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전장관리체계 시범부대 전군 확대...지휘·통제 구조의 구조적 변화 본격화 - 스마트시티·AI 생태계와의 민·군 융합으로 국가 단위 AI 운영 플랫폼으로 확장 - 전투 효율 향상 기대 속 사이버 보안·윤리 문제 등 새로운 과제도 부상 최근 국방부가 AI 기반 전장관리체계(BMS) 시범 운영을 기존 일부 부대에서 전군 부대로 확대하며 한국군 지휘·통제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무기체계의 현대화 수준을 넘어, 전투 수행 방식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흐름 속에서 등장한 결정적 조치다. 국내에서는 산업계의 AI 기반 운영 시스템 보편화 흐름에 발맞춰 국방 분야도 이러한 기술적 기반과 혁신 흐름을 공유하며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이번 확대 운영은 현대 전장의 전투 효율과 의사 결정 속도를 높여 한국군이 인간 중심에서 AI 중심의 미래 전쟁 세계로 나아가는 상징적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AI 전장관리체계의 구성, 확대 배경, 기대 효과 시범부대 확대 결정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무인기 침투, 전자전 장비 고도화, AI 기반 표적 분석 및 타격 체계 개발 등 비대칭 전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 방식의 지휘·통제 체계만으로는 대응 속도와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국군이 AI 중심 전장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이유도 있다. 실제로 국방부가 그동안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해온 시범부대에서는 전투 지휘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정보 해석 과정에서 발생하던 오판이 줄어들었으며, 실시간 정보 공유의 효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가시적 성과가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AI 기반 체계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전투력 향상에 실질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입증하며, 시범부대 확대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국방부가 2028년까지 전군 통합 AI 전장관리체계 구축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 AI 기술 생태계와의 연계는 이번 사업의 확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미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AI 기반 교통 흐름 예측, 재난 대응 자동화, 도시 단위 데이터 허브 구축 등 대규모 운영 기술이 검증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은 군사 작전 환경에서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며, 실제로 국내 AI 기업, 방산기업, 통신사 등이 참여하면서 민·군 기술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형 AI 도시 기술이 아시아 5개국에서 실증되며 국제적 확장성을 확보한 점은, 국가 단위 AI 운영 플랫폼이 군사 분야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한국군의 AI 전장관리체계는 단순한 국방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AI 생태계와 연결된 전략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번 시범부대 확대는 그 전환을 가속하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AI 기반 전장관리체계 확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다 국내 AI 기술 생태계가 군사 분야와 빠르게 접점을 넓히며 민·군 기술 융합을 통한 ‘AI 중심 전장’ 전환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등에서 이미 검증된 AI 기반 교통 흐름 예측, 재난 대응 자동화, 데이터 허브 기술은 군의 상황 인식과 지휘·통제 체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적 자산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AI 기업, 방산기업, 통신사가 참여하는 국가 단위 AI 운영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한국형 AI 도시 기술이 아시아 5개국에서 실증되며 국제적 신뢰성을 확보한 만큼, 이러한 기술 기반은 군사 분야에서도 높은 기술적 확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전장관리체계 확대는 국내 AI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계해 미래전에 최적화된 민·군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AI 기반 전장관리체계 도입으로 전투 지휘 속도가 최대 30~50%까지 향상되고, 오판과 병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시간 전장 가시성 확보를 통해 지휘관의 판단 정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AI 오판이나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전투 상황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과 사이버 공격에 취약해질 가능성,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판단 오류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군사 의사결정의 자동화가 확대될 경우 책임 소재와 윤리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은 “AI는 지휘관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술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보조체계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술 의존을 경계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군대로의 전환,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AI 기반 전장관리체계의 확대는 안보 환경애 대응하기 위한 필연적 변화이자 지휘·통제 체계의 구조적 전환이다. 민간 기술을 국방 영역으로 접목하여 국가 차원의 AI 운영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미래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보안과 윤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하지만, 이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요소일 뿐 AI 전환이라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AI 전장관리체계는 군의 지능화와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이제 그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 소속의 H 연구원은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AI 기반 전장관리체계가 한국군의 지휘·통제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면, XR(확장현실) 기술은 전투 준비 태세와 실전 대응 능력을 혁신하는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XR은 실제와 유사한 가상 환경을 구현해 기존 훈련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안전사고 예방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제공한다. 