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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싫어하고(嫌) 미워하는(惡) 마음’…6·13 지방선거 ‘혐오표현’ 심각

역대 ‘혐오표현’ 문제 가장 심각했던 선거
2017 대선 거치며 ‘혐오정치’ 가시화
정치인 입장에 따라 혐오 확산 큰 영향
선관위·인권위 적극 나서야…혐오표현 가이드라인 필요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다.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고 대선 이후 2기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 속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선거결과도 그렇게 증발돼 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문제점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혐오 표현’도 그중 하나다. 지난 8월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혐오표현을 짚어보고 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혐오가 정치를 만났을 때의 파급력을 우려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혐오표현’이 극에 달했던 6·13 지방선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 개의 ‘혐오’가 있다. 하나는 “혐오01(嫌牾) : 미워하고 꺼림”이고, 다른 하나는 “혐오02(嫌惡) :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쉽게 말하면 혐오는 ‘다양한 이유와 배경으로 어떤 대상을 싫어하고(嫌) 미워하는(惡)마음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영국 캠브리지 사전은 혐오표현(hate speech)을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 정체성에 근거해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를 표현하거나 폭력을 행동하는 대중적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혐오발언이 선거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횡행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어느 선거 때보다 혐오표현이 심각했다.

 

1992년 총선부터 선거보도 감시를 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토론회에서 “예전에도 정치인들의 문제적 발언들이 있었지만 ‘혐오표현’이 이번 지방선거처럼 극성을 부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부터 지방선거에서 혐오표현이 하나의 정치적 구호로 등장할 수 있다는 징후는 있었다. 4월3일 충남도의회가 ‘충남도민 인권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 폐지를 결의하자 전국에서 ‘인권조례 폐지’가 지방선거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들이 후보자들에게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서울, 경기 등 일부 지역 보수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반대를 촉구했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찬반을 묻는 질의서가 후보자들에게 전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국적으로 혐오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전국 62개 시민단체들은 ‘지방선거혐오대응 전국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선거기간 중 ‘혐오표현 신고센터’를 운영해 혐오 표현 제보를 받았다. 신고센터가 5월31일부터 선거 당일인 6월13일까지 접수 받은 제보는 총 61건이었다. 가장 많은 혐오발언 대상은 성소수자(49건)었다. 여성과 노동조합(전교조). 세월호 유가족이 각각 2건이었다.


가장 많은 혐오발언을 한 후보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총 8건의 제보가 있었다. 김 후보는 도시를 여성에 비유하며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 전혀 화장도 안 하고 씻지도 않고 산다? 그거 안 되잖아요. 매일 씻고 다듬고 또 피트니스도 하고 이래가지고 자기를 다듬어 줘야 돼요. 도시도 똑같거든요.”(5월30일, 국회 공약 발표 기자회견 후)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고, 동성애에 대해선 “서울시 동반자 관계 증명 조례는 박원순 시장이 3년간 지원하고 있는 퀴어 축제 같은, 동성애를 인정하는 제도가 아닌가. 동성애가 인정될 경우에 과연 에이즈는 어떻게 감당하고, 또 출산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참 궁금한데요.”(5월30일 ‘KBS 초청 서울시장 후보토론’)라고 발언했다.

 

박주원 바른미래당 안산시장 후보는 선거공보물에 “화랑유원지 납골당 조성 절대불가, 세월호의 슬픔에 잠겨 활력 잃은 도시가 될 것인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안산을 영원히 세월호의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정치세력과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이래도 당만 보고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적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혐오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장민석 ‘지방선거 혐오대응 네트워크’ 활동가는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성소수자, 장애,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 인권을 조롱하거나 모욕을 주는 혐오표현과 선동이 존재했다”며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는 페미니스트 후보 포스터 훼손 사건처럼 혐오가 단순히 표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해도 된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유권자의 일탈 행동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과정에서 규제 없이 혐오표현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정치인을 방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정치인 입장에 따라 혐오 확산에 큰 영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교수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이 갖는 위험성을 언급하며 2017년 미국 골든 글로브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배우 메릴 스트립의 발언을 소개했다. 스트립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입장과 장애인을 조롱한 것을 비판하며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 강력한 사람이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그건 모든 사람의 삶에 스며든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허가를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홍 교수는 “정치인의 혐오 표현이 위험한 것이 바로 이 점”이라며 “정치인이나 사회유력인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혐오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내 증오범죄(hate crime) 증가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극우정책과 모호한 태도가 인종주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있다고 했다. 특히 홍 교수는 2017년 대통령 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력 정치인의 혐오발언을 지적하며 한국에서 ‘혐오정치’가 가시화돼는 신호탄이라고 우려했다. 홍 교수가 예로든 발언은 다음과 같다.


