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경기장 조성 및 경기 진행 등을 수행하는 전문인력 자원봉사(이하 NTO)들 사이에서 발생한 성희롱과 성추행, 폭력과 강제로 술을 먹이는 등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스키장경영협회와 대한스키지도자연맹에서 가해자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영구 제명하고, 정부와 체육당국은 기존의 국가적 스포츠 정책, 제도, 관행, 문화를 과감하게 개혁하기 위해 진정으로 책임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전성협에 따르면 사건의 피해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용평 알파인스키장에서 NTO 자원봉사 4~5팀 10명과 함께 일했는데, 일을 시작한 첫 날부터 10여일간 5명의 팀장 및 팀원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씨×’, ‘× 같은 게’, ‘미친’ 등..
대한민국은 보수 정권 10년 통치에서 진보 정권이 새로 들어섰다. 이제 그에 걸맞게 강한 민주당으로의 정국은 물론, 정책을 주도적으로 발의하고 과단성 있게 실행에 옮겨야 집권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당 의석 유지’는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다.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일단 정권을 잡은 이상, 정책을 유감없이 펼쳐 그 결과로 검증해 보여주는 것이 국민적 이익에 부합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5년 단임의 우리나라 대통령은 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꼭 필요하다. 대통령이 여당보다는 관료에게 더 의지하거나 행여 당을 등지고 비선 조직이나 관료들의 말만 들을 경우 불행한 사태를 맞을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한국 대통령은 집권 3년차부터 레임덕 현상에 시달린다. 레임덕을 방지하는 길은 대통령이 여당의 능란한 국회 운영과 동반하여 정책들을 잘 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1주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재의 성적표는 긍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는 남북관계 성과를 토대로 집권여당이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공약 1호로 추진 중인 일자리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종합적인 정책과 컨트롤타워의 과감하고도 정밀한 운영이 필요하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당의 발로 뛰는 현장 파악과 피부에 와 닿는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 자영업과 같이 한계업종에서 고용감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문 대통령과청와대 보좌진들이 각 부처의 관료들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지극히 안이하다. 사실 관료들은 대체로 스스로 현장을 파악하지 않는다. 관료들은 특별히 현장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그들은 집권세력을 불편하게 하는 소리는 피한다. 만약 그들의 보고서만 믿고 정책을 펴다간 현실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하여간에 모든 정책은 청와대와 당·정 간의 상호보완적인 삼각관계에 의해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의 약체화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오는 6.13선거를 앞두고 여당 현역의원들의 출마소식이 줄을 잇는다. 현역들은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개혁입법과 개헌, 정부의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처리 등도 현역의 몫이다. 현역의원들은 출마를 자제하고 국정운영과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당 유지’의 의미가 이토록 중차대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당의 의사에 반하여 단체장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이코노미뉴스 조재성 논설주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제출한 이른바 알바인권법(산안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유사취지의 법안과 병합심의를 거쳐 통과됐다. 이 법안은 이 의원이 지난 해 4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발의를 약속한 법안으로, 사용자가 고객의 폭언 등 부당행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사용자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 등으로 상품의 판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고객의 폭언·폭력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건강장해를 겪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령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또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당 고객으로부터 분리하고 담당자를 교체하는 등 대통령령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러한 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반성과 사죄 없는 모습을 보인 것에 국민은 분노한다”며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이지만, 반드시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14일 백혜련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순간까지도 본인의 혐의에 대해 끝까지 반성과 사죄 없는 모습을 보인 것에 국민은 분노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권력이라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겠지만,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이 검찰 포토라인에서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백 대변인은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말하는 ‘이번 일’이 ‘정치보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전직 대통령..
국회는 14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7박 9일간의 인도, 카자흐스탄 공식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번 순방에서 양국 대통령 및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포함한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회차원의 제도개선과 협력을 당부했다. 또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동북아 평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정 의장은 8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대통령 궁에서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과 만났다. 정 의장은 “한국은 정부는 물론 기업도 그 어떤 나라보다 인도와의 협력이 우선순위”라며 “양국 의회가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잘 이뤄지도록 입법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협력해 나가자”고 말..
