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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콤포지션 경제학(16) 혁신문화와 장인문화의 조화가 선진경제의 조건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과학은 혁신 문화가 적합하고 기술과 기능은 장인 문화가 맞는 것 같다. 과학 논문은 항상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고 획기적 새 길을 열어 제친 발견은 노벨상으로 이어진다. 기술과 기능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시장 수요에 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한정되는 성질을 띠게 된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수요 창출로 금방 이어지지 못하면 기술자와 기업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의 재도약의 실패에 대해 주로 금융과 부동산 버블붕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일본의 모노즈쿠리 장인문화가 혁신문화를 짓눌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의 2019년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보면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학·의학상 5명 등 부문별로 골고루 받았다. 그럼에도 왜 과학계의 혁신문화가 미국처럼 경제로 전이되지 못했는가.

 

미국은 독립 당시부터 개척자적인 발명문화, 엔지니어 문화, 기업가의 벤처 정신이 충만해 있었고, 그에 맞춰 벤처 금융이 일찍부터 발달해 있었다. 에디슨, 라이트 형제,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의 존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은 화혼양재라는 말에서 보여주듯 서양의 지식과 기술은 배웠지만 서양의 핵심 정신은 안 받아들였던 셈이다.

 

중국 기술경제의 현주소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화웨이에 이어 틱톡까지 봉쇄 및 퇴출 작전에 나선 모양새다. 우선 기술경제적 분석에 앞서 중국이 화웨이로 굴기하려고 한 것은 전략적으로 큰 오판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분야인 통신은 자국의 정보통신부와 국방부, 정보기관의 통제 아래 자국의 통신기업들이 발주 받는 영역이다. 자국 통신 기업들에 외국기업들이 일부 부품을 공급할 수는 있다. 외국 부품기업으로서 미국의 동맹국이나 우호국인 한국이나 스웨덴, 대만 등 강소국의 기업들이라면 큰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부품 기업일지라도 중국과 같은 강대국의 기업들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욱이 핵심 부품에서 인프라까지 깐다는 건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가정이었다는 게 기자의 분석이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상호간에 잠재적 적대국이 아니고 선의적 경쟁 상대라고 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통신은 자국의 모든 정보들을 상대국에 완전히 노출시킬 위험이 크다. 반도체 공급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 만든 회사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에게 자국의 통신을 맡긴다?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빅데이터와 IoT(사물인터넷), 슈퍼컴퓨터 및 양자컴퓨터 시대다. 14억 인구의 동태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중국이 3억 명 조금 넘는 미국인의 데이터 수집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터질 게 터진 것이다.

 

 

기술경제문화에 앞서 ‘경제문화’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경제문화는 그것을 담당하는 자들의 ‘자유’를 전제로 한 것이며 그들의 자율적 생산이 상당한 수준의 공정한 경쟁 게임과 보상에 의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경제문화가 없으면 숨 막히는 통치체제만 존재하게 된다. 구 소련과 마오 시대의 중국이 바로 그런 체제였다. 구 소련과 마오 시대 체제는 그 이전 번영을 누렸던 왕조 국가체제보다 더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고, 따라서 경제문화도 존재하지 않았다. 푸틴의 러시아 체제와 김정은 체제 아래서는 오직 푸틴과 김정은의 권력만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문화’는 있을 수가 없다.

 

