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구글, 애플, MS, 메트, X 등 미국 빅테 크 앱과 제품들을 압도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에 점령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놀랍다. 그러나 트럼프 제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과 야욕에 여론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간 순순히 받아들였던 미국 인터넷 테크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난 3월 유고브(YouGov) 리서치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5개국 시민, 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미국 테크 서비스를 유럽 토종 서비스로 교체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유럽 시민들이 교체되기를 바라는 미국 테크기업 의 인터넷 서비스는 서버와 스토리지, 줌과 같은 컨퍼런스앱, 이메일, 심지어 은행 결제 시스템도 포함돼 있었다. 한 달 앞서 스위스의 인터넷 프라이버시 단체인 프로톤 (Proton)이 영국과 독일, 프랑스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 10명 중 8명 이상이 미국 테크기업들에 대한 의존성을 지 적했다. 유럽인들은 그들의 개인정보가 유럽 법에 의해 보호받기를 원하며, 미국 테크기업 서비스를 유럽 것으로 전환할 수 있기로 바라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이 증가한 탓으로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다음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꼽았다. 국내에서도 쿠팡의 정보 유출 사고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는데, 유럽에서 도 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랐다. 유럽과 미국 간에는 정보 유출과 관련된 법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도 양측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고 이것이 유럽 여론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클라우드 법은 미국 앱과 서비스를 사용해 저장된 유럽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미국 당국에게 허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유럽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은 개인정보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규정을 갖고 있으며 위반할 시 벌금 제재를 받는다. 미국과의 갈등이 높아지고 유럽과의 법 인식과 체계도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들어 유럽 각국은 미 당국이 미국 테크기업들의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말하자면 유럽 시민과 기업, 기관들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미국 테크기업들이 갑자기 데이터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얘기인데, 데이터의 국가 주권 의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테크 주권 강화 앞장 서 프랑스 정부는 최근 정부 기관에서 사용되는 일부 컴퓨터에서 MS 윈도 대신에 오픈 소스 프로그램인 리눅스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비드 아미엘 장관은 디지털 데이 터와 인프라를 프랑스 정부가 콘트롤 할 수 없는 현실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으며, 프랑스의 디지털 미래를 우리 손으로 되찾아 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다소 비장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앞서 프랑스 정부는 영상 콘퍼런스 앱인 MS의 팀즈 (Teams) 사용을 중지하고 프랑스 토종 앱인 비지오(Visio) 를 사용하기로 했다. 비지오는 오픈 소스와 암호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건강 정보 플랫폼도 토종으로 올해 말까지 대체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 유럽 의회는 미국 테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우려하면서 회원국들이 외국 테크 기술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분야를 확인하고 보고할 것을 투표를 통해 채택했다. 유럽의 기술 주권 움직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중에도 유럽의 비협조를 이유로 유럽 안보를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어 미국 테크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유럽의 기술 주권, 미국급 기술력으로 응용 산업 도약의 계기 될 수도 유럽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 수준은 미국에 버금가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연구 환경의 안정성과 기초 연구 면에서는 유럽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미국 빅테크 기업 과 같은 상업적 응용 연구 분야에서는 미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런 분위기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취임하고 나서 대학들과 갈등을 빚고 연구비 삭감을 실시하면서 미국의 연구자들이 유럽으로 자리를 옮기는 분위기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테크 기술자들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오히려 많이 이동하고 있고, 유럽 벤처 투자가 지난 10년간 4배 증가해 중국을 추월했다는 이코노미스트 보도도 있다. 그간 유럽에서 미국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탄생하지 못한 것은 미국에 비해 정부의 지원도 약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풍부한 벤처 자금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요인이 컸다. 이제 미국 테크 의존을 줄이려는 공감대가 유럽 각국과 EU 의회에서 강력하게 형성되고 각국 여론의 열망도 뜨거워지고 있는 같아, 유럽 토종 테크 기업의 육성과 성장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정부와 산업계를 분발시키는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 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중국의 기술 발전에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3월 중국은 제15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은 이전 5개년 계획에 뒤이어 첨단기술과 제조경쟁력 향상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이미 앞질렀고 AI 분야도 미국을 거세게 추격한다는 상황에서 나온 5개년 계획의 야심한 청사진이다. 중국의 태양광에 놀라고 전기차와 로봇에 공포를 느낀 유럽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파기 위협으로 사활의 변곡점에 서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와 가성비 좋은 제품의 무더기 수출 공세, 희귀광물 수출통제에 대한 미국과 유럽과의 공조도 이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위협 발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쌓아온 미국의 글로벌 신뢰 자산을 너무 많이 무너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석유와 가스 소비국인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미국은 계속 동맹 탓만 하고 있다. 