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언제 종전할 것인가라는 예측을 놓고 세계 주식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전쟁 종식보다는 지금까지의 경직된 신정체제 대신에 새로운 온건 정치세력이 등장하는가 여부가 세계 경제에도 더 중요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작년 6월에 12일간 이란 핵시설이 있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을 타격했다. 그리고 이번 2월 27일부터 시작한 2차 전쟁은 작년보다 훨씬 대규모 폭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그들 두 나라 사이의 뿌리 깊은 적대감이 누적된 배경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고 이란 주재 미대사관이 점거되며 대사관 직원 50여 명이 인질로 444일간 억류돼 있었고, 이를 구출하러 간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작전 실패로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 사건이 결정적인 악연이었다.
오마바 대통령 시절 이란과의 핵 협상이 타결되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적대관계는 1979년 이래 제대로 해소된 적이 없었던 셈이어서 미국에게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보다 더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의 적대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미국은 물리력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억지하려는 온건 정책이 뼈아픈 실패로 귀결됐다고 보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품고 있는 적대감은 미국보다 더 심하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고 지도자인 호메니이와 이번 전쟁 초기에 공중폭격으로 숨진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한 인물이다. 이들 종교 최고지도자들이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신정체제를 유지하면서 핵 개발을 추진해 왔고, 핵무기 개발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고 이스라엘은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최소한 핵 개발을 상당한 기간 후퇴시키거나 고농축 연료를 제거하는 것을 국가의 존립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이와같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적대 의식과 이란 핵 개발 시도를 최우선적인 요인으로 보지 않고 이번 전쟁을 분석하는 것은 자칫 오판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이 원유 확보와 중국 견제 등 지정학적인 이점을 노리는 것도 전쟁 시작 요인에 포함됐을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이유들은 전쟁의 최우선 목표는 아닐 것임도 사실일 것이다. 전쟁 시작의 최우선 목표를 중심으로 봐야지 곁가지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분석론은 음모 론이 되고 그것은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 미국-이스라엘의 전쟁 혁명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or RMA)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는 미사일 시대였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대칭무기로서 드론이 처음으로 전장에 투입 돼 위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는 대통령의 경호 부대원들을 의식불명 상태로 무력화하는 음파 무기가 등장했다.
이번 전쟁에서는 촘촘하게 공중에 깔린 위성과 감시 드론이 보내오는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폭격, 전자파, 사이버 무기를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AI 시스템이 적용된 첫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AI 시스템은 폭격 직전에 레이더와 통신, 컴퓨터, 인터넷, 전력망을 마비시킨 뒤 공중폭격과 미사일 발사가 거의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밝힌대로 이란군의 미 사일과 드론 부대의 90%를 AI 시스템으로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이란군이 쏘는 미사일과 드론은 위성과 감시 드론 등에 포착되지 않은 산속이나 지하 기지에서 발사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위성으로 나머지 잔존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포착하고 해당 기지를 찾아내 소탕 작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쟁은 AI 종합시스템 전인 동시에 압도적인 공중 폭격 전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이번 공중폭격은 정밀도와 폭탄의 위력,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 를 보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나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이들 나라들이 첨단기술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기술을 리드해갈 것임을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이 정도의 공중폭격은 전장의 판도를 바꾸고 이란군과 국민의 사기를 현저히 떨어뜨렸거나 내부 분열을 촉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쟁에서 성과를 높인 천궁 미사일을 자랑하나 전쟁 양상이 데이터 기반의 AI 시스템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AI 통합 운영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간다면 기존의 핵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미사일과 탱크 등 재래식 무기의 성능 개발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또 KF-21 전투기, 현무 개발에 대 해 지나친 자부심을 삼가고, AI와 전자파, 사이버 무기 등 종합적인 시스템 개발과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함을 이번 전쟁이 깨우쳐 주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국방 사상과 군사 전략 및 무기 개발 기획 등 한단계 높은 전문성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와 같은 추격 마인드로는 급변하는 군사기술 변화에 대처할 수 없을까 우려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택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 시설과 군사 기지를 상당수 파괴한 성과를 거둠으로써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다. 2차적 목표는 정권 세력의 교체인데, 미국이 요구한 조건을 수용하는 여부가 새정권 세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군사적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협상과 지상군 파병으로 저울질하는 것도 일종의 치밀한 전략 구사로서 결코 혼란된 모습은 아닌 듯하다. 과거 이란 내부를 보면 시아파의 법학자 중에도 정치 개입을 반대하는 저명한 지도자가 있었다.
호메니이가 이슬람 종교의 정치 개입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펼쳤고, 그것이 오늘날 이슬람공화국의 기초 이념이 됐다. 그러므로 시아파 법학자 중에도 정치 개입을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가 나와 새롭게 정치 불간섭을 천명하면 얼마든지 이란은 정상 국가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본다.
이란 정치 체제는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 등 3권이 존재하지만, 시아파 종교 법학자들 이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정상적인 국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계속해 강 경 정권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사우디 등 걸프만 이슬람 국가들도 이란의 헤즈볼라와 후티군 지원 등 테러 행위에 대한 인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이번 무차별 미사일과 드론 공세로 이란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가 미국의 지상 작전도 옹호 하면서 현재의 이란 정권 교체 없이는 걸프 지역 안보 위 협을 해소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는 이란 정부가 무너지더라도 군부 세력이나 민병대가 등장해 사우디를 계속 공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이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걸프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미국이 지상군 파견, 이란 내전 유발 등 장기전을 전개 할 가능성이 있다.
◇걸프만 국가들과 관계 더욱 돈독해질 기회
원유와 가스 도입 차질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이번 전쟁으로 걸프만 국가들과의 관계를 이전보다 더욱 끈끈하게 다져나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걸프 국가들은 자주 국방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고, 한국 방산은 이들에게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란에 온건한 정권이 들어설 때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이란 경제와 제도 개혁에 좋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팔레비 왕 시절에 중동에서 건설 노동자를 파견해 외화벌이로 큰 도움을 받았다. 오늘날 이란이 신정체제로 변한 것은 영국과 미국의 석유 독점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근본 원인이었음을 상기해 볼때 식민지 아픔을 겪었던 우리나라로서 충분히 동병상련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한국은 이란의 현대화를 위해 진정한 친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바란다.
◇우리의 대응- 호르무즈 파병 미온적 태도, 바람직 않아
한국은 어차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도입하는 이상, 소비국이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거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은 새로운 동맹, 기존의 동맹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와서 미국으로부터 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경제에는 오히려 미국이 좋은 호재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은 그 지정학적으로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고 에너지와 식량 자원을 자급자족할 수 있으며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초강대국이다. 이런 초강 대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수많은 금융 위기를 겪고 산업 공동화를 초래했지만, 미국은 그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현상은 극도의 위기에 대한 과격한 실험 형태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는데, 트럼프식 해법도 명암을 지니고 있다. 완벽한 해법이란 존재하지 않고 단 한 번의 해법으로 해결될 위기는 없다. 그러므로 트럼프 현상을 하나의 과정으로 봐야지 완결 형태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계속 실험하고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해온 초강대국이다. 우리나라에게는 동맹이 필요하고 지정학적인 위치로 볼 때 미국 외의 선택은 없다.
트럼 프 정부가 자국 산업 부흥을 추진하는 정책이 우리나라에 많은 사업 기회를 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미국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교적 수사와 실질적 도움의 제공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세계 각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미들파워, 무역국으로서 이란에 대해서도 섭섭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노련한 외교의 묘수가 절실하다.
북한에게도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데, 이란에게는 더욱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