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소형목선을 탄 북한 주민이 삼척항을 통해 들어와 귀순하는 과정에서 군의 경계태세 및 해상 감시체계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정 장관은 20일 오전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의 경계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면서 “군은 이런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경계태세를 보완하고 기강을 재확립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 장관은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소형목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의 한 항구에서 출발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군에 합류, 위장 조업을 하다가 12일 오후 9시 정도에 NLL을 넘어 15일 오전 6시20분에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에 접안했다. 군 당국은 오전 6시50분 산책을 나온 주민들의 신고를 통해서 이들의 존재를 파악했고, 해군과 인근 철벽부대에는 오전 7시가 넘어서 상황이 전달됐다. 결국 북한 소형목선이 우리 측 NLL로 들어온 지 57시간이 넘도록 전혀 식별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우리 군은 해상초계기와 감시 레이더, 초계함 등으로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대북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12일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국민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인식은 줄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알바콜과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가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성인남녀 4,838명을 대상으로 “귀하는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1%가 “그렇다” 답했다. 나머지 28%는 “그렇지 않다”, 31%는 “보통”이라고 답해, 입장 차이를 보였다.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답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조사(2018년 6월13일~21일, 총 3,491명 참여)에서는 “통일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56%로 과반을 넘었고,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 18%, “어느 쪽도 아니다” 26%를 기록한 바 있다. “통일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15%p 줄었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0%p 늘어난 것이다. 달라진 여론은 “통일이 언제쯤 이뤄지리라고 예상하는가?”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48%는 “10년 이내” 통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가장 많이 예상했고, 나머지 52%는 “10년 이후” 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올해에는 “10년 이내”라는 응답이 29%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해 “10년 이후” 응답률은 34%였지만, 올해는 43%로 증가했고, “통일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은 18%에서 올해 28%로 높아졌다. 한편, 최근 이슈로 떠오른 ‘대북지원’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24%였고,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로,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앞질렀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던 백자호와 인장이 경매를 통해 국내로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19일 조선 정조의 서차녀인 숙선옹주(淑善翁主)가 살던 궁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이동궁명사각호(白磁履洞宮銘四角壺)'와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인장인 '중화궁인(重華宮印)'을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협약을 맺은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의 기부금으로 이뤄졌다. 두 문화재는 문화재청 산하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경매현황을 점검하다가 발견해 전문가들의 가치평가와 문화재청과의 구매 타당성 등을 거쳐 경매로 구매했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조선 19세기 왕실에 도자기를 공급하던 분원 관요(官窯)에서 제작된 사각호로, 바닥면에 청화(靑華)로 쓴 '履洞宮(이동궁)'이라는 명문이 있다. '이동궁'의 이동(履洞)은 지금 서울 중구 초동 일대를 일컫는 말로, 문화재청은 백자호가 혼인 후 이동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숙선옹주의 궁가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화궁인'은 전서와 해서가 혼용된 독특한 서체로 조각돼 있다. '중화궁'은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에 언급돼 있어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문화재 환수는 지난 2017년 환수된 '효명세자빈 죽책', 2018년에 국내로 들어온 '덕온공주 동제인장'과 '덕온공주 집안 한글자료'에 이어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문화재는 조선왕실유물 전문기관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하며, 보존과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일반에게도 공개 전시할 예정이다.
직장인 4명 중 3명은 현재 자신의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회원 402명을 대상으로 ‘현재 연봉에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불만족스럽다(연봉만 생각하면 아쉽다 55% +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19%)”는 응답이 74%였다고 밝혔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연봉 만족도는 대기업(35%) 재직자가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28%), 중소기업(26%) 순으로 낮아졌다. 또한 ‘입사 12개월 이하’의 신입사원의 만족도가 33%로 높은 편이었고, ▲7~9년차(30%) ▲1~3년차(29%) ▲14~17년차(24%) ▲10~13년차(20%) 순으로 만족도가 낮았다. 만족도가 가장 낮은 연차는 ‘4~6년차(19%)’였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연봉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 중 가장 많은 것이 ‘이직(17%)’이었다. 다음으로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14%) ▲영어회화(커뮤니케이션 위주, 12%) ▲네트워킹·인맥 쌓기(11%) ▲제2외국어(8%) ▲과감한 업·직종 전환(7%) ▲스피치·화법관리(6%) ▲학위취득-국내(4%) ▲학위취득-해외(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유튜브 등 홍보채널 운영 ▲성형·시술 ▲업무스킬 향상 ▲사내정치 ▲기여도 향상 등의 기타 답변도 있었다. 성별에 따라서 남성(12%)은 ‘네트워킹’을 뽑은 비율이 여성(9%)보다 높았고, 해외 학위취득을 꼽은 비율은 중소기업(2%) 재직자보다 대기업(5%) 재직자에게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입사 12개월차 미만의 신입사원의 경우 유일하게 ‘자격증 취득’을 1위로 선택했다.