적어도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자원 문제를 비롯해 어떤 국제적 이슈에 대해 자유 진영의 공동 대처보다 오히려 분열 양상이 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도 디지털 주권성 강화 나서 일본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도입이 늦었다. 일본은 1980~90년대 플라자합의로 인한 엔화 절상과 부동산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의 긴 동면에 빠져 있었다. 그 바람에 제조업 경쟁력은 유지했으나 디지털 부문의 발전이 지체 돼 미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존이 심화돼 왔다. 디지털 도입에 이은 AI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압박은 일본 정부와 재계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게 될 클라우 드 사업에 미국계 4사 외에 자국 기업도 참여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일본의 디지털 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주로 미국제를 사용하고 있는 데에 원인이 있다. 일본도 자국의 중요한 국가 데이터를 미국계 클라우드에 저장했다가 갑작스럽게 어떤 사정으로 끊겨 버리거나 강제 차단될 경우 엄청난 낭패를 당할지 걱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 다. 클라우드 인프라가 데이터 소유국에 있다고 해도 미국계 클라우드사가 암호키를 갖고 있고 관리 기술도 독점하고 있는 이상 안심할 수는 없다. 데이터에 대한 인식과 정책도 각 나라마다 다른 것이 당 연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기업의 자유를 존중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나 유럽이나 아시아는 데이터의 윤리성, 공공적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자국 기업이 저장하고 사용한다면 문제가 덜 복잡하지만, 데이터를 외국계 기업이 저장할 경우 복잡한 문제로 번지고 자칫 충돌을 빚을 수 있다. 이미 데이터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차이로 유럽과 미국 간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기술 주권은 어디에 한국의 기술 주권 상황은 유럽과 일본에 비해 다소 양호한 편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인구 4억5000만명을 포용하고 있는 거대 시장으로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유럽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압박, 중국의 부상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브렉시트로 떠났던 영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유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가치를 공유하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유럽과의 협력을 우선으로 강화해야 한다. 미국 시장만 바라본다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글로 벌 사우스와의 적극 외교를 펼치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심으로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말을 따르지 않은 동맹들, 새 국제질서 만든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 동맹들은 트럼프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협상 도중에 선제공격을 한 점, 작년 취임 이후 계속된 일괄 관세 부과 정책, 그린란드 야욕 노골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이란 전쟁은 시작보다는 전쟁을 끝내고 세계 석유와 가스가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가 미국의 입장에서 훨씬 다루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과 휴전을 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운항을 영국과 프랑스 등 40여 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군에게 맡기고 빠질 것인지 불투명하다. 만약 다국적군에 미군이 포함될 경우, 이란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을 극도로 불신하고 있는 이란이 미군이 참여한 다국적군이 호르무즈 해상에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다국적군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미국의 참여 명분이 약해 보인다. 전비를 막대하게 썼고 중동 석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한 대목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미국이 호르무즈 다국적군에서 빠지거나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호르무즈 다국적군의 주도권은 프랑스와 영국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슨 형태가 됐던 간에 이번 이란 전쟁으로 유럽의 위상이 점차 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패권에서 1인자는 있지만, 2인자는 없다. 그간 자유 진영은 미국이 1인자였고,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이 ‘군말 없이’ 따라가는 구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동맹 후려치기의 후과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일회성 이벤트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숙의 구조 속에서 다뤄져야" - "감축을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 더욱 커져" - 국회가 더 이상 입법을 지연시키지 말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31년 이후의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제화해야 하며, 시민대표단은 전 세계 평균 이상의 적극적인 감축안을 지지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는 "이번 공론화가 국회 주도의 첫 기후 대응 사례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다만, 법적 구속력 부재와 촉박한 일정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 기후 입법 공론화 중요, 그러나 법적 구속력 없는 점은 한계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번 공론화가 헌재 판결 이후 국회가 추진한 첫 기후 입법 사례로서 큰 의미가 있지만, 정치적 일정으로 숙의 시간이 부족했던 점은 "국회 책임"이라고 짚었다. 또한 시민·미래세대 대표단 대다수가 초기부터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없었던 것은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을 통해 시민들이 명확한 판단을 내린 "숙의민주주의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공론화는 정부 정책 결정을 목적으로 했던 2017년 신고리(5·6호기) 공론화와 사례와 달리 국회의 입법을 직접 목표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민대표단 330명 외에 10~14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미래세대대표단 40명을 별도로 운영해 세대 간 형평성을 강화했다. 