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시장이 기술 경쟁을 넘어 ‘IP 전쟁’ 시대로 접어들며 기술 고도화와 브랜드 영향력이 기업 생존 요소로 부상했다. 이제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은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자산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 TCL를 비롯해 글로벌 후발 주자들과 벌이은 상표권·특허권·디자인권을 둘러싼 분쟁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TV·디스플레이·가전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의 IP 충돌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국가 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전자기업, 미국서 특허 소송 급증 삼성전자·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몇몇 개의 기술 특허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미국 월풀(Whirpool)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LG전자를 대상으로 전자레인지 특허 침해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했다. 월풀은 자사가 보유한 ‘오버 더 레인지(Over-the-Range)’ 전자레인지 특허인 조리+환기 기능 결합 구조를 삼성·LG가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삼성·LG 제품의 미국 수입·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삼성과 LG는 상대측도 소장 내용을 분석하며 법적 대응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NPE(특허관리기업)의 집중 타깃이 되며 미국 내에서만 연간 80건 이상 특허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OLED·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 분야에 소송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픽티바(Pictiva Displays)와의 분쟁으로, 이 회사는 OLED 관련 2개 특허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에 약 1억9140만 달러(한화 약 2800억원)의 배상 평결을 내렸고, 삼성은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NPE 소송이 증가하는 배경은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고의적 소송으로 표적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가전 분야에서 소송이 이어지며 미국 내에서 연간 10건 내외의 특허 소송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 NPE인 몬디스 테크놀로지(Mondis), 일본 맥셀(Maxell)과 미국 현지에서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TV·모니터 특허 소송이다. 이 소송과 관련해 LG전자는 지난해 8월에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최종 승소했으며, 약 1430만 달러(한화 약 210억원)의 배상 의무가 해소됐다. ◇기술 격차 축소와 시장 재편이 불러온 IP 전쟁의 장기화 OLED·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는 특허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패널, 화질 엔진, 스마트TV OS 등 핵심 기술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디자인 모방 논란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TV 베젤, 스탠드, 가전 외관 등에서 유사 디자인이 반복되며 한국 기업들은 디자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술 상향 평준화로 제품 차별화 요소가 줄어들면서 디자인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고, 관련 분쟁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산업 구조 변화도 분쟁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동남아 제조사의 기술력이 빠르게 상승하며 한국 기업과의 격차가 좁혀지자 특허·디자인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여기에 시장 재편과 프리미엄 제품 경쟁 심화로 기업들은 IP를 시장 방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 화질 개선, 음성 인식, 맞춤형 UI 등 신기술 확산도 분쟁을 복잡하게 만들며, 한국 기업에는 다층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구조적 문제 국내 기업의 IP 분쟁은 산업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소송을 통해 한국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난다. 이러한 갈등은 역설적이게도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 보호 체계가 정교해지고,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결국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IP 관리 역량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경쟁력의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국제 소송이 장기화되면 막대한 법률 비용이 발생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판결에 따라 제품 판매가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매출 감소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협력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쟁의 배경에 국내 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보호·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IP 전략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의 IP 등록 속도가 경쟁국보다 느리고, 국제 소송 대응 전문 인력과 조직 역량 부족이 반복적인 분쟁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 기업들은 특허 선점과 현지 상표 등록 속도를 무기로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공격적 특허 출원과 현지화된 IP 전략, 분쟁을 전제로 한 선제 대응 체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글로벌 IT 시장이 ‘IP 전쟁’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한국 기업도 기술 개발 중심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IP 확보·관리·분쟁 대응을 통합한 경영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기업 대상 특허관리기업(NPE)의 소송이 증가하는 현상은 한국 전기·전자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글로벌 무대 지배력이 확장됨에 따라 NPE의 수익 창출을 위한 소송 제기가 필연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특허 분쟁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결국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이를 노린 법적 공세에 대응하는 IP 방어 역량이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문가들은 제품 출시 전 해당 국가의 특허 조사와 회피 설계 등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기업조차 모든 기술 영역을 완벽히 관리하기 어려운만큼 전문가 자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라는 조언이다. 중국·동남아 제조사들이 특허 선점과 현지 상표 등록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사례는 있으나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한국 기업이 보다 공격적인 IP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AI 확산으로 인한 복합적 IP 충돌도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AI, 전기차·자율주행차도 통신·보안·센서·알고리즘 등 다층적 기술이 결합된 제춤일수록 특허 침해 분쟁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이처럼 기술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 속에서 융합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권 관리와 분쟁 대응력은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전략적이고 선제적인 IP 관리가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IP 전쟁’ 시대,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 필요한 때 글로벌 IT 시장이 ‘IP 전쟁’의 시대로 진입한 지금, 지식재산권은 한국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삼성·LG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보다 공세적인 IP 경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AI·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분야는 조기 특허 선점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IP 경쟁력은 이제 더 이상 법적 보호 수단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기반으로, 한국 기업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지속해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할 영역이다.