지난해 기관장 평균 연봉이 2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잡코리아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36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제외)의 2018년 경영 공시자료를 통해 상임 기관장-정규직 직원(무기계약직 제외)의 연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기업 상임 기관장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9,424만원이었다. 연봉이 가장 높은 공기업 상임 기관장은 한국전력공사로, 지난해 연봉은 2억5,871만원에 달했고, ▲한국동서발전(2억4,554만원) ▲인천항만공사(2억3,601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2억3,305만원) ▲한국남동발전(2억2,998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36개 공기업 중 상임 기관장의 연봉이 2억원을 넘는 공기업은 20곳이나 됐다. 한편, 이들 공기업의 정규직 일반 직원의 작년 평균 연봉은 7,848만원이었다. 기관장들이 직원들보다 2.5배 더 많은 연봉을 받은 셈이다. 기관장과 직원간 연봉 격차는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 남자 직원(8,177만원)의 경우 기관장과의 연봉 차이가 2.4배로 평균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자 직원(6,246만원)과 기관장 간 연봉 차이는 평균보다 더 큰 3.1배로 벌어졌다. 직원과 기관장 간 연봉 차이가 가장 큰 공기업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3.7배)였고, ▲한국전력공사(3.1배) ▲해양환경공단(3.0배)였고, 연봉 차이가 작은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1.1배) ▲한국감정원(1.5배)였다.
청와대가 18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사위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대통령 사위의 취업에 있어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 그 어떠한 특혜나 불법도 없었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또한 대통령의 손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일단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월29일 청와대에서 밝힌 '대통령 자녀의 부동산 증여, 매매 과정 및 해외체류와 관련해 어떠한 불법이나 탈법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의 해외 이주에 대해 지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곽 의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고 대변인은 "곽상도 의원은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대통령과 가족의 경호 및 안전이 그 어떤 사유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곽 의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민정수석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고 했다. 고 대변인은 "대통령 가족의 집 위치, 다니는 학교, 직장 등 사적인 부분의 공개가 대통령과 가족에게 얼마나 위해한 일이 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곽상도 의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어린 손자가 다니는 학교까지 추적해 공개하려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곽상도 의원의 이 같은 비상식적이고 도를 넘는 악의적 행태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곽 의원은 곧바로 "청와대는 동문서답하지 말고 딸 가족이 왜 해외이주 했는지, 사위의 취업 여부 및 대가관계 등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현직 대통령의 딸 가족이해외이주한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위와 관련한 의혹들이 함께 제기돼있다"며 "불법도 탈법도 없었다니 관련 자료를 공개해서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딸 가족의 집 위치를 물었습니까? 외손자가 다니는 학교 이름을 물었습니까? 신고한 학교와 다른 학교에 다니는지에 대해 물었다"며 "사위의 직장? 사위의 과거 직장 공개가 대통령에게 위해한 일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직장 관계자는 사위에 대한 경호가 없었다고 했다. 위해를 말하려고 한다면 경호부터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외손자는 외국의 국제고를 다닌다고 하니, 이런 것은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으로 경기도 내 31개 시군 내 공공청사, 학교운동장, 공원 등 2,420개소에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가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는 18일 경기도교육청, 아주대학교 병원은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강영순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 한상욱 아주대병원장,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으로 닥터헬기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소방헬기 착륙장 588개소와 새롭게 추가된 1,832개소의 공공청사 및 학교운동장, 공원 등을 포함, 총 2,420개에서 이착륙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사는 협약식에서 "응급구조를 담당하는 일은 현행법상 '긴급재난'에 해당되는 만큼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긴급상황에는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등의 행위가 허용된다"며 "오늘 협약된 공공기관, 학교를 기본적으로 활용하되 소방재난본부 지침 등을 만들어 비상상황에는 긴급재난의 형태로 착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다. 