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국정과제인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의 시범사업 대상지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이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2027년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 결과 7개 군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시범사업에 선정된 지역의 주민들에는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2년 간 지급된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농어촌 여건에 맞는 지속 가능한 정책 모델을 발굴하고 효과를 검증해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인구가 집중되며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고향사랑기부제’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시범사업이 실효성 있는 국정과제로 자리 잡으려면 추진 방식과 사업 전체의 종합계획에 관한 폭넓은 소통과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정부 정책이 효과를 못 본 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했기 때문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과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지속가능한 정책 방향은?" 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그간 많은 예산을 퍼부었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지역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달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은 “2021년, 도올 김용옥 선생과 함께 전국의 8개 도,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3천 명 이하 면 지역민들에게는 월 30만 원의 ‘농어촌주민수당’을 지급하고, 대상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당시 농어촌기본소득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기본소득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했기 때문"이라며 "농어촌 주민의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역할에 대한 보상적 성격의 수당이라는 점을 분명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어촌주민 수당은 단순한 현금 지급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인정이며, 농정과 지역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시금석"이라며 "이 제도를 통해 농촌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을 갖고, 지속가능한 생활 기반 마련은 물론, 국토·환경·문화의 다원적 기능이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달리 유럽에서는 농민을 ‘국토의 정원사(gardener of the land, gardener of the nation)’라고 부른다. 단순한 농업 생산자가 아니라, 경작을 통해 들판·숲·하천·마을 풍경을 가꾸고, 토양·물·생물다양성을 지키며,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전통문화까지 유지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농민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해 직불금, 환경·생태농업 지원, 경관·문화유산 관리 수당, 소규모·고령 농민 특별수당 등 다양한 형태로 보상한다. 또 농민이 농촌에서 지역경제·공동체 활동, 전통음식 생산·판매 등을 수행할 때도 이 같은 지원은 이어진다. 박 이사장은 "농어촌 주민이 의식적으로 지킴이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실제로 농촌에 살며 지역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킴이 기능"이라고 강조하며 "이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됐다"고 강조했다. ◇ 농촌 주민에 대한 특별한 조치 필요해 농촌 주민이 지킴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토와 환경은 파괴되고, 전통문화와 공동체는 붕괴해 결국 도시민의 행복까지도 해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지역을 지키며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박 이사장은 “농어촌 주민수당은 이들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누리며 지역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생활 안정, △공동체 유지와 정주 기반 강화, △국토·환경·문화의 다원적 기능 보존, △주민자치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농어촌기본소득 지급의 정당성과 정책 효과, 그리고 명칭과 지급 대상, 지급 금액 및 재원 조달 방안, 추진체계 등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농어촌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시범사업이 공모되면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며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재정 여건이나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기초단체나 광역단체 모두 지방비 부담 60%(광역 30%와 기초 30%가 원칙인데, 일부 지역은 유치운동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지방비로 어려움을 겪는 군의 경우 신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농어촌 기본소득이 군 단위로 지급되면서 치명적인 문제점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개 지역 가운데 69개 지역으로 대상을 제한했는데,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근거해 대상이 된 지자체의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농식품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농어촌지역’을 군 단위로 잡으면서 54개 도농통합시의 면 지역이 대부분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 등으로 농어촌기본소득을 농식품부가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예산상 모든 농어민에 지급할 수 없어 선별해야 한다면 인구감소가 심각한 면 지역부터 지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다만 “지방비 부담을 하는 경우 자치단체장으로서 읍 지역을 제외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면서 "농어민 수당을 전액 국비로 지급해야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농어민 수당 30만원과 관련해서는 “도시민과 농촌주민의 소득격차가 대략 월 30만 원 정도"라며 "농어촌 주민의 대상 설문조사에도 ‘월 30만~40만 원 지급이 적당하다’는 답변이 있었고, 최근 국회에 발의된 ‘지역소멸 위기대응을 위한 농어촌기본소득법안’(신정훈・용혜인 의원 공동대표발의)은 월 30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3천 명 이하의 지역부터 월 30만 원을 지급하고,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 가자"고 제안하며 “농어민 수당을 월 30만 원씩 인구 3천 명 이하 지역, 약 139만 명에게 지급한다면, 연간 약 5조 원이 필요하다. 