿐이지 주민자치·주민통제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는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수단이 되고
2026-04-21 편집국 기자
생성형 AI는 이제 일부 기술기업만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바꾸었는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를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홍보 문구 생성, 아이디어 보완과 같은 보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일정한 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 머무른다면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이 검토해야 할 전략은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의 도입이 아니다. 그것 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 그 리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반을
2026-04-20 편집국 기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2026-04-17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