이어 "긴급재난 시 헬기 착륙으로 발생되는 모든 문제는 경기도가 책임질 것"이라며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는지를 보여야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무리해서라도 활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국종 교수는 "단순하게 헬기가 착륙하는 지점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 생명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선진국형 모델 도입을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이재명 지사에게 감사를 전하며,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모델이 구축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혁신의 실험장’이라 불리며 혁신성장의 대표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째지만, 사업자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방향 – 규제 샌드박스를 중심으로’에서 곽노성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에 의뢰해 ‘규제 샌드박스’ 시행 효과를 중간 점검한 결과 국회 수소충전소 설치를 시작으로 지난 5개월간 59건이 처리되며 양적으로 규제 개선의 성과가 있었지만, 실제 사업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란 4개 법률에 근거를 두고 기업들이 ‘혁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증특례의 운영구조를 갖고 있다. 신속확인은 규제 존재 여부를 30일 이내에 확인해 주는 제도고, 실증특례와 임시허가는 관련 규정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경우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테스트하거나 조기 출시할 수 있는 제도다. 한경연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정부는 모두 59건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관련 심의를 진행, 실증특례 15건, 임시허가 7건, 규제특례(금융안정이나 소비자 이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규제적용을 유예하는 제도) 26건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그간 신산업현장 애로 규제혁신이 1건에 불과한 금융 분야에서 26건의 규제특례가 처리되면서 금융 분야는 양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하 곽 교수는 “정작 부처간 합의가 안 되거나 사회적 파장이 있는 신청이 실증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기업이 체감하는 제도의 효율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4개 부처에 나뉘어 운용돼 법률별 규정 및 시행에서 ▲제도별 구분 모호 ▲부처별 일관성 없는 결과 ▲동일 사업자 차별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부처가 유사제도를 운영해 사업자가 우호적인 부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심의 부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특정기업이 신청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기존 규제를 완화해주다 보니 다른 경쟁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곽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취지대로 신산업 창출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 역할 재정립 ▲규제 샌드박스 심의기구 및 신청창구 일원화 ▲핵심 규제개혁사업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개별기업의 현장 애로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규제개혁 전반의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사업자 친화적인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통합포털을 구축해 신청창구를 국무조정실로 일원화하고, 규제특례 심의기구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속확인 신청 시 실증특례, 임시허가, 정식허가로 연속처리되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규제 개선사항은 행심 규제개혁사업에 반영해 법령정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6개월이 지나고 양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있었던 만큼 질적 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법 제도와 현장간 괴리를 줄여 기업들이 규제혁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자가 아직도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 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며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빚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좌천됐다. 이후 윤 후보자는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해 화제를 모았다. 윤 후보자의 폭로에 정갑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대단히 사랑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자 2014년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로 좌천을 거듭하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상당수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8기 현 문무일 총장보다 5기수나 아래인 23기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어서 검찰 관례에 따라 윤 후보자보다 선배 기수인 검찰 간부들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U-20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정오 서울광장에서 열린 U-20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행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선수들을 관리하고 지원한 코칭 스태프들을 대표해 정정용 감독에게 헹가래를 하고 있다. 정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FIFA가 주관한 남자대회에서 1983년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진출했고, 더 나아가 ‘준우승’이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이날 오전 8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팀 에이스인 이강인(발렌시아) 선수는 이 대회에서 2골·4도움을 기록,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18살의 나이에 최우수선수상 격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18살의 나이에 골든볼을 받은 것은 2005년 리오넬 메시 이후 14년 만이다. 