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설계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에 대한 의존도가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제조 공정의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며 무의미해지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의 성능과 차별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점점 더 ‘설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보유한 CPU·GPU 아키텍처, 통신 모뎀, AI 가속기, 차량용 반도체 설계 블록 등은 이제 단순한 기술 요소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글로벌 시장에서 소수 기업에 의존하는 설계 IP 집중도가 심화되며, 소수 기업 중심의 종속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IP 의존 심화와 한국 반도체 설계의 위기감 한국 반도체 산업은 오랫동안 제조 경쟁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설계 역량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산업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며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태계는 뒷전이었고, 글로벌 IP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대됐다.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점점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1980~90년대에 DRAM을 중심으로 성장해 ‘메모리 중심’으로 시작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 중심 사업’이지만, 고급 설계 인력 풀이 매우 작아 설계 생태계가 취약하다. 대만의 TSMC가 ‘파운드리+설계’ 구조에서 강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IDM(반도체 설계-제조 통합) 구조로 외부 팹리스가 삼성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설계 IP는 한 번 개발하면 전 세계에 라이선스로 판매가 가능해 수익성과 독점성이 매우 높지만, 진입 장벽은 그보다 더 높아 우리나라는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세계 시장에서 IP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AI·자동차·모바일·로봇·국방 등 차세대 산업 전반에서 설계 IP 확보가 국가 경쟁력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설계 IP 부족은 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 차세대 산업은 모두 고성능·저전력·고신뢰성을 요구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설계 IP는 이러한 시스템의 ‘두뇌’를 구성하는 핵심 블록인 만큼 IP를 가진 국가와 기업이 기술·산업·안보의 주도권을 갖는다. 또 AI 반도체의 연산 구조, 자율주행 차량의 센서·제어 칩, 차세대 스마트폰의 통신·보안 모듈 등은 모두 고도화된 설계 IP가 기반이다.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조 경쟁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도권 행사가 어렵다. 지금,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설계 IP 종속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한국의 설계 IP 취약성, 원인과 파급효과 분석 한국의 설계 IP 경쟁력 약화는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와 국내 생태계의 뒤처짐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ARM,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이 CPU 아키텍처와 EDA(전자설계자동화) 기반 IP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장악하며 설계 IP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AI·자동차·모바일 등 차세대 산업에서 고성능·저전력·보안 기능을 갖춘 IP가 제품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기업은 여전히 해외 IP 의존도가 높아 비용 부담과 기술 종속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로 꼽힌다. 팹리스 기업 수는 증가했지만 상당수가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기업으로, 고급 인력 확보나 장기 R&D 투자에 필요한 자본력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대만의 팹리스는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IP 개발에 적극 나서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제조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 산업 구조 속에서 설계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산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외 IP 의존이 초래하는 산업적 리스크도 심각하다. 고급 IP 가격은 중소 팹리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외산 IP 중심의 설계는 기술 차별화와 독자 로드맵 구축을 어렵게 만든다. 지정학 갈등이나 수출 규제 등으로 특정 IP 접근이 제한될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공급망 리스크로 직결된다. 특히 AI 반도체, 자율주행, 국방·우주 등 전략 산업에서는 IP 접근 제한이 국가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해외 의존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으로 평가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전문 설계 인력 부족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고도의 수학·컴퓨터 구조·회로 설계 역량을 요구하지만, 국내 대학·연구기관은 이를 충족할 만큼의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AI·자동차·로봇·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인력 부족이 IP 개발 지연과 해외 의존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제조 중심에서 설계 중심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이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미래 산업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제조에서 설계로 패러다임 바꿔야 할 때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설계 IP 의존 문제는 산업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조 중심의 성공 모델이 한국 반도체를 세계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글로벌 경쟁의 중심축은 설계·IP로 이동한 만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AI·자동차·모바일·국방 등 미래 산업의 핵심 칩은 모두 고도화된 설계 IP가 기반이다. 한국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설계·IP 중심의 균형 잡힌 생태계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수다. 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기업·대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설계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설계는 고난도 융합 기술이 요구돼 대학 교육과 산업 현장간 요구 사이의 간극 해소가 핵심이다. 둘째, 국내 팹리스 기업이 성장하도록 R&D 지원, 세제 혜택, 공공조달 연계 등 실질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국산 IP 개발에 장기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CPU·AI 가속기·차량용 IP 등 전략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확보하도록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넷째, 글로벌 IP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도 중요하다. 공동 개발·라이선스 협력·기술 교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의 설계 역량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설계 IP’ 자립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다.