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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 정신문화를 찾아 - 주역의 지혜 정신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우리나라 태극기와 훈민정음이 주역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주역 전문가인 이선경 박사에 따르면 주역 원리를 상징하는 태극 문양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다. 이 박사는 경주 감은사와 문무대왕 수중릉 사이에 있는 이견대(利見臺) 주역 건 괘에 나오는 이견대인(利見臺人)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는 점서였던 주역에 통찰력 있는 「계사전」을 첨가 했다고 전한다. 주역은 성현의 반열에 오른 공자가죽 간의 가죽 끈이 끊어질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읽었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경전이다. 조선의 선비치고 주역을 탐독하 지 않은 자가 있었겠는가. 뛰어난 선비일수록 주역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퇴계도 몸을 해칠 정도로 주역을 공부했으며 독자적인 견해를 글로 남겼다.

 

정다산은 중국의 주역 대가들이 펼쳐온 논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주역사전」 「역학서언」 등의 역작을 썼다. 정다산은 ‘주역사전은 내가 하늘의 도움으로 얻은 문자들이니 결단코 인력으로 알기 힘들고, 깊이 헤아린다고 도달할 수 있는게 아니다. 이 책을 깊이 읽어 오묘한 뜻을 깨닫는 자손과 붕우들을 천재일우로 만난다면 곱절로 사랑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다산은 또 ‘주역이란 책은 선비라면 그 은미한 말과 오묘한 뜻이 발휘된 곳에 밝아야 하나 옛 성인들은 단서만 살짝 드러내어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게 했다. 지금 나의 「주역사 전」은 너무 상세하고 분명하게 썼는데, 이것을 깊이 후회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다산 선생이 이 책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산어보」 를 쓴 실형인 정약전도 주역사전을 읽고 처음엔 놀라고 중간에 기뻐했으며 끝내는 무릎이 굽혀지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찬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김인철 논문 「다산의 주역 해석체계에 대한 연구」 참조). 그리고 조선이 쇠잔해가던 무렵인 1881년 중국의 주역과는 다른 주역이 김항에 의해 「정역」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정역에 대해선 다음 시리즈에서 언급하겠다.
 

주역은 “고전적 지혜서”

 

기자가 정의하는 주역은 ‘고전적 지혜서’라고 본다. 청나라 이전 중국 지식인과 조선의 지식인들은 지혜서로 보기보다는 ‘진리서’로 본 듯하다. 요즘에도 동양철학에 빠져 있는 사람 들은 지혜서로 보면 될 것을 너무 진지하게 진리서로 받아들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고대에 자연과 인간 세상, 개인의 운명을 ‘변화’ ‘변화 속의 간 명한 규칙’으로 이해하고 설명해보려고 한 것은 탁월한 생각이었다. 내일의 일도 모른 채 항상 불안한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이만큼 ‘유혹적인’ 책은 없다. 문제는 그 책은 ‘...은 ...이다’라는 문장으로 직관적인 비유로 가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점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주역의 글들은 직접으로는 이해되지만 왜 그런지가 모호하고 간혹 원인과 결과로 쓰여 있긴 하나 표현만 그럴 뿐 실제 론 주관적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하다. 단호히 아니라고 반박할 만한 비유는 없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주역이 쓰여있다 보니 해석이 구구각각 이고 당신은 왜 그런 식으로 해석했냐고 따질 수도 없는 형편 이다.

 