이 선수는 “옆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밖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코칭 스태프들, 경기를 함께 뛰지 못한 형들이 응원 많이 해줘서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형들과 코칭 스태프 분들, 한국과 폴란드에서 응원 많이 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장 황태현(안산) 선수는 “저희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저희 코칭 스태프, 선수들이 정말간절하게, 최선을 다해서 싸워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원 스태프들이 자기자신보다, 저희 팀을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밤잠을 안 자면서까지 마사지해주시고, 분석해주시고 끝까지 팀만 생각해준 부분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잊지 못할 한달 반의 월드컵을 마쳤는데, 지금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높은 위치, 더 높은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테니 지금보다 더 응원해줬으면 감사하겠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정 감독은 귀국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땅을 밟으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응원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이왕 결승까지 올라간 것, 조금만 더 잘했다면 국민들이 더 신나게 응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해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비판은 저한테 해주셨으면 한다. 아직 청소년들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도자의 몫이 더 크다”며 선수들을 감쌌다. 또한 환영행사에서는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백성이 있어서 임금이 있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며 좋은 성적을 올린 데 대한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셋째 주에는 전국에서 7,42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파주 운정 신도시에서 ‘운정신도시파크푸르지오’, ‘파주운정신도시중흥S클래스’, ‘파주운정신도시대방노블랜드’ 등 3개 단지가 동시 분양한다. 그 밖에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캐슬&더샵에듀포레’, 대전 중구 중촌동 ‘중촌푸르지오센터파크’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모델하우스는 4개 사업장에서 개관한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 ‘e편한세상시티과천(오피스텔)’,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래미안연지어반파크’가 방문객을 맞는다.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올해 3월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리디노미네이션’, 즉 ‘화폐단위 변경’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슈가 되자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한 바도, 추진계획도 없다”며 추진 가능성을 일축했고, 홍남기 부총리도 나서 이 총재의 말에 힘을 실었지만, 이를 둘러싼 세 간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고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아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면 통화·예금이 동결되기 때문에 달러나 금을 사둬야 한다’, ‘돈의 가치가 평가 절하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등 각종 괴담과 가짜뉴스, 심지어는 ‘화폐개혁(통화개혁)’이라는 전혀 다른 개념이 혼재돼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을 가보면 가격을 표시하는 데 있어 6.0, 12.0 등 1,000단위 숫자를 생략한 표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가계부 작성이나 회계업무에서 1,000단위에 대해서는 ‘0’을 표시하지 않고 ‘-’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도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이뤄지고 있는 ‘리디노미네이션’의 모습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국내에서 통용되는 모든 지폐와 주화의 실질 가치는 그대로 둔 채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로 낮추거나 새 통화 단위로 바꾸는 것, 곧 ‘화폐단위의 절하’를 의미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제성장과 물가상승 등 으로 경제 및 금융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고 자국 화폐의 대외 위상 제고, 대금결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반면,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국민적 불편과 불안심리 확산, 새로운 화폐 제조 및 각종 시스템 교체에 따른 막대한 비용, 검은 돈 확산 가능성 등의 단점도 있다. 장점은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지만, 단점은 짧은 기간에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도 요구된다. 그럼에도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는 한국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국가 위상이 높아진데 비해, 우리 화폐제도는 1962년 화폐개혁 이후 거의 그대로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하면 그에 맞춰 옷을 바꿔주듯 나라가 성장하고 덩치가 커졌으니 그에 맞는 화폐 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5년도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리디노미네이션, 지금이 적기다’ 정책 자료집에서 “2008년 기준 명목 GDP는 1962년 대비 약 3,024배(1962년 3,386억원 → 2008년 1,024조원), 소비자물가(2005년=100)는 1965년 대비 약 31배(1965년 3.5 → 2008년 109.7) 증가되는 등 마지막으로 화폐단위가 변경된 1962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과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경제 및 금융거래 규모가 매우 큰 폭으로 확대됐다”면서 “또한 2015년 상반기 증시 관련 자금 규모가 무려 1경1,134조원이었고, 2014년 한국은행 금융망을 이용한 원화 이체만 해도 6경원이 넘었다. 어질어질한 숫자고,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울 만큼 단위가 크고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1등이지만, 화폐 가치는 200등에 가깝다. 1달러에 환율이 네 자리를 넘어가는 나라는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정도에 불과하다”며 “화폐와 경제 현실 간의 괴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조속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경원은 1조원의 1만 배로, ‘0’이 16개다. 박승 전 한은 총재 “‘0’ 3개 떼어 내는 것일 뿐” 가장 최근 한국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이 논의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세워진 때는 2004년이다.