미국의 IVAS(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는 AR 기반 HMD를 통해 무기 조준경과 연동되는 실전형 전투 지원 기능을 구현하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기술은 전장 상황 인식과 전투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전투 장비로 평가된다. 또 록히드마틴·보잉·레이시온 등 글로벌 방산기업은 VR 기반 정비 교육과 AR 기반 야전 정비 플랫폼을 개발해 실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H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민·군 협업을 통해 VTB‑X(VR 전투 훈련) 플랫폼이 공개되고, 지난해 9월에는 ‘VTB‑X 2.0’이 출시되며 육·해·공군이 동일한 가상 공간에서 합동훈련을 수행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XR은 단순한 훈련 도구를 넘어 AI 전장관리체계와 결합해 미래 전투 환경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군이 지능형·실감형 전투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 14만명 임상서 조기암 진단 성과 기대 못 미쳐...기술 한계 확인 - GC지놈·아이엠디엑스, 데이터·AI 기반 정밀진단 플랫폼 경쟁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선 혈액을 정밀 검진해 다양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건강검진 서비스 시장에서 상용화가 이뤄졌지만,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암은 조기 진단이 필수적인 질병이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면 생존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다중암 조기 진단 액체생검 부분 글로벌 선두주자로 그레일(GRAIL)과 가던트헬스(Guardant Health)가 꼽힌다. 국내에서는 GC지놈과 아이엠디비엑스가 대표적이다. 이제 상용화를 넘어 정확성의 문제가 암 조기 진단 분야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레일은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 공동으로 실시한 자사 암 진단 프로그램인 갤러리(Galleri)에 대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은 2022년 14만 명을 대상으로 갤러리 검사가 말기 암을 얼마나 감소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를 통해 얼마나 정확하게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레일은 지난 2020년 액체생검을 통해 50가지 이상의 암종을 탐지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변 임상 결과로 정확성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결과가 액체생검 조기 암 진단 기술 자체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를 계기로 정확도를 높이는 문제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암 조기 진단부터 치료 이후 관리까지 일반적으로 암 진단은 X선이나 초음파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R),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검사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종양 조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이른바 생검(조직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 소변 등에 존재하는 뉴클레오티드 조각을 분석해 암과 같은 질병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이중 혈액에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엑소좀, RNA, DNA, 단백질 등 다양한 물질이 혼합돼 있는데 특히 암 진단에는 순환종양 DNA(ctDNA)가 지표로 활용된다. 직접 종양을 떼어내는 조직검사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상용화된 액체생검 프로그램들은 진단 이후 환자 개개인의 DNA 변이 특성에 맞춘 정밀 의학 기술을 사용해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암 환자가 치료 이후에도 액체생검을 정기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재발 징후 관리도 가능하다. 문제는 액체생검 암 검진의 위양성(False Positive) 이슈다. 검진 결과 암이 존재한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암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또한 ctDNA로 암의 존재는 알 수 있어도 그 암이 신체 어느 부위에서 발생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하거나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AI 고도화 전략 대결...아이캔서치 vs 캔서파인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활용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진단법 개발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C지놈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분석법을 적용한 ‘아이캔서치(ai-CANCERCH)’를 2023년 9월 국내 암 검진 시장에 출시해 운영 중이다. 2013년 액체생검 및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국내 산전검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그동안 쌓아온 액체생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암 진단 시장에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아이캔서치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관 속을 떠다니는 세포유리 DNA(cfDNA) 중 ctDNA를 추출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적용함으로써 암을 진단한다. 현재 주요 10종 이상의 암 존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특히, GC지놈이 특허를 보유한 AI 알고리즘 기반 분석법은 암환자를 포함한 8000명 이상의 임상 검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적용 가능한 암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예측 가능한 암종을 20종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한 이 제품의 주요 기술에 대한 임상 성능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 학술지에 게재(Nat Commun 2023, IF 17.7.) 됐으며, 주요 국제 암 학술대회 발표와 2024년 제19차 대한진단유전학회 최우수 논문상 수상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GC지놈 관계자는 “아이캔선치는 아주 미세한 양의 암 신호를 포착하는 민감도가 뛰어나고 암종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특이도를 95%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민감도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GC지놈과 경쟁업체인 아이엠디비엑스는 '캔서파인더'를 운영 중이다. 