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만명 임상서 조기암 진단 성과 기대 못 미쳐...기술 한계 확인 - GC지놈·아이엠디엑스, 데이터·AI 기반 정밀진단 플랫폼 경쟁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선 혈액을 정밀 검진해 다양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건강검진 서비스 시장에서 상용화가 이뤄졌지만,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암은 조기 진단이 필수적인 질병이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생존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다중암 조기 진단 액체생검 부분 글로벌 선두주자로 그레일(GRAIL)과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가 꼽힌다. 국내에서는 GC지놈과 아이엠디비엑스가 대표적이다. 이제 상용화를 넘어 정확성의 문제가 암 조기 진단 분야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레일은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 공동으로 실시한 자사 암 진단 프로그램인 갤러리(Galleri)에 대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은 2022년 14만 명을 대상으로 갤러리 검사가 말기 암을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통해 얼마나 정확하게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레일은 지난 2020년 액체생검을 통해 50가지 이상의 암종을 탐지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변 임상 결과로 정확성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가 액체생검 조기 암 진단 기술 자체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를 계기로 정확도를 높이는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암 조기 진단부터 치료 이후 관리까지 일반적으로 암 진단은 X선이나 초음파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R),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검사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종양 조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이른바 생검(조직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 소변 등에 존재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분석해 암과 같은 질병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이중 혈액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엑소좀, RNA, DNA, 단백질 등 다양한 물질이 혼합돼 있는데 특히 암 진단에는 순환종양 DNA(ctDNA)가 지표로 활용된다. 직접 종양을 떼어내는 조직검사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상용화된 액체생검 프로그램들은 진단 이후 환자 개개인의 DNA 변이 특성에 맞춘 정밀 의학 기술을 사용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암 환자가 치료 이후에도 액체생검을 정기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재발 징후 관리도 가능하다. 문제는 액체생검 암 검진의 위양성(False Positive) 이슈다. 검진 결과 암이 존재한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암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또한 ctDNA로 암의 존재는 알 수 있어도 그 암이 신체 어느 부위에서 발생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하거나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AI 고도화 전략 대결...아이캔서치 vs 캔서파인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활용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진단법 개발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C지놈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분석법을 적용한 ‘아이캔서치(ai-CANCERCH)’를 2023년 9월 국내 암 검진 시장에 출시해 운영 중이다. 2013년 액체생검 및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국내 산전검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동안 쌓아온 액체생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암 진단 시장에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아이캔서치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관 속을 떠다니는 세포유리 DNA(cfDNA) 중 ctDNA를 추출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적용함으로써 암을 진단한다. 현재 주요 10종 이상의 암 존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특히, GC지놈이 특허를 보유한 AI 알고리즘 기반 분석법은 암환자를 포함한 8000명 이상의 임상 검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적용 가능한 암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예측 가능한 암종을 2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이 제품의 주요 기술에 대한 임상 성능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에 게재(Nat Commun 2023, IF 17.7.) 됐으며, 주요 국제 암 학술대회 발표와 2024년 제19차 대한진단유전학회 최우수 논문상 수상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GC지놈 관계자는 “아이캔선치는 아주 미세한 양의 암 신호를 포착하는 민감도가 뛰어나고 암종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특이도를 95%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민감도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GC지놈과 경쟁업체인 아이엠디비엑스는 '캔서파인더'를 운영 중이다. 비슷하게 ctDNA를 지표로 활용한다. 이 기술은 혈액 내 ctDNA의 다양한 특성을 이미지 데이터로 변환해 학습하는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 국내외 연구진, AI·단백질 결합 등 정밀도 개선 총력 국내외 진단의학계에서도 액체생검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출신 의과학자들이 모여 창업한 생명공학회사 ‘노벨나(Novelna)’는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진단 정확도를 높인 진단기술에 대한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종양학’에 발표했다. 노벨나는 혈액내 ctDNA뿐만 아니라 암과 관련된 혈장 내 단백질 10종까지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들은 실험에서 18가지 유형의 암 진단을 받은 440명과 건강한 44명을 모집해 혈액 샘플을 수집해 개발한 진단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특이도는 99%로 고정 설정했다. 