또 KBS 본사와 지역방송국을 연결한 분산형 숙의 방식이 도입됐으며, 온라인 학습 자료와 Q&A 시스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가학습을 지원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수준이 세계 평균보다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대표단 모두에서 증가했다. 특히 미래세대대표단에서는 과반 이상이 국제 평균보다 "높은 감축 수준"을 지지했다. 서 대표는 "이번 공론화는 국회 주도의 첫 기후 공론화로서 시민참여형 기후 거버넌스와 청소년·미래세대 대표성 확대를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해갈등에 대한 숙의 가능성을 증명하며 장기적 정책 의제를 다루는 사회적 공론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됐지만 공론화 결과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발의된 일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대표단의 숙의 결과와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서 대표는 “기후특위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한다면 시민숙의 결과와 반하는 법안은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국회 차원의 상설 공론화 기구 설치 필요성을 제안했다. 기후위기와 같이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문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시민숙의 구조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 ‘기후위기 대응 강화’ 위한 조속한 입법 필요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헌재 판결 취지에 따른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공론화 결과를 부정하며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무관심과 기후특위의 구조적 한계로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한 공론화 결과는 숙의를 거친 정당한 사회적 합의"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거나 헌재 판결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며 결과를 흔드려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활동가는 "이번 공론화가 여당과 산업계가 참여해 설계된 정당한 절차"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절차적 문제 제기를 결과를 부정하려는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특히 감축 목표 완화가 가능한 국민의힘의 개정안은 헌재 결정과 공론화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이는 입법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산업계가 배출 전망치를 부풀려 감축 목표를 낮추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정부의 불분명한 신호가 포스코 같은 기업의 투자 지연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그는, 한국의 높은 탄소집약도를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근거로 적극적인 감축이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감축 지연이 미래 세대의 소득 감소와 취약계층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초기 감축 비중을 높인 '오목형 감축 경로'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그는 "2035년 65%에서 2045년 95%에 이르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함께,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공론화와 실제 정책 결정 과정의 연계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이선미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팀장은 "이번 공론화는 헌재가 정한 짧은 법 개정 시한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래세대대표단을 신설하고 시민대표단 참여 연령을 15세로 낮추는 등 청소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한 점이 긍정적으로 꼽았다. 이 팀장은 “대한민국의 감축 목표는 세계 평균보다 높아야 하고, 초기에는 더 적극적으로 감축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확인됐다”며 “특히 기후정책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산업 노동자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이 실제 시민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번 공론화를 시민숙의형 거버넌스의 중요한 선례로 평가했다. 이 팀장은 기후시민의회 설치를 통한 공론장 활성화와 결과에 대한 정치권의 존중과 공론화의 완결성을 위해 실질적인 입법 반영과 사후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부터 강력한 감축 목표 설정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국회의 엄격한 이행 점검을 주문했다. ◇ 기후위기 피해, 미래세대와 취약계층에 집중돼 남성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공론화 과정이 자칫 결정 취지와 어긋날까 우려했으나, 실제 결과가 헌재 취지보다 더 적극적인 감축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법 개정 시한 경과로 법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재차 헌법소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정교한 입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탄소예산의 한계를 고려하면 감축을 미룰수록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또한 기후소송 이후 기준을 강화한 독일과 네덜란드 사례처럼 한국 역시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하는 사례로 남아야 한다며, 국회가 더 이상 입법을 지연시키지 말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주거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 부족’ 지적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공론화위원회 자문단)은 자문단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세대와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오히려 과소 대표되었음에도 적극적 감축 결과가 나온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산업계가 공동체 목표보다 개별 어려움만 강조하면서 정작 건물·주거 부문의 탄소중립 실현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 논의가 뒤처진 점을 비판했다. 최 소장은 "기후 위기가 취약계층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되었다"며 "주거 부문의 그린리모델링 예산 부족과 민간 주택 규제 미비 등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축물에 대한 유럽식 규제 등 부문별 세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목표 자체 부재한 상황에서 기본 원칙 논의? 