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없으며, 설계·IP 역량을 갖춘 국가만이 차세대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금 설계 IP 자립이 성공할 때 한국은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약화의 핵심 원인은 설계 IP 기반 역량 부족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병덕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제조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인 회로 설계·IP 개발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시스템 반도체는 사실상 팹리스 설계 산업인데, 국내에는 전문 설계 인력이 많지 않다”며 “AI 반도체는 아직 초기 시장이므로 노력한다면 경쟁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팹리스 설계 역량은 글로벌 시장의 1% 미만 수준이며, LS세미콘이 세계 20위권에 머물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 교수는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모리 분야는 초격차를 유지하되, 시스템 반도체는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반도체와 전력반도체는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인 만큼 집중 투자와 빠른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반도체 융합대학을 중심으로 전문 인력 양성을 강화하고, 산학협력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산업 자립과 R&D 인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가 차원의 지속적 지원을 강조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통상 압박이 동시에 겹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는 최근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에너지 시장과 수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도 ‘중동 사태 및 대미 관세 협상 대응’을 주제로 하는 간담회가 두 차례나 열렸다. 하나는 지난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주요 기업·경제단체가 참석한 간담회이며, 또 하나는 같은 달 4일 한미의원연맹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진행한 통상 현안 간담회다.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에너지·수출·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정치권과 산업계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미사일 공습이 이어지고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과 함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회 간담회에서는 현재 중동 해역에 한국 상선·유조선 40여척과 선원 186명이 체류 중이며, 중동 지역에는 1만7000여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 공유됐다. 교민 안전과 해상 물류 리스크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 호르무즈 긴장에 유가 출렁...에너지 안보·수출 충격 현실화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은 중동 위기를 단순한 외교·안보 이슈가 아니라 국내 물가와 산업, 수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경제 변수로 보고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5일 열린 ‘중동 현황 및 대미 관세협상 간담회’에서 “최근 주식시장과 환율, 유가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와 수출 안보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중동 위기가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에너지 공급 충격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직접적인 경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국제 유가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날 국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발생한 뒤 6일 만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1%, 두바이유는 12%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대외 변수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물가와 무역수지, 산업 경쟁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 수출은 0.4%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생산비용 상승이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화학, 정유, 해운, 철강, 항공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거시경제 변수로 작용한다. 조정식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은 “중동 긴장이 장기화되면 물류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동 위기는 에너지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수출과 프로젝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대중동 주요 7개국 수출 규모는 136억8600만 달러(20조원) 수준이다.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건설·플랜트·자동차 등 주요 수출 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원전, 스마트시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 등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100조원 규모의 협력 프로젝트 역시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美 관세 변수까지 겹쳐...대미투자특별법·공급망 대응 속도전 중동발 충격이 에너지와 물류 비용을 밀어 올리는 변수라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한국 수출기업의 채산성과 투자 전략을 흔드는 또 다른 압박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재계는 이 두 축의 리스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만큼 통상 대응과 입법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미의원연맹 간담회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통상 환경을 설명하며 최근 미국이 무역법 122조, 301조, 232조 등 다양한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서는 통상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에 상원과 하원의 입장이 관세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여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책 의도를 미국 측에 정확히 설명하고 오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산업계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대응 카드 가운데 하나는 대미투자특별법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로 우리 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별법 처리가 지연될 경우 특정 품목에 선별적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자동차 산업에서는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회 논의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관세 영향으로 이미 7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된다. 