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을 포함한 화폐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TF팀을 꾸리고, 관련 내용 검토 및 계획을 수립하는 등 구체적인 추진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5월13일에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첫 공론화의 장으로, 이원욱·최운열·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명재·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이 자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기본적으로 1,000원을 1환으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3,920원은 3환92전이 되는 것”이라며 “화폐단위 변경은 ‘0’ 3개를 떼어 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국민을 설득하는데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한 “신권과 구권을 1년 동안 동시 통용시키면서 신·구권의 가격 동시 표기를 의무화해 국민 인식 속에 구권과 신권의 ‘1,000대 1비율’이 반영, 습 관화되도록 하고, 돈을 바꿔 줄 때는 금액과 기간에 관계없이 무제한·무기명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2002년 한은 총재로 재직할 당시 화폐단위 변경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국은행 내에 ‘화폐제도 선진화 추진팀’을 꾸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 화폐는 지질이 나쁘고, 돈이 너무 커 선진국 사람들 지갑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위·변조가 쉬웠고, 고액권이 없는 등 화폐 제도가 후진적이었다. 그래서 화폐를 선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던 중 당시 중국 중앙은행 총재로부터 ‘한국처럼 선진국이고 모든 것을 잘하는 나라가 왜 달러 환율이 1,000대 1이냐,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외국 중앙은행 총재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고, 화폐단위를 1,000 대 1로 바꿔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 기대효과 5조원 이상 …인플레·비용은 관점의 문제 이후 정부는 지폐의 크기를 줄여 새 돈을 찍어냈고, 2009년에는 국회 주도로 5만원권이 발행되는 등 우리나라 화폐 제도에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리디노미네이션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한은은 자금 관련 업무처리 간소화 등 무형적 비용 절감 효과 최소 2조원에, 자기앞수표 발행과 교환 및 보관 등을 위해 시중은행들이 연간 6,180억원 상당의 관리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5년 동안 약 3조원 규모의 경비를 줄일 수 있어 총 5조원 이상의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리디노미네이션을 하게 되면 화폐 관련 지출비 용이 2조원에서 2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총재는 “현재 우리 경제로서 비용이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비용은 투자고, 일자리”라며 “화폐단위 변경으로 발생하는 새 돈 인쇄비, 결제 시스템 변화, ATM기 교체 등이 갖고 오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것을 비용 측면에서만 볼 것이냐, 경기적 측면에서 볼 것이냐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는 “당시 유로화를 조사한 결과 물가가 0.3%p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약간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있을 수 는 있다”면서도 “이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서는 “아무나, 언제나 돈을 갖고 오면 바꿔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통해 자금을 빼내려고 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치적 목적’의 두 차례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국민적 트라우마 남겨 당시 정부가 리디노미네이션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두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1953년 2월과 1962년 6월에 추진된 제1·2차 통화개혁이 그것이다.지금껏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적 목적의 리디노미네이션은 모두 실패했다. 배영목 충북대학교 교수의 ‘우리나라 통화개혁의 비교 연구 (2010년)’에 따르면 1953년 제1차 통화개혁은 UN대여금 상환과 외국의 원조 증대라는 당시의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실시됐다. 당시 정부는 통화개혁을 통해 물가안정을 달성할 의지를 보이면 외국 원조의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하에 화폐 단위의 호칭을 ‘원’에서 ‘환’으로 바꾸고, 100 대 1(100원=1환) 비율로 화폐 액면가를 낮추는 한편, 구통화 표시 화폐와 예금 등을 동결, 신권으로의 교환을 제한했다. 제2차 통화개혁은 재정·금융확장 정책에 의해 누적된 과잉 통화를 흡수하고 퇴장자금을 끌어내 경제개발계획에 필요한 산업자금으로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역시 정치적 목적의 리디노미네이션이었다. 화폐단위는 ‘환’에서 다시 ‘원’으로 변경됐고, 액면가 비율은 10 대 1(10환=1원)로 낮췄다. 제2차 통화개혁은 제1차 통화개혁에서 봉쇄 대상이 아니었던 1년 미만의 저축성 예금까지 봉쇄하는 등 더 광범위 하고 강력하게 설계됐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퇴장자금의 산업자금화와 통화개혁에 따른 신용경색 및 경기 위축의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배 교수는 “두 차례의 통화개혁은 예금 동결을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신용경색과 생산과 유통의 위축부터 초래했다”며 “또한 그 충격이 민간부문에 집중됐기 때문에 민간의 경제활동이 통화개혁으로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반면에,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아 그 효과도 작고, 통제의 실효성도 작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경제 내 불균형은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개혁에서 예금 동결이 단기적으로 금융 실물부문에 주는 충격은 물론 그 교란이 심각하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전개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이 정책수단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처럼 과거 두 차례의 통화개혁은 국민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박 전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 자체보다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깨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과거에 화폐개혁을 두 차례 하면서 돈을 바꿔줄 때도 모두 바꿔준 것 이 아니라 70%만 바꿔주고 30%는 동결했다. 