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고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올해 안에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한국 모빌리티 산업은 기술·규제·시장 세 축이 동시에 짜맞추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택시 산업과 플랫폼 기업 간의 충돌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규제 재편에 나서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갈등의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네이버, KT 등 주요 기업들은 각각의 전략으로 자율주행 생태계의 주도권 확보에 나서며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제도는 이를 못 따라가는 ‘규제-혁신 간 간극’이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형국이다. 올해 변화는 단순한 산업 재편을 넘어, 한국형 모빌리티 모델의 미래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 레벨4 시범 서비스 확대: 기술 상용화의 현실
올해는 세종·판교·부산 등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가 확대되며 상용화 직전 단계에 들어섰다. 센서 성능, 고정밀 지도, AI 판단 알고리즘, V2X 인프라 등 핵심 기술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산업계는 기술보다 제도 정비가 상용화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한다. 안전성 검증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고, 사고 책임과 보험 체계는 기존 법령과 충돌해 제도적 기반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레벨3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지난해 레벨4 차량의 성능 인증·적합성 승인제를 시행하며 제도적 기반을 넓혀왔다. 해외는 이미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은 웨이모와 크루즈가 대도시 중심으로 ‘운전자 없는 차량’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중국은 바이두·샤오미 등이 정부의 규제 완화 속에 빠르게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규제 정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이해관계 조정이 복잡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 속에서 완성차·통신·플랫폼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생태계 주도권을 노리며 기술·규제·시장 전략이 충돌하는 다층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기술은 상용화를 향해 달려가나, 규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해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다른 해석과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레벨4 확대와 광주 자율주행 실증 계획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이 넘어야 할 ‘기술-규제-시장’ 삼중 충돌의 현실을 드러내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현대차·네이버·KT의 자율주행 생태계 전략 비교
국내 자율주행 산업이 상용화 단계로 향하면서 현대차·네이버·KT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 플랫폼 기업, 통신사가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장을 재편하려는 구도가 형성되며, 기술·규제·시장 전략이 복합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레벨4 서비스 확대가 가시화된 올해는 이들 기업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하드웨어+서비스 통합’ 전략을 앞세워 자율주행 생태계의 중심축을 노린다. 로보택시 사업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전기차 플랫폼을 일체화하는 통합 전략을 추진하며, 모셔널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상용화 로드맵을 가속하고 있다. 단순한 차량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현대차의 움직임에 따라 자율주행 시대의 주도권 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인다.
네이버는 차량이 아닌 데이터·AI 중심 플랫폼 전략에 집중한다. 회사는 초정밀 지도, 클라우드, AI 기술을 결합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로보틱스·AI 에이전트와의 연계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네이버는 방대한 검색·지도·커머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며,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제조사 중심의 접근법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통신기업 KT는 통신 인프라에 기반한 네트워크 중심 모빌리티 운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사물통신)·5G 기반 관제 시스템 고도화와, 지자체와의 시범 사업 확대로 자율주행 운행 관리 플랫폼 강화에 집중한다. KT는 제조사·플랫폼기업도 아니지만 통신·관제 인프라 서비스 기업인 만큼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운영자’ 역할을 노리고 있다.
세 기업의 전략은 상호보완적이면서도 경쟁적이다. 현대차는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통합해 시장을 직접 장악하려 하고, 네이버는 데이터와 AI를 중심으로 플랫폼 주도권 확보를 노리며, KT는 통신·관제 인프라에 기반해 운영체계를 접수하려 한다. 각사의 동향은 향후 한국 자율주행 생태계 구조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핵심은 ‘자동차–데이터–네트워크’를 가장 유기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다. 이는 결국 한국형 자율주행 모델의 표본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택시·모빌리티 플랫폼 규제 충돌...산업 간 이해관계 풀어야
자율주행 레벨4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계가 전통적인 택시 산업이다. 자율주행차가 장기적으로 택시 공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플랫폼 기업과의 갈등도 다시 불붙고 있다.
첫째로, 카카오모빌리티 등 플랫폼 사업자는 ‘혁신 서비스’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자율주행 기반 호출 서비스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택시업계는 “면허 없이 영업하는 불법 택시, 생계 기반을 위협하는 기술”이라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둘째로, 노동·고용 구조 변화의 충돌이다. 운전기사가 없는 것이 핵심인 자율주행이 확산되면 기사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택시 기사들은 생계 위협을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택시 기사의 고령화 및 운전기사 부족’을 이유로 정당화시키고 있다. 노동자와 플랫폼 기업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셋째로, 요금·운송에 대한 문제도 있다. 자율주행 택시는 운영비가 낮아 요금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는 만큼 ‘더 싸고 안전한 서비스 제공 가능’을 내걸게 되고, 택시 업계는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 가격 결정’을 주장하는 플랫폼 기업과 ‘기존의 고정 요금제’를 유지하려는 택시 업계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넷째는 플랫폼 독점 우려다. 자율주행 기술은 ‘데이터’에 기반하는 만큼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가 필요해 대형 플랫폼 기업 중심의 독점 구조화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은 ‘규모가 뒷받침되어야 안전성 확보 가능’을 주장하고, 택시 업계는 ‘플랫폼 독점으로 요금 인상과 소비자 피해만 남았다’고 우려한다.
다섯째는 안전·책임 문제다. 이미 이는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 개발 자회사 웨이모의 5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2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를 받는 것도 살펴봐야 한다. 웨이모 5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은 2025년 중반~하반기부터 실도로 운행을 시작한 듯 보이는 만큼 22건의 사고는 최소 6개월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 시대에 맞춘 규제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운행 허가 기준, 요금 체계, 데이터 공개 의무 등 새로운 제도 틀이 논의되지만, 기술 도입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요금 규제와 운행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사업 모델과 직결되고, 사고 책임 체계는 기존 택시업계의 법적 지위와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혁신 대 생계’라는 오랜 갈등이 자율주행 상용화 국면에서 다시 부상함을 보여준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규제는 과거 산업 구조에 묶여 있기만 하고, 기업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각자도생으로 시장 선점을 노린다. 택시업계의 생존권 발발까지 더한 복합적 충돌 구도의 양상 가운데, 자율주행이 새 성장동력이 될지, 새 사회적 분쟁의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형 자율주행 모델의 미래와 과제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용화 문턱에 도달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규제 체계와 산업 구조,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기술만으로는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제는 규제 혁신, 데이터 개방, 산업 간 융화·협력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과제가 남았다. 우리나라는 제조·통신·AI·플랫폼 역량을 모두 갖췄지만, 각자의 고유 영역이 분명한 만큼 융화는 쉽지 않고 오히려 산업 전환의 걸림돌이 될 위험도 존재한다.
‘레벨4 상용화 본격 개시’라는 정부의 규제 재편 방향과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은 향후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적 시스템 재구조화를 요구하는 만큼, 정부-산업계-소비자 간 충돌을 조정하고 새로운 합의 생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형 자율주행 모델의 미래는 “누가 먼저 기술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사회적 합의를 만들었는가”로 결정될 듯하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이를 받아들일 제도와 사회적 기반의 설계 노하우가 한국 모빌리티 산업의 다음 10년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