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다시 한번 격변의 기로에 섰다. 넷플릭스(Netflix)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600만명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며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토종 OTT인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가 합병 논의를 본격화하며 반격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티빙 주요 주주인 KT가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합병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티빙·웨이브 합병, 공정위 ‘조건부 허가’...소비자 선택권 보장
지난해 6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로 승인했다. 앞서 두 회사는 2023년 말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협의를 이어왔으며,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합병 추진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다만 공정위는 시장 경쟁 저해 우려를 이유로 일부 조건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조건 부과 핵심 이유는 국내 OTT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함이고, 세부적으로 콘텐츠 독점 방지와 이용자 선택권 보호를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시장 경쟁 제한 우려’에 대해 티빙과 웨이브는 모두 국내 OTT 시장 주요 사업자로,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되어 가격 인상 및 업계 경쟁 약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둘째로 ‘수평결합’ 관련해서는 두 회사 모두 OTT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경쟁사 간 결합으로 시장 독점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는 ‘수직결합’ 측면에서 티빙 모회사인 CJ ENM은 방송·영화 콘텐츠 제작·유통을 병행하고 있어, 웨이브와 결합 시 콘텐츠 공급 차별 가능성이 존재한다. 넷째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으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 속에서 토종 OTT의 규모 확대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요금 부담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다.
공정위는 합병을 승인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정 조건을 부과했다: 먼저 ‘요금제 유지’로 양사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 이후 통합 서비스 출범 후에도 기존과 유사한 가격대·서비스 수준의 요금제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요금제 가입자는 요금 그대로 서비스를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며, 해지 후 1개월 내 재가입 요청 시 동일 요금제 재가입을 허용해야 한다.
둘째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다. 단독 상품을 없애고 결합 상품만 출시하는 방식은 금지했다. 또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합 요금 상품을 설계해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콘텐츠·서비스 공정성 확보’다. CJ ENM이 제작하는 콘텐츠가 경쟁 OTT에 차별적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SK 계열사가 이동통신·유료방송과 OTT를 결합 판매해 경쟁 OTT를 배제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티빙 최대주주 KT의 리더십 교체, 합병 급물살 맞나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받은 두 회사는 이후 ‘더블 이용권’ 출시, 오리지널 콘텐츠 교환, 인사 배치 등 사실상 부분 통합에 가까운 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티빙 주요 주주인 KT가 박윤영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합병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KT 내부 조직 개편으로 미디어 부문이 재편되며, 합병에 소극적이던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는 이달 초, 이양기 CJ ENM OTT경쟁력강화TF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하며 합병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양기 신임 대표는 “티빙과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통합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웨이브는 이용자 규모와 신규 유입에서 경쟁사 대비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충성도 지표와 1인 평균 사용시간에서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골든타임’으로 평가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기준 주요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1592만명 △쿠팡플레이 905만명 △티빙 803만명 △웨이브 385만명 등으로 집계됐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단순 합산하면 약 1200만명으로,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여전히 콘텐츠 투자 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에서 넷플릭스와 차이가 크지만, 합병을 통해 가입자 기반 확대와 투자 여력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관건은 티빙의 최대 주주인 KT의 선택에 달려 있다. KT가 합병에 속도를 낸다면 국내 OTT 시장은 새로운 시장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반대로 논의가 지연된다면 글로벌 OTT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OTT가 분산 구조를 유지할 경우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며 “KT의 결정이 국내 OTT 시장의 향후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흔들리지 않는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플레이와 티빙이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기업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여기에 승부수를 띄운 설립 8년차 국산 토종 웨이브와 설립 7년차 티빙의 합병은 단순한 기업결합을 넘어 국내 OTT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주목받고 있다. ‘K-OTT’의 탄생 여부가 국내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변곡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