‘...은...이다’라는 문장은 한문이라는 언어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한자는 한 글자 한 글자에 뜻이 함축되어 있다. 즉 한 글자 안에 주어와 술어와 목적어를 다 담을 수 있는 뜻글자여서, 좋게 말하면 상상력을 유발하지만 안 좋게 말하면 태생적인 모호함을 지니고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한자는 추상적인 것을 나타내는데 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한문 경전을 보면 아무리 길게 써 있어도 비유로 가득한 산문시처럼 되는 것이다. 한문은 또 주어와 술어, 목적어를 문맥과 전거로 파악해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해석자 마다 다를 수 있다. 중국 사서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서삼경이 직관적인 비유로 된 ‘산문시’로 돼 있다고 인정하면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자기 식대로 지혜를 얻으면 될 일이다.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보고 64괘의 효사(爻辭) 하나하 나를 파고들면 그때부터 아까운 인생이 흘러가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꽤 이름이 알려진 동양학 대가로 남회근 선생 이란 분이 있다. 중국 절강성 출신으로 유·불·도에 나름 통달 하고 수행 정진도 하고 강의와 저술활동을 왕성하게 하다가 2012년 95세로 숨졌다. 남회근 선생의 책은 「금강경 강의」 를 접한 적이 있고 이번에 「주역 계사 강의」를 읽어봤다. 그 의 글을 보면 중국 고전에 박학다식하고 오랜 수행 생활 속에 얻어진 깨달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번역자인 신원봉 교수의 빼어난 번역 솜씨의 덕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남회근 선생은 중화사상 우월주의에 깊이 젖어 있어서 그런지 주역을 진리서처럼 얘기하는 면모가 보여 가려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국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좋은 것도 있고 좋지 않은 것도 있다는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발전은 단연코 없다. 자국의 정신문화의 좋은 점만 보고, 그런 관점에서 타 문화, 특히 서양문화를 비판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자국을 정신 문화의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자국문화 숭배주의가 만연되는 국가나 사회는 역사의 뼈저린 실패를 또다시 되풀이할 가능성을 그만큼 높이게 된다.
 

공자가 썼다고 알려진 ‘주역 계사전’
 

공자가 썼다고 알려진 「주역 계사전」 상편 제장 남회근 해 설을 신원봉 교수가 번역한 글을 통해 한번 들여다보자.
 

“하늘은 존엄하고 땅은 가까우니 건과 곤이 정해진다. 가깝고 존엄한 것이 위아래로 배열되니 귀하고 천함이 생긴다. 동과 정에서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어 강함과 부드러움이 확연히 구별된다. 지역에 따라 종이 달라지며, 다양한 종들이 각 기 다른 사회를 이룸으로써 길흉이 생겨난다. 하늘에는 천체의 현상이, 땅에는 구체적인 형질이 나타남으로써 그 사이에서 변화가 드러난다. 이 때문에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서로 마찰하고, 팔괘가 서로 그네를 타듯 오락가락한다."

 

"천둥과 번개로써 팽창되고, 바람과 비로써 윤택해지며, 해와 달의 운행으로써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갈마든다. 건은 남성이 되고 곤은 여성이 되며, 형이상적 건에서부터 시작되어 곤에서 물로 구체화된다. 건으로써 형이상적 역을 알고, 곤으로써 그 작용을 간명히 한다. 평범하므로 쉽게 알 수 있고, 간명하므로 쉽게 따를 수 있다.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친근하고, 쉽게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룸이 있다. 친근하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으며, 이룸이 있기 때문에 클 수 있다. 오래갈 수 있는 것은 현인의 덕이며, 클 수 있는 것은 현인의 업적이다. 평범하고 간명하기에 천하의 이치를 모두 갖추며, 천하의 이치를 갖추니 그 가운데서 자리 잡을 수 있다.”
 

‘하늘은 존엄하다’라고 하늘에 대해 ‘존엄하다’라는 말을 써 놓고 ‘땅은 가까우니’라고 해석했다. 원문에 낮고 비천한 비 (鼻)를 썼음에도 남회근 선생은 굳이 잘 안 쓰이는 ‘가깝다’ 는 뜻으로 풀이했다. 존엄하다는 존(尊)과 대구로 쓴 것으로 보이는 비(卑)를 왜 ‘가까우니’라고 해석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또 ‘하늘은 존엄하고 땅은 가까우니, (그것 때문에) 건 과 곤이 정해진다’라고 했는데, 원문 그대로 ‘하늘은 존엄하고 땅은 비천하다.

