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스포저·연체율 개선에도 지방 미분양·공사비 상승 부담 지속
- 공사비 상승 시 신용경색 재현 가능...선재적 금융지원 필요
- 전문가 “수요 살아나야 근본 해소…단일 지표로 판단 어려워”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은 지난해 3월 말 190조8000억원에서 12월 말 174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익스포져는 대출잔액, 지급보증, 우발채무 등을 포함해 금융사가 부동산 PF에 얼마나 자금을 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4분기 신규 PF 취급액은 20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조6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양호 사업장에 대한 신규자금은 차질없이 공급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PF 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0.36% 하락한 3.88%를 나타냈다. PF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부실우려 여신도 1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연속 감소 추세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PF 시장이 점진적인 안정화 흐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력으로 각종 지표만을 볼 때 부동산 PF 건전성이 나아지고 있긴하나 부동산 PF 부실 사태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한다.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공사비 상승, 고질적인 지방 미분양 사태 등 여전히 해결해야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정부, 정리·재구조화 통해 18조5000억원 감소
정부는 지난해 꾸준히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18조5000억원을 정리·재구조화했다. 경·공매, 수의계약 및 상각 등을 실행하는 방법으로 약 13조3000억원 규모가 정리됐다. 신규자금 공급 및 자금구조를 개편하는 방법을 통해서는 5조2000억원이 정리됐다.
제도개선도 병행한다. 금융권의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 적용하고, 대출 취급 요건도 강화할 계획이다. 해당 제도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말 마련된 제도개선 방안에 최근 중동 상황 등도 고려해 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부실사업장의 상시 정리·재구조화,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강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며, 제도개선 과정 중에도 시장과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건설경기 살아나야 PF 근본 문제 해결될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점진적인 안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 관련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며 “정부의 관리 기조 속에서 위험 수준은 상당 부분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진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 문제 등으로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F 건전성 판단 관련해서는 단일 지표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PF 익스포저 규모, 대출 연체율, 부실 우려 여신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는 건설 경기 전반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결국 건설경기가 살아나야 주택 수요와 신규 사업이 회복되면서 PF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며 “지방 미분양, 공사비 상승, 금리 부담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어 단기간 내 개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구조 자체가 복합적인 만큼 특정 변수 하나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역시 다각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공사비 증가 가능성...선제적 금융지원 필요
문제는 미분양 중에서도 준공 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악성 분양은 전월 대비 5.9% 증가한 3만1307가구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도 문제다. 건설자재의 대부분이 원유을 원료로 하기때문에 유가 상승은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들의 마진이 줄어들어 PF 대출을 상환하기 어렵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결국 필요한 것은 금융당국의 지원이다. 향후 상황을 반영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PF 관련 지표가 개선된 것은 지난해 말 기준 통계상으로는 맞는 흐름”이라면서도 “최근 중동 정세 영향으로 자재 수급 불안과 공사비 상승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와 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금융권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PF 시장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제적인 금융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 우대나 금융 완화 조치 등을 통해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자금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업 전반의 체력도 한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건설업은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가까운 상황으로, 전 산업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업종 중 하나”라며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이뤄진다면 내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PF 부실을 빠르게 정리하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이 과정이 또 다른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별 건설사의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 대형 건설사에서도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기업들까지 인력 조정에 나선 것은 업황 악화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건설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기보다 오히려 더 하방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시장 전반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