이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월 15만 원을 69개 군 272만 명에게 지급하겠다는 본사업 예산 연간 4조 9천억 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말 기준으로 전국 1,177개 면 가운데 인구 3천 명이 안 되는 면은 711개(1,384,514명)이다. 인구 5천 명이 안 되는 면의 인구수는 967개 면(2,349,399명)이다. ◇ 농어민 수당 논의... 농어민 기본소득·농어촌 기본소득 등의 흐름 이어진 토론에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소장은 “농산어촌개벽 대행진에서 시작된 농어촌주민수당 논의는 농어민기본소득→농어촌기본소득 등의 흐름이 있었다. 다만, 민간 영역에서 더 활발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했었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선과 국정기획위원회 단계를 거쳐 현재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으로 발표됐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기본소득을 강조한 그룹은 도시민과의 소득격차를 강조하며 무조건적 지급을, 주민수당 그룹은 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를 강조하고, 농촌위기에 대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농민운동 그룹은 기존의 농어민수당은 그대로 두고 추가적으로 기본소득(주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농식품부 발표내용에 대해 페이스북 반응을 보면 ‘총론 찬성, 각론 비판’이 대세인데, 근본적인 관점에서 사업취지와 목표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많이 미흡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시범사업 대상 지자체 선정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이것이 얼마나 반영되었을지는 의문”이라며 “기본소득으로 지급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집행방식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지급’으로 그치고, 개인이 결정하는 방식은 ‘행정 주도’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며 “‘군 단위’ 전체 일률 시행보다 읍면자치 관점에서 ‘면 단위’ 지급이 더 효과적이다. 군청소재지 읍과 그렇지 않은 읍면은 구분하여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인구 3천 명 이하’라는 경계 구분이 또 다른 쟁점을 만들 수 있지만, 소규모 면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에는 적극 찬성"이라며 "‘4천 명 이하 읍면’으로 하면 지방 지자체의 거의 대부분 읍면은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액 국비’로 하는 방식은 그동안 농식품부에서는 시도한 적이 없었지만 공익직불금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재원도 정책 의지만 있다면 못 할 게 없다. 다만 지자체 행정이나 주민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10∼20%를 공동체 기금으로 조성해 주민이 자율적으로 집행한다면 개인 지급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자체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지역 내 선순환과 외부 유출 막고자 지역화폐로 지급 서봉균 농어촌기본소득운동전국연합 정책실장은 “‘인구소멸극복’을 목표를 잡으면 2년 시범사업에서는 솔직히 어렵다"고 말한 뒤, "‘지방소멸'을 극복한다는 방향을 잡은 뒤 농어촌기본소득이 지역 내 선순환되고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화폐로 했다. 일부라도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자체 재원 마련 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난개발 우려 및 무리한 계획이 남발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뒤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영양군이나 신안군은 재생에너지 관련된 부분이 강조됐는데, 자칫 기업 중심의 난개발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재원은 국비 중심과 일정 정도의 지방비로 부담하되,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 교부세의 지방자율권 확대를 열어줘서 지방재정운용 체질 개선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묘 “지급대상은 정책 타당성을 기초로 하되, 국민적 합의 및 현실 진단을 고려해 면단위로 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군단위 및 도농복합도시의 면단위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시범대상 69개 군으로 한정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 이에 김영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시범 대상을 69개 군으로 한정한 것은 경기형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이 면(청산면) 단위로 시작됐고, 인구가 적은 지역은 읍면 간 차이가 크지 않아서 우선 군 단위에서 실험을 해보자는 취지였다”며 “또 하나는 읍면을 특정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행안부 소관법(지방분권균형발전법)을 따른 것도 현실적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인구감소 지역을 읍면 단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으로, 해당 제도가 마련되면 면, 읍, 군 단위별 대상 지역을 본 사업 전에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도입 및 관련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정부는 농식품부, 기재부, 행안부, 해수부, 복지부가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운용하고 있다. 김 과장은 "현재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 세부시행방안 마련 및 보완 등을 위해 지자체와전문가가 함께 자문회의를 운용 중”이라며 "기재부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등에 대해 면제 요청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역에 대한 고민은 많지만 그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다행히 농어촌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살 수 있게끔 도움을 주려는 거다. 15만 원이든 30만 원이든 큰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농업 현실이 만만치 않고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반길 일"이라며 "전국이 균형 있는 발전을 했으면 하는 게 농사짓는 한 사람의 개인적인 바램”이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신정훈(나주·화순)·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임미애(비례대표)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지역재단 등이 주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9~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회의(APEC)에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방한 기간 중 한국에 440억원 규모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사업 참여를 공식 요청할지 주목된다. 