비슷하게 ctDNA를 지표로 활용한다. 이 기술은 혈액 내 ctDNA의 다양한 특성을 이미지 데이터로 변환해 학습하는 딥러닝 프레임워크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 국내외 연구진, AI·단백질 결합 등 정밀도 개선 총력 국내외 진단의학계에서도 액체생검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출신 의과학자들이 모여 창업한 생명공학회사 ‘노벨나(Novelna)’는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진단 정확도를 높인 진단기술에 대한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종양학’에 발표했다. 노벨나는 혈액내 ctDNA뿐만 아니라 암과 관련된 혈장 내 단백질 10종까지 분석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들은 실험에서 18가지 유형의 암 진단을 받은 440명과 건강한 44명을 모집해 혈액 샘플을 수집해 개발한 진단법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특이도는 99%로 고정 설정했다. 그 결과 남성 환자의 경우, 93%의 민감도를 여성의 경우 84%의 민감도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그레일의 갤러리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해당 정확도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종합한 지표로,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암을 놓치지 않는 민감도와 위양성을 줄이는 특이도를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20일 안스데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난치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 대한 액체생검 진단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 내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다. 엑소좀은 종양의 분자적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보 전달체로 기존 혈중 DNA 분석 방식보다 종양의 생물학적 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소량 혈액만으로 종양의 유전적 특성과 질병 진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환자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밀한 모니터링과 치료 반응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액채생검 암 진단 기술의 경쟁력은 어떤 생물학적 신호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합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본다. 액체생검이 ‘가능한 기술’에서 ‘신뢰 가능한 진단’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며칠 전, 일간 신문을 넘겨보다 눈길이 가는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필자는 이 연구원을 누가 세웠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이 낸 광고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 대책이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주문치고는 직설적인 광고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고, 대책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젠 그만 좀 하시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정치의 언어는 늘 장밋빛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지방”, “균형 발전” 익숙한 구호들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은 속도를 잃고, 예산은 흩어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결국 남는 것은 통계 뿐이다. 합계 출산율, 인구 감소율, 소멸 위험 지수. 숫자는 냉정하고,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바꿨다. “누가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다. “해결할 수 있는 사람만 나서라!” 이 간단한 전환이 정치에 던지는 메시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는 단일 정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자리, 교육, 주거, 문화, 돌봄이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없으니,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은 다시 출산을 줄이고,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 악순환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책’이라는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선택, 그리고 실행일 것이다.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공약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방에 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인가? 양질의 일자리인가? 교육 환경인가? 아니면 주거 안정인가?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비용인가? 경력 단절인가? 돌봄 공백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없이 내놓는 정책은 결국 선언에 그친다. 그래서 “대책 있는 후보만 나오라!”는 말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일종의 기준 제시다. 문제를 아는 사람, 해결의 경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실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만 정치에 나서 달라는 요구다. 물론 현실 정치에서 ‘완벽한 대책’을 가진 후보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정책이 우선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달라져야 한다. 공약의 크기보다 구체성을, 약속의 수보다 실행 가능성을 봐야 한다. “무엇을 해 준다”라고 하는 말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유권자가 늘어날 때, 정치도 변한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는 짧지만 질문은 길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방이 사라지고, 아이가 줄어드는 현실을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정치는 선택의 결과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는, 우리가 이미 한 선택의 총합이다. 이제 기준을 바꾸자. “대책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문장이 원칙이 되는 순간, 비로소 변화는 시작된다. 모처럼 만난 멋진 광고라는 필자의 생각이기에...
