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는 두 가지 재앙이 있다. 가뭄을 뜻하는 ‘강(Gan)’과 그 뒤를 잇는 혹한 ‘쪼드(Dzud)’e다. 끝없는 자연의 위협은 부족을 서로의 적으로 만들었고, 초원은 오랫동안 제로섬(Zero-sum) 의 땅이었다. 그런데 칭기즈칸은 사고의 이 틀을 바꿨다. “고원 안에서 다투지 말고, 고원 밖으로 나가자.” 이 구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몽골제국의 시작이었다. 그는 경쟁의 게임을 협력의 게임으로 바꾼 리더였다. 『CEO 칭기즈칸』은 그 위대함을 “제로섬을 넌제로섬(Non-zero-sum)으로 바꾼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 지역도 다르지 않다. 인구는 줄고, 산업은 빠져 나가면서 관광은 도시를 살릴 마지막 생존 전략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는 여전히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느냐”의 경쟁에 내몰려 있다. 이제 생각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경쟁이 아닌 공존, 모방이 아닌 창조, 그리고 닫힌 계획이 아닌 열린 실험으로 도시 성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할 때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생활인구’ 통계는 그 변화를 예고한다. 생활인구는 기존 정주인구에 더해 통학·통근·관광 등으로 지역에 머무르며 활력을 높이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전남 구례군은 등록인구 2만 4천 명에 체류 인구 44만 명으로 18.4배, 강원도 양양군은 10.2배, 경북 청도근은 8배, 영주시 1.7배로 나타났다. 이는 인구가 줄어도 ‘머무는 사람’을 늘릴 수 있다면 도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해답은 ‘사람이 머무는 도시’, 즉 매력 도시다. 방문객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을, 거주자에게는 이곳에서 살아도 좋다는 자부심을 주는 도시.이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 즉 패러다임의 변화다. ◇다름에서 ‘다움’으로 ― 창조성과 감성의 도시 지금까지 많은 지역은 “우리도 있다”를 증명하기 위해 서로 닮아갔다. ‘더 크고, 더 많고, 더 높게’의 경쟁은 도시의 얼굴을 지워버렸다. 진짜 경쟁력은 비교의 ‘다름(difference)’이 아니라, **나로서 오롯이 존재하는 힘, 그 도시만의 ‘다움(-ness)’**에 있다. ‘다움’은 창조성과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은 이를 상징한다. “이 방에 들어오면 걸음부터 달라지고 호흡이 느려진다. 직원의 말처럼 관람객은 반가사유상 앞에서 ‘보는 사람’을 넘어 ‘머무는 사유자’가 된다. 이 경험은 ‘반가사유상 멍’이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개관 이후 올 7월까지 341만 명이 찾았다.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5대 박물관 반열에 올랐다. 반가사유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사유의 방’이라는 맥락과 서사를 입히자 관람이 체험으로, 장소가 기억으로 바뀌었다. 같은 자원이라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감정의 결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그것이 바로 ‘다움’의 시작이다. 제주의 올레길 역시 도로 하나 새로 놓지 않고 섬의 길·사람·이야기를 잇는 콘텐츠로 태어났다. 걷는 행위가 관광이 되고, 길이 곧 철학이 되었다. 누구나 걷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경험—이것이 다움이다. 해외의 사례로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쇠락한 공업도시가 ‘예술적 도시경험’이라는 고유 문법을 얻었고,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 정체성을 재정의한 브랜드가 됐다. 다움은 결국 공간과 감성, 해석의 힘이 만나 탄생하는 창조의 결과물이다. ◇거대한 계획에서 ‘작은 실험’으로―유연한 성장의 메커니즘 한국의 지역개발은 오랫동안 대형 마스터플랜에 의존했다. 그러나 거대한 계획은 느리고, 실패하면 지역에 긴 그림자를 남긴다. 일부 대형 문화사업은 수천억을 투입하고도 매년 적자를 반복한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낡은 시설만 남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작은 실험이 촘촘히 돌아가는 도시다. 제주 구좌읍 종달리의 ‘해녀의 부엌’은 그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해녀의 삶을 담은 공연을 더한 극장형 로컬 레스토랑이다. 연극학도였던 김하원 대표는 유학을 접고 해녀의 삶을 콘텐츠로 전환했다. 행정의 계획서에도, 대기업의 투자목록에도 없던 이 실험은 지금 ‘제주다움’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작지만 진짜인 실험이 도시를 움직이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같은 흐름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수퍼킬렌(Superkilen) 공원은 60개국 출신 주민의 물건과 표지판, 조형물을 모아 만든 ‘동네 실험’에서 출발했다. 대형 개발 대신 다양성과 참여의 미시적 실험을 축적해 도시 이미지를 바꿨다. 작지만 진정성 있는 실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도만이 도시를 유연하게 만들고 변화의 엔진이 된다. ◇제로섬에서 ‘넌제로섬’으로―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권역으로 도시는 경쟁만의 무대가 아니다. 관광은 점이 아니라 선으로, 선이 **면(권역)**으로 이어질 때 지속 가능해진다. 점 하나의 명소보다 점들을 잇는 테마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경북의 서원 문화권 관광벨트는 도산서원·소수서원·병산서원을 선으로 묶고, 인근 마을의 숙박·식음업과 연계해 체류형 권역을 만들었다. 단양–영주–제천은 소백산을 매개로 ‘자연·문화 탐방로’를 구성한다. 점이 선으로 이어질 때 방문객은 하루에 여러 도시를 경험하고, 자원과 이익이 순환한다. 이것이 넌제로섬의 작동 방식이다. 