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만큼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환자 제로라고 공언하며 이제 외국 감염자의 입국을 걱정하는 입장이 됐다. 반면에 미국의 감염자 숫자가 중국과 이태리를 초월해 입장이 뒤바뀌었다. 일본은 IOC와 전격 협의해 도쿄올림픽을 연기하고 코로나19 비상에 대비하고 있다 .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전세계 팬데믹으로 발전하게 된 지난 수개월 간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각국의 반응과 대처는 한 편의 격정적 연극을 보는 듯하다. 인간 군상들은 생존의 위기를 만났을 때 자신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했던가. 이와 같은 지구촌 대혼란과 통제와 굼뜸 속에서 한국의 대처에 대한 국제적 찬사는 우리를 되새겨 보게 한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투명성’의 가치가 아닐까 한다. 진단확대에 따른 확진자 수의 증가가 예상됨에 불구하고 ‘진단격리-치료’라는 원칙을 지킨 보건당국과 의료진들에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투명성으로 인한 신뢰는 환자 수 증가라는 불리함을 상쇄하고 남으며 나아가 최종적 퇴치의 유일한 수 단임을 확신시켜주고 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한 점. 초기에 철저한 진단과 추적을 소홀히 했던 점에 대해서는 자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신천지발 대구·경북지역과 수도권에 대한 집중적 방역 조치는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은 잦아들고 있는 반면에 미국과 유럽과 미국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도 우리처럼 초기에 방심하다 이미 상당히 퍼져버린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전염병 상황에서 유럽은 부실화된 공공의료 체제로 인해, 미국은 비싼 민간 의료에 의존한 체제로 인해 한국보다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한국 에서 효과를 본 추적 진단-격리 방식과 더불어 치료약 개발보급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 같다. 인류는 어떤 새로운 위기에서도 우여곡절을 딛고 새길을 개척해 전진해왔다. 우리는 현재의 아노미 같은 현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가깝고 먼 앞길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히 인식하고 준비할 사항은 국가적으로나 기업과 기관, 그리고 개인의 위기 대처능력의 향상이다. 세계적인 전염병 전문가들과 환경학자들은 앞으로 이와 같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지구촌 곳곳에서 내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 문명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숙주를 잃어버린 바이러스들이 인간을 새로운 숙주로 삼기 위해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경고다. 정부는 비상시 공중의료체계의 정비와 가 동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일시적 경제 마비사태에 대비가 필요하다.
전염병 사태로 인한 일시적 경제 마비에 대한 대책과 함께, 중장기 경제위기 플랜도 미룰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가장 취약산업이 소매업종과 음식업과 숙박업 등 서비스업종의 자영업자들임이 밝혀졌다. 또 관광산업, 운수업, 알바 등 단순노동자들, 실업자들도 위험군에 속한다.
한국가의 경제공동체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함은 그들에게도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그들에게 들어갈 막대한 회복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예방적 차원의 긴급 지원책은 필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논의 중에 있는 ‘재난기본소득’ 실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한 ‘비상경제계획’의 마련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내가 아는 교수 중에 동양대 교양학부 강영돈 영어영문학 교수가 있다. 그분은 평소에 강의실 수업도 하면서 온라인강의 를 병행해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마다 원격강의로 난리를 치고 있는데, 강영돈 교수는 자신의 온라인수업에 전혀 차질없음은 물론 자신의 경험을 다른 교수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평소에 준비해온 교수는 당황하지 않고 잘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뜻하지 않은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 각자는 자신의 취약점을 명확히 알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이번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가적으로나 각급 기관과 기업들, 개인들은 위기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마련하는 일이 마땅하리라 믿는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