중국은 1980년대 중반 등소평과 집단지도체제 이래 약 30년간 경제적 자유를 누리다가 경제적 풍요로 인해 나타난 부정적 효과에 반발해 시진핑 공산당 통제 체제로 복귀했다. 현재의 중국 경제의 성격과 추이를 살펴보려면 멀리 갈 것 없다. 한국의 박정희-전두환 시대를 분석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경제개발과 과학기술정책을 벤치마킹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현재의 중국을 가장 잘 아는 나라는 한국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성장정책을 한 마디로 말하면 ‘정부 주도의 압축적 성장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압축적 성장정책을 편 적이 없다. 일본도 자민당과 대장성의 주도성을 강조할 수도 있으나 경제계와 과학기술 기반이 이미 탄탄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출발이었다. 한국은 완전히 허허벌판 위에서 정부가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왔다. 중국을 비롯해 후발 경제 국가들이 한국의 압축적 정부주도 성장정책을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중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너무나도 많은 가공적 허설이 난무해 전문가들조차 헷갈리고 있다고 본다. 우선 중국 통계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을 계량적 지수로 논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실상을 오판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현장 관찰과 비공식적 대화와 정치 및 역사적 사례, 국제역학관계를 예리하게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으로 풀어내는 접근법이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중국의 과학기술은 소련으로부터 배운 기초 위에다 지난 30여 년 간 열심히 미국과 일본, 유럽 것을 도입해 다져온 것으로 짐작된다. 기초과학기술 분야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 유럽, 러시아보다 뒤처져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력은 압축성장이 안 된다. 일국의 과학기술력이 해체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지 모르나 새로 쌓는 건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성숙한 학문정신문화가 존재해야 자생력이 생긴다.

 

성숙한 학문정신문화란 애국주의적 집단 문화에서 벗어나 학문의 진리탐구를 추구하는 정신이 정착된 상태를 말한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그런 성숙 단계인 것 같고 나머지 나라들은 애국적 정서에 의타하는 수준인 것 같다. 한국과 대만, 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들이 애국적 정서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또한 일국의 과학기술은 ‘마켓’과 만나야 기술경제로 완성된다. 구 소련의 과학기술은 마켓과 만나지 못했다.

 

과학기술 발전 단계에서 대학과 정부와 정부 출연연구소의 역할이 크지만 그것이 마켓과 만나서 열매를 맺으려면 모험적 기업가가 있어야 하고 창조적 기술자, 열린 사고와 탐구력을 지닌 과학자 및 엔지니어, 벤처 금융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연구개발자금 지원도 좋지만 다양한 역할로 기여하는 게임 참여자들에게 공정한 룰을 만들어주고 관리하는 소프트파워로 옮겨져야 한다. 일본 정치인과 정부 관료가 이 소프트파워에서 여전히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마켓과 만났는가. 외형적으로 보면 마켓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거래도 활발한 것처럼 보인다. 중국경제는 거대한 규모가 주는 회오리와 운무 효과 때문에 분석틀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면 착각하기 쉽다. 기자가 쓰는 분석틀은 기술경제의 전제조건인 자유와 자율의 정도가 어느 정도 향유 하는가이다.

 

중국은 공산당과 인민해방군이 지배하는 나라다. 어떤 사람의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당성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 간에 차등적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차상급 계층이 그 아래 계층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전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탈자는 강력히 처벌되며 독점적 권력을 둘러싼 파벌 투쟁의 여파로 자신이 피해자 혹은 당사자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체제다.

 

이런 불투명한 정치 중심 체제는 늘 불안하기 때문에 기업가와 벤처 금융가는커녕 기술개발의 상용화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단 엄청난 명예가 주어지는 분명한 목표의 우주 개발 분야나 군사 연구개발 분야, 세계 최초, 국산화 성공 등에 매달리는 정도다. 세계 특허 건수, 논문 등재 및 피인용 지수, 세계대학 순위 등등. 이런 것들은 기술경제문화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중국은 기술경제문화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본다.

 

 

혁신문화는 자유와 공정 체제에서 나온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 체제가 허약하면 혁신문화는커녕 장인문화도 잘 형성되지 못한다. 5일장만 존재했고 해외 민간무역도 없었던 조선에선 장인문화가 있을 리가 없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는 추상적이어서 잘 와 닿지 않은데, 민간을 규제하고 간섭하는 정부의 힘이 너무 강하고, 룰이 종종 무시되고 실력대로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아니면 ‘사이비’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후 패전국과 후진국에 마샬플랜과 같은 경제 원조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자국 시장을 열어줬다. 전후 일본과 독일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면서 경제 기적을 일으켰고 한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도 미국 시장을 통해 성장했다. 그 뒤를 이어 중국도 미국에 싸구려 제품에서부터 첨단제품과 정보미디어 서비스까지 팔아오면서 성장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기초부터 흔들리려고 하자 자국 시장을 닫고 있다.

