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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의 더미래硏, 자치경찰 도입초안 맹비난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제대로 된 제도 도입해야”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성폭력과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관련된 업무와 수사권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자치경찰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전체 국가경찰 11만7,617명의 36%인 4만3,000명이 지방직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는 11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자치경찰제가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는 11월22일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자치분권위가 발표한 안은 현행 국가경찰 조직을 기초단위 경찰서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자치경찰에게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는 사퇴 후 최근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으로 복귀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다. 박선나 연구원과 함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직] 지구대와 파출소만 자치경찰로 전환...“국가적 인력과 예산 낭비”

 

도입방안에 따르면 각 시도에는 현재 지방경찰청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가, 시·군·구에는 경찰서에 대응하는 자치경찰대(단)가 신설된다. 국가경찰 조직은 시·군·구 단위인 경찰서까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지구대와 파출소만 자치경찰로 이관하기로 했다. 다만 국가경찰은 중대하거나 긴급한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순찰대’를 별도로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자치경찰은 국가경찰 소속 112상황실에 같이 근무하면서 ‘업무 떠넘기기’ 등 현장혼선을 방지하고, 정보공유와 신고·출동 관련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김 전 원장은 보고서에서 “국가경찰조직을 기초단위인 경찰서까지 남겨두게 한 자치분권위 안은 지방분권을 구현하려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국가 중 기초단위까지 국가경찰조직을 두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경찰이 자치경찰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여전히 남아있는 일본조차도 기초단위에는 국가경찰조직을 두지 않았다.

 


김 전 원장은 “기초단위까지 국가경찰조직을 유지한 채 별도로 자치경찰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과 예산을 이중으로 발생시켜 국가적인 낭비를 초래한다”며 “현 국가경찰조직 가운데 지방청 이하는 자치경찰조직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조직이 이중으로 공존함으로써 시민들 입장에서도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가경찰조직을 지역단위까지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게 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두고 “종로경찰서가 국립이 있고 서울시립이 있다는 건데, 시민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고 어디서 보호를 받아야 하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보고서는 지구대와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고 해놓고, 중대·긴급상황이라는 명분으로 국가경찰조직인 지역순찰대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사실상 국가경찰 조직과 인력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거나 추후에 확장할 구실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초기에는 자치경찰이 신규 인력증원 없이 국가경찰로부터 인원을 충원 받기 때문에 국가경찰인력이 축소되는 결과로 보이지만 추후 국가경찰은 국가경찰대로, 자치경찰은 자치경찰대로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늘려 결국 전체 경찰 조직과 인력의 총량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이 역시 국가적 인력, 예산 낭비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인력] 국가경찰 3명 중 1명 지방직 전환...“80%는 전환해야”

 

도입방안에 따르면 급격한 제도변화에 따른 혼선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무·인력·실시 지역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간다. 1단계로 내년에는 서울·제주·세종 등 5개 광역단체에서 우선 자치경찰제가 도입된다. 서울·제주·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2곳(광역시 1곳, 도 단위 1곳)은 차후 공모절차를 거쳐 선정한다. 자치경찰 인력은 국가경찰 인력으로 충원한다. 1단계(사무 50%이양)로 내년에는 7,000~8,000명이, 2단계(사무 70~80%이양)로 2021년에는 3만~3만5,000명이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3단계로 2022년에는 현재 경찰 인력 11만7,617명 중 36%인 4만3,000명이 모든 사무를 이양 받아 완전한 자치경찰제가 실현된다. 

 


다만 보고서는 “자치분권위 안은 국가경찰인력의 3분의 1 수준을 자치경찰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경찰인력에서 국가경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국가경찰인력의 80% 수준을 자치경찰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연방경찰인력은 전체 미국경찰인력의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 자치경찰에 성폭력·교통사고 등 일부 수사권 부여...“무늬만 자치경찰”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과 여성, 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형 치안 활동에 주력하게 된다. 또 일부 이와 관련 있는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수행 방해 등의 수사도 담당한다. 반면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 및 수사, 전국적·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치안 사무를 맡는다. 다만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사건의 현장보존과 범인 검거 등 초동조치는 국가‧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자치경찰에게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수사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수사권이 전혀 없는 제주도 자치경찰보다는 진전된 것”이라면서도 “주요 선진국들의 자치경찰이 온전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힐난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범죄수사는 자치경찰이 맡고 강력범죄나 광역 사건 등 자치경찰이 감당할 수 없는 범죄에 한해 연방수사국이 담당하고 있다.


자치경찰이 민생치안활동을 전담하도록 하면서, 민생치안활동의 핵심인 강·절도와 관련한 범죄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자치경찰의 한계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자치경찰은 법률로 정한 국가경찰의 고유사무와 수사권범위를 제외한 모든 경찰사무를 맡고, 일반범죄 수사를 비롯한 온전한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며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보다 수사우선권을 갖는 범위는 범죄 유형과 관할 지역에 따라 법률로써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사] 단계적으로 지방직 전환...“국가‧자치경찰 간 인사교류 금지시켜야”

 

자치경찰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한다.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시도경찰위원은 5명으로 구성된다. 시도지사가 1명, 시도의회가 2명, 법원이 1명, 국가경찰위원회가 1명을 각 추천토록 했다. 자치경찰본부장은 시도경찰위원회가 2배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시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자치경찰대장도 시도경찰위원회가 추천하면 시도지사가 임명하는데, 이때는 시·군·구청장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자치경찰의 경우 초기에는 국가직을 유지하고 단계적으로 지방직으로 전환된다. 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시·도 자치경찰 간 인사교류가 가능토록 했다.


김 전 원장은 이에 대해 광역단위 경찰 권력인 자치경찰본부장 뿐만 아니라 기초단위 경찰 권력인 자치경찰대장에 대해서도 시도경찰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게 한 점은 주민의 직접적인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기초단위에서 주민자치를 구현할 방안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질책했다. 보고서는 “자치경찰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는 치안서비스 제공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주민들은 광역단위보다는 실제 생활하는 기초단위(경찰서 이하 파출소)에서 치안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자치경찰에 대한 주민의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민의가 반영된 지역치안계획 수립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초단위에서도 영국의 지역치안평의회와 같은 ‘지역치안협의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운영에 있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인사교류를 가능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반세기 이상 단일한 국가경찰체제로 유지된 조건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교류가 사실상 국가경찰의 지방경찰 인적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며 “앞서 조직과 권한, 사무  모든 면에서 국가경찰이 여전히 지방경찰보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이나 독일은 연방경찰과 자치경찰 간 교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초기 국가경찰인력이 자치경찰인력으로 전환될 때는 현실적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인사교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자치경찰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 선진국처럼 인사교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번 도입되면 되돌리기 어려워...제대로 된 자치경찰제 도입되길”

 

자치분권위는 심의·의결을 거쳐 11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소관부처는 이를 토대로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입법 및 시범사업 준비를 본격 추진하게 된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자치경찰은 자치분권의 시대흐름을 반영하고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당면과제”라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 자치분권의 가치에 부합한 자치경찰제가 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번 제도가 도입·시행되면 그 관성으로 인해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특히 권력기관과 관련된 제도의 경우 더더욱 수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됐다”며 “최근 발표한 자치분권위의 ‘자치경찰 도입초안’도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활발한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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