여야는 주말에도 외교·안보 문제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며 긴장 국면을 지속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쇄신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교·안보 문제를 정쟁에 활용한다"고 맞받았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서면브리핑에서 “외교·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를 선거전략으로 끌어다 쓰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국익을 훼손하는 매국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는 ‘빈손 외교’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도 모자라, 방미 목적이 지방선거에 있었다고 밝혔다”며 “외교를 선거 도구로 전락시킨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선거는 YES USA냐, NO USA냐의 싸움’이라며 망언을 쏟아냈다”며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국가 폭력의 상징인 ‘백골단’을 자처한 극우 청년을 국회로 불러 들인 ‘윤어게인’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그 인식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12·3 윤석열 내란으로 한미동맹을 훼손한 당사자”라며 “이러한 매국 행위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현재 한미 관계를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규정했다”고 지적하며 “그간 국민의힘이 끊임없이 경고해 온 한미 동맹의 균열이 더 이상 외교적 수사로도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 비밀인 북한 우라늄 시설 소재지를 경솔하게 노출한 이후, 미국은 한국에 제공하던 핵심 정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동맹 간의 가장 기초적인 신뢰가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동맹국 핵심 군 수뇌부가 우리 정부의 성급한 안보 정책을 향해 ‘정치적 편의주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려를 표한 것은, 정부의 안보관이 얼마나 위태롭고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의 핵심 가치를 과학적 분석과 군사적 대비 태세가 아닌,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적 흥정’ 정도로 여기는 지극히 안일한 인식”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안보 실패의 장본인인 정동영 장관을 즉각 경질하고, 무너진 한미 신뢰를 복원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 수급 불안 우려와 관련해 정부가 “원유 대체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5월 중 작년 월평균 도입량의 87%에 해당하는 7462만 배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전쟁 발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4월 도입량이 과거 평균의 57%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정부와 민간이 함께 대체 도입 노력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주와 아프리카 등 비(非)중동 지역에서 추가 물량을 확보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기존 69%에서 56%로 13%포인트 낮췄다. 강 실장은 “원유 도입 국가뿐 아니라 유조선 항로도 다변화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3999만 배럴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항로로 들여오기로 확정한 것은 정부·민간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유와 함께 나프타·아스팔트 등 주요 원자재의 수급 상황도 일일 단위로 점검하며 ‘신호등 방식’으로 위험도를 관리하고 있다. 강 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동을 방문해 확보한 나프타 210만 톤이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현재 ‘빨간불’인 위험도가 ‘노란불’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스팔트 역시 공급 불안이 커 ‘빨간색’으로 표시된 상태지만,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공사 발주 시기를 조정하고 민·관 협의체를 통해 시급한 공사부터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는 공공부문 공사에 대한 조정이며, 민간 공급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경제 상황과 관련해 강 실장은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굳건히 버티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이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1.7%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반도체 생산·수출 증가와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회복 흐름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에너지 수급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JP모건·씨티은행·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강 실장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동 전쟁의 충격과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청와대는 최근 4차 석유 최고가격이 동결된 배경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인상 압력을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프랑스 주도로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항행 관련 회의에 대해서는 “군사적 협의가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며, 아직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재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서 생활권의 이동을 설계하는 시도에 나선다. 현대건설은 24일 압구정 2·3·5구역을 연결하는 입주민 전용 DRT 서비스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압구정 현대는 약 1만 세대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소규모 도시와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압구정 2구역에서 3·5구역까지 대표 지점을 기준으로 약 1.4km에 달하는 긴 동선을 가지고 있어, 단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생활권과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합리적인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DRT는 정해진 노선 없이 이용객의 요청에 따라 차량 경로가 실시간으로 조정되는 서비스로, 실시간 수요를 반영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제공하는 교통수단이다. 입주민의 실제 이동 동선과 패턴을 분석해, 기존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비효율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체 이동 시나리오 분석 결과 이동시간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가장 긴 경로인 ‘압구정 5구역-잠원 한강공원’ 구간은 기존의 교통수단으로 약 20~45분가량 소요되던 것이 DRT를 이용할 경우, 약 10~14분으로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소~최대 간의 편차도 줄었는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탑승·정차 대기시간을 최소화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또한, 이번 DRT는 실제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압구정역(3호선)과 압구정로데오역(분당선), 현대백화점 및 갤러리아백화점 등 주요 거점과 함께 한강 수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설계를 통해 입주민의 일상과 여가를 위한 이동이 하나로 통합되는 이동 수단을 제공한다. 