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집회를 마친 후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사측에 ▲임금 피크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해고사유 제한 ▲임금인상률 5.2% ▲점포 폐쇄 중단 등을 요구했으며, 정부에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국책은행 지방이전 폐기 등을 요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 및 고용을 줄이고 주주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사용자들에게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더 많이 일해라’, ‘주는대로 받아라’ 강요하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줄이고, 공공기관은 자본의 먹잇감으로 넘겨주려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존재할 이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에 대한 임금삭감, 인력감축, 자산매각, 직무성과급제 도입 시도는 금융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반 사회적 행위”라며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다수 국민들이 누려야할 보편적 금융공공서비스를 지켜내고 금융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보수언론을 동원해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억지주장을 펼친다 해도, 어느 누구도 비록 여건이 급여·생활적으로 상대적으로 좀 더 낫다고 해서 실질임금 삭감을 조건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실질임금이 저하되지 않는 물가상승률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당연한 요구”라고 정당성을 피력했다. 노조는 전국 7000여 곳 사업장 10만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했지만, 실제로 파업에 참여한 은행 직원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에 신고된 집회 인원은 2만 명이다. 일각에서는 평균 1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며 5% 이상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명분 없는 파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근거가 된 당헌 개정안 효력을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국민의힘 측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14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방을 이어나갔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 이병철 변호사는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면 바로 당대표를 쫓아내고 당권을 찬탈하는 쿠데타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민주주의와 정당법상 당원 총회 규정을 정면 위반하는 위헌 무효 조항“이라며 ”이준석 당 대표를 겨냥한 처분적 법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재판부를 상대로 선을 넘지 말라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겁박으로 들리는 발언을 하고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 독립성을 먼저 지켜야 할 집권여당이 헌법에서 규정한 선을 넘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 전주혜 의원은 "이 전 대표는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라며 "당헌당규라는 것은 당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당원권이 정지되어 있는 사람은 효력정지를 요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헌이 소급입법으로 인한 헌법 위반이라는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선"8월 5일 이후에 생긴 사정변경 때문에 소급 입법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이 전 대표를 겨냥한 처분적 법령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당헌당규는 일반적인 사안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 전 대표 측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맞받았다. 앞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총 4건이다. 법원은 1차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당의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주호영 비대위' 효력을 정지시켰고, 이에 국민의힘은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요건을 구체화해 당헌을 개정한 뒤 '정진석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개정된 당헌이 소급효 금지의 원칙, 평등원칙 및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 전 대표 개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 효력 정지’ 내용을 담고 있는 마지막 4차 가처분 심문은 오는 28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법원은 오늘 진행된 가처분 사건들도 28일 함께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음복(飮福)으로 먹은 사과의 맛 입맛이야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나는 사과를 먹다가 “왜 이렇게 싱겁지?” 하면서 예전의 사과 맛을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이라고 하면 내가 어렸을 때다. 내가 살던 시골 동네에는 사과 과수원이 없었기 때문에, 제사가 있는 날이나 사과 구경을 했다. 달빛이 하얗게 내리는 한밤중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동네 앞길을 한참 지나 큰아버지 집으로 가서 제사를 지냈던 나는 제사상에 올라온 빨간 사과에 제사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집어 들었다가는 버르장머리 놈 소리를 듣게 될까 봐, 음복(飮福)할 때를 기다렸다가, 어른들이 챙겨주는 서너 조각의 사과를 맛보는 게 고작이었다. 1년에 제삿날 몇 번, 명절에 먹어보는 사과가 전부였지만 그 맛은 인이 배어 지금까지 내가 먹었을 것으로 추산되는 만여 개가 넘는 현대식 사과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었고, 시답지 않은 사과에 넋두리하는 근거가 되었다. 한 달 키워 도계(屠鷄), 양념 맛으로 먹는 치킨에 대하여 그 당시 아버지는 집 뒤뜰에 3백여 평의 닭 우리를 짓고, 털이 하얀 레그혼 수백 마리를 반 방목으로 키웠다. 방앗간에서 가져온 쌀겨와 잡초를 섞어 먹였으며, 닭이 좋아하는 미꾸라지와 개구리 등의 육식성 먹이를 잡아다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건강하던 닭들 가운데 몇 마리가 햇볕이 드는 우리 구석에서 눈꺼풀을 내리고 조는 듯이 꼼짝 않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걸 보자마자 마을에 닭 병이 돌고 있다며 멀쩡한 다른 닭들이 전염되기 전에 중간 상인에게 넘겨야 한다고 아버지를 종용(慫慂)함으로써, 우리 닭들은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일부분 키워준 나로선, 중간 상인의 자전거 짐칸 닭장에 빼꼭히 갇혀 실려 가면서 애절하게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의 눈동자에 마음이 아팠었다. 그때 누군가에게 닭은 길면, 20년을 산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한 달도 못 살고 1초에 한 마리씩 인간에게 자신의 달걀과 살을 바치고 죽어가고 있다는 요즘 닭을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치킨을 앞에 두고도 입맛을 잃기도 했다. 하기야, 요즘 치킨을 누가 닭 맛으로 먹는가, 양념 맛으로 먹는 게 아니던가. 양계장 터에서 자연 재배로 키운 복숭아 아버지는 닭이 사라진 양계장 터에 복숭아 등의 유실수 50여 그루를 사다가 심으셨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해, 이런저런 과일이 열려 익었는데 그중에서도 복숭아가 단연 으뜸이었다. 과육을 씹으면 입안에서 아삭거리며 녹았다. 단맛이 강하고, 향이 일품이었다. 어느덧 60여 년이 화살처럼 흘렀지만, 그때의 식감을 어떻게 잊겠는가. 어쩌다가 복숭아를 안고 있는 동자(童子)의 그림을 보면, “저게 내가 먹던 바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복숭아”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가축과 나무 기르기에 취미와 소질이 남다르셨던 아버지는 아쉽게도 사과나무를 심지 않으셨다. 경북 대구, 황해도 황주 등지를 주산지로 꼽던 때였으니까 우리 고향과는 기후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대신 다른 나무에 비료를 주거나 농약을 치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키웠다. 당시 전국적으로 퇴비증산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으므로 우리집도 산과 들에서 베어 온 풀을 차곡차곡 쌓아 발효 퇴비를 만들었다. 그것을 논밭에 뿌렸으니, 과수원에도 그런 발효퇴비가 시비(施肥)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문 밖 채마(菜麻) 밭의 가장자리가 퇴비 자리였다. 기온이 떨어지는 늦가을과 겨울에 옆으로 지나다니면서 보면, 발효열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게 보였고, 술 익을 때 나는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복숭아는 어린 내 조막손보다 커서 두 손으로 감싸 안아야 할 부피였는데, 신문지 봉지에 싸여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동네 사람을 불러 모은 아버지는 감나무 아래 평상(平床)에서 복숭아 시음회를 열었다. 참석한 분들은 다들 맛이 좋다면서 탄복했다. 복숭아 만이 아니었다. 같은 흙에서 키운 우리 집 채소는 모두 약성(藥性)이 좋았던지 백김치와 동치미를 담으면 맛이 좋기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맛을 잊지 않은 나는 “젠장, 사과 주스가 싱겁더니, 이번엔 오이지야, 맛이 왜 이리 싱겁지? 오이 맛이 전혀 안나”라면서 툴툴거린다. 그러면 아내는 “요즘 과일이나 채소가 다 그러려니 하고 까다롭게 굴지 마시죠”하면서 내게 염장을 지르는데 말싸움하기 싫은 나는 방으로 들어와 갈릴레오처럼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댄다. “음~ 내가 어렸을 때 먹던 채소와 과일 맛보기는 어렵겠어. 이러다가 정말 먹을 만한 게 없겠어.” 사과 과수원에 방치된 우듬지 사과 서리하기 20여 년 전쯤 경북의 사과 산지로 취재하러 갔다가 우연히 산자락과 산 중턱 사이에 있는 과수원을 지나게 되었는데, 내 눈을 스쳐 가는 밑동이 굵은 사과나무 꼭대기마다 탐스러운 붉은 사과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70여 그루쯤 되는 사과나무의 우듬지마다 10여 개가 넘는 사과들이 붙어 있었던 거였다. “어라? 새 먹이로 남겨 둔 사과치고는 너무 많지 않나?” 나는 마침 비닐 농막에서 일하던 60대 초로의 주인을 발견하고 연유를 물었다. 그가 말했다. “오래된 사과나무라, 자연히 높은 나뭇가지 꼭대기에 사과가 열리는데 거기까지 올라가 사과를 딸 사람이 없어서 남겨 둔 것입니다. 안 따는 게 아니라 못 따는 거지요. 일할 분이 할머니와 노인 뿐이니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따라고 할 수 없잖습니까?” 당시 나는 젊었으므로 “뭐 그다지 높아 보이지도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가지 높이 붙어있는 사과와 귤을 따 본 적이 있으니 못 따고 남겨 둔 사과를 전부 내게 파시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겠다. 사과 따주기 봉사를 한 번 했었고, 제주도에서도 귤을 따 본 경험이 있다. 