그 결과 남성 환자의 경우, 93%의 민감도를 여성의 경우 84%의 민감도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그레일의 갤러리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해당 정확도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종합한 지표로,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암을 놓치지 않는 민감도와 위양성을 줄이는 특이도를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20일 안스데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난치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 대한 액체생검 진단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 내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다. 엑소좀은 종양의 분자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보 전달체로 기존 혈중 DNA 분석 방식보다 종양의 생물학적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소량 혈액만으로 종양의 유전적 특성과 질병 진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환자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밀한 모니터링과 치료 반응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액채생검 암 진단 기술의 경쟁력은 어떤 생물학적 신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본다. 액체생검이 ‘가능한 기술’에서 ‘신뢰 가능한 진단’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 농식품 벤처투자 활성화 위해 법·제도 개선 필요 - 소득공제 부재에 개인·기관 투자 위축...조세특례 개정 촉구 - SAFE·세컨더리 도입 필요...AI 전환 대응 위해 투자 확대 시급 AI 대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한국 농림수산식품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법·제도적 지원과 보다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농림수산식품 벤처투자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농식품분야에 자본이 모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농식품 모태펀드 등 기존 제도 개선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트에 맞는 투자 생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사에서 농식품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권준희 회장은 “농식품 모태펀드가 2조6000억을 돌파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탄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벤처투자조합과 달리 농림수산식품 투자조합은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세제 혜택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방해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동일한 모험자본 기능을 수행함에도 발생하는 이러한 세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7년 민간자본 5조원 유치’를 위한 가장 시급한 인프라 정비”라고 밝혔다. 조재성 상임고문은 "농식품 산업이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산업이 되어야 하며,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을 보조금 대상이 아닌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을 '지원'에서 '투자'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민관이 협력해 혁신과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를 통해 농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증명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첨단 기술과 융합'을 강조했다. ◇ “농식품도 모험자본 필요…세제 역차별 해소 시급” 발제에 나선 정성봉 한국농식품벤처투자협회 상근부회장은 농식품 벤처투자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피투자기업의 경우 4년 차 기준 고용 증가율 29.7%, 매출 증가율 75.8%를 기록하며 성장성을 입증했다. 펀드 평균 내부수익률(IRR)도 약 7% 수준으로, 정책금융 성격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익성이라는 평가다. 더불어 자펀드 결성 총액 2조6161억원, 모태펀드 1조4124억원, 민간금융 유치 1조2037억원 등의 성과도 이뤄냈다. 정 부회장은 “정부 정책금융은 예산을 절대로 깎아서는 안 된다”며 “더 큰 날개를 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피투자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정부가) 우리의 훌륭한 인력들이 대기업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투자가 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록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금융부장은 2026년 농식품 모태펀드 운용 방향으로 정책 연계 투자 확대와 투자 방식 다변화를 제시했다. 전체 펀드의 70% 이상을 국정과제와 연계하고, 투자 전·후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 전주기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농업 혁신성장 펀드는 전년 대비 66% 늘어난 1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스마트팜·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된다. 창업–성장–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체계도 도입된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농촌 재생 사업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고, 올해 총 20개 펀드·2660억원 규모 출자를 추진한다. 아울러 생산자들의 모바일 판매 플랫폼 '라이브커머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업분석 보고서', 해외 박람회·바이어 매칭 등 마케팅·글로벌 진출 지원을 병행해 투자 성과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농금원은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정책의 활성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수급 상황이 발전하는데 이바지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 미스터아빠·네명·목포직송 등 농식품 벤처기업 두각 이날 행사에서는 혁신적인 성장을 이룬 벤처기업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농산물 유통 플랫폼 ‘미스터아빠’는 산지와 소형 유통 채널을 직접 연결하는 B2B 모델을 통해 기존 도매시장 중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줄이고, 산지 인근 소분센터와 새벽배송 체계를 구축해 물류 효율을 높였다. 특히 수요 예측 기반의 매입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율을 낮추고 재고 관리 효율을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전국 소형 슈퍼마켓과 식당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며 공급망을 확장했고, 해외에서는 ERP와 물류 시스템을 함께 수출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농업 분야에서는 ‘네명농업법인’이 미생물 기반 재배 방식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개선한 사례를 제시했다. 해당 농법은 화학 비료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수확량을 늘리는 효과를 보였으며, 고구마를 중심으로 쪽파·채소 등 품목 다각화도 진행되고 있다. 