특별법은 미국 투자 확대와 통상 협력 강화, 전략 산업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국회는 오는 12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산업계 역시 법안이 한국의 대미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중동 사태는 단순한 불확실성을 넘어 세계 경제 흐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 물류 비용 및 환율 변동, 미국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확대 등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과 산업계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리스크가 단일 요인이 아니라 지정학·에너지·통상 압박이 결합된 구조적 위기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밖에 주요 대응 과제로는 대미투자특별법 조속 처리,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중동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수출기업 금융지원 확대, 국회·정부·기업 공동 대응 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구글(Google)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GDC 2026(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애플리케이션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최대 20%로 낮추는 대대적 개편안을 발표했다. 2008년 안드로이드 마켓 출시 이후 15년 넘게 유지한 수수료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결정이다. 이번 발표는 글로벌 앱 생태계는 물론 국내 개발자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하’가 아니라 수수료 구조 자체를 재설계한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글, 앱 수수료 ‘20%+5%’ 개편...국내 개발사 혜택은 9개월 뒤 구글이 발표한 새로운 체계의 핵심은 단일 수수료 구조를 ‘서비스 수수료 20%’와 ‘결제 수수료 5%’로 분리한 것이다. 개발자가 구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20%만 부담하면 되며, 외부 결제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운영할 수 있다. 반면 구글 결제를 유지하는 개발사는 기존 30%보다 낮아진 25%를 부담하게 된다. 또 연 매출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6550만원) 이하 개발사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우대 수수료가 적용된다. 이는 소규모 개발사 보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구글의 기존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미 10%를 적용받고 있어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책은 올해 6월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먼저 시행되며, 한국과 일본은 올해 12월 적용이 예정돼 있다. 국내 개발사들은 글로벌 대비 약 9개월 늦게 혜택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의 비중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정”이라는 의견과 함께 “정책 안정성을 위한 단계적 도입”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규제 압력 속 구글 수수료 개편...개발사 규모별 ‘엇갈린 혜택’ 구글의 이번 결정은 자발적 인하라기보다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와 법적 압력의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법원은 최근 에픽게임즈(Epic Games)와 구글의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허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구글은 규제 대응과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수수료 개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개발자 생태계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일단 소규모 개발사에서는 이미 10% 우대 수수료 적용 중이어서 변화 폭이 작다. 중형 게임사·구독 기반 서비스 앱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실질적 수혜가 예상된다. 대형 게임사에서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이미 도입한 곳이 많아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인앱 결제 구조상 구글 결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글 결제를 유지하는 경우 최종 수수료는 25%로 여전히 높아, 자체 결제 시스템 확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AI 시대 따른 구글 생태계 재편...수수료 인하로 플랫폼 경쟁 본격화 이번 발표는 GDC 2026의 주요 화두인 AI 기반 개발 환경 변화, 차세대 플랫폼 경쟁, 오픈소스 개발 도구 확산과도 맞물려 있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 크래프톤·엔비디아 공동 세션 등 국내 기업들도 GDC 2026에 대거 참여하며 기술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개발자 친화적 생태계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애플 앱스토어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역시 EU 규제에 대응해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글로벌 플랫폼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비용 절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의 이번 수수료 개편은 단순한 비용 조정이 아니라 앱 생태계의 권력 구조와 개발자-플랫폼 관계를 재정의하는 변화다. 국내 개발자들에게는 당장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경쟁 심화 → 수수료 부담 완화 → 개발자 수익성 개선이라는 긍정적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AI·오픈소스·차세대 플랫폼이 동시에 부상하는 2026년의 산업 환경 속에서, 이번 변화는 국내 개발자 생태계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1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학교민원대응기구 설치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43건의 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처리한 주요 법률안은 장애인 학생 등을 위한 교과용 도서를 적시에 제작·보급하도록 하고 학교 민원 대응기구 설치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육감선거에 관하여 '공직선거법'의 '딥페이크영상등을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또, 폐교 활용 활성화에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는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한국보육진흥원'의 기관명칭을 '한국영유아보육·교육진흥원'으로 변경하고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의결됐다. 이날 의결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교육위원회는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한국학중앙연구원 등 10개 기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 질의도 실시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선 △AI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 필요 △이란 전쟁과 관련하여 현지 학교 학생 등의 안전 확보 여부 △영어조기사교육의 문제점과 독서교육의 필요성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견제 및 제도 개선 필요 등에 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대해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협의회의 김낙년 원장에 대한 사퇴요구 △연구원의 비정상적인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국내 선박들에 한국해양대학교 및 목포해양대학교 실습생 10여 명이 민간 선박에 승선 중인 것으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학생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해양수산부, 해당 대학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출 둔화에 대비한 선제적 재정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보통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류층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유류세를 