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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연근무제’ 확대 가능할까?

- 코로나19로 상당수 기업 ‘유연근무제’ 형태 실시 - ‘워라밸’ 위해 이번 기회 확대 필요 주장 -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 달라 - 전통적 ‘대면’ 근로 방식으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 제도 지원과 함께 노사 간 신뢰 형성이 우선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근무형태를 시험하게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사업장들이 늘어난 것이다. 정부도 공직사회 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3.12 유연 근무 이행지침’을 중앙행정기관에 시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방지 대책으로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는 것을 넘어 상시적인 근무형태로 유연근무제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뜻하지 않은 유연근무제 실험


유연근무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각종 스마트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가능해진 업무 형태다. 여기에 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생산성 제고라는 시대적 요구가 더해져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한 물리적·사회적 환경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시간이나 근로 장소에 대해 유연성을 제공하는 제도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시차출퇴근제, 재량근무제, 선택근무제 등과 재택근무제나 원격근무제와 같이 근로 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제도로 구분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를 운용하는 목적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노동시간이나 노동장소 등을 선택·조정해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work-life balance) 하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 역시 유연근무제를 일·가정 양립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노무비 및 인프라 구축비를 지원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를 규정하는 법은 ‘유연성’을 시간과 장소 중 어디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에 규 정하고 있고,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근무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유연근무제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에서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고용 노동부는 유연근무제도입 및 운영 시 발생하는 법적·제도적 모호함이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유연근무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매뉴얼을 작성한 바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사업주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 ▲취업규칙 변경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연근무제도입 요건을 엄격하게 마련하는 것은 근무제도 변경으로 인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관계법에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규율하는 규정은 없지만 ‘전자정부법’은 행정기관의 직원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도 재택근무를 포함한 시차출퇴근 및 시간제 근무 등 탄력적 근무제도를 ‘가족친화제도’로 정의하며, 가족친화제도를 확대하도록 사업주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낮은 도입 비율, 사업장 규모 따라 달라


이처럼 유연근무제를 위한 법적, 제도적 근간을 만들어졌지만 정작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특히,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근무제보다 근로장소에 대한 유연근무제의 도입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17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차출퇴근제, 선택 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사업장은 조사대상의 24.4%이었고, 이중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근로 장소에 대한 유연근무제의 도입 비율은 각각 4.7%와 3.8%에 그쳤다.

 

사업장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업 장들은 ‘적합직무가 없거나(68.4%)’, ‘희망하는(또는 필요한) 근로자가 없어서(12.8%)’라고 대답했으며, ‘직원근태, 근무 평정 등 노무관리의 어려움(9.2%)’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반면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유연근무제 도입 이유는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지원(40.8%)’, ‘생산성 등 업무효 과를 높이기 위해서(36.8%)’이었다.

 

또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90% 이상은 유연근무제도입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고용부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사업장규모에 따라 유연근무제 도입도 달랐다.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업장일수록 높은 유연근무제 도입률을 보였다. 유연근무제를 1개 이상 도입한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 41.6%인데 반해 5∼9인 사업장은 21.1%였다. 유연근무제 추가 도입계획에 대해서도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300인 미만 사업장들보다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전통 대면 근로 방식 탈피도 어려워


‘워라밸’,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일터 혁신의 하나로 주목받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미미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노동 장소를 유연화하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는 입법 사항이 아닌 관계로 국회에서 논의되거나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 유연근무제는 오히려 정부의 ‘근무 혁신 10대 제안’에 포함돼 정책적 지원 대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또 대면 중심의 전통적인 업무처리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업무환경을 유지하는 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 근무장소에 대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장들은 주로 그 이유에 대해 ‘적합 직무가 없어서’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고전적인 업무환경을 전제로 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의 구분이 없어져 근무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전통적인 업무처리방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 볼 수 있 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주일 동안 재택근무했던 보안 프로그램 전문가 최모씨(34)는 “일상생활 공간과 업무공간이 하나로 합쳐져 일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됐다”라며 “처음 재택근무를 할 때 출근과 퇴근을 안 하고 업무공간이 구분되지 않아 일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최씨는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 도입은 회사도 일하는 사람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사용하는 장비도 모두 회사에 있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특성상 재택근무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어려운 직무라도 메신저, 보 안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원격근무 지원 소프트웨어나 정보기기 등을 활용해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유연근무제에 적합한 직무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어 향후 일반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유연근무제에 대한 노사 간의 인식차이도 있다. 일·가정 양 립을 위한 노동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유연근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유연근무제의 도입에 대한 노사 간의 신뢰가 여전히 부족하다. 앞선 고용부조사에서 사업장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 ‘직원 근태나 근무평정 등 노무관리의 어려움(9.2%)이라고 답했다. 특히,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근무 장소가 기존의 사무실에서 격리돼 있는 경우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고, 근로제공 여부를 근로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도도입에 우려를 나타낼 수 있다.


노사 간 신뢰 형성이 우선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사회 상당수 기업에 유연근무제를 시험하는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일·가정 양립과 생산성제고’라는 긍정적 목적을 바탕으로 보면 유연근무제가 보 다 많은 사업장에서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근무제 중에서도 도입률이 저조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근무장소를 유연화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공감대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유연근무제의 도입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사업장별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유연근무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연근무제 지원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원대상이나 절차 및 예산 등과 관련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데 장애 요인은 없는지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유연근무제 정착을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부터 유 연근무제 도입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근 무환경을 조성하고, 유연근무제가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행정 및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유연근무제 도입 초기단계에 해당하는 지금 노사 간의 신뢰구축이다. 유연근무제가 일·가정 양립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무형태라는 노사 간의 공감대가 유연근무제 확대의 현실화와 관련 입법 논의로 이어질 수 있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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