또 홈쇼핑 채널을 활용한 대량 판매 구조를 구축하고, 정식기 등 기계화 설비 도입을 통해 생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수확 후 품질을 유지하는 큐어링 기술을 적용해 저장성과 상품성도 높였다. 수산 분야에서는 ‘목포직송’이 데이터 기반 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산지 조업 정보와 가격 흐름 등 공급 데이터를 분석하고, 회원 소비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 상품을 추천하는 구조다. 현재 약 3만 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운영 중이며, ‘블루박스’와 같은 첫 구매 유도 상품을 통해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선물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플랫폼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투자 늘리기 위해선 투자 방식도 다양화 해야 발제와 사례발표 이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가 이어졌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농식품 모태펀드의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집행률 중심 평가’를 개선하고, 세제 지원 및 세컨더리 시장 구축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전환 가속 속에서 농식품 산업의 투자 생태계가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제기됐다. 먼저, 농식품 모태펀드의 미집행 자금을 ‘불용’으로 보는 시각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벤처투자 특성상 약정과 납입이 분리돼 있고, 필요 시점에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탈 콜’ 방식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집행 잔액은 단순한 유휴 자금이 아니라 향후 투자 의무를 반영한 준비된 자본”이라며 “실제 글로벌 사모펀드 역시 일정 수준의 미집행 자금을 상시 유지하며, 후속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나 연구위원은 “특히 공공 모태펀드에 90% 이상의 집행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분야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언급됐다. 해당 산업은 회수 기간이 길고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 벤처투자 대비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유입마저 막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제도상 농식품 펀드에 대한 개인 출자는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류준걸 와프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대표는 “농식품 분야 투자는 1차산업에 대한 투자이자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공익성이 크다”며 “투자자의 세제 혜택을 막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컨더리(2차) 펀드 시장의 부재도 구조적 취약점으로 꼽혔다. 투자 지분을 중간에 유동화할 수 있는 시장이 미성숙해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않고, 이는 결국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농식품 펀드는 투자 대상 제한 등으로 인해 일반 벤처펀드 대비 세컨더리 거래가 더욱 제약받고 있어 제도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 방식의 다양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실리콘밸리 등에서 보편화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이나 전환사채(CB) 등 유연한 투자 수단 도입이 미흡해 초기 투자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경진 블리스바이인벤처스 대표는 “초기 창업기업 투자에서는 단계별로 다른 금융기법이 필요하다”며 “농식품 분야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 투자 관련 법체계가 ‘산업 촉진’이 아닌 ‘조합 관리’ 중심으로 설계된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벤처투자 촉진법과 달리 농식품 분야는 규제 중심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산업 육성 관점의 전면적인 법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농식품 산업이 국가 기반 산업이자 지역 균형 발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공공 투자 확대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단기 예산사업이 아닌 장기 투자 기구로서의 운영 체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25년이 구형됐다.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이같이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 사건 범행으로 실제 국가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등 국가의 군사상 이익이 심히 저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 윤석열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범행을 주도했고, 피고인 김용현은 비상계엄 모의부터 실행까지 윤석열과 범행을 주도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의 구형에 “안보를 권력 찬탈의 제물로 삼은 ‘평양 무인기’ 공작, 징역 30년 구형은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도박판의 칩으로 사용한 반국가적 범죄에 대한 당연한 응보”라며 “이번 구형은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고, 안보를 정권의 도구로 삼는 불행한 역사를 끊어내기 위한 사필귀정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북풍’을 조장하기 위해 우리 군의 핵심 자산인 무인기를 적진에 투입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보복 도발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 국민을 실질적인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찬탈·영구화하기 위해 국가 체제를 뒤흔든 ‘반국민적 범죄’의 전형”이라며 “사법부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판결을 내려, 다시는 이 땅에 권력이 안보를 볼모로 국민을 위협하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원유 대체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5월 중 작년 월평균 도입량의 87%에 해당하는 7462만 배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전쟁 발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4월 도입량이 과거 평균의 57%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대체 도입 노력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주와 아프리카 등 비(非)중동 지역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기존 69%에서 56%로 13%포인트 낮췄다. 강 실장은 “원유 도입 국가뿐 아니라 유조선 항로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3999만 배럴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항로로 들여오기로 확정한 것은 정부·민간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유와 함께 나프타·아스팔트 등 주요 원자재의 수급 상황도 일일 단위로 점검하며 ‘신호등 방식’으로 위험도를 관리하고 있다. 