지난 21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버검 위원장이 알래스카 LNG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대미 투자 패키지와 연계한 한국의 참여 검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프루도베이 가스전을 비롯한 자원을 1300km 파이프라인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이송해 액화·수출하는 사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각국에 알래스카 LNG 참여를 요청해왔다. 한국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9월 11일 프로젝트 주요 사업자인 글랜파른과 예비계약(FDI)을 체결했다. 지난주 일본 국영 가스기업 도쿄가스가 신규협력의향서(LOI)를 맺었고, 일본 최대 발전 공기업 제라도 앞서 LOI를 체결했다. 세 계약 모두 본계약 이전의 타당성 검토 성격이 강하다. 태국은 국영 에너지기업 PTT를 통해 연 200만 톤, 20년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만 국영 석유기업 CPC도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북극권 1300km 장거리 파이프라인 건설비, 혹한 환경,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경제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3월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거대한 천연가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 일본 등과 수조 달러 규모 파트너십”을 언급했다. 수십 년 정체된 프로젝트에 한국과 일본이 선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미국이 2010년대 셰일오일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잉여 천연가스의 수출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북미 LNG 수출 항구와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참여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사업...1969년 일본 수출 시초 이후 사업성 좌초 알래스카 LNG의 기원은 코노코필립스가 1969년부터 2015년까지 알래스카 남부 케나이 반도·니키스키 가스를 일본에 수출한 사례다. 이는 미국 최초 상업 LNG 수출이자 아시아 LNG 무역의 상징적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말 값싼 셰일가스 확대로 북극권 가스의 상대 비용 부담이 커졌고, 2014~2016년 공급과잉·OPEC 증산 유지 등으로 원유와 LNG 가격이 동반 급락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다.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주정부 주도로 동력을 이어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에너지 안보’ 추구하는 아시아 국가를 사업 타깃으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를 겨냥해 에너지 안보 카드를 본격 제시하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2·3위 LNG 수입국으로, 합산 수입량이 글로벌의 28%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지다. 산업 구조상 LNG·석유 수요가 크고, 러시아·중동 리스크 회피가 과제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보험·항로 불확실성으로 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해졌고, 일본 역시 원전 재가동에도 겨울 피크와 계통 유연성 확보를 위해 LNG 의존을 쉽게 줄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정치·물류 리스크가 낮고 항로가 짧은 북미, 특히 알래스카 물량에 관심이 쏠린다.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진행하기보다 한국과 글로벌 가스 수요 전망을 꼼꼼히 살피고, 사업 경제성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각국의 정상·각료·기업인들이 27일 경주에 모였다.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재편이 의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수소·저탄소 연료 해법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십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정상주간에는 21개 회원국 가운데 16개국 경제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기업 CEO 약 1700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28일부터 열리는 CEO 서밋을 계기로 ‘탈탄소와 성장’을 놓고 각축전이 예고된다. 지정학과 통상 긴장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연대와 투자 시그널을 견인할지가 주요 볼거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31일까지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전시한다. 글로벌 정상급 외교 무대에서 신형 넥쏘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출시된 디 올 뉴 넥쏘는 현대자동차가 7년 만에 선보인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 변경 모델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기술력과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상징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에서 신형 넥쏘 공개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수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APEC 회원 정상과 글로벌 리더 등 행사 참석자들에게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과 수소 사업 등을 소개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의 위상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31일 APEC CEO 서밋 ‘아시아퍼시픽 LNG 커넥트’ 세션을 열고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의 비전을 논의한다. 