뇌물수수, 다스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양복을 차려입고 중앙지검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전직대통령으로써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만 바라건데 역사에서 이번일로 관련된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다시한번 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30분 앞둔 14일 오전 9시께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주변의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이 서게 될 포토라인 주변을 취재진들이 막판 점검하고 있다.
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여야간 염동열 위원의 자격에 대한 여야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시작도 하지 못하고 정회됐다. 강원랜드 채용관련 청탁 및 수사외압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염동열 의원에 대해 진선미 의원이 위원자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여야간 논쟁이 이어졌고, 과정에서 장제원 위원은 백혜련 의원과 안미현 검사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치공방으로 비화됐다. 결국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퇴장하면서, 사개특위는 정회했다. 첫 업무보고를 앞두고 출석했던 문무일 검찰총창은 1시간 가량 입도 떼지 못하고 퇴장했다. 결국 10시46분경 위원회는 속개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은 전국에서 2만7,54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은 대단지 아파트들이 입주를 진행하면서 작년 동월(4,949가구)대비 102%(5,062가구) 증가한 1만11가구가 입주한다. 지방은 입주물량이 작년 동월대비 14%(2,737가구) 감소해 1만7,531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 일부지역에 가격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1분기 입주물량에 이어 4월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해 공급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부동산114는 내다봤다. 이현수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특히 전세물건이 쌓인 파주시, 평택시 등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집주인은 전세수요 찾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며 “지방은 충남 등 일부 지역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 주택경기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최근 투기과열지구에서 민영주택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한 부모 위장전입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자체 협조를 통해 실태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8.2대책 전에는 추첨제(85㎡이하 60%, 85㎡초과 100%)가 적용돼 직계존속은 부양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년 이상 동일 세대를 이루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가점제(85㎡이하 100%, 85㎡초과 50%) 확대 후 가점을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이에 국토부는 먼저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포8단지의 당첨자에 대해 가점 분석 후 소관 구청에서 실거주 여부를 직권조사해 위장전입 여부 실태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3월16일 개관하는 개포8단지 견본주택 및 인터넷 청약사이트(APT2You)에 실태조사 안내문을 게시해 청약자에게..
맞벌이를 하고 있는 노동자 A 씨, 18:00경 자가용으로 퇴근하던 중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식료품 등을 구입하고 귀가하다가 19:20경 다른 차량과의 접촉사고로 목과 허리를 다쳤다. 평소 출근길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워킹맘 B 씨, 09:00경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던 중 갑자기 차선변경을 하는 옆 차량을 피하다 도로 표지대와 충돌해 목과 어깨를 다쳤다. 평소 피부병 치료를 받고 있던 노동자 C 씨, 18:40경 퇴근 후 한의원에 들러 피부병 치료를 받은 후 귀가하던 중 21:30경 빙판길에 넘어져 좌측 발목이 골절됐다. 출퇴근길에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하면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로 출퇴근길 경로를 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중국 대륙 최동단에 위치해 ‘중국 속의 한국’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과 거리상으로 가까운 ‘산둥성(山東省)’.