“설거지를 (남자가)어떻게…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 “(성소수자라는 용어가 있다는 질문에) 난 거 싫어요” “동성애 반대한다고 하셨죠?”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창궐한다”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니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가 아니라 엄벌을 해야한다” (2017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동성애는 담배보다 유해하다”, “동성애로 에이즈가 늘어난다” 공약: “퀴어문화축제금지”, “서울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소수자 조항 삭제” (2018년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홍 교수는 “홍준표 후보의 2017년 대선에서의 혐오선동은 제1야당의 대선 후보였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사례로 언급될 수 있다”며 “온 국민이 시청하고 있는 대선 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상대 후보에게 물었던 장면은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혐오정치가 시작될 수 있음을 알리는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2018년 서울시장 김문수 후보가 선거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들고 나왔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난민 문제를 정치 쟁점화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며 “혐오표현은 선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반 청중들을 향해 ‘소수자를 차별하라’고 하고, 실제 그런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와 인권위 역할 중요…‘혐오표현’ 가이드라인 필요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선거 시기 혐오표현 규제 방안으로 선거법 개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의 다른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유포, 비방 금지에 대한 구체적 조항이 있고, 그에 대한 이의제기절차도 자세히 규정되어 있는 반면, 후보자의 혐오표현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서창호 대구인권운동연대 상임 활동가는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는 국제인권규약에 명시됐지만 아직 한국에는 이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전무하다”며 “공직선거법은 ‘혐오표현을 듣지 않을 유권자의 권리’를 놓치고 있다. 특정 후보를 비방하면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되지만, 후보가 유권자를 비방하는 발언은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고 했다.

 


선관위가 혐오표현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민석 활동가는 “(선관위가) 유권자들이 느끼는 혐오표현의 심각성에 비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본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후보자들의 이름이 들어 간 낙선운동에 대해서는 예민하게 대응하면서도 후보자들의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제지하는 것이 좋을지,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전혀 진행된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존재를 부정하고 모욕을 주는 방식의 혐오표현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거 전 정당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고, 후보자들에게 배포할 가이드라인 정도는 있어야 않느냐”고 했다.

 

인권위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장민석 활동가는“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금처럼 관망하는 자세가 아니라 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선거가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차별이고 문제다. 혐오표현을 감시하는 역할, 그 결과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문제점을 드러내는 역할, 선거관리위원회 및 각 정당에 권고를 하고, 혐오표현에 자유로운 정치인들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혐오표현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역할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인권위 인권정책과 이보람 사무관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가 혐오표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혐오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진정사건으로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도 “다만 진정사건에 대한 조사 및 권고의 기능 외에 의견표명이나 정책권고 등의 권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인식과 대응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혐오표현의 정의와 문제점, 대응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 등을 실시해 향후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정치적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관은 정당과 국회도 혐오표현 규제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사무관은 “현재 각 정당은 윤리규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장애인, 노인, 여성에 대한 비하발언을 금지하는 수준의 규정만 마련해두고 있는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 금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발언 금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 이를 위반하는 당원을 징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후보자의 선거공보물 등에 대한 자체 사전심의 등의 방법으로 선거과정에서 소속 후보자들의 혐오발언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금지 규정을 마련하고, 징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윤리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 절차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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