해외의 유럽 와인 루트, 산티아고 순례길, 중앙유럽 역사 유산 루트는 국경을 넘어 도시와 도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여행자는 행정 경계가 아니라 맥락의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넌제로섬의 관광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만드는 일이다. 경쟁의 프레임에서 협력의 생태계로 옮겨가는 순간, 도시는 더 매력적으로 진화한다. 그것이 모두가 이기는 게임, 넌제로섬의 도시다. 세 가지 전환, 다름에서 다움으로, 거대한 계획에서 작은 실험으로, 제로섬에서 넌제로섬으로는 서로 단절되지 않는다. 다움이 실험을 낳고, 실험이 연결을 만들며, 연결은 다시 다움을 확장한다. 이 순환의 중심에는 지역의 자원과 사람이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다른 시선, 작은 용기, 그리고 멀리 잇는 상상력이다. 한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될 때 우리는 경쟁의 도시에서 공존의 권역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바로 매력도시를 만들 패러다임의 전환이고, 모두가 이기는 새로운 시작이다. 글 : 전창록 영주비전경제진흥원 원장(주제여행포럼 학술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영상 추모사를 통해 “3년 전, 서울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너무나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날, 국가는 없었다”며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것이란 신뢰는 사라지고 각자도생 사회의 고통과 상처만 깊게 남았다”며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또 “미흡했던 대응, 무책임한 회피, 충분치 않았던 사과와 위로까지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바로 잡아가겠다”며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이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가족을 향해선 “국가가 또다시 등 돌리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며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종합국감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원전산업 축소 기조와 관련해 김소희, 조지연 등 국민희힘 의원들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올해 말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을 앞두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UN에 제출할 국가탄소배출감축목표(NDC) 시나리오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대로 준비하고 있느냐"며 "국회는 NDC 시나리오별로 어떤 방출수단, 어떤 전력수단, 에너지비중, 예산 등 계획을 수립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국회에서 꼼꼼히 따져보는 게 우리가 국가적인 약속도 지키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조지연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이 원전 산업을 축소하고 있다"며, "AI·데이터센터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이 맨 처음에는 12차 전기본을 존중해서 계획대로 원전 건설을 진행하겠다고 했다가 장관이 된 다음 12차 전기본 수립할 때 원전 운용의 필요성이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며 "원전 건설에 대한 실질적인 백지화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저는 안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조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수두룩하다"고 맞받았다. 조 의원은 "장관 취임하고 원전 부지 선정위원회가 중단됐다"며 "장관이 지난해 국가의 명운이 달린 중장기 전력 계획이 더 이상 행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만 좌우되지 않도록 민주적 통제 절차가 필요하다고 국회에서 발언한 적 있다"며 "이재명 정부와 김 장관이 과학이 아닌 정치로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원전 부지 선정위원회에 대해 중단하라고 (내가) 지시한 적 없다"고 했고, 조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대해 저도 공감하지만 AI와 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함에도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항상 159명의 희생자를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조국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사의 기억이 흉터로 남아 있는 수많은 분들의 아픔이 아물 수 있도록 실천으로 애도하고, 실천으로 응답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어 “이태원 참사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었다”며 “그날 밤, ‘대한민국’은 없었다. ‘국가의 실패’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 참사를 지우려 했다. 정부 합동 감사 결과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기록했다”면서 “참사 당일, 경찰은 대통령실 주변을 경비하느라 이태원 현장에는 단 한 명의 경비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결정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대통령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혐오와 차별의 공격이 가해짐에도 윤석열 정권은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와 국회가 모든 책임을 다해서 대한민국이 정상화됐다는 것을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드려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국가가 늘 곁에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국혁신당은 이러한 사회적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시스템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일을 최우선에 두겠다”면서 “유가족분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이태원 특별법을 꼭 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술자립과 신뢰기반 협력을 두 축으로 하는 인공지능(AI) 전략을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AI 발전 모델로 제시했다. 28일 개최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SK그룹은 부대행사 ‘퓨처테크포럼 AI’를 개최했다. 