로망처럼 들리겠지만 직접 해보시면 무지하게 힘이 든다는 걸 실감할 것이다. 특히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수십 년 된 귤나무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하필 가운데 가지 끝에 좋은 귤을 집중적으로 매달린다. 발뒤꿈치를 들고 손을 뻗어 귤을 따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포도를 못 따고 저놈의 포도는 셔서 못 먹을 거라고, 투덜거리는 이솝의 여우를 생각하시면 된다. 결국, 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뜸을 들이며 생각하던 주인은 50만 원에 낙찰을 봤다. 나는 “사과를 따려면 혼자서는 안된다. 날짜를 잡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올 터이니, 그때 내가 전화하면 바로 나에게 전화를 다시 주시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 뜻을 알아챈 주인이 마소를 지으면 그러겠다며 약속했다. 훔친 사과라서 맛있는 것일까? 서울로 돌아온 나는 “사과 서리할 수 있는 과수원 발견. 날짜를 잡아 같이 갈 사람 모집” 사발통문을 지인과 친구들에게 돌려 가칭 ‘사과 서리 갱단’을 모집했다. 사흘 만에 부부를 포함한 15명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그들과 약속한 날, 나는 인터넷에서 산 알루미늄 사다리를 일행의 차에 싣고, 그와 둘이 미리 현장에 와서 우리 뒤를 이어 도착하는 일행들에게 과수원 아래 길가에 주차하도록 유도하고, 훔친 사과를 담을 자루와 그릇 등을 챙기도록 한 다음, 좌우를 살피는 시늉을 하면서 예의 과수원 둔덕으로 안내했다. 선글라스를 쓴 사람, 모자를 푹 눌러 얼굴을 가린 사람, 여차하면 튀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사람 등 일행은 긴장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내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라. 주인이 나타나면 아는 사람이 내게 전화해 주기로 했으니까. 안심하시고, 저기 사과나무 꼭대기에 붙은 사과를 여러분 재주껏 따서 자루에 담아 가면 됩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 말을 듣고도 거동할 기미가 안 보인다. ‘걸리면 큰일’이라 겁을 먹은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사과나무에 올라가 직접 사과를 따는 시범을 보이자,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먼저 각자 사과나무에 달려들어 올라갔으며, 남자들은 슬금슬금 뒤따라 갔다. 그걸 본 나는 새삼 여성의 생활력이나 생존력이 왜 강한지를 알 듯했다. 하나라도 더 따려는 그들이 자루 하나를 채우고, 두 번째 자루, 세 번째 자루를 채우려고 할 때쯤, 나는 전화 소리가 들리지 않은 만큼 거리를 두고, 과수원 주인에게 전화했다. “지금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고 있습니다. 제게 전화를 부탁합니다.” 주인이 내 말대로 잠시 후 전화를 걸었고, 나는 “뭐라고? 주인이 온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고 손나팔로 그들에게 황급히 외쳤다. “방금, 과수원 주인이 떴다. 빨리 도망쳐라!” 한참 재미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 깜짝 놀란 그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여자들은 사과 자루를 머리에 이었고, 남자들은 양어깨에 사과 자루를 들쳐 매고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트렁크가 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자동차 급발진 소리와 함께 뒷바퀴에서 일어나는 뿌연 흙먼지 속으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곳에 정적이 흘렀을 때 과수원 주인이 나타나서 웃었고, 아직도 따지 못한 우듬지 사과들이 나를 보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었다. 2시간쯤 지났을까, 달아난 일행 중 한 명이 전화에 대고 사과를 베어 물더니 킬킬대며 물었다. “친구야, 내 생전 이렇게 맛있는 사과는 처음 본다. 맛이 기가 막히네, 그런데 사과 맛이 왜 이렇게 좋지?” 그 말에 듣는 순간, 관능적인 전라(全裸)의 여배우가 얼굴과 목을 남기고 빨간 사과 무더기 속에서 누워 있던 영화 제목과 포스터가 생각났다. “바보야, 그건 훔친 사과니까 맛있는 거야. 올 추석 선물은 그걸로 땡이다.” 우둠지에 달린 사과 서리 이벤트를 벌여서 흥행에 성공한 나는 “훔친 사과는 맛있다”라는 카피를 써서, 사과 과수원의 일손을 덜어드리자는 속편(續編)을 준비한 뒤, 내가 아는 몇 분 사장님에게 사과 서리를 건의했다. 모두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관심을 보였고, 한 사장님은 비서를 불러 당장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실행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벤트도 사업이라 예산이 잡혀야 하고, 준비할 서류에 젬병인 나는 추동력을 잃고, 풍선 바람 빠지듯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흘렀을까.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비료, 퇴비, 농약을 쓰지 않고, 오로지 잡초만을 이용해 ‘기적의 사과’를 만든 일본의 한 농부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게 되었다. 죽기 살기로 ‘기적의 사과’를 만든 일본 농부의 농업역사 바꿔놓기 다음은 2009년 8월, 조선일보 일본 특파원이었던 선우정 기자가 기적의 사과를 만든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 당시 60살) 씨를 만나 인터뷰 한 기사 중 필자가 발췌하고 가필한 것이다. 일본의 북단 이와키산(岩木山) 자락. 눈에 보이는 천지가 사과나무로 덮여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아오모리 현이 만들어 내는 사과는 일본 전체 생산량의 절반. 도요타시가 일본 제조업의 성지라면 이와키 산은 농업의 성지다. 이 산자락에서 기무라 씨는 37년째 사과를 키우고 있다. 환갑이지만 나이보다 늙어 뵈는 것은 자연 재배로 사과 농사를 짓다가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카바레 호객꾼으로 알바를 하다가 야쿠자의 주먹에 맞아 이가 빠진 탓도 있다. 그런 치아로는 자기가 재배한 사과조차 제대로 베어 물지 못할 듯 했다. 그가 쓴 책 〈사과가 가르쳐 준 것〉, 〈모든 것은 우주의 재배〉는 일본 전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작년부터 베스트셀러가 된 〈기적의 사과〉라는 공저는 지난달 한국에서도 번역·출판됐다. 기무라 씨의 밭을 찾으려고 산자락에서 1시간을 헤맸다. 이런 곳에 왜 6천 명이 찾는 것일까. 천지가 사과밭이지만 생태계가 회복된 '자연'이 이곳에만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78년부터 31년 동안 농약 한 방울, 비료 한 주먹도 뿌리지 않은 기적의 땅, 8,800㎡(2700평). 같이 농사를 짓는 아내가 농약 알레르기가 심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기무라 씨의 ‘기적의 사과’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도쿄에 있는 시로카네다이(白金臺) 레스토랑에 의해서였다. 기무라 씨의 사과만을 쓰고 있던 이 식당, 이이구치 히사카즈(井口久和) 주방장은 사과를 쓰고 남은 것을 한쪽에 두었다가 깜박 잊고 있었다가 몇 년이 흘러 썩지 않고 우연히 사과가 쪼글쪼글한 상태로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짐으로써 기무라 씨의 사과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기무라 씨는 전 세계를 돌면서 자신의 사과 재배를 강연한다. 〈기적의 사과〉의 공동 저자인 이시카와 다쿠지(石川拓治)는 기무라 이키노리 씨의 농업 경제사적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1911년 꽃썩음병과 갈색무늬병이 창궐했을 때 농약이 없었다면 아오모리 사과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해가 일본의 사과 역사에서 사상 처음 농약이 쓰인 해였다. 그 후 일본 사과의 비약적 성장은 농약이란 '절대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기무라는 아오모리 사과를 100년 전 환경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자살하려고 산에 올랐다가 도토리나무를 보고 깨달은 생태계의 원리 “무농약·무비료 재배를 시작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10년쯤 걸리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인내력이군요.” “자연의 사이클은 아주 길지요. 24시간이란 조급한 인간이 만든 것에 불과하니까. 밭이 달라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긴 드라마이지요. 흙 위 세상만 바라보면서, 지표만 바라보면서 6년을 지독하게 고생했지요.” 〈기적의 사과〉에서 그는, 농약을 끊은 직후의 과수원 풍경을 이렇게 말했다. “벌레들이 어린 새잎이 붙은 가지 끝까지 바글바글 몰려들어서는 만원 전철처럼 밀치락달치락 야단법석을 떨어요. 벌레 때문에 사과 가지가 휠 정도”였죠. 나무 한 그루에서 하루 동안 잡은 벌레는 비닐봉지 세 개 분량.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잡았죠.“ “밭이 어떻게 변하던가요?” “반점 낙엽병으로 첫해 8월 말에 잎이 95% 떨어졌지요. 잎이 떨어지자 가을에 꽃이 피는 겁니다. 미친 꽃이지요. 이듬해엔 8,800㎡의 밭에서 꽃 한 송이 피지 않았어요. 이듬해부터 수확량 0. 건강보험료, 아이들 교육비를 못 냈지요. 지우개를 3개로 잘라 아이들에게 나눠줄 정도였으니까요. 카바레 아르바이트로 이가 부러진 것도 그때의 생활고 때문이었지요. 4∼5년 지나니까 친구가 그래요. '가족 생각 좀 하라'고. 하지만 마음속에선 반대로 얘기해요. '가족이 중요하니까 끝까지 해'라고. 아내가 농약에 약하니까 아이도 약하겠지요. 아이에게 줄 수 없는 사과를 만들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책을 보니, 죽을 생각도 하셨더군요.” “밧줄 세 가닥을 엮어서 산으로 갔어요. 나무에 목을 매려고요. 탈출구가 없을 때였습니다. 모든 수단 다 써도 나무는 죽어가고. 그런데 죽는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니까 전에 안 보이던 산(山)이 보였어요. 올가미에 목을 넣으려고 하는데 바로 제 눈앞에 도토리나무가 보였지요. 비료도 안 주고, 농약을 치지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해마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산에도 벌레가 있고, 같은 햇살을 받는데 내 과수밭과 다른 게 있다면, 그건 흙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번쩍 들었지요. 저는 올가미에서 목을 빼고, 도토리나무 주변을 살폈지요. 풀이 우거졌고, 흙을 파보니 포근하고 향기로웠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다. 흙이야. 흙을 바꿔야 만 해, 왜 여태껏 이걸 몰랐을까? 마지막으로 흙을 바꿔야겠다, 그래도 안 되면 다시 죽자고 각오하고 산에서 내려왔지요.” 흙을 바꾸면, 자연 생태계 공존, 숲속 같은 사과나무밭 사과밭은 숲처럼 상쾌했다. 농약 냄새도 비료 냄새도 없었다. 날아든 한 마리 곤충은 하늘소. 기무라 씨는 구멍이 숭숭 뚫린 사과 잎을 따 보이며 물었다. “무슨 구멍이라고 생각하세요?" “벌레 먹은 흔적 아닌가요?" “이 밭에는 벌레가 없어요. 6년 전부터 사라졌어요. 농약이 없으니까 벌레도 없는 거예요. 농약을 뿌리니까 벌레가 있지요. 구멍은 사과나무가 검은별무늬병에 걸린 환부(患部)를 떨어뜨린 거예요. 자기 치료를 한 것이지요. 처음엔 못 믿겠다던 스기야마 선생(杉山修一·히로사키대 농학생명과학부 교수)이 직접 균을 이식해 확인했어요." “나무에 저항력이 생겼군요.” “병은 늘 있어요. 차이는 농약을 뿌린 나무는 또 농약에 의존하지만, 안 뿌린 나무는 손상을 크게 입지 않고 스스로 치료하는 겁니다. 나무의 균들끼리 '식물연쇄(植物連鎖·먹는 생물과 먹히는 생물의 연쇄적 관계)'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생태계가 복원됐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저의 밭은 산을 재현해 놓은 것입니다." "산에는 농약을 살포하지 않지요. 잡초를 자르지도 않아요. 그래도 벌레는 적고 나무는 건강해요. 밭에서도 잡초를 자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주위에 콩을 심었어요. 그러면 흙이 달라져요. 콩은 스스로 뿌리혹박테리아를 만들어 질소를 저장해요. 