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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콤포지션 경제학-14】기술 보호보다 시장이 더 중요하다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중국 기술의 경쟁력은 흔히 기술만 운위하는데 핵심은 기술 제품의 낮은 공급가격에 있음을 놓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 기업인들이 그런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 경제사를 보면 모든 선진국은 후발국들의 저가격 공세에 의해 주요 산업을 넘겨주었다. 이런 사실은 선진국의 경우 ‘기술보호’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급가격의 큰 변수인 ‘노동’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저가격 공세의 대응책은 똑같이 저가격으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 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를 하고 지나친 고임금 추세를 저지해야 한다.

 

고품질과 안정적인 기술개발로 맞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지연책에 불과할 뿐 머지않아 따라잡힌다.  기술로 승부하려고 할 것 같으면 패러다임 전환적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R&D와 현장 기술과의 유기적 통합체제의 구축만으로는 미흡하고 리스크를 거는 벤처 정신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CDMA에서 그런 일을 해냈고, 소·부·장에서 그런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적 기술혁신은 벤처형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그들은 기존 제품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이미 강자들이 지배하고 잇는 시장에 진입조차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기업이 적어도 중국 혹은 일본의 기술 패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들과 손잡고 나서야 할 이유다. 더 이상 대기업이 중소 벤처기업들을 백안시해서는 안 될 시점에 아베 총리가 대한 수출 규제를 했다고 할까.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해묵은 취약점인 대기업-중소기업간 수직적 구조와 관행에 새 바람을 넣어준 계기가 됐다. 소·부·장 정책이 가져온 기술 자립의 직접적 효과보다는 도저히 깨질 것 같지 않던 낡은 인식과 관행의 변화가 더 소중한 경험이다. 때마침 코로나19 유행으로 부상한 중소벤처 바이오 기업들의 진단키트 성공도 인식 변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산업은 AI 및 ICT 산업과 함께 첨단 기술의 양대 백본 중의 하나다. 한국의 중소벤처 기업들이 기염을 토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코로나 대유행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진단 키트의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 의료 바이오 시장의 벽을 뚫고 들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화웨이 규제, 미국 첨단기술 고립 자초 가능성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규제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는 가운데 다른 중국 기술기업에 대해서도 규제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조치는 중국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 기업들도 피해를 볼 것이다. 더욱이 이번 규제 확대로 미국 기업들이 거대 중국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대체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나 시장 성숙도로 봤을 때는 중국에 비할 바가 못된다. 기술 선진국이 기술 후진국에 대해 기술 이전을 끊으면 기술 후진국에 일대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기 술 중진국 수준을 넘어섰고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선진국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술 선진국이 첨단기술을 후발국에 일부 넘겨주면 선진국은 후발국의 시장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린다. 일방적으로 선진국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인지 기술이 갖는 시장 논리에 대한 인식이 없어 보인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는 필연적으로 한국 시장을 잃을 거라는 예상이 있었고 그 예상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이 이런 기술 경제의 함의를 몰랐던 것 같다. 중국의 원천기술 개발력이 여전히 미국에 비해 낮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이 절대로 무시할수 없는 기술 수준에 중국이 이미 도달해 있고 산업계와 R&D계의 기술 개발 의지도 하늘을 찌를 듯 충만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얼마 전 삼성 부회장 출신 모 인사가 중국 기업으로 옮기자 삼성의 기술 이전을 우려하는 국내 여론 압박 탓인지 중국 기업 임원직을 포기했다. 한국기업들의 첨단기술을 영원히 국내에 잡아둘 수 없고 그게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애써 배우고 개발한 기술을 헐값으로 넘겨주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고 해도 기술보호에만 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후발국이 열심히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열심히 신기술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만고의 법칙이다. 강자라도 멈추고 안이해지는 순간, 후발자에게 자리를 뺏기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이전 받으면서 성장해왔으므로 우리기술이 중국과 베트남으로 이전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중국과 베트남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그들의 시장을 얻는다. 기술 선진국은 또 개방적인 시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시장을 개방해야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과 창의력도 커진다.

 

중국이 과거 일본이 행했던 것처럼 자국 시장을 무기로 외국 기업들의 접근에 차별을 두는데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를 압도할 것 같았던 일본이 한풀 꺾였던 배경엔 자국 시장의 폐쇄성이 있었다. 자국 물건을 해외에 팔기만 하고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시장의 징벌을 피할 수 없다.    