이날 경북 경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SK그룹 주관으로 열린 퓨처테크포럼 AI는 ‘AI 시대의 도전과 기회, 국가 AI 생태계 전략과 해법 모색’을 주제로 미국, 싱가포르, 페루 등 APEC 주요 참가국에서 정부, 기업, 학계 등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AI 정책과 산업 현장에 대해 AI 리더들과 교류하려는 여러 인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최태원 회장과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매트 가먼(Matt Garman)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최수연 네이버 CEO, 김경훈 오픈AI코리아(OpenAI Korea) 총괄대표, 유영상 SK텔레콤 CEO, 사이먼 밀너(Simon Milner) 메타(Meta) 부사장 등 AI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외 인사들이 연사, 토론 등으로 함께했다. 글로벌 AI 석학인 최예진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 교수, 니틴 미탈(Nitin Mittal) 딜로이트 글로벌AI리더 등도 참석해 AI 생태계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최태원 회장은 ‘AI 생태계 구축(Building an AI Ecosystem)’을 주제로 한 환영사에서 “AI를 빼고는 비즈니스 화제가 없고, 관세 문제에서도 AI가 논의되고 있다”며 AI가 국가의 성장엔진이자 안보자산으로 꼽히는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오픈AI의 ‘챗GPT(ChatGPT)’를 ‘AI 쇼크’로 칭하며 글로벌 강대국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신의 기술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전략 경쟁에 나선 동향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AI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에 따라 개인, 기업, 국가 간의 격차가 점점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마다 AI 해법이 다른 가운데 한국의 사례로 민관 협력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등의 ‘기술자립’, 글로벌 AI 기업과의 ‘신뢰기반 협력’을 중요하게 꼽으며 “조화롭게 잘 가져가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뢰기반 협력 사례로 SK그룹이 AWS와 진행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구축, 오픈AI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협력을 제시했다. 지난해 최 회장이 AI 발전의 제약요소로 제시했던 반도체, 에너지 등의 부족현상(병목현상)에 대해서는 “한국 혼자서 다 풀어낼 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한국은 새롭고 빠르게 적응해 병목현상을 풀어내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AI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 진화할 것이라 예상하며 한국이 글로벌 AI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AI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나라마다 특화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AI가 일상에 뿌리내리는 길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정우 수석비서관은 기조연설에서 이재명정부의 ‘AI 3대 강국 전략’을 소개하며 “전방위적으로 고품질의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고급 인재 양성을 집중 지원해 AI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AI 발전에는 기업과 국민, 글로벌 파트너의 협력이 토대가 돼야 하는 점을 강조하며 최 회장이 제시한 기술자립과 신뢰기반 협력에 공감했다. 매트 가먼 AWS CEO와 니틴 미탈 딜로이트 글로벌AI리더는 ‘AI와 지역 혁신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갖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는 AI의 미래에 대한 경험과 방향을 공유했다. 최수연 네이버 CEO와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은 각 소속 기업의 AI 혁신과 산업 적용 경험을 소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하정우 수석비서관, 김경훈 총괄대표, 최예진 교수, 니틴 미탈 리더와 APEC 국가의 AI 혁신, 윤리, 성장에 대해 30여분 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AI가 APEC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SK그룹은 이날 경주엑스포대공원 야외특별관에서 시작한 ‘K테크 쇼케이스’에도 참가해 ‘AI 데이터센터 설루션’을 선보였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엔무브 등의 반도체와 냉각, 운영·보안 등 AI 인프라 역량을 담았다. SK그룹은 AWS와 함께 2027년 준공을 목표로 100MW 규모 하이퍼스케일급으로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OpenAI와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데 뜻을 모으는 등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이목이 모인 2025 APEC을 계기로 마련한 퓨처테크포럼 AI에서 글로벌 AI 이해관계자들과 나눈 자립과 협력 두 축의 AI 발전 전략이 한국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글로벌 AI 미래전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11월 3일 SK AI 서밋에서도 SK가 추구하는 자립과 협력의 가치 창출형 AI 생태계 방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각국의 정상·각료·기업인들이 27일 경주에 모였다.