이날 행사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을 비롯해 미국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해롤드 햄 명예회장, 케이스케 사다모리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장 등 아태지역 6개국 10개 기업 경영진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행사 기간에 친환경 미래 교통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수소 버스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머무를 부산, 포항, 경주 등 경상권 지역과 경주 예술의전당을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를 운행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성공적인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국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의 우수성을 세계에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각국 글로벌 리더들에게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수소 버스의 친환경성을 알리고 안정적인 승차감과 적은 소음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식진흥원,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4일간, 경주 APEC 정상회의장 인근에 조성된 K-푸드 스테이션에서 특별한 K-디저트 및 수출용 할랄식품 홍보 행사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대표단 및 미디어 관계자 등에게 한국의 길거리 간식과 전통 다과의 매력을 선사하고, 한식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경험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 내에 설치된 푸드트럭에서는 'Taste of Korea, K-Dessert'를 주제로 전통의 가치와 현대적 감각을 담은 K-디저트를 선보이며 한식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호감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한국 길거리 간식의 대표주자인 호떡을 즉석에서 조리해 따뜻하게 제공하고,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를 비롯해, 부드럽고 쫄깃한 증편(술떡), 바삭한 유과 등 다채로운 전통 다과를 시식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특히, 한국의 귀한 식재료인 인삼을 활용한 인삼편정과 등 이색적인 메뉴도 함께 선보여 한국 전통 다과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또한 13개 기업의 라면, 김치, 쌀가공식품, 음료 등 수출용 할랄인증 제품 90여 종이 소개된다. 라면, 음료 등 일부 제품은 현장에서 증정용으로도 제공돼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에게 수출용 할랄식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의 김치와 햇반, 팔도 라면, 매일유업 두유, 옹고집 장류 등이다. 이번 K-푸드 스테이션에는 농식품부를 비롯해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서 공식 협찬사로 선정한 식품기업들이 참여해 라면, 떡볶이, 치킨, 곰탕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을 협찬한다. 교촌에프앤비는 교촌치킨 치킨 제품을 제공한다. 옥동식 돼지곰탕, 청년다방 떡볶이 등도 있다. 송미령 장관은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문화와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K-디저트 및 수출용 할랄식품 홍보 행사가 회의 참가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Taste of Korea'를 선물하고,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탈취, 국가안보 위협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공과 민간 부문의 통합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롯데카드·SGI서울보증 등 금융권 해킹사고에서 볼 수 있듯 사이버 위협은 국가와 국민 생활 전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이버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해 조기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관 분야별 대처보다는 통합적 대응이 필수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부문의 통합적 대응을 위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광범위한 사이버공격에 효율적인 대처가 불가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재 사이버공격 대응 시스템은 국가정보원이 공공 분야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부가 국방 분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일반 기업 등 민간 분야를, 금융위원회와 금융보안원이 금융 분야 사이버보안을 각각 전담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과 KT, 예스24 등 통신사, 일반 기업 해킹 사고는 과기정통부가 대응하고, 롯데카드와 SGI서울보증 등 금융권 해킹사고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이에 따라 KT 무단 결제 사건의 경우 금전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못했다. AI까지 이용해 고도화된 수법으로 여러 산업 영역을 넘나드는 해킹이 늘고 있지만 사건 경위 파악에 혼선을 빚거나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이에 국회는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제정,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해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게끔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사이버안보에 관한 국가의 전략 및 정책 수립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번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김 의원과 함께 윤한홍, 고동진, 김형동, 이종욱, 박충권, 강대식, 김대식, 이만희, 김재섭, 조지연, 조승환, 이헌승, 진종오, 김기현, 박수영, 이달희, 최보윤, 최수진, 권영진 의원 등 20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이버안보’와 관련된 기본법이 없으며,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기본지침’만 존재한다. 앞서 2005년에 즈음해 17대 국회에서 사이버안보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21대 국회까지는 유사한 법안들이 반복적으로 발의됐지만, 부처간 이견, 정치적 갈등, 정보인권 논란 등으로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6월에는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발의했었고, 2021년 11~12월에 김병기 의원과 윤영찬 의원도 각각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2022년 11월에는 국가정보원이 직접 나서 자체적으로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공세적 사이버안보 개념 논란으로 결국 중단됐다. ‘공세적 사이버안보’란 단순히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에 대한 사전 식별 및 억지, 필요 시 능동적 방어 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사전 대응 기반을 마련해 위협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도 공세적 사이버안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이버 규범 형성과 협력 강화를 통해 책임 있는 사이버 공간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 공동 대응을 통해 국제 공조와 책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구체적으로 △3년 단위 국가 차원 사이버안보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설립(위원장 안보실장, 간사위원 국정원장·과기부장관) △민관합동 통합 사이버안보 총괄하는 국정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설치 △‘국가사이버위협정보공유시스템’ 구축·운영 △사이버위협 식별 시 경보발령 체계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국정원에서는 이 법에 따른 사이버안보 업무와 관련한 사항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해 혹시 모를 국가 기관의 사이버안보 남용 행위로 국민 권익이 침해받는 경우가 없도록 견제 장치도 마련했다. 