윤지로 클리프 대표는 “공론화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사전에 고민하지 않은 채 공론화를 진행한 것 자체가 순서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환경·기후 정책에서 종종 해외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각국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은 매우 다르다”며 “단순히 해외에서 시행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도입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한국 공론화가 기본 원칙을 다룬 포괄적 성격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입법 연계에 성공한 영국·아일랜드와 달리 이해관계자의 영향으로 권고안이 폐기된 프랑스의 사례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의 입법화 사례를 들어 결과 활용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홍보 부족과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공론화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았던 점을 지적했다. ◇ 정부, 공론화 결과 무겁게 받아들여 이상헌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과장은 "국회 기후특위 의원들이 공론화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이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초기 단계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국회가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고 조속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플랜1.5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에 대해 실거주 의무 유예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다주택자 매도 물량 일부에 한해 적용됐던 예외 규정을 1주택 비거주자까지 넓혀, 최근 거래 위축 우려가 커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는 “갭투자 허용은 아니다”라며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 거래 원칙은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교통부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이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을 거래할 경우,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유예하는 대상을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토지거래허가 이후 4개월 내 입주해 2년간 거주해야 했던 의무가 일정 기간 유예된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나타난 형평성 논란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다주택자 매도 물량에만 실거주 유예를 적용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비거주 1주택자 등은 동일한 상황에서도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와 무주택자 매수 비중 확대를 근거로 후속 규제 완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5900건, 2월 5600건, 3월 6400건으로 최근 5년 평균인 4100건을 웃돌았다. 특히 다주택자가 매도한 서울 아파트의 무주택자 매수 비율은 지난해 평균 56%에서 올해 3월 73%까지 상승했다. 적용 대상은 발표일인 12일 현재 임대 중인 주택이다. 연말인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후 4개월 내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또 실거주 유예 혜택은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매수자’에게만 허용된다. 발표 이후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거주 유예 기간은 발표일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 시점까지다. 다만 아무리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하며, 이후 2년간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기존 임대차 계약이 존재하는 주택에만 적용되는 만큼 신규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향후 토지거래허가 대상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별도의 전입신고 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실거주 의무가 이미 부과되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는 갭투자 불허 원칙을 유지하면서 시행되는 것”이라며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던 집주인들의 매물 출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일부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지만 고가주택 보유자와 1주택자의 각각 다른 입장을 고려해보면 정책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대출과 갭투자가 제한된 규제지역의 고가주택 보유자는 전세를 끼고 매각이 가능해져 고령자 중심으로 다운사이징과 차익 실현 매물을 일부 내놓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1주택자는 비거주자라 하더라도 다주택자보다 양도 및 보유세 부담이 낮은 편이고 투자개념의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해 소유와 거주를 분리한 경우가 많으므로 당장 내놓기보다는 향후 실거주를 통해 절세를 완성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 주택을 매각한 뒤 갈아타려 할 때 규제지역의 대출이 2025년 10.15 대책(15억원 이하 6억원·15~25억원 이하 4억원·25억월 초과 2억원 대출)으로 상당히 강화된 상태라 자본 여력이 제한될수록 매각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상환압박을 함께하지 않는다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보다 이번 조치로 인한 매물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의 매출 출회 가능성에 대해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대차를 낀 상황 속 다주택자의 매각 편의성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나 절세 등 민감한 이슈인 양도소득세 중과는 그대로 적용받게 되는 셈이라 관련 매물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2일, 이 전 장관의 혐의 유·무죄 판단을 1심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1심 형이 가볍다고 보아 형량을 2년 늘렸다. 재판부는 "소방청장에게 지시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는 물리적으로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불가능하게 한다"며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민들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전 장관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국민 안전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위법한 지시를 내린 점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간부터 항소심까지 비상계엄을 용인하거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은 점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꼽았다.
