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침이 넉 달 넘게 이어졌다. 기침약을 먹으면 거짓말처럼 멎었지만, 약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기침이 다시 시작됐다. 처음 찾는 곳은 이비인후과였다. 처방약을 먹을 때만 잠시 호전될 뿐 끊이질 않는 기침에 의사는 “내과적 문제일 수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보라”고 권했다. 결국 내과와 이비인후과를 같이 하는 병원을 찾아가 엑스레이를 찍었고, 다음 날 의사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 뒤 “폐에는 이상이 없다”라는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알레르기 증상 같다”는 의견과 함께 기침이 날 때 복용하라며 사흘 치 약을 처방해 줬다. 기침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찾아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어쩌면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줄 안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는 성공한 사람을 보며 혼자만의 힘으로 역경을 이겨낸 자수성가형 인물을 떠올리곤 한다. 강인한 의지와 뛰어난 능력, 끈기와 추진력 같은 개인적 자질만을 성공의 비결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일궈낸 성공의 이면을 들어다 보면 언제나 수 많은 조력자의 헌신과 숨은 도움이 자리하고
요즘은 AI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요약하며 심지어 기사를 쓰는 시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를 2억5천만 달러에,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타임지를 1억9천만 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또한 뉴 리퍼블릭을 전격 인수했다. AI 시대의 승자라고 불리는 슈퍼 리치들이 종이신문 시대를 끝냈다고 선언한 지 오래인데, 왜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였던 종이신문의 세계에 거액을 베팅하는 것일까? 돈이 남아돌아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누구보다 미래를 잘 아는 사람들이다.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AI가 정보를 거의 무한하게 만들어 낼수록 희소해지는 것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와 그것을 믿게 만드는 신뢰라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은 정답보다 이야기에 끌린다 AI는 정답을 찾는 데 탁월하다. 수십억 개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비교하고, 과거의 패턴을 찾아내고, 가장 합리적인 답을 계산한다. 정확성과 효율성, 최적화의 세계에서 인간은 AI를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수학 시험이 아니다. 현실의 기
◇에어컨이 꺼지는 순간의 공포, 인류 소멸 우려된다 7월 말부터 8월 첫 주까지 2주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필자는 아파트 14층에 살고 있는 덕에 예전에는 한여름에도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선풍기 한 대면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는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24시간 가동되는 차가운 인공 바람에 완벽히 적응해 있다. 문득 밤중에 서늘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만약 이 열대야 속에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지진이나 대형 재난을 걱정하는 사람처럼 전력망이 마비되어 에어컨이 멈춰버린 방 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때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의 문명과 일상은 열기를 식혀줄 전력망이라는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에 올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모든 비명 같은 더위는 수천 km 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 방 창문 너머까지 바짝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구 온도의 균형을 잡는 280ppm의 이산화탄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본래 아주 정교하게 제어되는 에너지 시스
지난 8월 26일 네팔과 티베트 접경의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참사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거대한 빙하와 암석을 포함한 산의 사면(斜面)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얼음과 돌, 진흙과 물이 뒤섞인 토석류가 계곡을 따라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토석류의 이동 속도는 시속 18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할 급류는 네팔 북부의 작은 하천인 렌데 콜라(Lhende Khola, 콜라는 네팔어로 개울이라는 뜻) 를 타고 내려와 중국령 티베트와 네팔 국경을 가로지르는 보테 코시강(Bhote Koshi)과 트리슐리강(Trishuli) 수계로 이어지며 약 100㎞에 걸쳐 계곡을 휩쓸며 마을과 도로, 교량, 수력발전 시설과 국경 인프라까지 집어삼켰다. 9월 1일 현재 네팔 당국이 집계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수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건을 ‘천재지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말 자연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우리에게 재앙을 내리는 것일까?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대규모 빙하 붕괴가 암석과 얼음의 산사태를 일으켰고, 이것이 하천으로 쏟아