한편, 현대건설은 지난 2월 말 현대차와 체결한 ‘모빌리티 기반 건설산업 특화 서비스 기획’ MOU를 통해 주거 단지 특성에 맞춘 이동 서비스를 공동으로 기획한다. 현대자동차 ‘셔클’은 실증을 통해 약 71%의 대기시간과 약 88%의 도보 이동시간을 감소시키며 이동 효율 개선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이러한 검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거 단지 구조와 생활 동선에 맞춘 공동주택 전용 DRT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 커뮤니티, 한강, 상업시설, 교통 거점까지 이동 부담을 줄이고 연결성을 높이면, 같은 거리라도 전혀 다른 생활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압구정을 단순한 주거 단지가 아니라 이동까지 설계된 미래형 생활권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며칠 전, 일간 신문을 넘겨보다 눈길이 가는 광고 하나를 보게 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필자는 이 연구원을 누가 세웠고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모른다)이 낸 광고였다. 요지는 간단했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문제에 대책이 있는 후보만 출마하라”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을 향한 주문치고는 직설적인 광고였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지방은 사라지고 있고,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됐고, 대책도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체감되는 변화는 미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광고는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이젠 그만 좀 하시라!’는 선언처럼 들렸다. 정치의 언어는 늘 장밋빛이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지방”, “균형 발전” 익숙한 구호들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책은 속도를 잃고, 예산은 흩어지며, 책임은 흐려진다. 결국 남는 것은 통계 뿐이다. 합계 출산율, 인구 감소율, 소멸 위험 지수. 숫자는 냉정하고, 현실은 더 냉혹하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의 광고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를 다시 설명하지
2026-04-25 윤영무 본부장 기자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
2026-04-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해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원도민이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강원도는 매년 8조, 9조, 이제 10조 원의 사상 최대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삶은 왜 그대로냐고 묻습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지방자치의 현실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었다.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자치 시대가 열렸다.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방자치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효능감은 매우 낮다. 단체장도 의원도 주민이 선출만 할 뿐이지 주민자치·주민통제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는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수단이 되고
2026-04-21 편집국 기자
생성형 AI는 이제 일부 기술기업만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바꾸었는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를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홍보 문구 생성, 아이디어 보완과 같은 보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일정한 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 머무른다면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이 검토해야 할 전략은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의 도입이 아니다. 그것 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 그 리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반을
2026-04-20 편집국 기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2026-04-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전남 나주시에는 수십 년, 적게는 수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묵묵히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고 지켜온 현장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사업이 ‘공모’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 1월에 제출하고 2월에 심사하는 데 올해는 2월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심사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되어야 할 시점인데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꼴이다. 이 공모 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윤병태 시장과 이 예산을 승인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사업은 원래 전년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며 다음 해로 이어가는 연속과 지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당해 연도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공모 방식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공모는 공정하다”고 하면 그만인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와 어제 심은 모종에게 똑같은 물을 주고 “같이 대했으니 공정하다니. 이런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 기계적 평등일 뿐이다.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부정하는 행정은 기록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시간을 다시 ‘0’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연속성
2026-03-31 편집국 기자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 속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예고 없이 위축되고 원가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압력은 특정 기업만 비켜 가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어떤 조직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조직은 작은 충격에도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 되며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변화의 강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방식은 조직이 설계한 체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밖에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안에서 결정된다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내부 구조가 취약할 때 균열이 확대된다. 결국 조 직이 흔들릴 때 점검해야 할 것은 외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무엇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2026-03-21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