- 국회 ‘물포럼’서 수자원공사·한수원·환경공단·농어촌공사, 물-에너지-AI 융합 사례 공개 - 홍수 예측부터 설비 고장 진단, 하수열 회수·데이터센터 냉각까지 확장 - “저장·공급 중심 물관리 넘어 국가 산업·기후위기 대응 핵심 인프라로 재편” 물관리 시설이 더 이상 물만 저장하고 보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발전댐은 AI로 유입량을 예측하고, 양수발전소는 로봇이 순찰하며, 정수장은 스스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한다. 또 하수처리장은 전기를 많이 쓰는 환경 기초시설을 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열을 회수해 데이터센터 냉각과 지역난방까지 연결하는 복합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정애 의원실이 주최한 ‘Water-Energy-AI Nexus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 제34차 물포럼’은 이 같은 변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포럼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기후위기와 AI 대전환 시대에 물관리 시설은 더 이상 수동적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니라, 물과 전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결합되는 ‘지능형 국가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강조된 개념은 ‘워터-에너지-AI 넥서스’였다. 한정애 의원은 환영사에서 “물과 에너지의 상호의존 시스템에 AI를 접목하는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준비했다”며 “물·에너지와 AI의 융합이 단순한 기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국민 안전 강화와 편의 증진,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토론하고 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포럼에서는 광역 정수장 43곳에 자율운영과 최적 에너지 관리를 위한 AI 시스템이 도입돼 스마트 AI 정수장 구축이 시작됐으며, 이를 통해 연간 탄소 1만톤 감축과 1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는 설명도 나왔다. ◇ 발전댐·양수발전소도 AI로 진화...예측진단·로봇 순찰 본격화 가장 눈에 띈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놓은 발전댐·양수발전소의 AI 적용 사례였다. 정병수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장은 ‘수력발전과 Water-Energy-AI Nexus’를 주제로 발표하며 “수력·양수발전소 설비 관리와 댐 운영 관리 분야에서 AI 비중을 대폭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처장에 따르면 올해 개정한 수력 기술개발 로드맵(TRM)에는 총 99개 과제가 담겼고, 이 가운데 30개가 AI 관련 과제다. 관련 예산 규모는 411억원에 이른다. 그는 “예천양수발전소에 시범 적용 중인 자동 예측진단 시스템은 진동·전류·전압·온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설비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3D·360도 파노라마 기반 감시체계로 고장 부위를 시각화해 대응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중대 고장으로 번질 수 있는 사례 2건을 사전에 막아 4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로봇이 안전 점검하는 발전소’의 단면도 제시됐다. 정 처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기반으로 발전소 순시·점검용 AI 로봇을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로봇은 2시간 단위로 설비를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관제센터에 전달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현재는 보조 기능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배치를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형 로봇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댐·하수처리장·저수지까지...물관리 시설 전반에 스며든 디지털·AI 혁신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 신성장전략단장은 ‘새로운 물의 시대, K-water의 Nexus 추진전략과 과제’ 발표에서 물 인프라를 ‘산업과 에너지의 접속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조 단장은 “첨단산업 성장으로 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존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물 공급 역량을 20% 확충하는 동시에 확보된 인프라를 디지털·AI로 최적 운영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2031년까지 10GW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상·육상태양광과 양수발전, 그린수소를 묶어 물관리 시설 주변을 에너지 거점화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특히 댐 주변 지역을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수열에너지, 용수 공급이 결합된 복합 입지로 키우겠다는 전략은 물관리 시설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대목이다. 권기원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장은 ‘스마트 에너지 허브로서의 전환: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가치 창출’ 발표에서 하수처리장을 ‘에너지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까지 하수처리장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환경기초시설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권 처장에 따르면 환경공단은 이달 16일 기준 하수처리장 부지 태양광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56개 시·군, 144개 시설, 30만8000㎡ 규모의 설치 희망 수요 조사를 마쳤다. 또 하수열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남는 열은 주변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모델도 제시했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물·전력·열·데이터를 동시에 매개하는 도시 인프라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김재진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은 ‘기상 빅데이터와 AI 융합을 통한 저수지 수위예측 고도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농업용 저수지 분야에서도 AI 적용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농어촌공사는 1만4000여개 농업기반시설과 3400여개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기상청 데이터와 저수지 수위계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수위예측 모델을 개발해 재난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봉저수지를 대상으로 실증을 거쳐 고도화를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읽고 분석해 대국민 정보 제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포럼이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물관리 시설을 계속 ‘보이지 않는 공공 인프라’로 둘 것인가, 아니면 AI와 에너지 전환, 산업 입지 전략이 만나는 국가 핵심 자산으로 재편할 것인가다. 