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재편이 의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도 수소·저탄소 연료 해법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십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번 정상주간에는 21개 회원국 가운데 16개국 경제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기업 CEO 약 1700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28일부터 열리는 CEO 서밋을 계기로 ‘탈탄소와 성장’을 놓고 각축전이 예고된다. 지정학과 통상 긴장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연대와 투자 시그널을 견인할지가 주요 볼거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부대행사인 ‘APEC CEO 서밋’이 열리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오는 31일까지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전시한다. 글로벌 정상급 외교 무대에서 신형 넥쏘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출시된 디 올 뉴 넥쏘는 현대자동차가 7년 만에 선보인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의 완전 변경 모델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기술력과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상징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APEC에서 신형 넥쏘 공개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수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APEC 회원 정상과 글로벌 리더 등 행사 참석자들에게 수소 및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과 수소 사업 등을 소개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의 위상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31일 APEC CEO 서밋 ‘아시아퍼시픽 LNG 커넥트’ 세션을 열고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의 비전을 논의한다. 이날 행사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을 비롯해 미국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해롤드 햄 명예회장, 케이스케 사다모리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장 등 아태지역 6개국 10개 기업 경영진과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행사 기간에 친환경 미래 교통 솔루션으로 각광받는 수소 버스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머무를 부산, 포항, 경주 등 경상권 지역과 경주 예술의전당을 오가는 수소 셔틀버스를 운행해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성공적인 행사 진행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국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의 우수성을 세계에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각국 글로벌 리더들에게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수소 버스의 친환경성을 알리고 안정적인 승차감과 적은 소음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식진흥원,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4일간, 경주 APEC 정상회의장 인근에 조성된 K-푸드 스테이션에서 특별한 K-디저트 및 수출용 할랄식품 홍보 행사를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대표단 및 미디어 관계자 등에게 한국의 길거리 간식과 전통 다과의 매력을 선사하고, 한식 전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경험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장 내에 설치된 푸드트럭에서는 'Taste of Korea, K-Dessert'를 주제로 전통의 가치와 현대적 감각을 담은 K-디저트를 선보이며 한식 문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호감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한국 길거리 간식의 대표주자인 호떡을 즉석에서 조리해 따뜻하게 제공하고,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를 비롯해, 부드럽고 쫄깃한 증편(술떡), 바삭한 유과 등 다채로운 전통 다과를 시식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특히, 한국의 귀한 식재료인 인삼을 활용한 인삼편정과 등 이색적인 메뉴도 함께 선보여 한국 전통 다과의 우수성을 알릴 예정이다. 또한 13개 기업의 라면, 김치, 쌀가공식품, 음료 등 수출용 할랄인증 제품 90여 종이 소개된다. 라면, 음료 등 일부 제품은 현장에서 증정용으로도 제공돼 다양한 국가의 참가자들에게 수출용 할랄식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의 김치와 햇반, 팔도 라면, 매일유업 두유, 옹고집 장류 등이다. 이번 K-푸드 스테이션에는 농식품부를 비롯해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서 공식 협찬사로 선정한 식품기업들이 참여해 라면, 떡볶이, 치킨, 곰탕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협업한 신라면을 협찬한다. 교촌에프앤비는 교촌치킨 치킨 제품을 제공한다. 