김상훈 의원은 법안 발의 의의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공통으로 받는 위험성 외에 북한이라는 변수가 존재해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신속한 법 제정을 통해 사이버 위협 발생 시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2%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작년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1.3% 늘었고, 승용차·통신기기 등 재화와 음식점·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증가했다. 정부 소비도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확대에 힘입어 1.2% 성장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의 주도로 2.4%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호조로 1.5% 불었고, 수입도 기계·장비·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반대로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부진 등으로 0.1% 감소하며 6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3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이 각 1.1%p, 0.1%p로 집계됐다. 내수 기여도는 2분기(0.4%p)와 비교해 큰 폭으로 뛰었다. 내수 중에서도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 설비투자의 기여도가 각 0.6%p, 0.2%p, 0.2%p로 성장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운송장비·컴퓨터·전자·광학기기 위주로 1.2%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금융보험업 등의 회복으로 1.3% 늘었고, 1분기 5.4% 역성장했던 전기·가스·수도업도 전기업을 중심으로 5.6% 반등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에서는 늘었지만, 건물건설이 줄며 전체적으로 증감 없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농림어업은 재배업 부진으로 4.8% 감소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7%로, 실질 GDP 성장률(1.2%)을 밑돌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시작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유럽 등 글로벌 각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수출을 위한 각 분야의 대책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관세 파산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자동차 관세 문제 등을 필두로 반도체 등 다름 첨단 산업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 수십년 간 낙후되고 후진적인 수출 자동차 영역 국내 수출 분야 중 이제 시작이고 후진적이고 낙후된 영역이 바로 수출 중고차다. 중고차 내수 시장 규모는 약 250~260만 대 수준이나, 최근 선진화 노력에 힘입어 더욱 시장 규모는 커지리라 확신한다. 반면 수출 중고차의 영역은 수십 년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전체가 낙후되고 후진적이어서 계속 지적되어온 사각지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 지향성 산업을 발굴하고 수출 중고차 산업을 선진화하면서 규모를 키우는 새로운 수출 산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현재 국내 수출 중고차 규모는 작년 수준인 66만 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규모는 물론 수출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
2025-10-18 편집국 기자
북한은 지난 10월 10일에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비가 내리는 늦인 밤에 김일성 광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거행했다. 지난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행사와 매우 닮은 꼴의 행사였다. 북한의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형식 면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와 매우 닮았다.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좌우에 나란히 등장하게 함으로써 북·중·러 삼각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역시 자신을 중심으로 중·러 2인자 와 멕시코·베네수엘라·이란·베트남 등 다수의 대표단을 대동해 열병식에 나타남으로써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둘째, 중국과 북한 모두 망루 외교로 북·중·러 연대의 초석을 달성하고 높은 망루 행사를 통해 그들 권위에 대한 최고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셋째, 양국 모두 공세적 현실주의 정책화를 내세우며 대거 공격용 무기를 등장하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중국은 2개의 항공모함 전투단를 동시에 무력 전시하고, 둥펑이 ICBM, 초대형 무인 잠수정 등 공격용 무기체계를 등장시켰다. 북한도 이번 열병식에서 화성-20 ICBM, 극초음속 미사일
2025-10-17 편집국 기자
우리는 왜 이렇게 모든 일에서 의견이 갈리는 걸까? 정치에서 예술에서 심지어 식탁 위 반찬 취향에서도 의견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세상은 무수하게 복잡한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옳다-그르다’, ‘우리-그들’의 단순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이분법적 사고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었다. 음양, 남녀, 선악처럼. 우리는 대조를 통해 세상을 구분하고 질서를 세웠다. 그 덕에 과학도 제도도 사회도 발전했다.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동맹과 적을 구분한다. 우리는 각자 지지하는 정당이 있지만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고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기도 하고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론 자부심으로 자기팀 유니폼을 입고 상대 팀의 색깔을 비웃는다. 프로이트가 "사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른 것에 빠져 이분법을 계속 유지해 간다. 그렇다고 이분법적 사고가 항상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이분법은 복잡한 상황을 명확하게 하고, 방향을 잡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생각이 이분법으로 지나치게 굳어질 때, 우리는