지금까지 한국의 물정책은 상수원 보호, 치수, 이수, 하수처리처럼 기능별로 나뉜 관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위기 대응이 동시에 밀려오는 상황에서 이런 분절 구조는 점점 작동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물관리 시설이 전력을 쓰는 설비이자 전력 수급을 돕는 자원이고, 열과 용수, 데이터까지 품는 복합 거점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은 물관리 시설의 미래를 단순한 ‘물 인프라 고도화’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좌우할 전략 자산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게 했다. 저장과 공급 중심의 물관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물·에너지·AI가 융합된 ‘생각하는 인프라’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항이 되려면 ‘조직된 일상성’을 가져야 한다. 거리 시위는 눈에 띄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베커먼이 예시한 사례들의 핵심은 지하 네트워크, 즉 독립 언론, 소규모 모임, 문화 활동 같은 느슨하지만, 지속적인 연결망이었다. 이란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학생 네트워크, 여성 중심 커뮤니티, 디지털 소통망이 이러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발적 분출이 아니라, 억압 속에서도 유지되는 “지속 가능한 참여 구조”다. 셋째, 서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반대한다”는 메시지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를테면 1963년 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 십대 청소년부터 여섯 살 어린아이까지 인종차별에 항의했던 「프로젝트-C」가 있다. C는 "대립(Confrontation)"을 의미했으며, 하루 만에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체포되었다. 그런데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에 대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감옥에 가고 싶어 한다면 막지 마십시오. 그들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와 인류 전체를 위해 일하는 것”라고 안심시켰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수감 되었던 아이들은 석방되었고, 시 당국은 구내식당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요구가 명확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도덕적 이야기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도 여성의 권리, 경제적 불평등, 표현의 자유 같은 다양한 불만을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 “존엄”이나 “정상적인 삶”)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할 때조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나서는지 분명히 알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변화는 카리스마적 영웅 한 명이 아니라 ‘연결하는 사람들’에게서 시작됐다. 언론인, 교수, 예술가, 종교인처럼 서로 다른 집단을 이어주는 인물들이 중요하다. 이들은 극단적 구호보다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불만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오늘날 이란에서도 특정 개인보다는 이런 ‘중간 리더십’의 형성이 시민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성공의 조건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급격한 충돌은 주목을 받지만 동시에 강한 반작용을 불러온다. 갈 베커먼이 보여준 많은 사례에서 변화는 점진적 압박과 상징적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일상의 저항이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 계기를 만나 확장되는 방식이다. 이란 역시 외부에서 보기에는 갑작스러운 시민혁명 같아도 실제로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사회적 변화가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에 터진 것이다. 결국 “성공하는 저항” 혹은 “올바른 반항”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전략·연대·서사의 결합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르봉이 《군중심리》에서 주장한 맹목적 집합체인 군중과는 맥을 달리한다. 그러므로 어떤 반항이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패턴과 윤리가 전제된다.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 성공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가 23일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구성을 완료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제434회국회(임시회) 제434-7차 본회의에서 진화위 상임위원 2명, 비상임위원 8명과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1명에 대한 선출안을 가결시켰다. 상임위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추천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비상임 위원에는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으로 김영주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정원옥 문화사회연구소 대표가 선출됐으며, 국민의힘 추천 몫인 김웅기 세인파트너스 변호사, 이동욱 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최창호 정론 변호사에 대한 선출안도 통과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천한 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과 비교섭단체 몫으로 기본소득당이 추천한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이사 선출안도 가결됐다. 진화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송상교 진실화해위원장, 김귀옥 상임위원, 박구병 비상임위원을 포함해 국회 추천 위원 10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 김남주 비상임위원 후보자 추천안도 통과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이번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구호는 ‘대한민국 국가 정상화, 일 잘하는 지방정부’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연석회의에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고, 국민행복 시대와 국민부자 시대를 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지금까지의 공천 과정을 통해서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빠른, 가장 공정한, 부정 비리 없는 공천을 했다”며 “우리는 억울한 컷오프 없이, 낙하산 공천 없이, 부정 비리 없이 우리는 4무 4강 공천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선거 때보다 중앙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 삭발, 단식의 광경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뽑힌 여러 후보들은 가장 경쟁력 있는 민주당이 내세울 만한 자랑스러운 후보들”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 이후 국민이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재명 정부를 출범시켰다”며 “이 과정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 정권의 헌법 파괴를 심판하는 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국민 삶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고 강조하며, "당 차원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한국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고 철수한다. 