 

미국은 전후에 미국 중심으로 세계의 시장과 금융, 과학기술 체제를 구축해놓았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 과학기술 굴기에 너무 취해 미국의 중심 체제를 간과했다. 전 세계가 중국이 과거의 향수에 젖어 중화패권주의를 버리지 않았구나, 아시아 주변 국가들이 중국 포비아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들만 몰랐거나 가볍게 본 탓이다. 그 조짐은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로 분명히 드러났다. 중국이 갑자기 유화정책을 편다고 해도 한 번 의구심을 가진 이상 쉽게 의심을 풀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 주변 국가들은 중국 역대왕조의 침략과 조공 역사를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군사강국 못지않게 자국 시장을 외국 기업들에게 공정하게 개방하고 문화강국이어야 한다. 자유가 억압되고 평등만 강조되면 자율적 문화가 생성되지 못한다. 평등은 우중의 독재가 되기 쉽고 사회 전체가 하향 평준화되고 오히려 불평등 현상이 심화될 여지가 커진다.

 

민주적 토론 부재 사회는 창조적 성숙 단계로 진입 못할 것

 

국가나 기업의 초기 성장단계에서는 민주적 토론보다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구성원의 역량 집결이 더 필요할 수 있으나 사회와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면 민주적 토론과 구성원의 개개인의 자율적 동기가 더 중요해진다. 물론 신속한 의사결정과 구성원의 역량 집결은 언제나 그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고 민주적 토론이 분열을 초래하고 지리멸렬해지기 쉬운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반면에 민주적 토론은 치명적 결함이 있는 의사결정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독재 체제는 독재자나 집권 세력이 한 번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고 난 뒤엔 교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의사결정이 파탄 날 때까지 가기 쉽다. 민주적 토론이 없으므로 감히 독재자와 측근세력에 시비를 걸 세력이 없는 것이다. 영명한 세습군주의 경우 자신의 권력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타당하다면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다.

 

그러나 푸틴이나 시진핑 체제는 자신들의 권력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을 용납하지 못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민주적 토론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도 임기가 끝나면 사라지거나 수정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 조직과 기업 조직은 좀 다르다. 기업 조직은 민주적 토론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더 중요할 것 같고 구성원들에 대한 공정한 인센티브 제도가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 정치에 대한 경제 종속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됐을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에도 공산당 조직을 의무화한 만큼 현재의 중국기업들은 반관반민의 공기업화 되고 중앙 통제식 의사결정 구조로 바뀌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 국가 경제는 속으로 골병이 들어도 증시만 활황 되고 대규모 축제행사로 미혹하면 경제가 잘 돌아가게 보이게 만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 기술의 디커플링 가능한가

 

중국 화웨이 등 기술기업들이 인텔과 구글, MS 등 미국의 OS와 설계를 쓰지 않고 기술적으로 디커플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중국 첨단기술 산업은 자국시장으로 축소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는다.

내수가 큰 국가가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면 외부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내수 시장 의존기업들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무수한 외부의 경쟁자들은 커다란 내수 시장을 노리고 파도처럼 공격해 들어오게 된다. 대국의 고립 자체가 치명적 전략적 실수가 되는 셈이다.

 

한국경제, 장인문화와 혁신문화, 벤처문화의 조화에 미래 달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나타난 한국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은 우리나라에도 혁신문화의 싹이 보인다는 점에서 반갑기 그지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 이래 과학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산업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1차적으로 전자 및 ICT 산업, 조선과 기계 등 제조업에 이어 바이오산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은 것은 벤처문화와 장인문화의 정착인데, 이 문화는 현재 전혀 없는 것이 아니고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취약한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주고 국가와 사회가 장인과 벤처인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된다. 장인문화와 벤처문화를 조성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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