강 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동을 방문해 확보한 나프타 210만 톤이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현재 ‘빨간불’인 위험도가 ‘노란불’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스팔트 역시 공급 불안이 커 ‘빨간색’으로 표시된 상태지만,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공사 발주 시기를 조정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급한 공사부터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는 공공부문 공사에 대한 조정이며, 민간 공급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경제 상황과 관련해 강 실장은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이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1.7%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생산·수출 증가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회복 흐름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에너지 수급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JP모건·씨티은행·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강 실장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동 전쟁의 충격과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4차 석유 최고가격이 동결된 배경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인상 압력을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프랑스 주도로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항행 관련 회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협의가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며, 아직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서 생활권의 이동을 설계하는 시도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24일 압구정 2·3·5구역을 연결하는 입주민 전용 DRT 서비스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압구정 현대는 약 1만 세대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소규모 도시와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압구정 2구역에서 3·5구역까지 대표 지점을 기준으로 약 1.4km에 달하는 긴 동선을 가지고 있어,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생활권과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합리적인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DRT는 정해진 노선 없이 이용객의 요청에 따라 차량 경로가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서비스로, 실시간 수요를 반영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하는 교통수단이다. 입주민의 실제 이동 동선과 패턴을 분석해, 기존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비효율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체 이동 시나리오 분석 결과 이동시간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가장 긴 경로인 ‘압구정 5구역-잠원 한강공원’ 구간은 기존의 교통수단으로 약 20~45분가량 소요되던 것이 DRT를 이용할 경우, 약 10~14분으로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소~최대 간의 편차도 줄었는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탑승·정차 대기시간을 최소화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또한, 이번 DRT는 실제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압구정역(3호선)과 압구정로데오역(분당선), 현대백화점 및 갤러리아백화점 등 주요 거점과 함께 한강 수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설계를 통해 입주민의 일상과 여가를 위한 이동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 2월 말 현대차와 체결한 ‘모빌리티 기반 건설산업 특화 서비스 기획’ MOU를 통해 주거 단지 특성에 맞춘 이동 서비스를 공동으로 기획한다. 현대자동차 ‘셔클’은 실증을 통해 약 71%의 대기시간과 약 88%의 도보 이동시간을 감소시키며 이동 효율 개선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검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거 단지 구조와 생활 동선에 맞춘 공동주택 전용 DRT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 커뮤니티, 한강, 상업시설, 교통 거점까지 이동 부담을 줄이고 연결성을 높이면, 같은 거리라도 전혀 다른 생활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압구정을 단순한 주거 단지가 아니라 이동까지 설계된 미래형 생활권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위기로 촉발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하는 방식’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차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가 에너지 절감과 교통혼잡 완화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민간 부문의 참여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4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기업 간담회를 열고 유연근무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들이 참여해 실제 운영 사례와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기업의 운영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을 분산하거나 재택근무를 확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교통 수요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생산성과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운영 부담, 시스템 구축 비용, 보안 문제 등으로 유연근무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장려금 지원과 함께 출퇴근 관리 및 정보보안 시스템 구축 비용을 보조하고, 운영 매뉴얼 제공과 컨설팅 연계를 통해 제도 설계부터 실행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육아기 10시 출근제’도 유연근무 확산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제도는 육아기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부는 최근 근속기간 요건을 폐지하고 관련 서류 제출을 권고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기업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유연근무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이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국토교통부는 출퇴근 시차 시간대 인센티브 정책과 연계해 교통 혼잡 완화 효과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고유가와 교통 부담, 인구·기후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유연근무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간 참여 확대 여부가 향후 제도 정착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