이것이 공기와 흙의 질소 순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흙이 달라지면 풀도 달라지더군요. 지금까지 7번 달라지는 걸 봤어요. 처음엔 잎이 좁은 볏과(科) 식물이 많았고, 점점 잎이 넓은 잡초가 들어와 공존하게 됐지요.” “밭의 생태를 관찰하시는군요.” “그렇죠. 현대 농업은 관찰하는 능력을 잃었어요. 흙 위만 생각하지요. '수확으로 땅에서 이만큼 양분이 사라졌으니 이만큼 비료로 보충해야지' 하는 수학적 계산만 해요. 양분을 주면 박테리아는 활동을 쉽니다. 주지 않아야 활동하지요. 그들이 활동해야 흙이 만들어집니다. 인간의 장(臟)도 마찬가지예요. 나무만 보지 말고 흙을 봐야지요." “풀이 흙을 어떻게 바꾸나요?” “작년 5월에 독일 유기농 농가의 초청을 받았어요. 흙을 좀 파보자고 했지요. 지표 10㎝ 밑에서 이미 온도가 8도나 내려갔어요. 차가웠어요. '여러분이 수확하는 감자가 그래서 작다' 고 했어요(유기농이기 때문에 감자가 작은 것이 아니라는 뜻). 산은 흙의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요. 지금 30도가 넘는 땡볕이지만, 우리 밭을 파보면 22∼24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냥 따뜻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지요. 미생물이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연 그대로 놔두면 되는 건 아니지요. 잡초를 놓아 두니 설익은 사과가 열리더군요. 그래서 이듬해 9월에 한 번만 밭 절반의 풀을 잘랐지요. 그랬더니 자른 곳에서 열린 사과만 익어요. 사과나무에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인간이 알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흙 속 온도가 변하지 않으니 사과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맛있는 사과를 얻으려면 역시 인간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수확량은요?” “1987년 처음으로 꽃 7개를 피웠죠. 5개는 벌레가 먹고, 인간의 몫으로 열매 2개를 얻었습니다. 작년엔 이 밭에서만 1,000상자(기무라 씨의 밭은 나뉘어 있다) 수확했어요. 농약을 사용하는 밭의 70% 정도 수확했습니다. 2년, 3년 뒤엔 같아질 듯해요. 탁구공만 하던 크기도 지금은 차이가 없어요. 커지면 상자에 들어가는 사과가 적어지니까, 그것도 고민이네요. 손님들이 '숫자가 왜 이렇게 적어졌어?' 하고 불평할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죠? 아무것도 안하는데 계속 알이 굵어지니까요.” 자연 재배의 사과 수확량, 관행 농법과 맞먹고 가격은 몇 배 차이 “10년을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까요?” “다른 농부들도 실험하고 있어요. 홋카이도의 8000㎡ 사과밭에선 작년에 열매가 12개 맺었습니다. 7년 만의 결실이지요. 시행착오를 줄여서 11년에서 7년으로 짧아졌습니다. 올해는 열매가 100배 이상 늘어날 거예요. 한국 농가에서도 막 사과나무를 심었지요. 일부러 척박한 흙을 골랐습니다. 나무 주위에 4년 동안 콩을 심으라고 했어요. 사람도, 나무도 흙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경험하라고. 7년 뒤 그 경험을 농가에 확산시키라고." “자연 재배는 모든 작물에 가능할까요?” “쌀, 옥수수, 채소, 파인애플, 망고를 해보니 가능했어요. 자연의 프로그램대로 흙을 만들면 뭐든지 됩니다.” “농약과 비료를 '악(惡)'이라고 보시나요?” “인간은 농약과 비료에 참 많은 신세를 졌어요. 고맙지요. 하지만 사용하지 않고도 같은 수확량, 같은 품질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그뿐입니다.” “가격이 비싸지요?” “한 상자에 16∼20개 정도 들어가는데 상자당 4,200엔(5만5000원)에 배송합니다. 다른 사과보다 평균 상자당 500엔 정도 비싸지 않을까요?” “더 비싸게 받아도 잘 팔릴 텐데요.” “어차피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니까. 앞으로 더 많은 농가가 자연 재배에 성공하면 원하는 사람들이 더 싸게 먹을 수 있겠지요.” 사람의 뼈와 살은 흙의 성분과 같아, 흙으로부터 영양 섭취해야 나는 ‘기적의 사과’를 먹어보지 못해서 맛이나 가치를 평가 할 수 없지만,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니 자연 재배 사과는 익기 전인데도 단맛이 날 정도로 맛있다고 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발표한 사과의 효능에 따르면 ▲고혈압 예방(사과의 칼륨) ▲콜레스테롤조절(사과의 펙틴), 콜레스테롤 흡수 및 배설 촉진 ▲당뇨병 예방(사과의 팩틴, 당질을 흡수) ▲피로회복(사과의 사과산, 구연산은 유산 저하, 신진대사 활발) ▲대장암 발생 감소(사과의 식이 섬유, 변비 해소) ▲충치 예방(사과의 과육, 자연의 칫솔, 잇몸 건강) ▲어깨 결림 및 요통 감소(사과산 구연산 등) 그야말로 ‘사과가 익으면 사람들이 건강해서 진료 볼 일이 없는 의사가 당황해 얼굴이 붉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과의 효능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살아있는 흙에서 자생력을 가진 사과나무에서 자란 ‘기적의 사과’와 농약을 12번 이상 쳐야 수확한다는 관행 농업으로 키운 사과가 효능 면에서 같을 수야 없으리라. 우리 몸의 70%를 이루는 수분은 바닷물과 화학적인 성분이 같고, 뼈와 살은 흙의 성분과 같다. 사람은 흙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식물을 먹어야 필요한 영양성분을 얻어서 살아갈 수 있다. 하늘과 흙의 섭리에 따를 때 자연이 ‘기적의 사과’를 내 준다. 이것이 비료나 퇴비를 쓰지 않으면, 벌레가 꼬이지 않고, 벌레가 없으면 농약을 칠 필요가 없으니, 흙부터 살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닐까. (다음호에서 계속) MeCONOMY magazine May 2022
우리 조상들이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애용했던 식물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약효를 보았다면 그 약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런데 조상들이 먹었던 그런 식물과 요즘 우리가 먹는 식물의 약성이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기침을 멎게 한다는 도라지는 산지(産地)에 따라 쌉쌀한 맛과 진한 향이 딴 판이다. 어디 도라지뿐이겠는가. 최근 흙 속 미생물의 DNA를 분석하는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이 개발되면서 식물의 약성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밝혀낼 수 있을 듯하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남용하면 인체의 유익한 균도 같이 죽는 것처럼, 화학비료나 제초제, 농약을 계속 사용하면 흙 속 미생물 역시 살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 식물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독성 물질(맛과 향)의 원료를 얻지 못하고, 점차 본래의 약성(藥性)을 잃어 가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는 녹황색 채소와 파, 마늘, 생강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감기 독감 환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1, 최진규 지음. p.46~59》에 따르면, 감기 바이러스는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 곧 녹황색 채소인 무와 무청, 순무, 당근, 미나리, 냉이, 갓, 달래, 우엉 같은 식물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아울러 파, 마늘, 생강, 양파, 달래, 초피 등과 같이 매운맛이 나는 향신료이자 천연항생제를 섭취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몸에 들어 온 병원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 이런 식물들은 온갖 균을 죽이고 몸에 쌓인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는 효능이 있다. 요즘 감기가 예전보다 지독해진 것은 감기 바이러스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원균은 더 무섭고 강해졌지만 사람의 체질은 더 약해져서 예전보다 감기를 훨씬 심하게 앓는다. 그래서 인공 항생제가 아닌 천연항생제를 늘 섭취해서 몸의 저항력을 키워야 감기는 물론 간염, 암, 폐결핵, 기관지염 등 온갖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마늘은 항균작용이 가장 뛰어난 식품이다. 날마다 날 것으로 한두 쪽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학자가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 30명을 선택하여 날마다 마늘 한 쪽씩, 날 것으로 4년 동안 먹게 했더니 감기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마늘과 함께 파, 양파를 수시로 먹으면 감기, 기관지염, 그 밖에 감염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생마늘은 자극이 심해서 입안이나 위장 점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푹 찌던가, 굽던가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무를 생즙을 내어 날마다 한 잔씩 마신다. 무는 온갖 병원균을 죽일 뿐만 아니라 폐와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며 소화 기능을 돕는다. 또한, 무를 오래 달여 엿기름과 섞어 무 엿을 만든 다음 한 숟가락씩 먹어도 좋다. 밤, 호도, 포도 같은 과일이나 참기름, 들기름을 많이 먹는 것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은 똑바로 누워 콧구멍에 참기름 3~5방울씩 묻힌 유리막대기를 넣고 콧방울을 잡았다가 놓았다 하면서 참기름이 코의 점막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중국에서 이 방법을 5백 명에게 쓰게 했더니 97%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파 뿌리와 생강을 각각 400g, 소금 8g을 함께 죽이 되도록 짓찧은 다음, 여기에 소주 한 잔을 부어 고루 섞은 다음, 얇은 천으로 싸서 앞가슴, 등,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팔꿈치 등을 한 번씩 문질러 준다. 30분쯤 지나면 땀이 나면서 열이 내리기 시작하여 코가 시원하게 트이고 기침, 콧물도 차츰 가라앉는다. 파 뿌리와 생강의 매운 성분이 피부에 잠복해 있는 한기(寒氣)와 독소를 몸 밖으로 발산시켜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이다. 시호(柴胡)와 감초(甘草)를 각각 12g과 4g씩 넣고 물로 달여서 하루 식사 전에 마신다. 시호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름 이지만 야산에서 흔히 1m 정도 자라고, 초가을에 노란 꽃이 핀다. 감초는 약방의 감초인 그 감초다. 두 재료 모두 일반 한약 건재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시호는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주고 몸이 추웠다가 더웠다 하는 것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초라 한다. 온갖 균을 죽이는 효과가 탁월하여 일반 감기와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에 모두 좋은 효과를 보인다. 오미자와 세신(細辛, 족두리풀)을 그늘에 말려 가루 낸 것과 흑설탕을 5:2:3의 비율로 섞어 하루 3번 식전에 먹는다. 오미자는 기침과 콧물을 멎게 한다. 꽃 모양이 족두리 같다 해서 족두리풀이라고 하는 세신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말린 것은, 톡 쏘는 매운맛이 나서 혀가 아리다. 감기 병원균을 죽이며 독소를 밖으로 내보낸다. 감기가 그다지 심하지 않을 때는 생강과 흑설탕 각각 50g을 물 한 되(1.8ℓ) 넣고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3~5번 생강차로 마신다. 생강은 항균력이 강해 몸 안의 어혈(瘀血)을 없애고 생혈(生血, 피를 만듦)에 좋은 식품이다. 감기는 혈액순환이 잘 안될 때 많이 걸린다고 하니, 도움이 될 듯하다. 대파로 끓인 된장국은 잘 낫지 않고 오래 끄는 감기에 좋다. 파에는 그런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파 100g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된장국을 끓여 한 번에 훌훌 마신다. 