“인공지능이 찾아낸 단 하나의 정자, 우주에서 생명을 찾던 기술이 이제 지구에서 생명을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8월 28일 자 「An unexpected path to fatherhood opens for many, 많은 이들에게 뜻밖에 아버지가 되는 길이 열리다」 란 제목의 기사를 읽다가 눈길이 간 대목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윌리엄스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STAR(Sperm Tracking and Recovery)’라는 기술 이야기다. 말 그대로 정자를 추적해 찾아내고 회수하는 시스템이다. 무정자증이나 극심한 희소 정자 증상이 있는 남성에게 정자 하나를 찾는 일은 망망대해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과 같다. 정액 속에는 수많은 세포와 찌꺼기가 섞여 있어 숙련된 연구자가 현미경으로 뒤져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 한 검체를 이틀 동안 살펴도 정자를 발견하지 못한다. STAR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인공지능에게 맡겼다.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미세 유체 칩의 통로로 정액을 흘려보내면서 고속카메라가 초당 약 300장의 영상을 찍는다. AI는 그 수많은 영상 속에서 정자처럼 보이는 물체를 골라내고, 진짜 정자로 확인되면 미세한 밸브가 열려 정자
저녁 7시 반, 어둠이 아파트 뒷산 수명산의 나무들 잔가지 사이로 스며들 때, 필자는 습관처럼 운동화 끈을 푸는 대신 양말을 벗어 맨발이 된다. 그리고 오르막 산길을 오른다. 구두 속에서 온종일 숨죽이고 있던 10개의 발가락이 시원한 산 공기를 맞으며 기지개를 켠다. 한 달 전 맨발로 첫발을 디딘 산길은 생소하고도 아찔했었다. 작은 돌과 모래의 거친 흙바닥이 발바닥을 찌르르 자극했다. 열대작물인 코코넛(야자나무)의 열매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섬유(코이어, Coir)를 꼬아서 만든 야자 매트를 밟을 때는 푹신한 감촉이 전해온다. 그렇게 어둠 속을 밟으며 오르기 25분. 산 정상에서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산자락 끝에 조용히 둥지를 튼 황톳길에 도착해 30분 정도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발을 씻고 왔던 길을 거꾸로 돌아오면 맨발 걷기는 끝난다. 돌이켜보면 이른바 ‘황톳길 걷기’의 원조는 충청권 소주 업체인 선양(옛 대선주조)의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일 것이다. 기업인의 사재 출연으로 시작된 이 소박한 시도는 순식간에 전국 지자체로 번져나갔다. 전국 맨발 산책로는 약 2,000곳으로 총길이가 825km다. 2023년 말만 해도 전국에 약 230여 곳에
며칠 한 방송사 출신 PD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농산물 경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우리나라 농산물은 대부분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거래된다. 경매사는 농산물의 규격과 크기, 중량, 외관, 신선도, 출하량 등을 종합해 가격을 결정한다. 이 제도는 생산자에게는 공정한 가격을, 유통업자에게는 효율적인 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생산과 유통을 위한 시장인 셈이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 서보면 조금 다른 의문이 생긴다. 가장 비싼 농산물이 과연 가장 맛있는 농산물일까? 가장 큰 사과가 가장 향기로운 사과일까? 가장 달고 단 수박이 가장 좋은 수박일까?-사실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천연 수박은 그렇게 달지 않았지만 먹고 나서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또한, 가장 규격이 좋은 토마토가 가장 영양이 풍부한 토마토일까? . 지금의 경매가 평가하는 것은 주로 상품성이다. 운송하기 쉽고 저장하기 좋으며 규격이 일정한 상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상품성이 아니라 먹는 품질이다. 맛과 향, 영양, 안전성, 건강성은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상품성이 높은 농산물과 소비자가 가장 만족하는
인공지능이 글을 써주는 시대다. 몇 줄의 지시만 하면 그럴듯한 문장이 만들어지고, 자료를 정리해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를 꺼내놓는다. 바쁜 사람에게 이보다 편리한 도구가 있을까. 나 역시 글을 쓸 때 인공지능을 사용한다. 자료를 찾고,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생각의 실마리를 얻는 데 꽤 유용하니까. 어떤 때는 글감을 넘기고 적당한 글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글을 작성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가다 멈칫한다. 편리하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지적 허무감이 밀려오는 것 같아서이다. 다시말해 내가 이러다 바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사실 글쓰기란 원래 고된 중노동으로 뇌뿐만 아니라 육체를 혹사한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뒤엉킨 생각을 하나씩 꺼내어 순서를 세워야 하는데 몇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 적절한 단어를 찾고, 문장을 고치고, 앞뒤가 맞는지 다시 읽고 쓰다 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드러난다. 때로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는 데 그 시간이 생각하는 시간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종이에 옮기는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오히려 쓰면서 생각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 말로 할 때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평화롭다. 푸른 초원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되새김질하는 소를 보고 있으면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소 한 마리의 평화로운 표정 뒤에는 생각보다 거대한 세계가 숨어 있다. 세계의 육우 시장은 거대한 산업이고, 중국은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최근 중국 고비사막 주변의 육우 산업을 들여다본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 덕분에 연중 강우량이 증가해 사막 가까운 땅에 풀을 키우고, 소를 키운다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쇠고기 수입국이다. 2025년에도 약 280만t의 쇠고기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그런 중국이 “남의 소”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사막화 방지와 초지 복원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3년에만 438만ha의 황폐 초지를 복원했고, 대규모 녹화사업을 통해 사막화된 땅을 되살리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북부 초원 가운데 건강하거나 준 건강 상태인 초지가 약 1억8000만ha에 이른다는 발표도 나왔다. 여기에 육우를 얹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사막을 푸르게 만들고, 풀을 키우고, 그 풀을 소에게 먹여 고기를 얻는다.
