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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사회를 읽는 횡단적 사고-4】현대사회의 정의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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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제도 설계의 전제가 되는 주요 경제이론과 현대 정치철학의 이해를 위하여 불가결한 ‘정의’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롤스가 정리한 ‘정의(正義)의 원리’와 이를 비판하는 자유 지상 주의자의 논리를 상대화하여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있어 바람직한 국가의 역할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정의(正義)의 두 원리


존 롤스(John Rawls)에 의하면 자신이 격차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생각하고 공정한 사회질서를 선택하며, 만약 자신이 최빈곤층이 된 경우를 생각하면 불평등과 격차가 없는 사회질서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전제와 정교한 논리를 바탕으로 정의(正義)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제1원리(자유원리)

 각 개인은 기본적 자유에 대하여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기본적 자유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자유와 양립하는 한도에서 최대한도로 광범위하게 부여하는 자유여야 한다 
▲ 제2 원리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다음 두 조건을 충족 하여야 한다. (a) 이러한 불평등이 전원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가 가능할 것(격차원리) (b) 이러한 불평등이 전원에게 개방되어 있는 지위와 직무에 부수할 것(기회균등 원리) 


롤스는 자유주의 입장에서 ‘사회에서의 불평등은 어떠한 경우에 허용될 것인가’를 철저하게 생각하고 정의의 원리를 도 출하였다(롤스는 1993년의 저서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정의의 원리를 일부 수정하였는데 여기서는 생략함).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입장이라면 자유로운 사회에서 태어날 때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제2원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롤스는 실제 사회에서의 우선순서를 ‘자유원리 → 기회균등원리 → 격차원리’로 구상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가 생각한 사회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사유재산의 평등한 분배, 자유로운 경쟁 시장

▲ 생산수단의 소유는 기본적 자유가 아니며, 생산수단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도 롤스적인 사상으로는 사회 제도로서 긍정
▲ 정부에 의한 부의 재분배는 인정할 것 


그리고 그가 생각한 정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경쟁적인 가격 시스템의 유지

▲ 적절한 유효 수요정책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 존중. 무리 없는 완전고용의 실현 ▲ 시장원리에 의해 공급할 수 없는 사회적 재화의 공급

▲ 각종 조세 정책에 의한 재산의 분산


이러한 롤스의 논리는 당시 각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었던 ‘큰 정부’, ‘복지국가’적인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지 않고 그 체제를 전제로 하여 정의가 보다 실현될 수 있는 사회의 모습을 추구하였다는 점이다. 롤스는 정의론의 두 가지 원리가 채용되면 사람들은 대등한 출발점(start line)에서 자유롭게 행 복을 추구하면서 정부가 최대한의 사회안전망(safety-net)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보장하므로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협업 하여 좋은 사회를 이룰 것이라는 전제를 논리구성의 배경에 두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버트 노직의 롤스 비판


롤스의 정의론은 자유지상주의자와 공동체주의자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는 개인적자유와 경제적 자유 쌍방을 중시하고 국가의 역할이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정치사상을 가진 자들이다. 자유 지상주의는 자유주의의 일종이지만 자유주의 중에서 가장 국가의 역할을 경시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는 신체 및 재산에 관한 권리를 다른 사람이나 권력이 규제 해서는 안 되며, ‘큰 정부’, ‘복지국가’, ‘사회자유주의’와 같이 국가가 사회의 평등·공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체제는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논리적으로 유사하지만 신자유 주의가 시장원리주의, 민영화 등 경제적 자유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자유주의는 ‘정부의 존재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도여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대표적인 롤스 비판자인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은 자유 지상주의자의 스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프린스턴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대학 정치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롤스의 동료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학교 출신이나 같이 근무하는 동료를 비판하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 거꾸로 미국 등 서양국가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신은 대단하다’는 말처럼 본심과는 다른 미사여구로 상대방을 공치사하는 경향이 많으며 ‘당신은 비판에 탁월하다’ 등과 같이 학문적 영역에서조차 비판적 태도는 극히 드물지만 서양에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동료를 평가하는 것이 학자의 양심처럼 생각한다. 학문적으로 비판했다고 마음에 벽을 쌓아버리는 등 인간적 관계가 단절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비판을 통하여 자신의 학문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계기를 만든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서양국가가 지식의 생산에 선 구적이며 노벨상 등 국제적 업적을 독점하는지도 모른다.  

 

롤스와 노직도 같은 학교 같은 학과 동료이지만 정치철학의 두 축을 형성할 정도로 아주 상반된 이론으로 긴장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노직을 대표로 하는 자유 지상주의자는 사적 소유권과 시장의 역할을 최대한 중시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롤스의 격차원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다음은 노직은 유일한 정치에 관한 저작인 『무정부주의, 국가, 유토피아』(Anarchy, State, and Utopia)에서 정리한 정부의 역할이다. “국가에 관한 우리들의 주요 결론은 최소국가, 즉 폭력, 절도, 사기로부터의 보호, 계약의 시행 등과 같이 좁은 영역의 역할에 한정된 국가는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보다 광범위한 역할이 부여된 국가는 국민들의 일정한 행위를 할 강제되지 않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권원원리’와 ‘최소국가’