하루 3~4 회 마시면 더 좋다. 파 대신 양파를 써도 좋다. 파, 마늘, 양파, 생강은 다 같이 바이러스를 죽이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여 피부에 잠복한 독소를 몸 밖으로 몰아내어 감기를 낫게 한다. 지독한 유행성 독감에는 주목(朱木)의 잎이나 줄기를 물 한 되(1.8 리터) 넣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마신다. 다만, 주목에는 독성이 있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주목은 고산지대에서 높이 10m 이상 자라며 봄에 꽃이 피었다가 가을에 앵두처럼 빨갛게 익는다. 정원수로도 심는데, 주목을 달인 물은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주목의 독성을 없애려면 날달걀 한두 개를 넣고 끓이면 되는데 달걀이 독성을 빨아들인다. 그러나 다만 이 달걀은 절로 먹어선 안 되고 땅속에 묻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 유행성 독감이 돌 때 주목 달인 물을 마시게 했더니 대부분 나았다고 한다. 오랜 기침에는 도라지가 좋다. 생즙을 내어 꿀을 몇 숟가락 넣어 한 잔씩 하루 3번 마신다. 가래를 삭이고 고름을 나오게 하는 동시에 감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편도선이 부었을 때는 도라지를 달여 마시셔도 좋다. 한방에서는 감길탕(甘桔湯)이라고 처방으로 고름을 보내는 작용이 강하고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MBC 『댁의 비방을 찾습니다』 에 모인 11만 건의 민간요법 지금부터 37년 전,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1년 전인 1985 년, MBC의 특별기획, 『댁의 비방을 찾습니다』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 속에 방송됐다. 하루하루 눈부시게 발전해 가는 현대의학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과거이자 추억이며 기록인 선조 대대로 내려온 민간요법을 전국적으로 찾아냈다. 이 방송으로 전국에서 11만 건에 가까운 민간요법 자료가 수집됐고,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각종 질환별로 선정된 4천여 건의 사례를 모아 『한국민간요법대전,韓國民間療 法大典』이란 책이 간행됐다. 이 책에 수록된 호흡기 질환 항목 중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은 100여 가지다. 다른 민간요법처럼 집안 어른, 동네 노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써보니 좋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따라 해본 체험담이었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이 일반화되기 이전, 즉 흙 속의 미생물 생태가 온전했을 때 앞뜰이나 뒷동산에서 나는 풀뿌리, 농산물 등을 이용한 것이어서 오늘날 우리 농산물과 어떤 차이가 나는지 참고해 볼 만하다. (아래 표 참고) 뿌리 식물 생강, 마늘, 파 뿌리, 도라지, 칡뿌리, 쪽파 뿌리, 쑥 뿌리, 대나무 뿌리혹, 우엉, 땅콩, 송이버섯 열매 식물 배, 감, 호박, 은행, 대추, 곶감, 귤껍질, 호도, 잣, 들깨, 검은콩, 매실, 머루, 모과, 살구씨, 오렌지, 수세미(혹은 수세미 줄기), 오미자, 석류, 꽈리, 탱자 잎이나 줄기 식물 인동덩굴, 댓잎, 민들레, 버드나무, 산초나무, 차조기, 수양버들, 쑥, 으름덩굴 외 꿩(심한 독감이 잘 낫지 않을 때 고아 먹는다)/ 다시마(다시마 1근을 달여서 마심) /멸치 똥(배, 무와 같이 넣고 달여 마심) /무궁화(흰 무궁화 꽃을 달여 마심) /박속(인동덩굴, 모과, 파 뿌리, 검은콩, 탱자를 함께 넣어 달여 마심), /왕겨(삶아서 먹음), /해삼(석류와 함께 달여 먹음), /선인장(생즙을 내어 마심), /소금(소금물을 만들어 콧속을 청소) /찐보리(인동덩굴, 생강, 파 뿌리와 함께 달여 마심) /창출(蒼朮, 기름을 짜서 먹음), /콩깍지(인동덩굴, 칡덩굴과 함께 달여 마심) /콩나물(엿과 함께 혼합해서 따뜻한 장소에 두었다가 먹음(이 요법은 가장 많은 사람인 14명이 추천했다.) 흙 속 미생물 생태계가 붕괴하면, 식물도 인간도 무너진다 민간요법은 의학이 아직 발달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병원, 의원, 한의원 등의 의료기관이 먼 곳에 있어서 우선 급한 대로 사용해 본 의료 행위이므로 질병의 원인도 모르면서 함부로 따라 했다가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학 기술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인류가 전전긍긍하고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실험실인지 야생동물로부터 온 것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난치병에서 회복하는 사례를 보면, 자연치유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의학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진보하고 병원이나 의사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늘어난 만큼 환자의 숫자는 줄지 않고 같이 늘고 있으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 하던데, 이토록 지독해진 감기 바이러스의 병원체를 알아내고도 인간이 속수무책인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은 백신이 없이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백신이 없을 때 우리 조상들은 그저 앞뜰이나 뒷동산에서 나는 풀뿌리나 잎, 꽃을 가지고 감기를 극복했다. 그렇다면, 혹시 약으로 애용하던 그런 식물에 이상 변화가 있었고, 그걸 먹는 우리가 자생적인 저항력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거의 1세기 동안 인류는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에베레스트산 높이 만큼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서 흙 속의 미생물을 대량 학살(虐殺)했고 지금도 자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팬데믹은 흙 속 미생물들의 반격으로 시작된 것만 같 다. 식물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엽록체'라는 세포를 가지고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으로 합성한다. 엽록체가 없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그래서 식물을 먹지 않으면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육(肉)고기를 먹어야 힘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육고기에 들어있는 태 양에너지는 식물과 달리 재생 타이어와 같은 동물이 쓰고 난 중고품이다. 식물만이 신선한 태양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 태양에너지를 섭취해야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는 저항력을 갖게 된다. 녹황색 채소가 몸에 좋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흙 속의 미생물 역시,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식물로부터 태양에너지를 얻어야만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식물은 자신이 만든 태양에너지 일부를 뿌리를 통해 안에서 밖으로 삼출(滲出)시켜 미생물들에게 먹이로 나눠 준다. 미생물은 그 대가로 흙 속에 들어온 유기물(有機物, 생명력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물질)을 분해해서 무기물(無機 物-생명력이 없고 생물적이지 않은 발생 최초의 형태)로 만들어,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로 흡수하게 함으로써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진은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 주변에 있는 유용한 미생물에게 신호를 보내 이들을 가까이 끌어들여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 죽거나, 충분한 미생물 군집(群集) 형성이 되지 않아 미생물과 식물 간의 상생 관계가 붕괴하면, 사람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식물도 병충해에 시달려 비료나 농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식물을 먹는 사람 또한, 식물로부터 제대로 된 약성을 섭취할 수 없으므로 외부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민간요법에서 거론한 식물은 당시만 해도 거칠고 강하며, 독한 맛과 진한 향을 내는 것들이었다. 반면 요즘 것은 싱거운 맛이 나는 데다 향마저 부족한데 이는 흙의 미생물 생태계가 이미 무너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흙의 미생물을 분석 해보면 어김없이 관찰되는 미생물은 편협(偏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의 미생물을 분석하면 다양한 미생물들이 높은 밀도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는 흙에서는 미생물들끼리 서로 협조하거나, 견제하면서 유익한 미생물이든 해로운 미생물이든 간에 한쪽이 우세한 세력 이 되는 걸 막는다. 예를 들어, 흙 속에서 시들음병(Fusarium spp.)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우세를 차지하려고 하면 옆에 있던 방선균들이 견제에 나선다. 반대로 방선균이 우세를 차지하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이름 모를 바실루스 세균이 등장해 방선균의 성장을 막아선다. 이처럼 흙 속의 미생물들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세력균형을 이룬다. 이 같은 균형이 이루어지는 한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식물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생물이 제공하는 원료로 독성 물질(맛과 향)을 만들면서 건강하게 자란다. 농사는 작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흙을 살리는 것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우연히 TV에서 경기도 시흥시의 한 농촌 지역에서 낙엽으로 마늘 농사를 짓는 한 농부를 보았다. 어렸을 때 기억이 나서 흥미로웠다. 마늘은 보통 퇴비를 뿌린 밭에 10월 중순, 씨 마늘에서 뗀 한쪽씩 흙에 꽂아 심는다. 마늘은 겨울을 난 뒤 이듬해 6월이면 수확한다. 그는 마늘을 심기 전에 흙부터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설계한 생태 화장실에서 톱밥 등을 섞어 오랫동안 완숙 퇴비로 만든 배설물을 밭에 거름으로 뿌렸고, 자신이 인근 산에서 모아 부대에 담아 썩힌 낙엽을 추가로 시비(施肥)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자연농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는 거지요. 건강한 흙이라면 반드시 미생물이 살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많이 살아야지요. 식물이 자라는 뿌리에는 풀이든 나무든, 반드시 미생물이 증식하게 돼 있어요. 흙 속에는 정말 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절대로 필요하지요.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도록 만들려면 비료나 농약을 써서는 안되지요. 해충을 죽이는 농약은 미생물도 죽이니까요. 미생물이 많이 살면 병충해에 안 걸리죠. 작물의 자생력(自生力)을 가지고 제대로 크는 거니까요.” 피부 결이 좋고 혈색이 유난히 빛나는 그는 농부 같지 않았다. 천생 야외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미생물 농학자였다. 그는 자신이 토마토 밭의 흙을 한 움큼 파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5년간 넣어주었던 낙엽이 다 분해되어 흙에 들어가 있잖아요. 흙 자체도 굉장히 부들부들합니다. 수분도 적절하게 유지되어 있고요. 그래서 이 밭은 굳이 갈지 않고, 퇴비나 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작물이 아주 잘 자랍니다.” 그는 산에서 가져온 부엽토에 고두밥을 넣어 미생물을 배양한다. 산이나 숲에서 배양하면 더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농장으로 부엽토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배양해서 쓴다. 