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고,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영성시(榮成市)’다. 행정구역상 우리나라 ‘구(區)’에 해당하는 영성시는 중국 대륙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까운 거리만큼이나 한국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해양자원을 자랑하는 영성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중국 전통가옥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 영성시의 대표적 볼거리를 소개한다. 960만㎢에 이르는 대륙과 13억8,0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광활한 중국 대륙의 가장 오른쪽 끝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산둥성’은 ‘중국 속의 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과 가깝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가까운 곳이 바로 ‘영성시’다. 산둥성 위해시(威海市)의 ‘현급(縣級)’ 행정구역으로 1,392㎢의 면적과 2007년 기준 66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영성시는 인천과 불과 417km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현급’은 행정단위상 우리나라의 ‘구(區)’에 해당한다. 가까운 거리만큼 영성시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도시다. 영성시에 있는석도항(당시 적산포)은 통일신라시대 바다를 주름 잡으며 당(唐)과 신라, 일본 사이의 무역을 중계하고, 교역을 위해 바다를 건너는 선단을 대상으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해상왕’ 장보고 장군이 지금의 전라북도 완도에 해당하는 청해(淸海)에 설치한 진(鎭)인 ‘청해진(淸海鎭)’과 함께 중국에서 무역의 거점으로 삼았던 곳이었다. 당시 장보고는 이곳에 살고 있는 신라인들을 규합하고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적산 법화원(赤山 法華院)’이라는 사찰(寺刹)을 세웠는데, 현재 이곳은 중국인들이 장보고 장군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장보고 동상과 그의 생애, 업적을 자세히 소개하는 전 시관이 마련돼 있다. 영성시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산둥성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70%를 생산할 정도로 풍부한 해양자원을 자랑한다. 때문에 영성시에는 이곳에 살던 과거 중국인들만의 독특한 주거형태가 전해지고 있다. 바로 ‘해초방(海草房)’이다. 중국 전통민가의 하나로, 세계적인 유형·무형문화유산인 ‘해초방’은 짚과 해초를 적절히 섞어 만든 지붕이 특징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할 뿐만 아니라, 해초가 머금고 있는 염분 때문에 방풍(防風), 방습(防濕), 방충(防蟲), 방화(防火)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국제적 인물 장보고 장군 통일신라시대 때 지금의 전라북도 완도에 설치한 ‘청해진’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과의 무역을 중계하고, 바다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으로부터 상인들의 선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장보고 장군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사기(三國史記)’, ‘삼국 유사(三國遺事)’에 그에 대한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간략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서 전하고 있는 장보고에 대한 기록은 장보고의 무예가 출중했고, 당나라에 가서 ‘무녕군(武寧軍, 외국인 용병부대) 소장(少將, 중간 관리자)’을 지냈으며, 신라로 돌아와서는 왕에게 청해를 지키도록 건의해 군사 1만을 받았다는 내용 정도다. 오히려 일본의 역사서 ‘일본후기(日本後紀)’ ‘속일본기(續日本紀)’ ‘속 일본후기(續日本後紀)’, 중국의 역사서 ‘신당서(新唐書)’ 등에서 더 자세히 전하고 있다. 당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두목(杜牧)은 ‘번천문집(樊川文集)’에 장보고편을 따로 만들어 그의 일대기를 자세하게 다뤘다. 그는 장보고를 ‘안녹산(安祿山)의 난’ 때 활약했던 ‘곽분양(郭汾陽)’에 비유하면서 명철한 두뇌를 가진 사람으로 동방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안녹산의 난’은 당 현종 시절인 755년 절도사였던 안녹산이 조정에 반기를 들어 일으킨 반란이고, 곽분양은 당시의 명장으로, 무예가 출중했지만 중앙에 중용되지 못하다가 안녹산의 난을 계기로 삭방(朔方, 북쪽 지역) 절도사가 돼 난을 격퇴, 당 왕조를 다시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공신이다. 그런가하면 일본 불교 천태종의 중흥조인 엔닌(圓仁)은 여행기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서 당나라를 여행할 때 장보고의 도움으로 귀국할 수 있었던 인연을 소개하며 “평소에 받들어 모시지 못했으나, 오랫동안 고결한 풍모를 들었다. 엎드려 우러러 흠모함이 더해간다(生年未祇奉 久承高風 伏增欽仰)”라는 편지를 남겨 그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즉, 당시 장보고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당나라와 일본 등을 무대로 활동했던 ‘국제적인 인물’이었다는 말이다. 