혼다코리아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말 한국 자동차 판매 사업의 전격 중단"을 선언했다. 2003년 진출 이후 23년 만의 결정이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전기차 브랜드의 거센 공세 속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혼다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천951대로 전년 대비 약 22% 급감했다. 일본 내 2위 자동차 제조사인 혼다는 200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 먼저 발을 들였다. 이후 2003년부터는 ‘혼다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자동차 사업에 본격 진입해 어코드와 CR-V 같은 인기 모델을 앞세워 입지를 다졌다. 지난 2008년에는 수입차 브랜드 중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 대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등 여파로 혼다는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2025년 4월~2026년 3월) 적자로 돌아섰다. 혼다 측은 해당 기간에 최대 6천900억엔(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신형 전기차 3종인 혼다 제로 살룬, 혼다 제로 SUV, 아큐라 RSX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사회 운동과 반체제 인사들의 역사에 관한 글을 써 온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갈 베커먼(Gal Beckerman)은 “눈에 보이는 혁명보다,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준비 과정”을 탐구해 왔다. 그는 최근 발간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법, How to Be a Dissident》에서 이란의 시민혁명을 다루지 않았지만, 혁명이나 대규모 사회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존재했던 조용한 네트워크와 사상의 축적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근거로 할 때 이란에서 시민혁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내부로부터의 균열이다. 베커먼이 다룬 사례들(이를테면, 바츨라프 하벨이나 레흐 바웬사)은 체제 외부의 공격자가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불복종(不服從)’이었다. 이란에서도 변화의 출발점은 마찬가지로 권력의 바깥이 아니라, 교육받은 중산층·종교 엘리트 일부·문화계 인사처럼 체제와 접점을 가진 집단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체제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체제가 스스로 내세운 가치(정의, 공동체, 신앙)를 근거로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이 더 넓은 공감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적인 반
2026-04-23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난해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강원도민이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한 시민은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님, 강원도는 매년 8조, 9조, 이제 10조 원의 사상 최대 국비를 확보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그런데 도민들은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가고 우리 삶은 왜 그대로냐고 묻습니다.” 비단 강원도만의 일일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지방자치의 현실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함께 담겨 있다. 1952년 첫 지방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년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91년 지방의회가 재구성되었다.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본격적인 민선 자치 시대가 열렸다. ◇선거는 정말 ‘민주주의 꽃’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방자치의 수준은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역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효능감은 매우 낮다. 단체장도 의원도 주민이 선출만 할 뿐이지 주민자치·주민통제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들 하지만, 선거는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수단이 되고
2026-04-21 편집국 기자
생성형 AI는 이제 일부 기술기업만의 실험 도구가 아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화의 축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제한된 인력과 자원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실행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차이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에 있지 않다.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이 무엇을 바꾸었는가에서 나타난다. 많은 기업은 생성형 AI를 문서 작성, 회의록 정리, 홍보 문구 생성, 아이디어 보완과 같은 보조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일정한 효율은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 머무른다면 생성형 AI는 어디까지나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업이 검토해야 할 전략은 단순한 업무지원 도구의 도입이 아니다. 그것 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사람을 운영하는 방식,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 그 리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반을