2026-04-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해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원도민이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강원도는 매년 8조, 9조, 이제 10조 원의 사상 최대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삶은 왜 그대로냐고 묻습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지방자치의 현실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었다.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자치 시대가 열렸다.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방자치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효능감은 매우 낮다. 단체장도 의원도 주민이 선출만 할 뿐이지 주민자치·주민통제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는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수단이 되고
2026-04-21 편집국 기자
생성형 AI는 이제 일부 기술기업만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바꾸었는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를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홍보 문구 생성, 아이디어 보완과 같은 보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일정한 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 머무른다면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이 검토해야 할 전략은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의 도입이 아니다. 그것 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 그 리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반을
2026-04-20 편집국 기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2026-04-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전남 나주시에는 수십 년, 적게는 수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묵묵히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고 지켜온 현장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사업이 ‘공모’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 1월에 제출하고 2월에 심사하는 데 올해는 2월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심사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되어야 할 시점인데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꼴이다. 이 공모 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윤병태 시장과 이 예산을 승인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사업은 원래 전년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며 다음 해로 이어가는 연속과 지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당해 연도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공모 방식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공모는 공정하다”고 하면 그만인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와 어제 심은 모종에게 똑같은 물을 주고 “같이 대했으니 공정하다니. 이런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 기계적 평등일 뿐이다.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부정하는 행정은 기록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시간을 다시 ‘0’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연속성
2026-03-31 편집국 기자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 속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예고 없이 위축되고 원가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압력은 특정 기업만 비켜 가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어떤 조직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조직은 작은 충격에도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 되며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변화의 강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방식은 조직이 설계한 체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밖에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안에서 결정된다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내부 구조가 취약할 때 균열이 확대된다. 결국 조 직이 흔들릴 때 점검해야 할 것은 외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무엇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2026-03-21 편집국 기자
얼마 전 필자가 듣는 고전강독 시간에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팔순의 훈장은 자신의 집에 쥐가 들어와 겁을 먹은 아내가 주방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거였다. 방역업체까지 불렀지만 정작 쥐는 잡지 못하고, 쥐구멍 두 개를 막는 데 출장비만 2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80대 중반의 수강생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군 오징어 미끼로 쥐덫을 놓아보세요” 그 한마디에 교실은 금세 어린 시절 이야기로 번졌다. 천장에서 쥐들이 밤마다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는 비료 포대로 천장을 막아 쥐를 몰아 잡았고, 또 누구는 쥐꼬리를 묶어 학교에 가져가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쥐는 그저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식량을 축내는 ‘적’이었다. 그 시절의 농촌은 쥐와의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쥐보다 더 큰 문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omb』의 저자로 유명한 미 스탠포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폴 R 얼리치(Paul R. Ehrlich)가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기사를 전했다. 그는 인구 폭증이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던 생태학자였다.
2026-03-19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