그리고 실명으로 바꾸게 함으로써 누가 돈을 바꿨는지 다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굉장히 큰 고통을 겪었고, ‘무조건 반대’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며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 여론을 듣고 공개적으로 추진해 국민이 갖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디노미네이션, 과거 통화조치와는 구분되는 것 관련해서 임동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은 현 화폐에 대한 ▲강제 환수 ▲화폐교환 제한 및 예금 동결 등의 비상조치가 수반됐던 통화조치와는 구분되나, 현재 ▲평가절하 ▲디벨류에이션 등 과거 통화조치에서 이것이 병행된 사례가 많아 일반인들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 팀장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던 통화조치와는 달리 공개적인 국민 여론 수렴과 수년간의 홍모 및 준비 기간을 거치는 등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고, 예금봉쇄 및 화 폐교환 제한조치가 없으며, 고인플레이션 악순환 단절을 위한 후진국형이 아닌 물가가 안정된 선진국형 화폐 제도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실제로 많은 뉴스 보도에서 전달되는 내용 중 오도된 것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론화되면서 지식이 많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 또한 리디노미네이션은 1년, 2년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8년 우제창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화폐기본법(임기만료 폐기)’은 새 화폐단위를 ‘환’으로 규정하고 액면가 비율을 1,000 대 1(1,000원=1환) 으로 하며 2010년 1월1일부로 시행, 구권 교환 기간을 10년 (2020년 12월31일까지)으로 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 만약 리디노미네이션 추진이 결정된다면 국회에서는 ‘한국은행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러는 사이 정부는 ▲새 화폐 제조 및 보관·현송 ▲구화폐 회수 및 폐기 ▲회계 처리 및 지급 결제 관련 전산시스템 변경 ▲새 화 폐 이용 가능한 현금취급기기 개체(改替) 등 사전 준비에 들어간다. 임 팀장은 여기에 최소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사전 준비와 법 개정이 완료, 시행되면 새 화폐가 국가 통화로서의 자격을 얻게 되고, 모든 채권과 채무, 재화, 서비스 등 일체의 금액은 새 화폐단위로 표시된다. 다만, 새 화폐의 조기 정착, 신·구 화폐의 혼용에 따른 국민 혼란 방지 등을 위해 일정 기간 신·구 화폐가 병행 통용되고, 물품 가격도 신·구 화 폐단위로 표시하는 이중표시제가 실시된다. 신·구 화폐의 교환은 기간이 설정되지만, 교환 기간이 지나도 한국은행 창구에서는 교환업무를 계속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이뤄져야 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 다. 경제학자나 전문가들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78년부터 리디노이네이션에 대한 논의가 정계 일각에서 계속 이뤄졌고, 1998년 6월부터는 의회를 중심으로 엔화 단위를 100 대 1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국민적 합의가 모아지지 않아 시작도 하지 못했다. 당시 일본 의회는 ▲엔화 강세로 엔·달러 환율이 100엔 선까지 내려갔다는 점 ▲달러화와 1 대 1 가치를 가진 유로화가 새로 출범했기 때문에 국제통화로서 엔화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내수회복과 생산증대를 통해 일본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왜 해야 하나? - ① 현실 속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어 리디노미네이션은 왜 해야 할까?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카페나 식당 등에서 가격을 간단하게 표시하는 등의 모습으로 그 필요성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제도에서 오는 불편함과 변경의 필요성을 경제주체들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가 전혀 바뀐 것이 없는데도 경제주체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뭔가 불편하고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정치권이나 제도권, 행정부는 이것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살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가장 우려를 낳는 것이 우수리 문제로 인한 물가상승이다. 가령 1,000원을 1환으로 변환하는 경우 950원이던 과자가 1환이 되거나 9,500원이던 피자 가격이 10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작은 화폐 단위를 일일이 반영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을 과거 유로화 출범 시 유럽에서도 나타났다”면서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압력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번도 전년 대비 0%대를 벗어난 적이 없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에 불과하다. 여전히 1%에 미치지 못한다.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라고 말했다. 결국 과거에 비해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다는 점은 리디노미네이션 시 우려되는 환경적 부담이 완화됐다는 주장이다. 우수리란 일정한 수나 수량에 차고 남는 수나 수량을 말한다. 또한 “ATM기도 바꿔야 하고, 새로운 화폐도 찍어야 하고, 금융기관 전산시스템도 바꿔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이 수반 되는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어떤 주체의 비용은 그 반대 측의 수익”이라면서 “매출과 투자가 생기고, 고용이 생길 것이다. 