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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66년 만에 폐지된 ‘낙태죄’ …향후 쟁점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임부의 자기결정권 폭넓게 인정

-낙태 결정가능기간·처벌 폐지·미성년자 자기결정권 등 세부 사안별 의견 대립 불가피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4월11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임부의’ 자기낙태죄 조항과 업무상 동의낙태죄 조항 중 ‘의사’ 부분에 대해 9명의 재판관 중 헌법불합치의견 4명, 단순위헌의견 3명, 합헌의견 2명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요점 중 하나는 제한적인 허용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국회는 2020년 12월31일까지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임부의 자기결정권 허용 수준별 시기 구분과 시기별 허용 사유, 미성년자와 지적 발달지체인과 같이 자기결정권 행사가 어려운 경우에 대한 보완, 의사의 진료 거부 권리, 낙태 결정 전 상담 및 숙려기간 도입, 건강보험 적용 등의 쟁점이 수두룩하다. 

 

낙태 결정가능기간 법으로 정해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법정의견인 헌법불합치 의견에서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 이전을 임부의 자기 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기간이 보장되는 시기라고 봤다. 이른바 ‘결정가능기간’이다. 이 기간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단순 위헌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과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 하면서도 ‘임신 제1삼분기(first trimester)’, 마지막 월경 시작일부터 14주까지는 어떠한 사유 없이 임부의 판단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임신 제2삼분기(second trimester)’는 14주~27주6일, ‘임신 제3 삼분기(third trimester)’는 28주~40주에 해당한다.

 

헌재는 결정가능기간의 설정과 그 종기(終期), 결정 가능 기간과 일정 시기까지 사회적·경제적 사유의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지 여부, 상담 요건이나 숙려 기간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에 대해서 법을 개정하는 국회의 검토를 요구했다. 이는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 보호와 관련해 생기는 중대한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임신 종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봤다.

 

형법에서 낙태죄는 우선 임부의 ‘자기낙태죄’,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 하에 낙태 시술한 사람을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등이 있다. 이때 시술자가 의사인 경우에는 업무상 동의낙태죄로 가중처벌 된다. 또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를 한 사람은 ‘부동의 낙태죄’로 다뤄지고, 이때 낙태로 임부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낙태치사상죄’로 가중처벌이 된다. 형법은 제269조와 제270조에서 전면적으로 낙태를 금지해왔는데, 모자보건법에 따른 예외적 허용사유가 있는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서만 낙태를 일부 허용했다.

 

형법에서 낙태 처벌 삭제해야 하나?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쟁점 몇 가지를 살펴보면 우선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에 대한 형사 처분 존치 여부다. 낙태한 임부의 자기낙태죄나 임부의 촉탁이나 승낙 하에 낙태 시술한 사람의 동의낙태죄에 대한 형사 처분 규정을 이번 기회에 삭제하자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헌재 결정에 맞춰 지난 4월15일 대표 발의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삭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규정을 위반해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한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낙태 시 임부에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형사 처분을 한다. 다만 헌재가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위헌은 아니라고 봤고, 낙태에 관한 기본적 범죄 유형을 형법에서 삭제한다는 사실이 미치는 파장은 고려해야 한다.

 

임부는 언제까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나?

 

다음은 임신종결 시기에 대한 쟁점이다. 어떠한 사유 없이도 임신종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둘 것인지, 만약에 시기를 정한다면 언제까지를 한계로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인 14주 무렵(제1삼분기)까지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 스스로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기라고 했다. 따라서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 14주가 ‘사유 불문 낙태 허용기간’을 정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제시된 22주를 기준으로 정하면 현재 ‘모자보건법 시행령’이 정한 낙태 허용 한계 시점인 24주를 2주 단축하는 것이어서 새 기준점이 될 22주의 적절 성을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우위를 두면 임신기간 중 낙태를 허용하는 시기를 최대한 길게 두고 ‘22주’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쟁점 및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헌법불합치 의견과 단순위헌 의견을 절충한다면 14주부터 22주까지 기간의 낙태에 대해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당화 사유와 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낙태의 사회·경제적 사유를 ‘모자보건법’에 포함시키는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낙태 시술 전 상담 요건이나 숙려 기간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출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도 검토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려면 사전 지식과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하며, 낙태 시술 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치료, 피임교육 등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낙태 상담을 위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숙려제 도입 시 숙려 기간만큼 낙태 시점이 늦어질 수 있어서 낙태를 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자기결정권을 최소화해 행사하거나 제한하는 시기를 법률에 명시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확장에 대한 보완 조치로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입법 목소리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임신 제3삼분기에 임신을 유지할 경우 임부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낙태를 허용한다는 점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가능하다.

