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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乙들의 외침 “상가계약, 일단 10년이라도 보장하라”

임대인 재산권 침해 등 우려 섞인 목소리도...여야는 관련법 통과 ‘약속’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서울 구로구에서 약 5년간 카페를 운영했던 임차인 A씨는 임대인으로부터 천정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에서 보호하는 기간 5년이 지났으니 이제 나가달라는 것. 항상 적자를 면치 못했던 점포를 얻어 5년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낸 A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임대인의 진의를 듣고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적자 때는 월세수익만 챙기던 임대인이 장사가 잘되자 그 자리에서 직접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한술 더 떠 A씨에게 시설물 원상회복비용 3,000만원을 내놓던지, 그게 싫으면 그대로 두고 나라가고까지 했다. A씨는 결국 자신이 설치한 시설물까지 몽땅 빼앗긴 채 카페에서 맨몸으로 쫓겨났다. 지극히 부당해보이지만 현행법상 A씨를 보호해줄만한 제도적 장치는 없다. 

 

“계약갱신요구권, 최소한 10년은 보장해야”...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

 

상임법 제10조 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항에 따르면 임차인이 영업권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A씨와 같은 임차인들이 초기시설 투자금이나 홍보비 등을 회수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1일 국회에서는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국민운동본부’(이하 본부) 출범식이 열렸다. 본부는 소상공인연합회·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239개 단체가 연대한 모임으로,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연장 등 상가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구성됐다.

 

본부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임차인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계속해서 (임대차 기간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독일이나 프랑스 등도 임차인에게 9년에서 최대 15년 이상의 장기 임대차를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현행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내 차임연체나 재건축 등의 이유로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이미 8가지나 법에 명시돼있어, 계약갱신 요구기간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도 건물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무력화하려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고, 5년을 보장한다는 얘기가 ‘5년 뒤에는 언제든지 아무 이유 없이 내보내도 된다’는 말과 같게 쓰이고 있다”며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더라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오히려 투자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채 힘들게 일궈놓은 상권에서 밀려나 가게를 옮겨야 하는 임차상인들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굳이 갱신요구 기간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는 기간에 제한 없는 갱신요구기간을 보장하고, 그것이 어렵더라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인 재산권 침해 및 보증금 폭등 우려도

 

이와 관련 20대 국회에는 권칠승·이언주·고(故)노회찬·강창일·윤호중·박주민·홍익표 의원안이 발의돼있다. 박주민 의원안(행사기간 삭제)을 제외한 모든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병훈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개정안에 대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연장으로 상가임차권의 존속보장을 강화해 영세한 상가임차인의 투자와 영업활동 등 경제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상가건물의 임대차기간이 최대 10년으로 연장될 경우 장기간의 영업활동을 통해 임차인들이 시설 설치비용 또는 권리금 등 초기투자비용의 회수기회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대한 개별적·구체적 고려 없이 계약관계를 10년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임대인 또는 소유자의 임차건물 사용·수익·처분권을 장기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대차기간의 범위를 10년으로 확대할 경우 동시에 임대인 또는 소유자의 재산권행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임차보증금 폭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1989년 주택임대차의 존속기간 보장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뒤 2년간 서울지역에서 연 20% 가량의 전세금이 폭등했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 전문위원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대차기간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상가임대인들이 법률개정 초기에 10년의 임대기간으로 인한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10년간의 임대차보증금 인상분을 일시에 반영해 임대차보증금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임대차기간의 범위확대 문제는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본부는 “헌법 제23조는 재산권 형성에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부여하고 있고, 제119조 이하 경제 편에선 경제민주화를 선언하고 있으며, 특히 제122조는 국토가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므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현행법은) 임대인에게 다양하고 합리적인 갱신거절권 부여하고 있고, 유·무형 자산의 낭비를 방지할 사회경제적 필요가 있으며, 경제민주화 관련 헌법규정 등을 고려할 때 계약기간을 장기화하더라도 위헌성 논란이 있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 이후 신규 계약하는 상가임대차에만 해당규정을 적용할 경우 임대인들이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대폭 상향해 법 취지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계약 중인 임대차에도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계약갱신이 계속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의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與野, 상임법 개정안 통과 한목소리

 

여야 정치권 인사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 대거 참석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회에는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내용을 담은 7건의 법안을 비롯해 총 25건의 상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임법 개정안이 도대체 국회에 언제 제출됐나를 생각해보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됐다”며 “이렇게 오랫동안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해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국민운동본부까지 출범하게 된 것에 대해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말 드리지 않겠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임법 이야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저희가 힘을 모아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도 “건물주들이 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장사가 잘 되니까 임대료를 올려서 임대수익을 높이거나 그 업체를 인수하는 형태로 가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왜 지금까지 이 법이 통과가 안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부분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회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 경제의 허리를 떠받히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며 “이 공청회를 통해 저와 당은 여러분 편에서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제도화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우리 당은 중소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을 제1과제로 삼고 있다”며 “때문에 다른 당에서는 원내대표도 오시고 소상공인특별위원장도 오셨는데 평화당은 당대표가 직접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생태계는 중소자영업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회가 노력하면 분명히 개선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임대료 부분”이라며 “국민운동본부 발대식을 계기로 올해 안에 상인들의 적절한 임대료를 위한 개정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추혜선 정의당 중소상공인·자영업자위원회 위원장은 “맘 편히 장사하고 싶다는 애기는 정말 사무치는 말이다. 어머니가 행상부터 식당까지 하셨는데, 항상 하신 말씀이 맘 편히 장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런 말”이라며 “이제는 장사하시는 모든 분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법 개정을 약속해주시니 올해는 꼭 개정안이 통과될 것 같다”며 “정의당이 여러분들 손을 잡고 법이 통과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심각...이제 국회가 답해야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는 고달픈 삶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임대차 분쟁에서 폭행사건으로 번진 ‘서촌 궁중족발 사태’는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성과 현행 상임법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제도의 미비로 상권이 뜨면 임대료는 폭등하고 지역상인은 쫓겨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국회의 방치로 법 개정은 진전이 없다. 

 

본부는 상임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꼽혀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연장 외에도 ▲권리금제도 보완 ▲철거·재건축시 퇴거보상비 또는 우선입주권 보장 ▲차임 인상률 상한 인하 ▲환산보증금 폐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법제화 등을 촉구했다. 더 이상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을 위협받는 중소상인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할 때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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