2026-04-20 편집국 기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공해인 아라비아해로 나오는 즉시 나포하겠다는 미국의 경고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체제의 선택을 강요하는 신호니까.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단순한 압박을 넘어 명확한 ‘양자택일’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지속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압박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협 통제와 핵 개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선택은 하나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 비로소 협상은 현실적인 궤도에 오른다. 둘째, 지금의 위기를 단순히 핵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협소하다. 이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정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 제재보다 내부의 분노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희생된 사건 이후 누적된 민심의 균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란 지도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경제 붕괴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체제 내부의 붕괴다. 따라서
2026-04-17 윤영무 본부장 기자
전남 나주시에는 수십 년, 적게는 수년 동안 지역을 기반으로 묵묵히 활동해 온 시민사회단체와 예술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고 지켜온 현장의 주체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모든 사업이 ‘공모’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 1월에 제출하고 2월에 심사하는 데 올해는 2월에 제출하고 같은 달에 심사했다. 사업이 이미 시작되어야 할 시점인데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꼴이다. 이 공모 방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윤병태 시장과 이 예산을 승인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사업은 원래 전년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며 다음 해로 이어가는 연속과 지속의 과정이다. 그런데 당해 연도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공모 방식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공모는 공정하다”고 하면 그만인가?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와 어제 심은 모종에게 똑같은 물을 주고 “같이 대했으니 공정하다니. 이런 공정은 공정이 아니라 기계적 평등일 뿐이다.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부정하는 행정은 기록을 지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십 년간 다져온 시간을 다시 ‘0’에서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연속성
2026-03-31 편집국 기자
지난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은 ‘2027년 국민주권정부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하며 국가 재정 운영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내년도 예산이 “현 정부가 처음으로 온전하게 예산편성 전 과정을 주관하는 진정한 국민 주권 예산”이라면서, 특히 성과에 기반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5대 구조 개혁 중심의 재정 재설계를 통해 인공지능(AI) 대전환, 인구구조 변화, 탄소중립, 양극화,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 지침을 넘어선다. 모든 사업을 지출 구조 조정 대상으로 삼고, 재량 지출(15%), 의무 지출(10%) 절감이라는 전례 없는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해당 부처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가 재정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한 것이다. ◇ 농안기금의 본질 이러한 재정 개혁 기조는 특정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재정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농림축산식품부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농안기금은 대표적인 민생 재정이자 반복 지출 성격이 강한 기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
2026-03-27 편집국 기자
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 속에서 움직인다. 시장은 예고 없이 위축되고 원가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 상승하며 고객의 기대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압력은 특정 기업만 비켜 가지 않고,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는 동일하지 않다. 어떤 조직은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방향을 유지하는 반면, 어떤 조직은 작은 충격에도 내부 균열이 빠르게 확대 되며 구조적 불안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변화의 강도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 내부의 구조와 판단 기준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지만, 그 환경을 해석하고 흡수하는 방식은 조직이 설계한 체계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위기는 밖에서 시작되지만 무너짐은 안에서 결정된다 시장의 충격은 곧바로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그 충격을 받아들이는 내부 구조가 취약할 때 균열이 확대된다. 결국 조 직이 흔들릴 때 점검해야 할 것은 외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무엇을 유지해야 하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며, 무엇을 다시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2026-03-21 편집국 기자
얼마 전 필자가 듣는 고전강독 시간에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팔순의 훈장은 자신의 집에 쥐가 들어와 겁을 먹은 아내가 주방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거였다. 방역업체까지 불렀지만 정작 쥐는 잡지 못하고, 쥐구멍 두 개를 막는 데 출장비만 20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80대 중반의 수강생 한 분이 웃으며 말했다. “군 오징어 미끼로 쥐덫을 놓아보세요” 그 한마디에 교실은 금세 어린 시절 이야기로 번졌다. 천장에서 쥐들이 밤마다 뛰어다니며 운동회를 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는 비료 포대로 천장을 막아 쥐를 몰아 잡았고, 또 누구는 쥐꼬리를 묶어 학교에 가져가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쥐는 그저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식량을 축내는 ‘적’이었다. 그 시절의 농촌은 쥐와의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켜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쥐보다 더 큰 문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인구 폭탄, The Population Bomb』의 저자로 유명한 미 스탠포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폴 R 얼리치(Paul R. Ehrlich)가 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기사를 전했다. 그는 인구 폭증이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던 생태학자였다.
2026-03-19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