이렇게 배양한 미생물을 물과 희석해 퇴비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흙이나 작물에 뿌려준다. 그에게 있어서 농사는 작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흙 속의 미생물을 살리는 일이었다. 1988년, 식물 뿌리 주변부 미생물의 생태를 연구하던 외국의 한 연구진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무리와 유전정보의 합성어)에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모든 물질을 포함 시켰다. 어느 시인은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오는 탄력은 그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많은 미생물 가운데 전통적인 기술로 키울 수 있는 건 고작 1%, 나머지 99%는 키울 수 없다. 다행히 1998년 배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흙) 시료에서 직접 DNA를 추출해 정보를 분석하는 ‘메타게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이 개발됐다. 흙 속에 사는 수억 마리 미생물이 누구고, 그 녀석들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는 소리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10년 (2023~2032년)에 걸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마이 크로바이옴’ 신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간에 지난 4천 년간 똥오줌으로 흙의 미생물을 키워,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어왔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알려졌으면 한다. 그래야 대대손손 이어갈 이 땅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이 약성이 풍부한 약초 같은 작물이 되고, 그것을 먹는 우리가 바이러스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건강한 몸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2
연평균 강수량 1250mm의 논농사 지역인 우리나라와 달리 전 육지의 40%를 차지하는 초원지대는 연평균 강수량이 250mm~500mm. 풀은 자랄 수 있지만,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으로 목축업을 생업으로 한다. 하지만 각종 농경지 개발과 도시의 확산으로 초원지대의 면적이 크게 줄어들면서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 흙에 저장하는 초원의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초원을 보호하고 기후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까? 초원지대에서의 지속 가능한 목축업이 무엇인지, 뉴욕 타임스의 최근 보도(2021년 11월 9일 자, THE NEW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CLIMATE SOLUTIONS)를 소개한다. (사진 The New York Times)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돕기 위한 새로운 방목 방법과 연맹 1대에서 3대에 이르는 Obrecht 집안의 남자들은 환경 보호주의자들의 고정관념과는 맞지 않아 보일 수가 있다. 캐나다 국경에 가까운 몬태나 대초원 동부의 맨 끝 지역 목장주들인, 오브레히트 Sonny(78), Sam(61), 그리고 Tyrel(31) 3대는 대단히 독립성이 강하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소를 길러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느릿 느릿 움직이는 이러한 동물들은 탄소발자국(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관심이 있는 보호주의자들의 눈엣가시다. 그러나 여기 대초원에서는 모든 것이 항상 겉보기와 같은 건 아니다. 오브레히트 집안은 목장주, 자연보호단체,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대초원-아니면 남아있는 대초원을 보호하고, 복원하고 초원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기관 등과의 3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연구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그처럼 광대무변한 초원은 한때 북미의 4분의 1을 담요처럼 덮고 있었다. Homestead 법에 따라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땅을 갈아엎어 지금처럼 호박색 물결을 이루는 곡식을 심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원래의 초원 가운데 3분의 1만이 살아남았다고 Joe Fargione이 말했다. 그는 국제자연보호협회의 북미 지역 과학 책임자다. 그러함에도 초원은 탄소-이산화탄소의 형태를 띠고 기후변 화를 유발하는 주요 온실가스이다-를 저장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지구의 온도와 해수면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요새(要塞)인 셈이다. 연구자들이 추산하는 바에 따르면, 초원은 지구의 흙 속에 저장된 탄소의 30%가 넘는 양을 함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원에 곡식을 심기 위해 땅을 경작하고 나서, 흙이 함유한 탄소가 줄어들고 그만큼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흙에서 해방되어 대기 속으로 퍼져 나갔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사바나(열대초원), 유라시아의 스텝 그리고 남미의 팜파스 또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 초원지대는 서로 경쟁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초원이 경작지로 바뀌는 것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번번이 싸움에서 지고 있으며, 지속 불가능한 가축 방목 행위, 무분별한 도시 확산, 침입종(侵入種), 기후변화 그리고 심지어 초원에 나무를 심자는, 좋은 의미의 노력으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북미의 목장주들은 케냐의 여인네들과 브라질의 생태전문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일하는 UN 직원과 마찬가지로, 초원을 구하고 지구 기후 정책에서 그들의 입장을 확보하기 위해 이제 막 시작된 글로벌 네트워킹 싸움에서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초원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제(議題, agenda)에서 거의 무시당하고 있지요” 라고 말하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생태학자인 Richard Bardgett는 “만약 초원을 보호하고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해 이러한 변화와 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초원의 미래는 절망적일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초원은 매년 3억 톤의 이산화탄소 흙에 가둔다 하지만 초원 살리기의 변화와 목표는 전도(前途)가 밝았다. 연구자들은, 2015년에 발표했던 한 「농업, 생태계와 환경 보고서」에서, 방목방법을 개선하면 아마도 세계적으로 매년 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隔離)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초원에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일이 오브레히트 가족 3대(代)가 맡은 역할이다. 만6천 에이커(1ac=1224평)의 대초원이 자랑거리지만, 우리 가족은 “땅은 넓은데 돈이 없는 격”이라고, Sam과 Tyrel은 제각각 말했다. 흔히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땅에는 지구의 생명을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인 탄소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족이 공기 중으로부터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해 땅에 격리하면서도 초원의 건강과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는 비밀 병기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소를 제대로 기르는 것이다. 이 가족과 북미 목장주들은 재생(再生) 방목을 실천함으로써-특히, 밀집해 있는 소 떼를 자주 순환을 시키되 울타리를 쳐 놓은 방목장을 오랫동안 쉬게 함으로써 소들이 스스로 초원의 건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이긴 하지만 동물을 키우는 농업이 왜 그렇게 부정적인지 모르겠어요.” Obrecht Tyrel이 말했다. 그의 가족은 최근 재생 방목의 실천사항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북미 대초원 전체에 걸쳐 그 같은 방목을 추진하는 「세계 야생동물 기금」 프로그램과 계약을 맺었다. “원래 목장주들이 보수주의자 이잖아요.” “지속가능성요? 그런 말은 여기선 유행어가 될 수 없어요. 그냥 생활하는 방식이죠” Randy Stokke씨가 말했다. 그는 63살로,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서부지방 목장주이다. 이들 목장주는 한 세대 전만 해도, 그들의 친척이 가끔 적으로 간주했던 열렬한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공통된 목적을 찾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농경 자본주의자들의 재생 방목 방식을 배운 환경 보호주의자들이 건강한 땅이 주는 경제적 혜택과 건강한 초원에서의 방목이 더 높은 수익성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에 관한 한 변곡점(變曲點)에 도달했습니다. 초원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자연의 힘에 맡겨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급한 것으로 바뀌었다”고 Fargione 박사가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시급한데도 초원의 힘을 탄소 흡수대(지구온난화를 줄이는 산림지대 등과 같은 지역)와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귀중한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은 유명무실하다. 실제로 초원은 지구 육지의 약 40%를 덮고 있었다. 하지만 겨우 10% 정도만이 보호받고 있다. 원래의 야생 초원이었던 면적의 80% 이상이 경지(耕地) 혹은 목초지(牧 草地)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러한 생물대(生物帶, 초원)가 수억 명의 생계를 떠받치는 동안, 초원의 땅은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고통을 받았는데 이로 인해 가축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물을 여과하는 땅의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초원의 황폐화 가속, 사막화와 기후 위기 초래 「세계 야생동물 기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온전한 대초원이 계속 줄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260만 에이커에 달하는 초원이 2018년과 2019년 사이 1년 만에 갈아 엎어졌다. 그리고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금 메가톤급 가뭄-기후변화가 초래한 가뭄-으로인해 북미 서부지역은 황폐(荒廢)의 길로 가고 있으며 목장주들의 가축이 위협 받고 있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지만 신은 웃지요(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라고 Casey Coulter씨가 말했다. 