깎아주는 만큼의 재원으로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자층을 지원하면 양극화를 완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와 관계 부처는 최근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가격 상승 대응과 산업·수출 지원을 포함한 추경 편성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실제 봉쇄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12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경이 편성될 경우 △유가 상승 대응 △에너지 공급 안정 △수출기업 지원 △취약계층 물가 지원 등이 주요 사업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제 부처 내부에서는 에너지 수급 안정과 산업 경쟁력 보호가 핵심 정책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는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서민 생활과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 연장, 에너지 바우처 확대, 중소·중견 수출기업 금융 지원, 원유 비축 확대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추경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도 예상된다.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추경이 필요하더라도 규모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추경 논의가 단순한 경제 대응을 넘어 정치적 의미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향후 경제 정책 신뢰도와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9일 행정안전부가 개최한 ‘AI 국민비서 시범 서비스 개통식’에서 행정안전부와 공동 구축한 공공서비스 에이전트 ‘AI 국민비서’를 공개했다.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기반으로 한 이 서비스는 행정 정보와 생활 서비스를 대화형 방식으로 제공해 이용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국민비서’는 공공서비스 전반을 아우르는 AI 기반으로 지원한다. AI 국민비서를 통해 이용자는 주민등록표 등본,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등 100여종의 전자증명서를 조회·발급·제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네이버 애플리케이션 메인 ‘마이’ 탭에 마련된 AI 국민비서 버튼을 통해 전자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며, “등본 발급해줘”와 같은 자연어 입력만으로 필요한 서류 안내와 정보 확인, 발급 및 제출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절차가 구현됐다. 또 AI 브리핑 기술이 적용돼 증명서 종류의 차이, 발급 수수료 등 이용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즉시 제공하고, 답변의 출처까지 함께 제시해 신뢰도를 높였다. AI 국민비서는 공공시설 예약 서비스도 통합 제공한다. 공공시설 예약 서비스는 행정안전부 ‘공유누리’와 네이버 플레이스가 연동돼 제공된다. 전국 1200여개의 체육시설과 회의실 등을 검색하면 예약 가능 일정, 이용 요금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예약 변경과 취소도 간편하게 처리된다. 예약 완료 후에는 시설 위치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인근 맛집 추천 기능도 제공된다. 네이버 플레이스의 리뷰 데이터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공공시설 이용 이후 주변 상권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이용 경험을 확장했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통합 에이전트 ‘AI 탭’과의 연계를 통해 공공서비스 제공 범위를 더욱 넓힐 계획이다. 사용자의 상황과 요구에 맞춰 필요한 공공서비스가 적시에 제공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디지털 서비스 개방을 선도해 온 기업으로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AI 기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안전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닷속에는 ‘우렁쉥이’라는 생물이 있다. 흔히 술안주로 즐겨 찾는 ‘멍게’다. 이들은 굴이나 산호처럼 평생 한 곳에 달라붙어 고착 생활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유년기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우렁쉥이 유생은 올챙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척삭과 신경관, 그리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원시적인 뇌와 눈이 존재한다. 입을 벌릴 수 없어 뱃속에 품고 태어난 난황의 영양분만으로 버텨야 하는 이틀. 이 짧은 시간 동안 우렁쉥이 유생은 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자신이 평생 머물러야 할 안식처, 즉 단단한 바위를 필사적으로 찾아 헤맨다. 과업이 완료되어 마침내 평생의 안식처에 안착하는 순간, 우렁쉥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뇌와 척삭을 소화해 먹어 치운다.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인 뇌부터 소화해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뇌가 사라진 후에 비로소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과 뱉어내는 출수공이 생긴다. 이제 우렁쉥이는 죽을 때까지 바위에 붙어 입만 벌린 채, 흘러들어오는 플랑크톤을 수동적으로 걸러 먹으며 평생을 보낸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Daniel Wolpert)는 이 우렁쉥이의 일생을 언급하며 “뇌는
2026-03-09 편집국 기자
유튜브 플랫폼 역사상 가장 가장 빠르게 성장한 채널은 미국의 ‘미스터비스트(MrBeast)이라고 불리는 지미 도널드슨(Jimmy Donaldson)이 운영한다. 그의 메인 채널 구독자는 약 3억 명 이상이고, 여러 언어 채널과 보조 채널까지 4억~5억 명 수준의 구독자를 거느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부분의 국가 인구보다 많고 세계 최대 방송사 몇 곳을 합친 시청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선 영상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초콜릿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 등을 운영하는 그는 유튜브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개인 미디어 권력 중 한 사람이다. 최근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은행과 유사한 금융 앱인 스텝(Step)을 인수해 금융사업까지 뛰어들었다고 한다. 금융 앱, 스텝(Step)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가 카드 사용과 저축, 신용 관리 등을 쉽게 경험하도록 돕는 서비스로 특히 부모의 계좌와 연동해 안전하게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사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는 투자나 신용, 돈 관리에 대해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금융 교육의 기반을 다음 세
2026-03-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오늘의 이란 사태를 이해하려면 ‘왜 자원 부국이 어떻게 어려운 길로 들어섰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흔히 이란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병’이다. 천연자원 수출이 급증하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제조업과 농업이 약해지며 경제 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네덜란드에서 1960년대 천연가스가 발견된 이후 나타난 경제 현상에서 유래했다. 이란 역시 석유라는 축복 속에서 비슷한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 이란은 겉으로 보기에 번영의 나라였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었고, 수도 테헤란에는 고층 건물과 현대식 도로가 들어섰다. 당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중동의 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근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것이 ‘백색혁명’이었다. 백색혁명은 토지 개혁, 여성 참정권, 교육 확대 등 겉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개혁처럼 보였다. 그러나 토지 개혁은 농민에게 충분한 생산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고, 많은 농민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도시로 떠났다. 이들이 도시 변두리에 모여 살며 거대한 빈민층을 형성해 나중에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석유에서 나온 돈은 사회 전체로 퍼