옥동식 돼지곰탕, 청년다방 떡볶이 등도 있다. 송미령 장관은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의 문화와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이번 K-디저트 및 수출용 할랄식품 홍보 행사가 회의 참가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Taste of Korea'를 선물하고,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탈취, 국가안보 위협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공과 민간 부문의 통합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롯데카드·SGI서울보증 등 금융권 해킹사고에서 볼 수 있듯 사이버 위협은 국가와 국민 생활 전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이버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해 조기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관 분야별 대처보다는 통합적 대응이 필수다. 하지만 공공과 민간 부문의 통합적 대응을 위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광범위한 사이버공격에 효율적인 대처가 불가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재 사이버공격 대응 시스템은 국가정보원이 공공 분야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국방부 사이버작전사령부가 국방 분야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일반 기업 등 민간 분야를, 금융위원회와 금융보안원이 금융 분야 사이버보안을 각각 전담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과 KT, 예스24 등 통신사, 일반 기업 해킹 사고는 과기정통부가 대응하고, 롯데카드와 SGI서울보증 등 금융권 해킹사고는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이에 따라 KT 무단 결제 사건의 경우 금전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못했다. AI까지 이용해 고도화된 수법으로 여러 산업 영역을 넘나드는 해킹이 늘고 있지만 사건 경위 파악에 혼선을 빚거나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이에 국회는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제정,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해 지속해서 발생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게끔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사이버안보에 관한 국가의 전략 및 정책 수립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번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김 의원과 함께 윤한홍, 고동진, 김형동, 이종욱, 박충권, 강대식, 김대식, 이만희, 김재섭, 조지연, 조승환, 이헌승, 진종오, 김기현, 박수영, 이달희, 최보윤, 최수진, 권영진 의원 등 20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이버안보’와 관련된 기본법이 없으며,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기본지침’만 존재한다. 앞서 2005년에 즈음해 17대 국회에서 사이버안보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21대 국회까지는 유사한 법안들이 반복적으로 발의됐지만, 부처간 이견, 정치적 갈등, 정보인권 논란 등으로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0년 6월에는 조태용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사이버안보 기본법’을 발의했었고, 2021년 11~12월에 김병기 의원과 윤영찬 의원도 각각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 2022년 11월에는 국가정보원이 직접 나서 자체적으로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공세적 사이버안보 개념 논란으로 결국 중단됐다. ‘공세적 사이버안보’란 단순히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에 대한 사전 식별 및 억지, 필요 시 능동적 방어 활동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사전 대응 기반을 마련해 위협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회 혼란을 유발하는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도 공세적 사이버안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이버 규범 형성과 협력 강화를 통해 책임 있는 사이버 공간 사용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제 공동 대응을 통해 국제 공조와 책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이버안보 기본법’은 구체적으로 △3년 단위 국가 차원 사이버안보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 설립(위원장 안보실장, 간사위원 국정원장·과기부장관) △민관합동 통합 사이버안보 총괄하는 국정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설치 △‘국가사이버위협정보공유시스템’ 구축·운영 △사이버위협 식별 시 경보발령 체계 마련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국정원에서는 이 법에 따른 사이버안보 업무와 관련한 사항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해 혹시 모를 국가 기관의 사이버안보 남용 행위로 국민 권익이 침해받는 경우가 없도록 견제 장치도 마련했다. 김상훈 의원은 법안 발의 의의에 대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공통으로 받는 위험성 외에 북한이라는 변수가 존재해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신속한 법 제정을 통해 사이버 위협 발생 시 국가 역량을 총결집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2%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작년 1분기(1.2%)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1.3% 늘었고, 승용차·통신기기 등 재화와 음식점·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증가했다. 