그는 40살로, Obrecht 가족의 목장에서 남동쪽으로 150마일 (1마일=약 1.6km) 떨어진 장소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땅이 나쁘면 사람이 가난하다”는 속담을 입에 활자(活字)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라는 국제 과학 학술지가 1월에 낸 보고서의 저자들이 내린 결론에 의하면, 세계적인 초원이 파괴되고 약해진 탓으로, 그렇지 않았을 때 붙잡아놓을 수 있는 양의 온실가스를 붙잡지 못하고 공기 중에 놓아주었으며-방목하는 초식 동물로부터 나오는 메탄가스를 포함한다-풀이 듬성듬성 자라게 함으로써 지구 표면 기온을 냉각하는 능력과 탄소를 자연적으로 흡수하는 초원의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기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초원을 계속 갈아 엎는다면 말이죠”라고 Martha Kauffman씨가 말했다. 그는 「세계 야생동물 기금」의 북부 대초원 프로그램 책임자다. 초원이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각차이다. 초원은 숲과는 달리 그들이 포집하는 탄소를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게, 뿌리 깊이 뚫고 들어가 저장하고 있다. 정착민들과 식민지 주민들은 숲이 유럽 경제에 기름이 되어 줄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고, 이따금 신세계의 초원을 나무를 심어야 할 곳으로, 그렇지 않으면 지나쳐야 할 황무지로 간주했다. 이러한 오해는 지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흙이 포집하는 탄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신 시키기까지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지요”라고 IBrahim Thiaw 씨는 말했다. 그는 「UN 사막화 방지협약」의 사무국장이다. 그렇지만 초원의 흙에 뿌리를 내리는 풀은 눈에 띌 정도로 회복성이 강하고, 숲보다도 심한 가뭄에도 잘 견디어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숲과 달리, 초원은 역시, 기후변화-그리고 잘못된 화재 진압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화재를 겪고도 되살아나는 대체로 우월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초원의 생태학자들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화재로 인해, 혹은 가뭄으로 말라 죽을 수도 있는 나무를 초원에 심어, 역효과가 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침습성이 있는 나무의 침해로 인해, 마침 2018년 남아공의 Cape Town에서 하루 동안 물이 끊기는 일이 있었다. 대도시 수역(水域)을 가로질러 뿌리를 뻗은 나무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을 지하수에서 필사적으로 빨아들여, 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제안된 「북미 초원 보호법」은, 이 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대로, 이러한 생물대(生物帶, 초원)를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해, 응집력이 강한 국가 전략을 수립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발전의 반대편 자연을 살펴볼 때 대부분, 사람은 기후변화라는 말이 들으면, 에너지와 숲에 대해 생각한다고 이 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오리건주 민주당 출신 Ron Wyden 상원의원이 말한다. 그는 “만약 우리가 지금의 코드-레드(code-red, 심각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역시 사회의 모든 영역과 산업의 반대편에 있는 자연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초원이 담당할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거지요”라고 했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의 한 가지 가능한 해결책은? 초원에 소를 들여보내라! 이다. 전문가들은, 방목지와 흙을 쉬게 하는 타이밍을 어떻게 적절히 균형을 잡아주느냐, 하는 것이 열쇠라고 말한다. “우리는 가축들이 얼마 전까지 초원에서 살던 들소들을 닮게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들소들이 했던 대로 따라 하게 하는 거 말입니다”라고 Culter 씨가 말했다. “재생 시스템이라는 게 있어요. 이 시스템이 돌아가게 하려면 영양분이 땅속에 들어가 순환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몸집이 큰 되새김질 하는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재생 방목에서는, 목장주들이 보통 그들의 소 떼를 작은 방목장 안에 끌어 모이게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들은 아주 다양한 풀을 먹도록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 때문에 어떤 풀이라도 단일 우세종(優勢種)이 되지 못하고 방목지에 다양한 종류의 풀이 자라게 된다. 재생 방목 목장주들은 소를 자주 이동시킨다-몬태나의 목장주, 72살의 Bill Milton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휴대용 전기 울타리를 사용하여, Obrecht 가족이나 Coulter씨가 하는 것처럼, 소 떼를 이동시키고 있다. 그 '소' 라는 동물들은 풀을 흩뿌려 놓고 짓밟아 놓은 풀 입자 위에 많은 똥을 추가로 남겨 놓는다. 이런 것은 모두 땅의 건강성을 강화하여 지구를 냉각시키는 지표(地表) 식물을 자라게 하고, 빗물 흡수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핵심적인 것은 이거다. 목장주들은 작은 방목장으로 하여금 충분히 쉴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데 어떤 때는 1년 이상 쉬게 할 때도 있다. 이로써 방목장은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풀이 성장하게 한다-이런 과정을 통해 풀은 탄소를 흙 속에 격리한다. “중요한 문제는 이 같은 재생 방목이 기후변화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죠.”라고 Milton씨가 말했다. Timothy Searchinger는 프린스턴대 환경과학과 환경정책을 전공하는 학자이자 수석 연구원이다. 그는 개선된 방목이 기후에 영향을 줄 만큼 탄소를 충분히 격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목을 개선하면, 에이커 당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 게 되는데 생산성이 높아지면, 지금처럼 숲과 사바나가 사라지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지요” 라고 재생 방목의 또 다른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소 떼를 이동시킬 때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하여, Obrecht 가족과 같은 목장주는 멀리 떨어진 목초지의 사조(飼槽)에 담아 둘 지하수를 퍼서 올려야 한다. 이 같은 지하수의 양수(揚水)시설을 짓기 위한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서 이들은 자연보호단체나 정부 관계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Obrecht 가족은 이밖에도 GPS 전자 목걸이를 소에게 채워 가상 울타리를 만들 수 있는, 비용분담 사업에 참여할까 말까를 생각 중이다. 전자 목걸이를 채우면 가축들이 가상으로 정해 놓은 경계선 밖으로 벗어 나지 못한다. “그거 George Jetson(1960년대 TV 만화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이 쓰는 거잖아요.” 하고 Sam Obrecht가 말했다. 가축용 GPS 전자 목걸이로 만드는 가상 울타리 Sam Obrecht씨와 지구의 반 바퀴쯤 떨어진 아프리카의 케냐, 이 나라에서 활동하는 한 환경보호 단체도 Obrecht 가족과 같은 목장주가 추진하고 있는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원리를 비슷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 이 나라의 목부(牧夫)들이 사바나를 오래 걷고, 고생 고생하면서 방목을 하는 전통 방식을 개혁해 보려고 하고 있다. 케냐 출신의 방목장 관리 전문가인 Murry Roberts 와 사회 인류학자이자, 지역민에 관한 넓은 지식을 가진 Elizabeth Meyerhoff-Roberts, 이 두 사람이 케냐의 Baringo county에서 비영리로 운영하는 「건조환경의 복구 신탁사업」이 그것이다. 두 사람은 대부분 여성으로 이루어진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데, 그곳 고유의 자연초(自然草) 씨를 그들의 집에서 소유하고 있는 작은 구획의 땅에 뿌리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초로 팔 수 있는 풀을 수확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힘이 드는 전통 방목을 피하면서 작은 규모의 소 떼를 일정한 방목장에서 기를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한다. São Paulo에 있는 Instituo de Pesquisas Ambientais의 생태학자인 Gieslda Durigan은 브라질의 Cerrado 초원에서, 이 지역에서 본래 자라지 않던 소나무의 초원 잠식(蠶食)과 싸우고 있다. 이 잠식은 지역의 토종 풀과 동물 종들을 완전히 파괴했는데 파괴가 이루어지는 동안 지하수를 빨아들여 지하 수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녀의 팀은 달갑지 않은 나무의 근절(根絶)과 함께, 건초의 이송, 풀의 이식(移植), 재파(再播, 씨를 다시 뿌림), 그리고 주의 깊이 관리되는 화전(火田)을 실험하고 있다. 유엔국제농업발전 기금(UNIFAD)의 Nicolas Tremblay와 Oliver Mundy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심하게 황폐가 진행된 초원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목축업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시 몬태나로 돌아와 보자. Obrecht Tyrel 씨는 재생 방목을 극구 칭송하고 있다. “공기 중의 탄소를 포집하는 유일한 길은 풀의 성장을 촉진해 주는 것이죠. 그리고, 풀의 성장을 촉진해 주는 최선의 길은 그 풀을 소들이 뜯게 하고 방목지에 휴식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야 전체 생태시스템에 대단히 대단히 이로운 것이죠”라고.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1
미국의 북동부 펜실베니아주에 사는 「조셉 젠킨스」 라는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인분과 오줌을 모아 친환경 발효 퇴비를 만들어 수십 년간 농사를 지으며 가족끼리 먹고 살았다. 1999년, Y2K 공포를 앞두고 미국 정부의 위기대응팀이 그에게 전화로 물었다. "컴퓨터 시스템 오류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지만 딱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게 배설물 처리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죠? 톱밥과 한 말들이 들통이 있으면 됩니다. 톱밥 변기를 만들면 시카고 고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아무 문제 없습니 다." 그는 전화를 받고 나서 2000년, 자신의 ‘인분 발효 퇴비’ 농사의 경험을 《똥 살리기, 흙 살리기》라는 책으로 써서 자비(自費)로 출판했다. ‘똥은 더러운 게 아니라 자연 순환의 일부이며, 거름으로 만들어 흙으로 되돌려 줘야 할 대상’이라는 그의 주장은 인분 사용이 금지된 미국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져 그의 책은 각종 출판상을 수상했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는 ‘인분 발효 퇴비’ 농사의 오랜 역사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려 중기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서 눈다,’ 는 속담이 생길 만큼 인분은 농사에서 금과옥조였다. 실제로 ‘인분 퇴비 농사’에 관한 실용적 기술은 미국의 조셉 젠킨스 보다 거의 200여년 앞서 18세기 말 조선 최고의 지성이라는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썼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산 정약용(1762~1836)과 달리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다산처럼 정조의 총애를 받던 그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다. 