중국에서 활약했던 장보고에 대한 흔적은 석도항 인근에 있는 ‘법화원’이라는 사찰에서 찾을 수 있다. 법화원은 장보고가 당의 무령군 소장으로 있을 때 세운 사찰로, 당시 신라원(新羅院, 신라사람이 당에 세운 사찰의 통칭) 중 가장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법화원에 들어가 ‘장보고 유적지’에 들어서면 거대한 벽화를 볼 수 있다. ‘장보고 유적지’는 중국 정부가 최초로 공식 승인한 ‘외국인 기념관’이라는 점에서 장보고의 중국 내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벽화는 장보고를 중심으로 주변에 그의 업적을 돌에 일일이 새긴 것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듯 벽화의 테두리에는 물결을 형상화한 무늬가 있고, 정중앙에는 위엄있는 모습의 장보고가 왼손에 칼을 들고 앉아 있고, 그 주변에는 장군으로서의 장보고, 무역상으로서의 장보고 업적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았다. 벽화의 양 옆에는 ‘명신복우 사해 대사체교삼방(明神福佑四海 大使締交三邦)’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명신(적산포를 수호하는 신)은 사해(온 세상)에 복이 미치게 돕고, 대사(장보고)는 삼방(한국, 중국, 일본)과 교역을 했다’는 의미다. 벽화 앞에는 ‘해상왕 장보고 기념 사업회(海上王 張保皐 記念事業會)’에서 증정한 향로가 놓여있다. 벽화를 지나 ‘장보고 전기관(傳記館)’ 입구를 지나면 8m 높이의 거대한 장보고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갑옷을 두르고 늠름하고 다부진 표정으로 왼손에 칼을 든 채 가슴을 활짝 펴고 서 있는 모습을 한 동상에서 풍기는 당당함과 기백은 당시 장보고의 카리스마와 한·중·일 무역을 통제하고 중계했던 그의 힘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장보고 전기관’은 총 1만3,000㎡ 면적에 총 5개관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전시관에는 장보고의 입당기와 당나라 장군으로서의 업적, 법화원 건립, 해적 소탕, 청해진 설치, 암살 등 그의 일대기를 그림과 조형물, 역사서 등 유물을 통해 자세히 전하고 있다. 전시관을 모두 관람한 후 밖으로 나오면 ‘장보고 기념탑(張保皐 紀念塔)’이 눈에 들어온다. 1994년 세계한민족연합회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세웠다는 이 기념탑의 하단 중앙에는 2015년 11월22일 서거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져 있다. 탑은 한·중 양국의 영원한 친선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밖에 ‘장보고 공적비(功績碑)’ 등도 법화원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장보고의 흔적이다. 법화원 대표적 볼거리…명신상·관음보살 분수쇼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화원은 장보고가 당나라 무녕군 소장으로 있을 때 적산지방에 세운 사찰이다. 당시 적산지방에는 당에 사는 신라인 집단거주지인 신라방(新羅坊)의 하나인 ‘적산촌(赤山村)’이 있었는데, 장보고는 그곳을 경제적 기반으로 삼았다고 한다. 먼저 법화원이라는 이름은 이 사찰의 승려가 천태종에 속해 법화경(法華經)을 읽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법화원은 당에 머물던 신라인의 신앙의지처이자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예배처, 동시에 해외 포교원, 본국 신라와의 연락기관 구실도 했다. 신라에서 당으로 간 승려는 물론, 일본의 승려들도 이 절에 머물면서 많은 혜택을 봤다. 엔닌의 ‘입당구 법순례행기’에 신라의 불교의식이 자세히 기록돼 있는 이유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그 기록에 따르면 당의 승려로서 신라의 승려를 시봉(侍奉, 보모나 법 높은 스승을 모셔 받듦)해 스승으로 섬기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한 때는 이 곳에 엔닌이 머물다 일본으로 돌아가 쓴 기록 때문에 법화원이 ‘일본의 절’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지만, 한·중 수교 이후 이를 바로 잡았다. 지금의 법화원은 당나라 시기에 헐렸던 것을 한·중 수교 이후 과거의 기록에 따라 1990년 5월 다시 세운 것이다. 법화원에 가는 길부터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시아의 신불 동상 중 가장 큰 규모로 높이만 58.8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적산명신(赤山明神)’의 동상이다. 동상의 앞면은 승려의 모 습, 뒷면은 장보고의 모습을 본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적산명신’은 ‘북방의 보호신’으로, ‘후한서(後漢書, 광무제부터 헌제의 13대 196년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해신이다. 평안과 재물, 장수를 관장한다고 한다. 오른팔은 파도를 다스린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동상은 바다를 향하고 있고, 오른손은 뭔가를 누르고 있는 듯 손바닥이 밑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석도의 바다는 평온하고 잔잔했다. ‘적산명신’의 거대함도 놀랍지만, 법화원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바로 ‘관음보살 분수쇼’다. 하루에 2~3회 정도로 횟수가 제한돼 있는 분수쇼는 법화원 관음전 앞에 청동으로 만들어 진 25.8m 높이의 관음보살상을 중심으로 사천왕과 18나한 동자상, 용 등이 배치된 조형물에서 이뤄진다. 