정부 소비도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확대에 힘입어 1.2% 성장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의 주도로 2.4% 늘었다.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의 호조로 1.5% 불었고, 수입도 기계·장비·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반대로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 부진 등으로 0.1% 감소하며 6분기 연속 역성장이다. 3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이 각 1.1%p, 0.1%p로 집계됐다. 내수 기여도는 2분기(0.4%p)와 비교해 큰 폭으로 뛰었다. 내수 중에서도 민간 소비와 정부 소비, 설비투자의 기여도가 각 0.6%p, 0.2%p, 0.2%p로 성장을 주도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운송장비·컴퓨터·전자·광학기기 위주로 1.2%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금융보험업 등의 회복으로 1.3% 늘었고, 1분기 5.4% 역성장했던 전기·가스·수도업도 전기업을 중심으로 5.6% 반등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에서는 늘었지만, 건물건설이 줄며 전체적으로 증감 없이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농림어업은 재배업 부진으로 4.8% 감소했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7%로, 실질 GDP 성장률(1.2%)을 밑돌았다.
현대건설이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현장의 주요 공사를 완료하고 시운전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에 위치한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공사 현장에서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Muhammad Shia' Al-Sudani) 이라크 총리, 하얀 압둘 가니(Hayan Abdul Ghani) 이라크 석유부 장관, 이준일 주이라크 한국대사, 류성안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가솔린 첫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 현대건설이 지난 2020년에 수주한 이 공사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450km 떨어진 남부 도시 바스라의 정유공장 잔사유(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 찌꺼기)를 원료로 하루 2.4만 배럴에 이르는 가솔린을 생산하는 고도화설비 건설 프로젝트다. 고도화시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와 아스팔트 등의 중질유(重質油, Heavy Oil)를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나 경유로 전환하는 설비로, 현대건설은 공사금액 2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를 설계·조달·시공·시운전을 포함한 일괄턴키 방식으로 일본 JGC社와 함께 수행했다. 세계 5위권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이라크는 정유 인프라가 노후되고 파손된 곳이 많아 가솔린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설비 증설 및 현대화 작업에 힘써왔다. 내년 초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가 본격 가동되면 이라크의 에너지 자립과 원유 생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0개월에 이르는 대장정의 공사를 글로벌 기준의 선진 안전‧품질 시스템을 적용하여 무재해로 수행하고 성공적으로 가솔린을 생산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라며 “이라크 정부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고도화설비 공사 수행에 이어 초대형 해수처리시설 프로젝트(WIP) 수주까지 이어진 만큼, 향후에도 이라크 내 재건사업 및 고부가가치 플랜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1978년 바스라 하수도 1단계 공사를 시작으로 이라크에 진출한 이래 북부철도,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 해수처리시설 프로젝트 등 약 40건, 120억 달러에 이르는 국가 주요 시설을 건설해 오고 있다. 현재는 석유 및 가스 외에도 친환경 플랜트까지 보폭을 넓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만여 평의 논에다 가루쌀을 심었던 H씨(65세)는 내년부터는 가루쌀을 심지 않을 거라고 했다. 2년 전부터 일반미(신동진) 농사 면적을 줄이고 가루쌀을 심었다는 H씨는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니 어디 농사를 짓겠냐"고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루쌀은 쌀 품종이지만 전분 구조는 밀과 유사한 새로운 식품 원료다. 한자어로는 분질미(粉質米)라고 하는데 '쌀빵'을 보다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2023년부터 추진되었던 가루쌀 정책에 대해 정부가 2년 만에 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 6월 발표한 가루쌀 정책의 생산목표를 2024년 12월 전격 하향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농정과제로 추진되며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시장성을 검증할 기본 데이터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윤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농정 실패라는 지적이다. 당초 2025년 가루쌀 생산 목표는 면적 15.8천 ha, 생산량 7.5만 톤이었다. 그러나 농산부의 개선방안(수정안)에는 면적 9.5천 ha, 생산량 4.51만 톤으로 모두 39.9% 하향조정했다. 