작은아버지가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홍문관 부제학을 그만두고, 43 살의 나이에 파주 임진강변으로 낙향했다. 하루에 세 번씩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벼슬길에 오르기까지 18년 동안, 아들과 함께 초야에 묻혀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오늘날의 구글, 조선 최대의 백과사전 《임원경제지, 林園經濟誌》를 완성했다. 농업, 천문학, 수학, 의학, 어업, 상업 등 16개 분야에 걸친 총 113권, 250만자 (字)의 방대한 내용이었다. “밭에 거름을 주는 것이 밭을 사서 늘리는 것보다 낫다” 라는 속담을 인용해 인분 퇴비의 친환경 농법을 강조한 조선 최고의 중농학자, 풍석 서유구의 ‘흙의 경제학’, 농약과 화학비료에 찌들고 병든 흙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지혜가 아닐까? 임진강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나, 서유구는 파주의 임진강(臨津江) 강가에서 한없이 슬픈 눈물을 흘렸다. 1806년, 나의 작은아버지(서형수)는 동기인 김달순의 역모 사건에 연루돼 정계에서 축출당했다. 그로 인해 나도 홍문관 부제학에서 물러났다. 내 나이 43살 한참 때였다. 우리 집안은 풍비박산(風飛雹散) 났고, 나는 파주 임진강(臨津江) 강가로 낙향해, 59살에 다시 벼슬길에 오르기까지 18년간 18번 이사 다니며 죽을 못 먹을 정도로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하루에 세 번씩 죽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할아버지(서명응은 초대 대제학으로, 천문, 지리, 농업 언어 등 다방면에 저술을 남겼다)와 아버지(서호수는 이조판서였고 수학과 천문분야의 최고수였다)의 실용 탐구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는 가학(家學)인 농학(農學)이 나로 인해 끊어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병약한 아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고 물가에서 고기를 잡으면서, 농업, 건축, 의학, 과학, 수학, 천문학, 생물학, 음악, 미술, 요리 등 16개 분야의 실용지식을 모으고 또 모았다. 농촌에 살 때는 농부에게, 산촌에 살 때는 나무꾼에게, 어촌에 살 때는 어부에게 모르는 것은 묻고, 의심나는 것은 의견을 나눴다. 또, 인편을 통해 새로운 책을 구해 읽고 또 읽곤 했다. 이론과 명분을 앞세운 경제학(經世學)을 배격하고, 오로지 백성의 삶을 개선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실용기술에만 천착(穿鑿)했다. 내 아들 우보는 아예 붓과 종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길거리에서 들은 것을 바로바로 기록했다. 그렇게 해서 나와 내 아들은 농사짓는 법, 가축 키우는 법, 고기 잡는 법 등을 책으로 옮겨 적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선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 부자의 바람이었다. 내 아들 우보는 비가 오는 날도 도롱이를 입고 논밭을 갈고 나무를 해서 가족을 봉양했다. 밤에는 내 책 쓰는 것을 도우며 틈틈이 과거 공부를 했다. 그렇게 착하고 가엾은 내 아들은 그러나 내가 18년 동안의 유랑생활을 마치고 다시 한양으로 돌아와 벼슬길에 나섰을 때, 과거에 연거푸 떨어진 탓인지,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30살의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아들을 산에 묻고 돌아온 날 밤, 나는 실성한 사람이 되어 서가에 얹어둔 《임원경제지》를 방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울부짖었다. “네놈이 내 아들을 죽였지? 네놈을 불쏘시개로 태워버리겠어.” 하지만 죽은 아들이 돌아올리 만무했다. 나는 74살에 벼슬에서 물러나 가슴에 묻어둔 내 아들 생각에 늘 괴로워 했다. 나는 다시 한양 근교(지금의 강북구 번동)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를 실험하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를 지켜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똥오줌을 버리는 게 아니다. 거두어 저장해야 한다. ‘농사는 거름을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단언한 풍석 서유구는 ‘거름이란 척박한 농지를 좋은 농지로 바꾸고 메마른 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땅심을 길러주지 않으면 곡식이 번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부는 소유한 밭에 해마다 씨를 심기 때문에 흙은 거칠어지고 기가 쇠하여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농부가 거름을 쌓고 썩혀 두었다가 거름을 주면 땅심은 항상 새로 왕성해져서 수확이 줄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근본에 힘쓰는 사람들만이 이 점을 알고 있으니, 거름 아끼기를 금 아끼듯 한 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속담에 ‘밭에 거름주기가 밭을 사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다. 그러나 썩지 않은(발효시키지 않은) 생 거름(생분, 生糞) 을 급하게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뿌려 거름의 힘이 너무 뜨거우면 작물을 말려 죽이므로 도리어 해가 될 것이다. 무릇 농지는 3~5년 동안 씨를 뿌리면 그 힘이 매우 부족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 때에 비옥한 새로운 토양을 더해주면서 거름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땅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비옥해져서 땅심은 당연히 늘 새롭고 왕성해질 것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똥을 금처럼 아껴서 길에는 버려진 재도 없다면서, 중국에서는 똥을 마치 큰 부도(浮圖)처럼 모두 반듯한 네모나 세모 또는 여섯 모로 쌓는데, 쌓아둔 거름 밑을 파서 항아리를 묻고 거름에서 나오는 즙을 받는다. 혹은 큰 항아리에다가 누런 똥을 담고 막대기로 저어 덩어리진 것을 모두 풀어 묽은 죽처럼 만들기도 한다. 여름 낮에 긴 자루가 달린 표주박으로 그 똥을 퍼서 모래 마당에 엎어놓는다. 모래가 뜨거우면 말라서 꼭두서니 색을 띤 떡처럼 둥글어지는데, 그 무게도 차이 나지 않는다. 이것을 빻아 가루로 만들어 채소밭에 사용하는 것이다. 무릇 효과가 뚜렷이 드러나는 일로는 밭에 거름을 주는 것만 한 일이 없으니, 장자(莊周)의 "썩어서 냄새나는 것이 새롭고 기이한 것으로 변한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똥을 발효시키는 증분법 「조셉 제킨스」는 자신의 책에서 ‘인분에 톱밥이나 낙엽, 풀 등을 섞어 1년간 발효시키면, 퇴비가 되어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이는 ‘썩어서 냄새나는 것이 새롭고 기이하게 변한다’라는 장자의 말과 일치한다. 특히 제킨스에 따르면 인분이 톱밥, 낙엽, 풀 등과 발효가 되는 동안 내부 온도가 60도~70도까지 올라가 모든 균이 사멸된다고 했다. 그래서 잘 발효된 인분 퇴비를 흙에 쓰는 사람은 한 방울의 오염물도 방출하지 않으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셉 제킨스가 스스로 실험한 ‘인분 퇴비 농사’는 풍석 서유구가 《임원경제지》에 소개한 똥오줌 저장법 중 증분법(蒸糞法)에 해당 한다. 이는 띠 풀을 베어 뒷간을 만들고, 흙이나 재, 곡식 껍질과 쭉정이, 볏짚이나 낙엽을 모두 그 안에 쌓아놓는다. 그리고 바로 띠 풀 짚을 얽어매고 덮개를 덮으면 똥의 기운이 김을 내면서 발효가 일어나서 퇴비가 되는 것을 말한다. 서유구는 ‘똥약’이라는 속어를 소개하면서, 대체로 똥을 쓰는 것은 마치 약을 쓰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똥을 적절하게 쓰면 아주 조금만 써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아마 발효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것은) 아무리 많이 써도 또한 그 공이 적어질 것이다. 토질을 보고 사물의 성질을 따르면 때를 살펴 움직이고 신명을 다해 밝히면 거름을 적게 쓰더라도 곡식을 많이 거둔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나 가축의 생 똥은 기운이 왕성하기 때문에 반드시 똥이 삭은 뒤에 써야 하는데 비록 똥이 다 삭았어도 논밭에 너무 많이 뿌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많이 쓰려면 반드시 섣달에 거름을 주어야 밭이 아주 기름지다. 부득이하게 생 똥을 줘야 한다면 반드시 먼저 화분(火糞) 으로 구덩이에 오랫동안 덮어둔 뒤에야 쓸 수 있다. 흰 모래밭이나 억센 땅은 생 똥이 아니면 토질이 바뀌지 않고 보리밭이나 밀밭은 오줌을 주지 않으면 기름지게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감옥에서 나오는 똥과 오줌은 밭을 비옥하게 하지 못한다. 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기운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암만필> 중)”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절간의 똥은 시장통의 똥만 못하고, 못사는 사람의 똥은 잘 사는 사람의 똥만 못하고, 늙은이나 환자의 똥은 어린이나 청년의 똥만 못하며, 우리에 가둔 소의 똥은 놓아 기른 소의 똥만 못한 것이다. 그래서 똥은 반드시 사방으로 통하는 큰 도읍에서 거두고, 그 다음으로는 이름 있는 시골이나 번성한 시장에서 거둬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혼분(溷糞)이란 사람이나 가축의 똥오줌’이라면서, ‘마른 흙을 윤택하게 변화시키는 것으로는 사람의 똥만 한게 없고, 단단한 흙을 부드럽게 바꾸는 것으로는 마 소의 똥만 한 게 없다. 또 가뭄에 견뎌 땅을 윤기 있게 만 드는 것으로는 누에똥만 한 것이 없으며, 적은 양으로 많은 양에 맞먹는 데에는 닭똥만 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돼지똥은 마르고 거칠어 기름지지 않으니, 다만 흙과 섞어 열을 내면 꽃나무나 과실나무를 심는데 쓸 수 있을 뿐이다. 논에 개똥을 많이 부어주면 강아지풀이나 오독도기가 무성해진다. 닭똥이나 오리 똥은 반드시 물에 담가 덮어놓은 뒤에 죽처럼 묽게 되기를 기다렸다가 재를 섞거나 물을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 많은 똥과 오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요즘 세상에 인분 퇴비 농사 운운하면 대개 더럽고, 비위생적이라고 펄쩍 뛸 것이다. 필자 역시 인분 퇴비 시대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농촌에 갈 때마다 느끼는 궁금증이 있다. 어째서 시골집도 수세식 화장실을 쓰고 인분을 사용하는 밭농사도 거의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이 내가 어렸을 때 보다 나빠졌냐는 것이다. 수량이 크게 줄어 졸졸 물이 흐르 는 개울이 된 데다가, 수질이 탁해지고 물속에 있는 돌 위에 누런 오물이 솜털처럼 덮여 발을 대면 쭈르르 미끄러질 정도가 되었다. 이는 수천 년 동안 우리 목숨을 살려 준 똥오줌이 흙으로 돌아가서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거름이 되지 못하고, ‘똥물’이 되어 바다나 강으로 흘러가 오염을 시키거나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가 생기고 사람들 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사람 똥오줌은 거름이 되지 못하고 애물단지가 되어 태워서 매립(埋立)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최고의 중농 학자이면서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한, 풍석 서유구가 만약 오늘에 되살아 나서 비료와 농약으로 찌들어 가는 이 땅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까?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겠는가. “똥이 가장 훌륭한 비료니라, 똥의 연금술사가 되어 흙으로 돌려주어라" 조셉 제킨스에 따르면, 인분 1g에는 기생충, 간염균, 콜레라균, 장티푸스균과 같은 세균이 1조 마리나 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균은 1년간 발효를 거치는 동안 말끔하게 제거된다. ‘인분 발효 퇴비’는 흙을 비옥한 부식토로 바꿔주고, TNT나 중금속,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까지 분해하여 땅의 건강을 회복시킨다. 더구나 집에서 생기는 인분을 퇴비화하는 것은 그렇게 더럽거나 힘든 일이 아니 다. 간단하게 톱밥 변기 시설을 만들고 판자를 이용해 퇴비실을 만들어 준 뒤 분뇨 위에 건초더미를 덮어두기만 하면 된다. 똥이 더럽다고? 그럼 당신의 뱃속에 들어있는 건 똥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구나 똥을 가지고 다닌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찌들고, 연작으로 땅심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똥을 흙으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21