‘받들어총’ 형태 제작으로 논란을 빚은 ‘감사의 정원’이 12일 광화문광장에서 준공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범여권과 시민단체들은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6.25m에 달하는 23개 돌기둥을 세운 것은 세종 정신을 훼손하고, 국가주의를 내세운 것이라 규정하고 지적해 왔다. 이날 준공식에는 6·25 참전 22개국 주한대사와 참전용사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는 “‘감사의 빛 23’ 조형물은 모듈형으로 제작해 준공 후에도 기증받은 석재를 설치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참전국이 기증한 석재를 활용해 연대와 협력의 의미를 더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시민적 공감도 충분한 숙의도 없이, 행정적 절차도 도외시한 채 밀어붙인 이 사업은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의 결정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긴급 입찰공고로 ‘광화문광장 상징조형물(받들어총) 제작·구매·설치 입찰 공고’를 냈는데 이 사업은 긴급입찰공고를 할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입찰에는 두 개 업체가 응했으며, 그중 10억 원이나 높은 39억 6천만 원을 써낸 업체가 낙찰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업체는 특정 종교재단이 최대 주주인 곳"이라며 "시민의 혈세를 추가 지출하면서까지 선택해야만 했던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는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감사의 정원’이 참전국에 감사하는 건지, 업자들에게 감사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감사(感謝)’의 정원 준공식이 아닌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監査)’가 이루어져야 할 것”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한가선 대변인도 “서울시민 60%가 반대한 이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세금의 207억원을 낭비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광화문광장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이라며 “4.19혁명 당시 경찰 발포로 많은 시민이 희생된 자리에 ‘받들어총’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민주화 역사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신미연 대변인도 “광장의 주인인 시민을 향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이미 용산 전쟁기념관에 충분히 기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에 6.25참전국 기념물 건립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항쟁의 기록을 지우고, 삐뚤어진 애국주의와 편향된 군사주의 이념으로 광장을 덧칠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준공식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서울은 연병장이 아니다”라며 “받들어총 건설은 기이할 정도로 조급하고 졸속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광장을 틀어막고 시민들의 집회와 민주주의를 지워버리는 오세훈식 서울 행정의 몰역사성과 천박함에 부끄럽다”며 "받들어총은 철거해야 될 흉물"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역시 이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의 정원에 설치된 조형물 철거를 촉구했다.