잘못된 ‘노동자 경시’ 사고 패턴


한국의 경제경영 학자, 과학 및 공학자, 기술전문가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그들은 ‘노동’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과학기술의 혁신’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심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기술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체가 좀 불분명한데 과학기술을 학문으로 공부한 사람들, 또는 기술기업의 CEO, 임원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실제로 한 분야의 기술을 현장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인정받았고 계속 그 분야의 기술을 연구하는 현장 기술자 출신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노동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현장 노동자들과 치열하게 노력해본 경험이 없던 기술전문가들의 말은 공허하고 실제로 공공의 이익에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가 든다.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경제·기술 관료들은 결국 이들 전문가들이 써준 것들을 갖고서 유관기관들의 이익을 조정하여 적당한 선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 언론들은 기술전문가들 의 말이라고 하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 '나팔수' 노릇을 하다가 극한적인 노동쟁의이라도 일어나면 부랴부랴 그들의 하소연을 전하고는 잊어버린다. 한국의 기술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은 ‘기술은 무조건 첨단 기술이라야 유용하다’, ‘최상위 기술자들 몇 명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연구개발하면 된다’는 논리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만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도 비슷한 통념에 사로잡혀 있다. 노동자들이 과도한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것도 이런 통념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경로는 사실상 ‘기술 우위, 과학 추종’ 패턴이다. 이런 패턴에서는 과학적 사고와 방법은 서툴고, 기술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게 된다. 정부출연연구소가 과학기 술관료의 지원으로 앞으로 치고 나가고 대기업 연구실이 짝을 이루는 방식이다.

 

정부출연 연구소는 소수의 박사와 박사후보생들로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고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하면 일은 일단 마무리된다. 그러나 그 연구결과가 실제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로 만들어지려면 훨씬 업무 프로세스가 길어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많은 중간 및 단순 노동자들이 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길어지고 복잡해진 프로세스 속에 파편적인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가치가 가볍게 보일지라 도 이들이 없으면 생산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노동’을 방치하는 정책을 암묵적으로 시행해왔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지나친 보호정책도 일종의 ‘방치’ 정책이다. 자식 교육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부모가 좋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선진국이 마스크와 산소 호흡기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아시아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기술과 공장이 없는 게 아니라 일할 노동자가 없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 사고는 중세적 길드 의식과 유사


기술을 중시하는 사고는 기술 엘리트 중심으로 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과학’과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복합적 사고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과 출연연구소에서 과학 내지 공학적 기술을 이끌어가고, 기업은 적용 기술 중심의 개발을 하고 있는 균형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도 미국과 유사한데, 한국은 대학의 연구기능이 약하고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이 산업기술을 주도하는 유형에 속한다. 한국 정부는 대학의 연구 역할보다는 대학생들의 교육기관으로서만 대학을 바라본다. 여론을 살피는 정치적인 이유가 크기 때문인데, 대학 재정의 궁핍화는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가 됐다. 그리고 특정 국립대학에 지원을 몰아주는 정책은 연구개발의 다양성이란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흔히 새로운 첨단기술이 나타나면 금방 교체될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컴퓨터 파일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인 어도비사는 1982년에 설립됐는데, 그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의 일자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위협을 받지 않을 거로 보인다. AI 기술 도입이 빠르게 이뤄진다고 하나 실제로 말단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AI 원천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적합한 응용기술로 개발하고, 그것들을 운용할 직원들을 새로 교육훈련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신제품을 위한 유통 체제 정착과 시장과 소비자들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도출하고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신기술에 적응할 시간은 충분하며 새로 생기는 대부분의 일자리 기술 수준은 중간 수준일 것임에 틀림없다. 포토샵과 인디자인을 새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높은 기술과 창의성이 요구되지만 그것을 업무에 운용하는 스킬은 높지 않은 것과 같다. 


‘전 국민 평생기술교육 체제구축’ 제안 한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실제 적용기술을 배우는 데는 3~6 개월, 길어야 1년 배우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직장인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신기술 시대에 이런 ‘배움기피’ 사고가 가장 큰 문제다. 사실 현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재직기간이 오래될수록 직장을 떠나면 그들이 알고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는 거의 쓸모없다. 새로 기술을 배운다는 자세가 아니고서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험 난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맞아 정부의 노동정책은 ‘실업보험’ ‘노사화합’ ‘최저 임금’에서 탈피해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적절한 정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정책은 ‘전 국민 평생기술교육’ 체제구축이다. 지금처럼 느슨하기 이를 데 없는 ‘평생교양·취미교육’과 같은 하나마나한 교육형태론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도 힘들고 쏟아지는 중장년 실업자들을 구제할 방도도 없다. 이것은 또한 선진국의 실패한 산업노동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MeCONOMY magazine Jul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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