 

건과 곤은 정해져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나은 듯하다. 하늘이 존엄하고 땅이 비천한 것이 건과 곤의 정해짐의 원인은 아니지 않은가. 또 ‘땅이 비천하다’고 해석해야 뒤 구절에 나오는 ‘(하늘과 땅이) 위아래로 배열되니 귀하고 천함이 생긴다’는 구절과도 잘 맞는다. ‘동과 정에서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어 강함과 부드러움이 확연히 구별된다’라고 이 역시 동과 정에 규칙이 있기 때문에 강함과 부드러움이 확연히 구별된다고 본 것인데, 무리한 해석이다.

 

 

동과 정에 규칙이 있는 것과 강함과 부드러움이 구별 된다는 것을 별개의 동등한 사실로 보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 억지로 원인과 결과로 연결시킨 듯하다. 또 팔괘상탕(八卦相蕩)을 팔괘가 서로 움직이고 흐른다고 하면 무난할 것은 그네를 타듯 오락가락한다고 해석하니 과유불급의 풀이 가 아닌가 생각된다.
 

원문에 없는 표현도 사용

 

‘형이상적 건에서부터 시작되어 곤에서 물로 구체화 된다’도 원문에 없는 표현인 ‘형이상적’ 건이란 말을 추가해 매우 이상하게 되었다. 원문은 건지대시(乾知大始) 곤작성물(坤作 成物)  ‘건(乾)은 근본의 시초를 아는 것이며 곤은 작용하여 물을 이룬다’고 해석하면 될 듯하다.

 

‘건으로써 형이상적 역을 알고, 곤으로써 그 작용을 간명히 한다. 평범하므로 쉽게 알 수 있고, 간명하므로 쉽게 따를 수 있다’라고 해석했는데, 이해부득이다. 원문은 乾以易知(건이역지) 坤以簡能(곤이간능) 易則易知(이즉이지) 簡則易從(간즉이종)이다. 남회근 선생은 건으로써 역을 안다고 해석했는데,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건은 역으로써 안다’고 해야 적합한 것 같다.

 

제1장의 본뜻이란 역을 알게 됨으로써 건곤, 즉 자연과 인간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음을 강조한 것 이다. 그리하여 건을 역으로 알 수 있으므로 곤은 간명히 알 수 있다고 이어받은 것이다. 남회근 선생은 易(역)을 쉬울 易 로 봤는데, 본의와는 맞지 않은 듯하다. 易則易知(이즉이지) 로 보는 게 타당할 듯하다. ‘역은 쉽게 알 수 있으며, (역은 또 한)간명하므로 쉽게 따를 수 있다’로 보면 부드럽다.

 

이 구절의 대의는 역을 너무 어렵게 여기지 말고 역을 알고 나면 쉽고 간명하므로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룸이 있다’라고 해석했는데, ‘이룸이 있다’보다는 ‘이로움이 있다’는 표현이 나아 보인다. 역의 원리를 알아 세상만사를 그 원리대로 따르고 적용하면 이로운 일이 생긴다고 보는 게 이치에 맞는 듯하다. 원문의 유공(有功)을 ‘이룸이 있다’고 하는건 비약으로 보인다.

 

친(親)을 친근하다고 한번 해석해 놓으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말의 조화에도 맞지 않고 본의도 전달되지 않는 듯하 다. 친(親)은 사람 사이에 쓰면 친근하다고 해석해야 맞다. 하지만 여기서는 역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어 손에 익고 숙달된다는 뜻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네이버 한자 사전의 친(親) 자를 찾아보면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나와 있다. 원문을 보자.

 

유친즉가구(有親則可久) 유공즉가대(有功則可大) ‘(역의 원리를 알게 되었으니) 익숙해지고 숙달되므로 오랫동안 사용 할 수 있고 (역의 원리를 활용하여 얻게 되는) 이로움은 커질 수 있다.’ 이어서 가구즉현인지덕(可久則賢人之德) 가대즉현 인지업(可大則賢人之業)을 ‘오래갈 수 있는 것은 현인의 덕 이며, 클 수 있는 것은 현인의 업적이다’라고 해석했는데, 그 보다는 ‘역’을 늘 가까이 두고 익숙하게 활용하는 것은 현인 들의 능력이라고 해석하는게 좋은 듯하다.