분수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음보살상을 둘러싸고 있는 나한과 동녀, 용에 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조형물의 정교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분수쇼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지면 조형물 하단에 설치된 기계가 물안개를 만들어 내 마치 구름 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불교 음악에 맞춰 진행되는 분수쇼는 360도 회전하는 관음보살상과 불을 뿜은 사천왕, 최고 31m 까지 물을 쏘아 올리는 분수까지 더해지면서 절정에 이른다. 약 15분간 분수쇼가 진행되는 동안 쏘아 올린 물 때문에 만들어진 물안개는 관음보살상의 웅장함, 적산의 풍경과 더해져 마치 극락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중국 전통가옥 ‘해초방’ 산둥성은 인류 문화발상지 중 하나로 신석기 시대 대표적인 문화유적지인 대문구 문화와 용산문화가 다수 분포돼 있다고 한다. 고대 동이족들의 활동 무대였다고 하는데, 인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중국의 전통가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영성시에는 그 중에서도 바다와 인접해 있는 환경을 잘 이용했던 전통가옥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데, 화강암으로 벽을 쌓고 해초를 엮어 지붕에 올린 ‘해초방’이 그것이다. ‘해초방’은 ‘초가집 해초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산둥의 바다에서 잘 자라는 해초를 재료로 이를 두껍게 엮어 지붕에 올린 것으로, 낮은 담벼락과 대비되는 높은 지붕이 특징이다. 다른 건물들의 지붕이 45도 정도 된다고 하면 ‘해초방’의 지붕은 70도 정도 된다. 이처럼 높은 지붕 때문에 멀리서 보면 배의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해초방’이 다수 분포해 있는 ‘동저도촌(東楮島村)’에 도착하자 전체적으로 회색빛의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해초로 지붕을 만들었기 때문에 짙은 녹색이나 검은 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을은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상당히 조용했다. 조용한 회색빛의 마을은 바다로 둘러싸인 주변과 녹아들면서 자연 그 자체가 됐다. 실제로 ‘해초방’은 상당히 자연친화적인 집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내부는 전통에서 벗어나 현대화가 이뤄진 모습이었지만, 벽은 자연에서 나온 그대로의 화강암을 그대로 사용했고, 지붕도 밀물에 의해 육지로 올라왔다가 썰물 때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해초를 주워서 말린 것을 사용한 과거의 것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초 지붕을 올리기 전에 밑에 까는 짚도 자연의 재료다. ‘해초방’의 또 다른 특징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주거환경과 방풍, 방화, 방충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해초방’은 지역에서 쉽기 구할 수 있는 화강암으로 집의 외벽을 쌓았는데, 채취한 돌을 일정한 모양으로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양으로 쌓여 올린 데서 오는 불규칙함은 왠지 바다와 어울리는 거친 느낌을 한껏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벽은 습기와 염분을 담고 있는 바람과 비 때문에 집이 부식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태양에 바싹 말린 해초를 사용한 지붕은 해풍과 폭우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두껍게 올린 해초는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여름과 겨울 각각 쾌적하고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처럼 자연친화적인 재료와 방법을 통해 지어졌고, 제공하는 주거환경도 상당히 우수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해초방’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급속한 현대화로 인해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많이 도시로 이사를 갔고, 집 자체도 굉장히 좁기 때문에 현대생활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초방’에 거주하고 있는 현지인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성인 남자 3~4명 정도가 마당에 들어서자 마당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이와 함께 주변 바다에서 양식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발생한 바다의 오염으로 집을 새로 짓거나 기존의 집을 보수·수리하는데 쓸 수 있는 해초가 예전만큼 번식하지 못해 그 양이 줄어든 탓도 있다. ‘동저도촌’을 방문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한 집의 지붕을 한창 보수 중이었다. 한 주민은 “요즘에는 해초가 많이 부족해서 지붕에 지푸라기를 섞어서 사용한다” 고 말했다. MeCONOMYmagazineMarch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