2026-03-0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연일 이어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그리고 이란의 보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오래된 기억 하나가 되살아난다. 이란 혁명 10주년 행사에 이란 정부 초청으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하여 군 수송기를 타고 이란의 유전과 남쪽 도시를 방문했었다. 당시 거리에는 호메이니의 초상, 혁명수비대의 행진, 그리고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 밖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단선적이지 않았다. 혁명의 자부심과 피로감, 종교적 열정과 세속적 욕망이 한 도시의 공기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토머스 프리드먼이 기고한 관련 칼럼은 복합적인 이란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그는 중동 전쟁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고 했다. 종교, 석유, 부족 정치, 강대국 정치가 모든 주요 사건에 얽혀 있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흑백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차라리 체스나 두는 게 나을 거라고까지 했다. 또 테헤란의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테헤란 신정정권은 자국민을 학살하고, 주변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위
2026-03-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무기징역은 법정 최저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의 신빙성, 절차적 공정성 등에 의문이라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어떤 판결이든 의견이 둘로 갈라지는 장면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논쟁은 다 시 진영의 언어로 굳어가리라.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법도 한데 이번 재판을 지켜보며 유독 한쪽이 쓰렸다. 왜 그랬을까? 분열에 익숙해져서거나 재판이라는 제도가 갈등을 잠재우는 마지막 판결문이 되어 공동체를 설득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1심 판결이 나온 후 필자는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약 2000년 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를 떠올렸다. 노예였다가 주인으로부터 풀려나 철학자가 된 그는 로마 제국, 특히 스토아 철학이 크게 번성하던 때 활동했다. ‘세상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라’고 가르친 그의 철학적 힘을 빌리면, 세상의 저울이 미세하게 기울어진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의
2026-02-28 윤영무 본부장 기자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착각하고 있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선출이 끝나면 그들은 노예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라고 말했다. 30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선언하지만, 현실에서 국민은 헌법을 고칠 수도, 법을 만들 수도 없다. 입법권은 오직 국회에만 있고(헌법 제40조), 국민은 투표로 대표를 뽑는 것 외에는 정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대의민주주의의 태생적 한계라고 부른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착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핵심을 ‘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대 아테네에서 민주주의는 추첨을 통해 작동했다. 아테네의 500인 평의회는 추첨으로 선발된 시민들이 1년 임기로 교대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왜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선거는 귀족정의 원리이고, 추첨은 민주정의 원리”라고 명확히 구분했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엘리트를 선출하지만, 추첨은 평범한 시민 누구나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준다. 이 책은 추첨제가 중세까지
2026-02-24 편집국 기자
서울에서 식품 제조업체 창업을 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은 소스 공장 하나를 차리려 해도 설비 비용, 임차료, 위생 설비, 냉장·냉동 시설, 포장라인 구축, HACCP 인증 비용까지 합치면 수억 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원재료 확보 비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더하면 청년이나 소규모 창업자가 이를 감당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브랜드는 서울에, 제조는 지방에서’라는 이원적 구조를 선택한다. 당연히 서울은 마케팅과 유통의 도시가 되고, 제조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재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최근 K-푸드 수출은 124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고,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 김, 김치, 소스류, 과일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제조 현장의 디지털화 수준은 매우 낮다. ◇ 스마트공장의 필요성 국내 식품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2.3%에 불과하다. 근로자 10인 미만 기업은 이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식품산업은 여전히 영세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원재료 가격 변동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
2026-02-24 편집국 기자
1년 전, 우리의 무심한 일상을 흔들었던 계엄령 포고를 듣고 분노하면서 늦은 시간 각지에서 달려가 계엄군의 탱크를 막아서는 민주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계엄은 헌법 절차를 통해 해제되었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적대국에 전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계략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악의 평범함을 떠올린다. 새로운 입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던 자들의 수많은 조작과 위증이 특검을 통해 어느 정 도는 사실에 근거한 퍼즐로 맞춰지면서 임무에 종사했던 각 분야의 권력자들과 군인,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그를 위한 방어 전략에 목숨을 건 듯했다. 불법 계엄 파동이후 국가 경제는 휘청거렸고 서민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졌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이 오늘의 현실에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꿈틀거리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자들의 평범한 악행이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음이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축적된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사이비 신념 △음모론의 확장 △확증편향의 선동과 억지 주장 등등의 부조리한 사태는 최소한의 이해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국정 책임자인 장관이라는 자는 법정에 나와 대통령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
2026-02-23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