롤스는 『정의론』에서 현대 복지주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보고, 사회 구성원 전원이 무지의 베일 속에서 합의한 사회질서는 사회적 약자에게 있어 가장 공정한 사회일 것이므로 정의의 원리에 따라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상하고 실현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롤스의 논리대로면 사회의 평등·공정을 위하여 국가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큰 정부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노직은 롤스의 논의가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원초상태’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하고 복지국가의 정당성을 설명한 롤스 의 정의론에 대하여 개인이 만들어낸 가치를 국가가 강제적으로 분배하는 것은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과 함께 국가의 역할은 폭력, 절도, 사기로부터의 보호, 계약이행의 강제에 한정되는 최소국가만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며(야경국가), 그 이상의 역할을 가진 확장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개인이 창출한 가치를 누군가에게 주고 교환하고 팔 것인가는 소유자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권원원리’를 도출하였다. 권원원리란 ▲ 정당하게 취득한 것에 대해서는 획득한 자가 그 소유권을 가지며, ▲ 그 소유권으로부터 정당하게 이전받 은 자는 그것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며, ▲ 이 두 가지 이외에 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정리하면 자신이 만들어내거나 획득한 것에 대한 소유와 이전의 권리는 자신만 이 가지며 그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준 경우는 받은 사람 이 새로운 권리는 가진다는 것으로 국가 등 타인에 의한 소유자 권리의 침해를 경계하는 원리이다.

그는 ‘최소국가’의 이전단계로 보호협회(protective association)를 상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상태에서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복수인으로 자주조직을 만들어 재 산과 신체의 자유를 빼앗으려는 타자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려고 한다. 이 자주조직이 바로 보호협회이며 사회의 원형이 된다. 처음에는 보호협회가 복수 난립하여 서로 경쟁하지만 결국에는 시장원리에 의해 하나의 권력으로 집약되어 가는데 이것이 최소국가(minimal state)이다.

 

그가 주장하는 최소 국가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뿐만 아니라 유토피아로서 매력도 충분히 구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국가는 사회계약(국가는 사회 구성원에 의한 계약에 의해 성립한 것이라는 전통적인 정치사상)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겨 난 것이다.  


배분적 정의의 문제


배분적 정의란 국가는 부의 분배를 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는 개념이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배분적 정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의(正義)의 원리를 구상하였다. 한편 노직은 개인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치에는 소유권이 있으며 그 소유권을 마음대로 빼앗아 분배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권원원리를 주장한다.

 

롤스의 ‘정의의 원리’는 노직의 권원원리를 무시하는 논리이며, 따라서 노직은 롤스의 재분배 이론은 개인의 자유를 경시하는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자유 지상주의에 의할 경우 사회안전망의 구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고령사회의 진입으로 고령자와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빈곤층 등을 보호하기 어렵고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유 지상주의자들은 민간기업이나 호혜적 조직이 자생적으로 생겨 국가를 대신하여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빌게 이츠재단과 같은 사회공헌을 하는 조직을 우리나라 환경에 서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므로 큰 정부가 용인되어왔다는 역사적 경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세기까지 국가의 기능은 국방이나 치안에 한정적이 었지만 19세기가 마무리할 시점부터 국가에 의한 사회보장 기능은 점점 커져 지금은 국가예산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이 사회보장비용일 정도로 국가의 역할을 중요시되고 있다. 즉 이러한 ‘큰 정부’도 어떤 의미에서는 자생적으로 발달해 온 이상 국가의 역할을 줄이고 그 역할을 민간이 보충한다는 낙관적인 생각은 사회안전망의 공백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과 사회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상처가 생기고 있다. 위 그림은 코로나 이후의 교육격차 생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위축, 실물경제의 침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와 집단적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실물경제와 고용시장에 대한 영향 등은 국민 간의 소득격차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감소하면 조세수입이 감소하며, 내국세의 일정비율로 충당되는 교육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연쇄적 효과가 생긴다. 

 

교육재정의 축소는 장학금의 감소, 저소득층 등 교육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복지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대증요법으로 교육채를 발행하여 돈을 빌려다 현상유지 를 할 수도 있지만 장래 갚아야 할 부채를 증가 시켜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교육격차가 커질 것을 고려한다면 롤스의 논리대로 배분적 정의를 강화하여 더 폭넓은 사회안 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의 기능이 커지게 되므로 ‘국가의 역할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생각하여야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은 국민 모두의 숙제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노동경제학자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Christopher Antoniou Pissarides)가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기본소득이란 정부가 최저한의 생활을 보내는 데에 필요한 현금을 무조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기술혁신으로 직업을 뺏긴 사람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제창되고 있다.

 

스위스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지만 핀란드는 2년간 한시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시대가 20~30년 후에 도래한다고 예상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는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심지어는 국가가 최저생활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복지주의적 발상이 국제적으로 주장되고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 온 사회경제문 제가 계기가 되어 기본소득을 둘러싼 담론이 세계적으로 일 반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하였지만 그 이후 주장되는 기본소득이라는 정치적 담론은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보다 먼 미래까지 상정하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롤스의 『정의론』이 출판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문화와 가치관, 정치체제가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역할 확대를 마냥 환영할 것은 못 된다. 국가의 역할이 너무 방대할 경우 중앙집권적 권위적 정치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만능주의, 행정주도적 국가가 되어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들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사회안전망 확충의 대상(代償)으로 국민의 자유에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국가의 폭주를 억제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통치적 장치인 삼권분립에 위기가 생기고 있는 현대 정치에서 특정 이념 편중의 거대 야당과 행정이 협업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을 무수히 만들어 낼 때 ‘정의의 원리’의 패러독스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유의 할 필요가 있다.   

 

김상규

도호쿠대학 대학원(석사과정)에서 공공법 정책을, 와세다대학 대학원(박사과정)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민족교육: 일본의 외국인 교육정책과 재일 한국인의 교육적 지위』(2017년), 교육의 대화(2017년)가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문화상(2011년)과 한국교육학회 운주논문상(2016년)을 수상했다.

 

MeCONOMY magazine Jul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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