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인물을 총리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당은 박 대통령의 입장이 여전히 모호하고 반성과 사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정 의장과의 면담에서 한 얘기에 대해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와서 진솔한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90초 사과, 9분 재사과의 재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어렵게 발걸음 하셨는데, 하신 말씀은 달랑 세 문장이었다”며 “‘대통령의 책임이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시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작 13분 동안 회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고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조각권과 운영권한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한 없었다”고 꼬집었다.
자기 말과 요구만 일방적으로 쏟아놓고 돌아서 버리는 대통령의 뒷모습에 또 한 번 절망한다고도 했다.
국회가 추천한 인사가 총리에 임명될 경우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 삼았다.
대통령의 2선 후퇴, 책임 있는 사과와 자기고백, 국회 추천 총리 인사에게 조각권 및 인사권 부여 등 그동안 요구해왔던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있어야 이를 토대로 생산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를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 대변인은 “지금까지 당과 국민이 요구해왔던 부분들에 대한 책임 있는 말이 단 하나도 없었다.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해서는 “오늘부로 사실상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아웃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가 추천한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현 금융위원장)와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장관 내정자에 대한 추천은 비록 허수아비로 전락해 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서 임명제청돼야 하는 법적 절차를 갖춰야 한다”며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일반인이다. 일반인이 추천한 인사는 그들의 자질을 논하기 전에 법적 요건이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아웃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에 국회에서 추천한 총리가 실질적인 조각권과 국정을 통할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내정자들은 논의의 대상도 아니고 지금 활동하고 있는 각 부처의 장관들이 전부 다 경질과 검토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혀, 향후 국회 추천 인사 총리 임명 시 내각 전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정 의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고 우리 당에는 오늘 아침에 통보했고 더불어민주당에는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며 “문전박대 코스프레를 의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조를 구해야 할 대상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총리지명자 철회, 탈당 등 최소한의 책임을 보여야 대화에 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