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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6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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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콩은 작지만, 세계의 농업을 크게 바꿔간다

 

◇브라질의 광활한 황무지를 위협하는 콩

 

콩, 그 작고 소박한 알갱이는 오늘날 3개 대륙에 걸쳐 얽혀 있는 지정학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콩으로 인해 지금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 사바나 지대인 브라질의 세라도(Crrado)는 대두에 대한 중국의 엄청난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콩 농장이 생기고 이에 질식하여 생물 다양성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주로 식용유와 가축 사료로 소비하기 위해 연간 수백만 톤이 필요한 콩이 지정학적 무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간 콩 때문에 일어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브라질의 상호 관계로 브라질의 삼림과 초원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브라질 농가들은 새로운 대두 재배 지역을 확장해야 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베이징 정부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때까지 미국은 중국의 두 번째로 큰 대두 공급국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농가들은 올가을 수확물 중 단 한 부셸(bushel, 쌀, 콩을 말이나 되로 재듯 미국에서 과일, 곡물의 부피를 잴 때 쓰는 단위, 1부셀은 약 35㎤) 도 수출하지 못했다. 백악관의 구제책 발표에 대한 기대는 정부의 셧다운으로 인해 지연되었다.

 

같은 이유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미국 농가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중국에 엄청난 양의 콩을 수출했다. 하지만 그렇다손 쳐도 세계 최대 콩 수출국인 브라질만큼 큰 이득을 보는 나라는 없다. 브라질의 강력한 농업 로비 단체가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계인 아마존의 삼림 벌채를 제한하기 위해 고안한 「콩 생산 중단 조치(Soy Moratorium)」를 폐지하려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브라질의 콩 생산지역, 한반도 전체 면적의 1.8배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게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아마존 열대우림 도시 벨렘에서 차기 국제 기후 협상-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을 주최가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회의를 앞두고 각국에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그의 행정부는 삼림 벌채를 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라질의 환경운동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삼림 벌채를 근절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인 콩 생산 중단조치가 공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브라질의 최대 농산물 수출품인 대두 생산량은 브라질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하고 중국이 미국 중서부 콩 벨트 지역을 넘어 대두 생산지를 확대하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시작된 2017년에는 브라질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베이징과 워싱턴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미국 농가들은 최대 글로벌 고객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가격은 부셸 당 10달러 안팎을 유지했는데 이는 2024년 초 13달러 안팎에서 하락한 수치다. 브라질 대두 생산자 협회(APROSOJA)는 첫 번째 미중 무역 전쟁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왔는데 이제 두 번째 전쟁으로 브라질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콩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서 브라질의 생물권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콩 농장은 이전에 가축 방목을 위해 벌목되고 개간된 땅에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독립 기관인 맵바이오매스(MapBiomas)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내 콩 농장은 4천만 헥타르, 1헥타르가 3,025평이니까. 약 121억 평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의 1.8배인 거대한 땅으로 브라질 농경지의 약 14%에 해당한다.

 

◇콩 농장이 들어서면서 토종 식물 절반이 사라져

 

이 중 대부분이 광활한 열대 사바나와 삼림 지대로 이루어진 브라질 중남부 세라도(Cerrado) 지역에 있다. 이 지역은 아마존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브라질의 중요한 생태계를 이룬다.

 

브라질 최대 규모의 강-아마존 유역 상류이자 여러 강의 발원지인 세라도는 지하수와 탄소를 저장하는 보이지 않는 숲으로 강우 패턴과 기온 조절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룰라 행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삼림 벌채는 감소했다. 그러나 세라도 일대의 토종 식물의 거의 절반이 사라졌고 대신 가축 방목장과 콩 농장이 생겨났다.

 

여기에 대중국 수출용 콩 생산에 대한 압력이 더 커지면 세라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삼림 벌채를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인 트라세(Trase)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세라도 지역에서 최근 벌채된 46만 헥타르 이상의 땅에서 콩이 수확되었다. 46만 벡타르는 우리나라 충청북도의 반 정도의 면적이다.

 

세라도 지역은 아마존의 일부는 아니다. 독립 연구원들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콩 관련 삼림 벌채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콩 모라토리엄' 덕분에 그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다고 한다. 아마존 지역에만 적용되는 이 산업 협정에 따라, 세계 주요 상품 거래업체들은 2008년 이후 벌채된 토지에서 재배된 콩을 구매하거나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공동 합의했었다.

 

그 결과, 2023년 아마존의 콩 수확량은 최근 벌채된 15만 헥타르의 땅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대두 모라토리엄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반독점 규제 기관은 무역업자들 간의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 동안 모라토리엄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연방법원은 즉시 모라토리엄을 재개했지만,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나라가 작지만 강한 콩의 나라’가 되기 위한 전략

 

브라질 콩 생산자 협회는 모라토리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모라토리엄이 ‘환경 보호를 위장한 무역 장벽’이라고 비난했다. 모라토리엄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브라질 콩을 거래할 수 있는지를 규제함으로써 사실상 다른 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 콩 농가들은 현재 목초지인 세라도 지역에서 콩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지역은 모두 황폐화한 목초지로, 경제적 타당성과 시장이 열리면 얼마든지 농경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두 농부들의 시장 생존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대두는 미국 최대 농산물 수출품이다. 미국대두협회(American Soybean Association)는 무역 분쟁이 지속될 때 미국 농가들의 주요 고객인 중국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작년에 126억 달러 이상의 대부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했다. 다른 한편 중국에 대한 관세로 인해 미국의 비료와 장비 가격이 상승했다.

 

◇작지만 강한 콩의 나라로

 

아이러니하게도 콩은 원래 우리의 땅에서 시작되었다. 그 씨앗의 후손이 지금 세계를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콩의 고향이면서도 거의 80% 가까이 콩을 수입해다 먹는 실정인데 이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더구나 우리나라의 콩 재배는 소규모, 고비용 구조인데 브라질. 미국은 대규모, 기계화, 수출 중심 구조로 완전히 다르다. 정말 경쟁이 안 되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작지만 강한 콩의 나라’로 자리 잡기 위한 한국형 콩 생태전략을 마련하면 된다. 우선, 토종 콩 프리미엄 전략-작품의 스토리를 상품화하자. 미국과 브라질이 양으로 승부 한다면, 우리는 품질과 의미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 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니 수출용 웰빙 브래드로 발전시킬 수 있다.

 

둘째, 탄소 저감 작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제시하자. 콩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비료 사용을 줄이는 작물이니 기후 위기 시대에 큰 강점을 가진다. 셋째, 콩 가공식품 산업연합체로 확장하자. 지금의 문제는 콩을 농산물로만 본다는 점이다. 이제 콩을 단백질 산업의 원료로 봐야 한다. 넷째, 동북아 콩 벨트를 구상하자. 브라질, 미국의 대규모 단지에 대응하려면 우리나라 단독이 아니라 동북아 공동 식량 벨트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북남미의 콩 생산대국인 미국과 브라질에 맞서 우리나라는 북반구의 지속 가능한 콩 벨트 지역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콩 농업, 아니 세계의 농업을 우리가 바꾸자! 콩은 작지만, 우리나라 원산지인 콩을 우리가 어떻게 기르느냐에 따라서 그 영향은 한량없이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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