정황근 전 농식품부 장관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 극찬했던 가루쌀 정책이 시행 2년 만에 ‘속도 조절’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의 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농식품부가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작 가장 핵심인 ‘시장성’을 검증할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외식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21억 2,218 만원, 2024년 36억 9,359만원, 2025년 50억원 등 총 108억원이 넘는 예산을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에 투입했다. 이에 50개 업체에서 368개의 가루쌀 활용 제품을 출시했으나, 이 중 39개 업체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았음에도 가루쌀 제품에 대한 시장 매출 실적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해당 제품들이 시장에서의 수요와 판매동향 등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5년 가루쌀 제품 지원에는 2023년과 2024년에 참여했던 농심, 삼양, SPC 삼립, 샘표, 해태제과, 풀무원 등 다수의 대형 식품업체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조차 가루쌀의 낮은 시장성과 기술적 한계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가루쌀이 ‘밀가루 대체’라는 당초 포부와 달리, 생산된 물량의 대부분이 재고로 쌓이거나 밀가루 대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산 가루쌀 생산량 20,704톤 중 가공용으로 판매된 물량은 10.7%인 2,213톤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1.8만 톤이 재고로 쌓여있다. 농식품부는 이 중 1.5만 톤을 주정용(술의 원료)으로 소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밀가루를 대체해 식량 주권을 강화하겠다던 가루쌀이 대부분 주정용으로 쓰이는 것은 정책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은 28일 “정책 발표 당시 2027년까지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겠다던 원대한 목표는 어디 가고, 정책 시행 2년 만에 목표치를 40% 가까이 깎아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는 소비량 확대 부진, 밀가루 대비 높은 비용, 그리고 가공업체들의 저조한 수요 등 총체적인 문제가 빚어낸 농정 실패의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판매·수요 기반 확보 없이 오로지 생산만 독려한 윤석열 정부와 정황근 전 장관에게 실패한 가루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실패가 예견되었던 가루쌀 정책을 재점검하고,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근본적인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진행한 항공보안 불시평가 결과, 최근 5년간 총 71건의 보안 실패 사례가 발생했다. 모의폭발물 탐지 실패나 신분확인 누락, 절차 미흡 등 매년 보안실패가 반복되면서 우리나라 공항의 항공보안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항공보안 불시평가란 항공보안법(법률 제19841호) 제33조(항공보안 감독)에 따라 항공보안감독관이 일반 승객으로 가장해 공항의 보안검색, 신원확인, 대비태세 등 공항의 보안업무 이행능력을 불시에 평가하는 제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건태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시병)이 국토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공항에서 실시한 항공보안 불시평가 결과 총 71건의 보안실패 사례를 적발, 시정·개선 조치가 내려졌다. 연도별로는 △2021년 10건 △2022년 14건 △2023년 16건 △2024년 19건 △2025년 12건(9월 기준)으로 해마다 적발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보안실패 사례가 매년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모의폭발물 탐지 실패, 승객 신분확인 미이행, 위해물품 탐지·방치물품 처리 실패 등이다. 이는 만일 실제 상황이었으면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올해도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에서 상주직원 차량에 은닉된 모의폭발물 탐지 실패, 보안검색대 판독 실패, 타인의 신분증, 탑승권을 소지한 승객에 대한 신분확인 실패 등 보안실패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항공보안 불시점검을 통해 드러난 공항의 허술한 보안체계는 실제 현장에서 크고 작은 보안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공항 내에서 발생한 보안사고 건수가 2021년 18건에서 지난해에는 42건으로 2.3배 폭증했다. 특히 제주공항과 김해공항의 경우 올해 기준, 한 달에 한 번(제주 11건, 김해 10건)꼴로 보안사고가 발생해 국토부로부터 시정조치, 과태료 처분 등을 받았다. 2023년 국토부는 2027년까지 항공보안사고 50% 감축을 목표로 빈틈없는 보안을 위한 세부 과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좀처럼 줄지 않는 공항 보안사고와 낙제 수준의 불시평가는 이 같은 발표를 무색하게 한다.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건태 의원은 “항공보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 같지만, 매년 같은 유형의 보안 실패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안인력의 전문성 강화, 처우 개선과 함께 휴먼에러를 차단하기 위한 첨단 보안장비 도입 등 항공보안 분야의 구조적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항의 보안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토부, 공항공사는 항공보안 불시평가를 통해 밝혀진 보안 공백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빈틈없는 보안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