현대모비스의 램프 생산 자회사인 유니투스가 전면 파업을 철회한 지 단 하루 만에 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부품사 OP모빌리티에 매각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노사 간 갈등이 재점화되며,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과 램프 사업 매각 일정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움직임에 초점에 맞춰지고 있다. 유니투스 파업의 핵심 원인은 현대모비스의 램프 사업 매각 과정에서 고용·근로조건 불안, 위로금 차등 지급안, ‘인수사와 지속 협의’ 문구에 대한 불신, 산별노조의 강경 기조가 겹친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투스 노조는 4월 말부터 지금까지 ‘파업→합의→재파업’으로 입장이 계속 변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김천 현대모비스지회는 11일 오후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12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고 공지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을 이어오다 11일 작업에 복귀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파업을 선언했다. 유니투스는 헤드·리어램프, 에어백, 브레이크 등 핵심 차량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현대모비스는 김천 램프 공장을 프랑스 부품사 OP모빌리티에 매각하기로 한 다음, 유니투스와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재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근로 조건 변경 가능성과 연령별 위로금 차등 지급안이 자리하고 있다. 사측은 ‘램프 사업 지속 성장 및 고용 안정을 위한 합의서’를 제시하며 근로 조건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했지만, ‘인수사와 지속 협의한다’는 문구가 포함되면서 노조가 매각 이후 합의가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로금 지급 방식도 갈등을 키웠다. 사측은 최근 5년간 성과급 총액을 한 번 더 지급하고 ‘뉴스타트 격려금’ 5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만 56세 이상 직원에게는 70% 이하로 차등 지급하고 만 60세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며 노조의 반발을 샀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유니투스의 재파업이 매각 협상과 완성차 생산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국경의 장벽은 낮아지고, 정보와 자본, 사람과 기술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인류를 지구촌이란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은 상호 연결된 세상을 넘어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HOW 사회연구소(The HOW Institute for Society)의 설립자인 도브 세이드먼(Dov Seidman)의 말처럼 세상은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또는 “평면적인 세상”에서 “융합된 세상”으로 변했다. “융합된 세상”에서는 어느 나라건 누구건 벗어날 수 없기에 모든 나라나 우리는 함께 번영하거나 함께 몰락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평면적인 세계”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글로벌 질서에서 일정 부분 이탈할 수 있었다. 때로는 보호주의를 선택하고 지역 블록을 형성하며 독자 생존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융합된 세계”에서는 그런 선택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 팬데믹, 공급망 붕괴, 사이버 공격, 인공지능(AI)의 통제 문제 같은 도전들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실패는 곧 다른 국가의 위
2026-05-10 윤영무 본부장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은 말은 조산 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편찬한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소지장선 양엽가변(蔬之將善 兩葉可辨)에 기록되어 있다. 필자는 농금원 재직 시 어느 투자사로부터 받은 기념품에 적혀 있었던 글 내용이 가끔 생각난다. ‘될성부른 나무 잘 찾아 잘 키워, 잘 맺은 열매들을 잘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투자 조합을 막 결성한 운용사에게 딜소싱이 어떠한 것인지가 잘 드러난다. 벤처투자에서 딜소싱은 투자자가 판단하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투자 심사를 위하여 이루어진다. 딜소싱은 투자자가 전략에 부합하는 기업을 찾고 투자 포트폴 리오를 다각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의 딜소싱은 여러 가지 방식과 경로로 수시로 이루어진다. 동료 투자자, 엑셀러 레이터(AC), 지인 등을 통해 소개받거나 직접 찾아오는 스타트업을 만나서 준비해 온 사업 계획서를 살펴보기도 한다. 또 공공기관 시스템이나 IR(Investor Relations) 행사 등을 통하 거나 창업이나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 등의 심사자로 참여함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드물게는 박람회 참여 또는 각종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서 투자 검토 대상
2026-05-09 편집국 기자
지난 4일, 한국의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가 운영하는 파나마 선적(船籍)의 HMM Namu에서 폭발과 화재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했다. 한국 선박에서의 이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은 우발적이라기보다 전쟁으로 고착된 불안정성이 드러난 사례에 가깝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좁은 수로는 오래전부터 국제 정치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의 양상은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 군사 기술의 변화와 비대칭 전력의 확산이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이란 공습을 통해 이란 내부 봉기나 정권의 붕괴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외부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호르무즈 해협이 전략적 지렛대임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이 해협을 통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능력만으로도 국제 사회, 특히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했다. 특히 ‘무기의 민주화’는 결정적이었다. 과거에는 군사적 우위가 곧 경제력과 기술력의 함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무인기, 즉 드론이 그 공식을 깨고 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관총이 전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던 순간과도 유