 

미성년자의 낙태 자기결정권은?

 

미성년자와 심신상실·심신미약자 등에 대한 낙태 관련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쟁점이 아니라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미성년자의 낙태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 더욱이 미성년자에 대한 연령 기준이 법률 간 불일치 문제도 있어 부모의 동의 없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독일, 우생학적 사유 폐지…장애아 생명권 경시 오해

 

20세기 말 기준으로 전 세계 98%의 국가가 임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들에서 낙태 시술률이 훨씬 높고 이런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의 낙태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시행돼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빈도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각국은 낙태를 ▲임부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의학적 사유 ▲우생학적 사유 ▲성범죄로 인한 임신의 경우 ▲사회 경제적 사유 등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임부의 생명상의 위험뿐 아니라 건강 상의 위험을 고려해 허용 여부를 정하고 있는데, 건강 상의 위험에는 신체적인 위험과 정신적인 위험이 모두 포함하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독일 등이 임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또 대부분의 국가에서 태아의 손상 개연성과 강도를 엄격하게 규정해 우생학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임부의 동의를 낙태의 필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낙태법’으로 출생 시 태아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심한 장애를 보일 실질적 위험이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데, 이때 실질적 위험의 과학적 근거를 임상 증례나 의학 문헌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영국 NHS(국가보건서비스)는 태아의 기형과 결함 선별검사에 대한 임상가이드라인을 제 정해 신중한 낙태 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스페인은 ‘형법’에서 태아가 심한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개연성이 있고 낙태가 22주 이내에 행해지는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낙태법’에서 임신 12주 이내에 상담을 거친 경우의 낙태를 허용하며, 12주 이후에는 유전적 소질, 질병 또는 임신 중의 유해한 영향으로 아이의 건강에 중대한 침해를 줄 위험이 있는 경우에 낙태를 허용한다. 임신 18주 이후에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눈여겨볼 부분은 독일이 1995년 ‘형법’을 개정하며 우생학적 정당화 사유를 폐지했다는 점이다. 독일은 우생학적 사유로 낙태를 정당화할 경우 장애아의 생명권을 경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장애가 있다는 것이 생명보호를 덜 해도 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고 판단했다.

 

세부 사안별 의견 대립 불가피…입법 오래 걸릴 듯

 

국회 입법조사처는 낙태죄 폐지 이후 쟁점에 관해서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법상 적응 사유에 임신 후 일정 기간 내에 서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기한 방식’ 이 추가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체 임신 기간을 세 개 구간으로 나눠 낙태 허용 수준을 달리하는 ‘임신기간별 인공임신 중절수술 허용한계’를 도입하는 개정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즉 ① 임부가 자기결정권을 100% 행사하는 임신 초기, ②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하는 적응 사유에 따라 제 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기간, ③ 임신을 종결시키지 않으면 임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없다면 절대로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기간 등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상담과 숙려기간 등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전의 절차와 관련된 사항들을 모아 별도의 조항으로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전체 법체계의 관점에서 낙태에 관한 금지규정과 위법성을 조각하는 허용사유를 형법으로 일원화하고, 허용사유와 관련해서는 형법에 기본적인 사항을 담고 모자보건법에 낙태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 세부적인 허용 사유의 기준 등을 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헌재 결정에 따른 이번 개정 시에 낙태죄 법정형의 조정, 선택형으로써 벌금형 추가 등 낙태죄 처벌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헌재 판결로 임신 초기 자기결정권을 인정받게 됨에 따라 논의의 대전제를 바꾸어야 하고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더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향후 세부 사안별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입법 개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낙태에 대한 인식과 관점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그 간극이 커서 좀처럼 사회적 합일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번 헌재 판결은 낙태에 대 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헌재에서 입법 개선에 시한을 두고 있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기초한 법률 개정이 가능하려면 국회가 중심이 돼 토론회·공청회 등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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