광복절 81주년을 맞았다. 문득 남북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이후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통일의 꿈은 이제 망상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통일이 될 것인가?’가 아니라 ‘통일된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일듯하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이미 그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이 있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선포된 기미독립선언서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독립을 통해 민족이 자주적으로 발전하고 인류의 평등과 평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독립선언서는 조선의 독립이 “인류 평등의 대의를 밝히며 민족의 자존과 자유로운 발전을 이루는 길이며, 나아가 동양의 평화와 세계평화, 인류 행복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독립은 목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출발점이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는 1776년 7월 4일 채택됐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
지난달 인천 쿠팡 물류센터 발생된 화재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많은 사람은 불길만 보았지만, 소방관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따로 있었다. 화재 현장을 뒤덮은 검은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스프레이 우레탄 단열재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였다. 화상을 입지 않아도 몇 분 만에 의식을 잃고 질식사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성가스다. 이런 독가스가 소비자가 머무는 모듈형 소형주택에 대부분 쓰이고 있다면 결과는 어떨까? ◇ 모듈형 소형주택에 파고드는 스프레이 우레탄 단열재 매년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불보다 연기가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단열재가 지금 전국 농촌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농촌 체류형 쉼터(모듈형 소형주택)'에 아무런 규제 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촌 체류형 쉼터는 사실상 사람이 머물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주말농장이나 귀농·귀촌 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10평 안팎의 소형 모듈 주택과 체류형 쉼터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건축물 내부에 사용되는 단열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당수 업체가 가격이 저렴하
국회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폭염 살인』이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필자는 '살인적인 폭염'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책을 펼쳐보지는 않았다. 저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굳이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순간 인류는 지금 폭염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냉방기가 멈추는 순간 인간 문명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정전이 일어난다면 이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은 거대한 가마솥이 되고, 병원은 위기에 처하며, 노약자들은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처럼 질서가 무너지는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에어컨이 있으니 견디지만 에어컨이 없는 생명들은 어디로 피할 것인가? 폭염주의보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에 어제 저녁에는 아파트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노랫소리가 아니라 마치 뜨거운 공기를 견디지 못해 신음하는 울음소리 같았다. 나무도, 새도, 곤충도 폭염을 피해갈 곳이 없기에. 사람들은 시원한 백화점과 카페로 몰려가지만, 자연은 그럴 수 없다. 지구는 연일 거대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올 여름, 유럽은 연일 40도를 넘는 기록적인
◇ 도전은 자기 삶에 대한 책임 최근(7월 20일) 코리아 중앙 데일리에서 「Lee Byung-chull’s final gamble at 73, 73세에 던진 이병철의 마지막 승부수(도박)」라는 칼럼의 제목을 보았다. 칼럼 발췌문은 ‘이 회장은 눈을 감을 때 자신의 도박이 새로운 미래를 열 것으로 확신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내용이 어찌 되었든 그 제목은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기업인의 경영 판단을 도박이라고 부를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 일흔셋의 나이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는 사실 자체가 내 마음을 흔든 거였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조언이 넘쳐난다. 이제는 충분히 일했으니 욕심 내려놓으라, 하던 일을 정리하라, 남은 시간은 여행도 하고 취미도 즐기며 여유롭게 살라고 한다. 길어진 인생을 사는 기술로서 이러한 충고는 분명 일리가 있다. 쉼을 모르고 달려온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처방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말이 너무 쉽게 하나의 정답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구실에서 새로운 질문을 붙드는 학자들이 있다
올해 텃밭 농사는 성공과 실패가 함께 있었다. 상추는 모두 뽑았고 오이는 끝물이 됐다. 완두콩은 실패했다. 지지대를 제대로 세워주지 못했고 제때 따지 못한 콩은 꼬투리 안에서 싹이 터버렸다. 이제 상추를 뿌리째 뽑아 흙 위에 덮어두고, 8월 하순이면 그 자리에 배추와 무를 심을 생각이다. 그래도 올해 텃밭은 내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잃었던 입맛을 되찾은 것이다. 상추쌈은 물론이고 갓 버무린 상추 겉절이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이 금세 비워졌다. 신기한 일은 시장에서 산 상추는 그런 맛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생이 가져다준 상추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른 오이는 향이 코끝을 찔렀지만, 시장에서 산 오이는 향도 맛도 없었다. 보관도 달랐다. 텃밭 오이나 채소는 신문지에 싸두면 2주일이 넘도록 싱싱했지만, 시장에서 산 것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무르고 상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얼마 전 《주간경향》에서 여성 농민이자 생태활동가인 이완의 「우리는 논밖에 있지 않다」를 읽으며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논에는 새우가 사는 모양이다. 맑은 물에서만 살아가는 새우가 있다는 것은 농약을 쓰지 않는다는 건강한 논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한일(韓日) 논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한 혁명이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신하는 새로운 문명의 전환이다. 세계 경제학자들이 산업혁명보다 더 큰 충격을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세계 정상급 경제학자와 AI 연구자 200여 명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개 항, 이들은 4 문장으로 구성된 이 성명에서 “AI가 인류의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반면에 대규모 일자리 대체와 소득 불평등 심화라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이미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성장률의 회복을 기대하지만 고용지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의 투자 방향도 달라졌다.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사람을 줄이는 대신 서버와 반도체, AI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가 AI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