2026-05-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20여 일 뒤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는 후보자들의 이력과 공약뿐 아니라 전과 기록을 둘러싼 보도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단순한 흥밋거리로 소비하거나, 반대로 일률적인 낙인으로 판단하는 태도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적 권한을 행사할 사람이 살아온 이력과 도덕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선의 정치사상가인 율곡 이이(1536~1584)은 정치의 근본을 제도나 법 이전에 ‘사람’에서 찾았다. 그는 「동호문답」과 「만언봉사」 등에서 정치의 핵심을 “政者正也。子帥以正,孰敢不正”이라 했다.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며, 윗사람이 바르면 아랫사람 또한 바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현실 정치를 비판하여 “今之為政者,不務修己,而務責人”이라 하였다. “오늘날 정치를 하는 자들은 스스로 닦는 데 힘쓰지 않고 남 탓만 한다”고 함으로써 정치의 핵심이 개인의 도덕적 수양과 책임성에 있으며, 바른 사람만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 중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인 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대표 저서 『군주론』에서 ‘정치란
2026-05-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안보를 명분으로 한 결속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자유를 외면한 권력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역사는 억압된 질서가 내부 균열로 무너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현재 이란의 '버티기 전략' 또한 국민의 지지 없이는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이중적이다. 형식적으로는 선출된 정부와 협상파가 존재하지만, 실질적 힘은 혁명수비대와 같은 강경 세력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군사 조직을 넘어 이념과 신앙으로 결속된 집단이다. 이들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요 국가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체제 유지 자체를 목적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협상의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대화를 시도하지만,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세력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협상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이란의 버티기 전략은 외부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제 제재와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경 노선은 단기적으로는 체제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2026-05-07 윤영무 본부장 기자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지자체는 울릉군(약 8,700명)이며, 그 다음은 경북 영양군(약 16,000명)이다. 섬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양군은 인구 소멸 고위험 지자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양군의 올해 예산은 약 4천억 원으로 군민 1인당 2,500만 원꼴이며, 공무원 수는 511명이다. 지난해 인구 1만 5천 명 선이 위협받기도 했으나, 올해 초부터 전 군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 20만 원을 지급하며 수개월 만에 인구가 1천 명가량 반등했다. ◇효능감이 느껴지지 않는 지방자치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2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생활정치와 지역복지를 실현해야 할 지방선거에 중앙정치의 진영논리가 그대로 관철되며, 호남에서는 파란색, 영남에서는 빨간색으로, 당의 공천만 받으면 그대로 당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공천권 쥔 이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될 뿐,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의 행복실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능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현실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는 작은 규모의 자치를
2026-05-06 편집국 기자
전쟁의 얼굴은 시대마다 바뀌지만 그 본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놓고선 늘 논쟁을 벌였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끌어올린다. 드론과 미사일, 사이버 공격과 심리전이 뒤섞인 충돌 양상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전면전의 선포도, 명확한 전선도 없이 긴장이 고조되고 완화되기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의 본질이 바뀌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표현 방식만 달라진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서양과 동양의 대표적인 전쟁 사상가를 동시에 호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프로이센 출신의 군인이자 군사 이론가로 나폴레옹 전쟁을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론』을 집필한 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년), 그리고 중국 춘추시대 인물로, 오 나라에서 활동한 전략가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기원전 544~기원전 496년 추정)다. 일부 학자들은 『손자병법』이 손자 개인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사상이 축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시대도, 문화도 다르지만, 여전히 오늘날까지 읽히는 정치 군사적 통찰을 남겼다. 만약 이들이
2026-05-0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최근 외식업 폐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문 닫은 식당들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식당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찾던 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배달 전문점까지 폐점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결과로 이해한다. 물론 소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 둔화가 외식업에 큰 부담을 준 것도 맞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 위기 먼저 농산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 농산물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3.3% 하락했고,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5.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으니 외식업의 식재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유황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
2026-05-02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