즉, 경제부진 상황에 빠져 있는,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는 우리 경제 흐름을 감안하면 이것이 단지 마이너스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가 오르고 경 단위 숫자가 나오는 우리 경제 안에서 회계 처리와 거래 등을 전산에 입력하는 시간에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 연구위원은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와 반대 주장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를 큰 혼란 없이 이뤄낸 나라도 있다”면서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고 배워 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제도적 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완해나가고 경제 주체에 대한 신뢰,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그 시기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해야겠지만, 우리는 경제 쪽으로 접근하는 만큼 그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왜 해야 하나? - ② 언젠가는 할 일, 제도 보완해서 시작해야 리디노미네이션이 말하는 또 다른 찬성 이유는 이것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니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급적 빨리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짜장면’ 을 기억할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짜장면’이라고 하는데, 방송 등에서는 ‘자장면’이라고 해 개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결국에는 2015년에 ‘짜장면’도 표준어가 됐다”면서 “만약 지금이라도 제도 등의 변경을 시작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원화 자체에 대한 신뢰도 상당히 낮아지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수리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되고 나서 2~3개월 정도 물가상승이 조금 있었는데, 그 원인을 보면 화폐단위를 변경해서 물가가 올랐다기보다 유로화가 도입될 것을 기대하고 물가를 올리지 않고 있다가 도입 후 한꺼번에 올려서 그렇게 보였다 는 분석이 잇따랐다”며 “단위 변경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왜 하지 말아야 하나? - ① 사회적 비용·부작용 과다 반면, 리디노미네이션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과다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입 장이다. 만약 꼭 해야 한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위해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지금 ‘0’이 많다고 하는데, 그 원죄는 ‘전(錢)’이 없다는 것이다. 달러 화를 보면 달러가 있고, 센트가 있다”면서 “그렇게 보면 100원을 1달러로 한 화폐개혁 이후 50~60년 동안 우리 돈은 사실 10배 정도 올라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데, 우리 화폐에서 ‘전’이 없기 때문에 ‘0이’ 많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즉, 인플레이션이 너무 빨리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제학자가 볼 때는 ‘0’을 없애든 붙이든 큰 문제는 없다. 우리나라 화폐가 0이 없으면 국격이 올라간다거나 0.0001로 하면 나라가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며 “더 큰 문제는 균일하지 않은 재화의 가격 조정에 따른 소득 재분배 효과”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장사가 잘되는, 협상력이 높은 업체는 5,200원짜 리 물건이나 음식을 6.0환으로 올릴 수 있고, 협상력이 낮은, 시간당 6,800원짜리 임금을 가진 사람들은 6.0환이 될 수 있 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메뉴를 다시 쓸 때 가격변화가 일어난다고 얘기하는데, 그것이 대부분 균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면서 “화폐의 기능 중 하나가 ‘가치의 단위(Unit of account)’로서 세분화하는 것, 즉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다는 것인데, ‘0’을 떼기 위해 올림이나 내림, 반올림하는 과정에서 손해 보는 사람들과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과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얘기하는 소득 재분배의 방향과 일치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5만원권을 발행할 당시 제기됐던 것처럼 ‘검은돈’ 유통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만약 1,000원 을 1환으로 하면 어쨌든 화폐단위가 지폐에서 4~5가지는 있어야 한다. 1환까지, 10환짜리 두 개만 만들어놓고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10환이면 현재 1만원이고, 50환이면 현재 5만원, 100환이면 10만원이다”며 “결국 고액권 발행에 따라 자산의 사장이 용이해지고 검은돈의 유통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돈만 찍어내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계약서를 다 바꿔야 한다. 5,000만원을 꿨다면 5만원 꾼 것으로 계약서를 변경해야 한다. 그 사회적 비용이 적지만은 않다”면서 “여러 가지 비용을 고려하고, 그래도 ‘0’이 많은 것이 불편하고 좋지 않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왜 하지 말아야 하나? - ② 요즘 누가 현금 쓰나?…화폐개혁, 글 로벌 흐름 속에서 생각해야 리디노미네이션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현금을 쓰지 않는 사회, 즉 ‘현금 없는 사회’에서 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 세계 및 한반도 상황 의 변화에 따라 향후 두 번의 화폐개혁의 기회가 올 것인 만 큼 지금은 그때를 위한 준비를 할 때지, 리디노미네이션을 추 진할 때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최양호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카페나 음식점에서 가격 표시를 5.0, 6.0 이렇게 표시하는 것을 얘기하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 결제를 카드로, 현금을 안 쓴다는 것이다. 환전도 얘기하지만, 요즘 누가 해외 나갈 때 환전을 하나? 나가서 카드 긁는다”며 “지금은 화폐단위 변경 등의 적기가 아니고, 예고된 두 번의 화폐개혁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고문은 “적기론(리디노미네이션 찬성)을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물가상승 부담이 축소된다는 부분인데, 박승 전 총재가 2004년도에 적기라고 했던 근거와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 똑같다. 물가가 굉장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적기라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이유였다면 지난 15년간 됐어야 하는데,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물가는 적기의 이유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환경이 어렵고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도가 낮고, 불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의 적기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정치와 경제가 얼마나 안정되느냐에 따라서 화폐단위 변경은 성공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경제적 상황은 리디노미네이션의 적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최 고문은 한반도에는 필연적으로 두 번의 화폐개혁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그에 대비한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 두 번은 ‘남북통일’과 가상화폐·현금 없는 사회· 디지털 결제 등 ‘글로벌 화폐’의 등장이다. 