비료와 농약을 다량 투입해서 생산량을 늘려온 관행 농법에서 벗어나 농민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사, 환경, 의학을 융합한 새로운 농법으로, 모든 생명의 원천인 흙과 자연을 살리면서, 우리 건강에 좋은, 고품질의 다수확 농산물을 생산해 보자는 것이다. 최근 「다시마 액비(液肥)」로 재배작물의 고품질, 다수확 효과를 검증한 경북대학교 생태환경대학 비료시험연구기관의 한 보고서를 통해 건강한 흙이 주는 놀라운 농업 생산성을 알아본다. 100% 「다시마 액비」로 생산한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 최근 경북대학교 생태환경대학 비료시험연구기관(이하 연구기관)이 《금손 다시마(4종 복합비료)의 엽면살포(葉面撒布)가 작물의 생육과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발표했다. 4종 복합비료인 다시마 액비(液肥)를 오이, 딸기 그리고 참외 재배지에 엽면 살포한 결과, 해당 작물의 생육과 과실의 품질에 좋은 영향을 미쳐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농가가 소득을 올리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기관은 우리나라 농업 과학 기술이 세계 1위인 미국의 농업 과학 기술의 83%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농작물 영양 관리 기법에선 기존의 화학비료 중심의 연구개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다시마 액비, 『금손 다시마』를 가지고 시험적으로 재배한 결과, 이 제품은 작물생육에 필수적인 영양 원소가 모두 포함된 친환경 복합비료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시마는 전복양식에 쓰이거나 알긴산과 다량의 섬유질을 함유해 다이어트 식품 재료, 그리고 국물을 내는 데 쓰이는데 인간의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한 필수 미량 영양소,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다시마에 있는 라미닌은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다시마의 미끈거리는 성분인 알긴산은 혈전 형성이나 콜레스테롤 합성 등을 막아주고, 장을 자극해 배변을 돕는 등 다시마는 그 자체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기능성 재료다. 작물이 생장하고 생존, 번식을 위해서 꼭 필요로 하는 양분(원소)는 16가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 필수 원소 가운데 작물이 많은 양을 필요로 다량원소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인산(P), 칼륨(K), 유황(S), 석회(Ca), 마그네슘(Mg) 등 9가지이며 적은 양을 필요로 하는 미량원소로는 철(Fe), 망간(Mn), 아연(Zn), 붕소(B), 염소(Cl) 등이 있다. 이중 작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탄소, 수소, 산소는 공기와 물을 통해 흡수하고, 나머지 원소는 흙에서 얻어야 한다. 그래서 작물이 많이 필요로 하고, 시비(施肥)효과가 좋지만, 일반농지에 부족하기 쉬운, 질소(N), 인산(P), 칼륨(K) 등 3가지 원소를 비료의 3요소라고 해서 모든 화학비료의 성분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농사는 토양관리를 잘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영양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흙의 상태는 엉망인데 영양 관리만 잘한다고 해서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처럼 농사는 토양관리와 영양 관리는 물론, 병해충 관리나 환경관리 등 여러 변수가 얽혀있어서, 농민 스스로 각각의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이를 통합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고난도의 기술인 것이다. 이 연구기관이 실험에 사용한 4종 복합비료 『금손 다시마』 제품은 액상 형태의 비료로 ㈜풀과 나무에서 제공한 것이다. 제품의 주요 영양성분은 다량원소로는, 질소 3.24%, 인산 2.6%, 칼리 7%, 마그네슘 0.06%, 칼슘 0.04%였으며 미량원소로는 붕소 0.003%, 철 0.001%, 아연 0.0001% 등이 함유되어 있었다. 실험적으로 재배한 작물은 오이, 참외, 딸기 등 3종류로, 오이(백다다기)의 경우 경북 상주시 인평동의 농가하우스, 참외(한호성)는 경북 성주군 벽진면 수촌리의 농가하우스, 딸기(알타킹)는 경북 상주시 낙동면 신상리, 땅에서 떨어져 선반 위에 키우는 고설식 시설에서 실험 재배가 이루어졌다. 실험재배지는 3구역으로 나눠, ▲기존 농가 재배법에 따라 3요소 비료를 주고, 《금손 다시마》 액비를 주지 않은 관행구(慣行區), ▲관행구에 《금손 다시마》 액비를 물에 500배 희석해 2주 간격으로 3회 엽면살포한 적량구(適量區), ▲고농도 살포시 작물의 피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2배양구(二培量區)로 나눠 재배했다. ☞ 【특별기획】 -제3부 《금손 다시마》 시비(施肥) 오이, 수량 11%↑, 곰팡이병 억제↓② (m-economynews.com)로 이어집니다.
코로나 사태로 잊고 있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AI(조류 인플루엔자)로 알을 낳는 산란계의 23%에 해당하는 350만 마리 등 천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이로 인해 달걀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40%, 전년 동기보다 70% 가까이 올랐고, 닭고기 가격도 인상됐다. 필자의 아내는 “달걀 30개들이 한 판에 3~4천 원 하던 게 2배~3배까지 올랐다”면서 한정 판매를 한다는 할인점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활필수품 가운데 두부 제품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식용유와 즉석밥은 각각 7.4↑ 7.1%↑상승했다. 고춧가루와 쌀은 각각 35.3%↑, 13.2%↑, 돼지고기와 국산 소고기도 각각 10.9%↑, 10.5%↑ 값이 뛰면서 전체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인건비, 육류, 공산품, 닭, 유제품 뭐 안 오르는 게 없네요. 그럼 우리도 어쩔 수 없죠. 전 메뉴 1000원씩 올립니다.” 어느 자영업자가 최근 자영업자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 에 올린 글이다. 행정안전부의 외식비 집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지역 김밥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오른 2692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김치찌개 백반과 짜장면도 각각 6769원, 5346원으로 4.75%, 4.5% 올랐다. 보도에 따르면 2만 원으로 오른 냉면도 있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농축산물 가격에 아직 집값 상승분이 반영이 안 돼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의 경우 평균 아파트값이 11억 원이고, 지난 4년 사이에 2배가 뛰었다는데 집값 상승분이 음식값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필자가 다니는 한 식당은 7천 원짜리 메뉴를 8천 원으로 천 원을 올렸다. 12.5%를 올린 셈인데 결코, 적은 비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 2점 몇 퍼센트라고 하는데 어째서 그런 차이가 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준다는 연금은 그저 시늉만 하는지, 눈곱보다 적다. 그러니 물가가 오르면 나 같은 연금 생활자는 아주 난감한 노릇이다. 식당 주인 말 대로 ‘정말 안 오르는 게 없다’ 하니, 이해 못 할 바 아니어서 그저 답답할 뿐이다. ‘밥을 사 먹지 말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다녀볼까?’ 도 생각해 보지만 어디 도시락 반찬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감? 기업도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이미 한국맥도날드, 롯데리아, 뚜레쥬르, SPC 등 제빵·외식업체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1.5~9%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컵밥 가격을 최대 8% 인상했다. 그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하던 라면 업계 역시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팜유와 밀가루 가격이 1년 만에 82%, 39.9%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제 곡물 수급 상황이 급격히 변할 경우, 외부적 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농업과 유통구조, 고령화되는 우리의 농어산촌은 우리의 눈앞에 닥친 애그플레이션, 식량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특별기획』 투자의 귀재가 외친 "젊은이여, 農大(농대)로 가라"④ (m-economynews.com)로 이어집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추석 연휴를 마친 뒤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 2, 4, 5호선을 이용해 9호선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하며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삭발식'이나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강행하고 있다. 이들은 마지막 시위 장소인 국회의사당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장애인 권리입법 제정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시위를 마무리했다.
▲촬영 및 편집 : 최종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 정파를 떠나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촉구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절차와 형식에는 전혀 구애받지 않겠다는 이 대표는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하는 것이 고통 받는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이고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민생에는 피아가 없다. 국민들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대리인으로서 민생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적 정책이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11일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즐기고 있다. 지난 6일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해운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 둔 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며 명절 민심잡기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가 열렸다. 이재명 대표는 시위자들과 만나 악수한 뒤 이들의 말을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