 

‘덕’을 도덕의 뜻으로 보기보다는 ‘능력’으로 보고자 한다. 옛 중국인들은 능력을 고상하고 크게 보이려고 덕으로 표현한다. ‘현인’이라 함은 역의 원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므로 그다음 구절에서 받아 ‘크게 이룬다 함은 현인의 업’이 라고 한 것이다. 다시 말해 현인들은 역의 원리를 잘 알고 활 용해 크게 업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남회근 선생 은 ‘평범하고 간명하기에 천하의 이치를 모두 갖추며, 천하의 이치를 갖추니 그 가운데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봤는데 이것 은 주역의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는다.
 

공부해서 깨치면 현인이 된다고 암시
 

공자는 계사전을 맨 먼저 시작하면서 우리 인간이 역을 알 수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또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를 말했 다. 제1장에 그걸 밝혀놓아야 사람들이 계속 읽을 것인지 그 냥 덮을 것인지를 결정할 것 아닌가. 제1장의 공자의 대의는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역의 원리로 알 수 있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간명하다고 설파한 것이다.

 

역의 원리를 잘 알아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현인이라 고 할 수 있으며 현인은 역의 원리를 잘 사용해 업을 크게 이 룰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처음부터 현인인 사람도 있겠으나 공자는 역을 공부해 깨치면 현인이 된다고도 암시한 것이다. 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지혜 있는 사람이다. 공자는 지혜서로 주역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구절 원문을 보자.

 

역간이천하지리득의(易簡而天下之理得矣) 천하지리득(天 下之理得) 이성위호기중의(而成位乎其中矣) 이것을 ‘역이 간명하기에 (공부하면) 천하의 이치를 득할 수 있으리라. 천하의 이치를 득하기에 (내가) 그 가운데 자리 잡을 수 있으리 라’라고 풀이해보자. 여기서 기(其)는 자연과 인간만사를 뜻 하는 의미로 그 가운데 살아가면서 변화, 혼란, 어려움 속에서 지혜를 발휘해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말을 힘주어 말한 것 이다.
 

동양 고전 읽을 땐 비판적 사고로 냉철하게 읽어야
 

기자가 중국 동양철학의 대가가 해석해 놓은 것은 다르게 본 의도는 동양 고전을 읽을 때는 비판적 사고를 이용해 냉철하 게 읽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제1장의 원문을 보면 공자야 말로 자신의 뜻을 짧은 글 속에 쉽게 표현한 문장의 대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남회근 선생은 주역을 너무 심오한 책으 로 본 것 아닌가 생각한다. 공자는 동양정신사에서 처음으로 이성을 도구로 사용한 사람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공자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부풀려서 썼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점서인 주역에 계사전을 덧붙인 것은 난세와 자연재해의 파고 속에서 쓸려가는 사람들에게 지혜 를 알려 주려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복잡하고 우연성으로 점철된 자연과 인간만사를 이해하려 면 간명하게 단순화시키고 그 가운데 규칙성을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하나에서 음양의 둘로 나누고 8로 나누고 64개로 나눈게 주역이다. 자연과 인간만사가 복잡해 보여도 64개의 경우의 수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직관적 비유의 시들로 각 효사가 구성돼 있으므로 애초부터 누가 해석하는가에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이것은 지혜서이기 때문에 효사를 엄밀하게 따지고 들면 들수록 늪에 빠질 수 있다.

 

옛 동양고전학자들은 중국고전을 우상화하는 경향이 강했다. 사서삼경을 지고의 자리에 올려놓고 다른 이설은 좀처럼 용납하지 않았다. 공자는 당대의 흩어진 책을 수습해 공부하고 스스로 창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실 정치인으로서 세상을 구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어릴 때 핍박을 받은 경험이 많았던지라 공허한 이론을 경원시했을 것 같다.

 

서양은 중세 가톨릭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긴 세월의 투쟁이 있었으나 동양은 서양 과학의 충격을 받은 근대 이전에는 약간의 변종은 있었으나 사상 투쟁은 전무했다. 인류 문명이 만들어낸 모든 정신과 사상은 떠받들려지고 비판이 허용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쇠락해 그 문명은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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