그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현금 결제의 두 배에 육박하는 등 우리 사회 는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화폐가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또한 한반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남북통일이 되면 2체제로 가더라도 종국에는 단일화폐를 써야 한다. 다음에 ‘글로벌 화폐’로 가는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화폐 제도는 어떤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은 날씨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가 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고문은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지하경제는 그 규모가 2~45%까지 있다. 수치 하나 바꾸면 변하는 것이 지하경제 규모”라며 “하나 확실한 것은 지하경제라고 해서 쌓인 부를 분석해보니 현금은 6%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다 자산으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리디노미네이션이 지하경제 해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왜 하지 말아야 하나? - ③ 성공한 사례가 없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 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G20, OECD 회원국 중 지난 15년간 유일하게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터키를 예로 들었다. 임동춘 팀장에 따르면 터키의 경우 1975년 시작된 경제위기와 1980년대 가속화된 인플레이션 때문에 리라화의 대외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가장 낮은 화폐단위가 5만 리라였고, 가장 큰 화폐단위가 2,000만 리라였는데, 2,000만 리라로 영화표 4장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터키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추세를 확인한 후 리라화 단위를 100만 대 1 비율로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는데, 2004년 1월31일 관련법을 공포 하고, 1년 뒤인 2005년 1월1일 이를 시행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5월12일자 기준 터키의 은행 간 금리가 25.5%다. 사실상 외환위기 중”이라면서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글로벌투자 자본들이 터키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그 자본을 묶어주기 위해 정책금리를 25%까지 올리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5%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으로부터의 ‘낙인효과’를 우려했다. 그는 “화폐단위 변경이든 화폐개혁이든 한 나라들이 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선진국이며 국가 경제 전체 차원에서 뭔가 잘 돌아가는 나라가 한 사례가 있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 나라 왜 화폐개혁 하지? 무슨 문제가 있나 봐?’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더 무섭다. 화폐단위 변경 논의 자체가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몇 위인가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평가에 예민하고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트라우마 문제도 지적했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1950~1960년대 있었던 화폐개혁으로 경제주체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줬다”면서 “최근 인도가 추진한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전(前) 미경제분석국에 있었던 한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현금부족사태로 미 연준이 마치 연방기금 금리를 200bp, 2%p 인상한 것과 같은 경제적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트라우마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발권국장 “언젠가는 해야 하는 문제” 이처럼 찬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한은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운섭 한은 발권국장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10여년 이상 진행을 해왔던 것”이라며 “다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2004년에 한 번 했을 때 제대로 진도가 안 나갔던 경험이 있어 지금은 국회에서 얘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런 논의가 당사자가 한 번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가 역할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해를 해줬으면 한다”면서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잘 숙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취지가 좋아도 그것을 추진하는데 있어 방법이나 시기 등을 잘 맞추지 못해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리 사회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을지 모르지만, 사회적 제도와 각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 조정 등 실질적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제도 시행 전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다. 반면 리디노미네이션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우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여러 순기능과 역기능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부작용과 문제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도 안정적이지 않고, 정치적 상황 역시 불안하기만 하다. 많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의 말처럼 리디노미네이션을 포함한 화폐제도의 변화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예상되는 화폐의 위상 속에서 우리의 화폐제도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지를 먼저 고민하고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화폐개혁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