2025-10-14 윤영무 본부장 기자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는 고대 로마시대 권력자가 민중의 불만을 달래고 정치적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실시한 대표적 통치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과 검투사 경기 등 대중오락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굶주림과 불만을 잠재우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자시인 유베날리스(Juvenalis)는 “로마 시민은 이제 빵과 서커스만을 원한다”고 풍자하기도 했는데, 이 표현은 이 정책이 단순 복지가 아닌 통제와 회유의 수단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면에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당시 로마 사회는 농민 몰락과 대지주 중심의 라티푼디움(latifundium) 확대, 노예 노동 중심 체제 등으로 인해 중소 농민들이 쇠퇴하고 빈곤층이 도시로 밀려들었다. 도시 빈민들은 일자리 없이 굶주림에 내몰렸고, 사회적 갈등은 점점 커졌다. 이런 맥락 속에서 식량 배급은 단순한 정치적 술책이 아니라 최저 생계 보장 장치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즉, “빵”은 체제 안정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었다. 그리고 “서커스”는 그 보장을 수용하게 만드는 회유적 요소였다.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부정적 측면과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긍정적
2025-10-08 편집국 기자
◇ 왜 식료품 가격만 치솟나?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이재명 정부만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다른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물가와 민생 문제를 환율이나 원자재 같은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지 않고, 국내 유통구조와 행정의 책임 문제로 직시하면서 구조 개혁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1.5배나 높은 한국의 물가 구조를 지적하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식료품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점이 2023년 초부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왜 그 시점부터 가격이 급등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격 조정 명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지도하고 개입한다면 물가 상승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환율과 국제 원자재가 탓인가 대통령의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3년 이후 물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은 농산물, 특히 신선식품과 과일 가격의 폭등이었다. 한국은행 보고서와 주요 외신 지표에서도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인
2025-10-07 편집국 기자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은 발전소, 신재생 에너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 후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선택적 사용으로 전력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한, 전력 품질을 안정화하여 전력 계통에 공급함으로써 전력 사용의 저비용, 고효율, 안정화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에너지 저장 기술에는 화학, 동역학 및 위치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효율이 우수한 화학 에너지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리튬이온전지(LIB: Lithium Ion Battery), 나트륨황전지(NaS: Sodium Sulfur Battery), 레독스 흐름 전지(RFB: Redox Flow Battery) 등의 방식으로 구분되고, 기술별로 저장 용량, 사용 시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저장 방식에 따라 화학적, 전자기적, 기계적 방식으로 분류되며, 방전 가능 시간의 주기에 따라 일반적으로 4시간을 기준으로 장주기, 단주기 시장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적용 분야가 다르며 4시간 이상을 통상 장주기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용량으로 갈수록 장주기 특성을 많이 요구하
2025-10-04 편집국 기자
협상은 이미 준비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협상상황이나 의제, 상대방의 이해 관계와 인식, 현존하는 대안들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다음 단계는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의 몫을 주장하며 동시에 공동의 이익을 키우는 방안을 찾는 단계이다. 협상에서 윈-윈 결과를 가져오는 통합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Systematic preparation), 가치 주장(Value claiming), 가치 창조(Value – creating)의 세 가지 핵심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부분적인 차이는 있으나 협상의 당사자가 개인·집단·국가인 모든 협상 상황에 적용이 된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부분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루어진다. 협상은 준비의 경쟁 (Contest of preparation)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계적인 준비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아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자세는 전혀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특히 직관에 의존하는 협상가일수록 사전에 계획된 전략이 부족하다. 훌륭한 협상가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계획된 대로 움직이며 동시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2025-10-04 편집국 기자
◇ AI, SNS 시대, 자기표현의 벽을 넘어서는 방법 최근 필자가 접하는 몇 가지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죠?” 필자는 방송기자 40년 경력에다 (사)한국신문방송인협회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돌리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필자라고 뾰족한 수가 없어 그런 질문 앞에선 언제나 머뭇거리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내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분명히 있는데 말로 꺼내려 하면 입안에서 엉키고, 글로 쓰려면 첫 문장부터 막히곤 한다. 협회의 시상식 인사말을 준비하는 데도 몇 번을 고쳐 쓰는지 모른다. 만약 오후 2시 행사라면 오전에 초안을 잡았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들어 행사 시간이 임박해서 부랴부랴 두 번째 생각을 메모지에 정리해 보지만 역시 잘 써지지 않는 건 첫 번째 생각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원고가 준비되었다손 치더라도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서 있노라면 고친 곳이 많아 헷갈리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지? 하면서 정신이 아뜩해질 때가 많다. 인사말을 준
2025-09-29 윤영무 본부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