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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윤정 칼럼] 아프다고 엄마가 대신 전화해요

여보세요, 김과장님이신가요? 저는 이민형의 엄마인데요, 오늘 애가 너무 아파서 회사엘 못 갈 것 같네요. 영 일어나질 못해요. 잘 좀 봐주세요.”학부형의 전화를 받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된 것 같다. 어제까지 멀쩡히 퇴근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전화통화도 못할 만큼 아픈가?

엄마 입을 빌려 결석하는 미취학 아동처럼 20대가 훌쩍 넘고서도 엄마를 통해 결근을 알린다. 입사통지서를 취학통지서로 착각한 건 아닌지, 보호자를 동반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요즘 신세대들, 도통 이해가 안 된다.

키덜트(Kids+ Adult)족이 직장에 입사했다. 레고 장난감, 게임 속 주인공과 대화를 하던 그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맞벌이를 하며 한없이 너그럽게 키웠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나아 잘 키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산아제한 정책에 힘입어 금이야 옥이야 키운 외동아들, 외동딸이다. 물질적 풍요만큼 사랑도 독차지했고, 헌신적인 사랑만큼 부모 의존도가 높은 세대다.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전에 이런 성장배경과 세대적 특수성을 이해하면 한심하다가도 감정이 누그러진다. “요즘 애들 왜 그래?”라며 혈압 올릴 일이 아니라“어떻게 정정해 주나?”에 집중해야 할 일이다. 섣부른 판단은 쥐약이다. 정말 혼수상태였을 수 있고 피치 못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직접 전화하지 못한 이유를 묻고 부모님의 전화가 회사에서 어떻게 비쳐질지에 대해서 묻자.

책임감이 부족한 개인으로 비쳐질 것을 알면서 부득이 그랬을 수도 있고, 그 질문 자체로 인해 그 행동의 파급영향을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진지하게 경고하자. 뜻밖에도 이런 일이 커피자판기 앞에서 키득거리는 놀림용으로는 회자될지언정 정식으로 당사자에게 충고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모를수록 단호하게 알리고 앞으로를 위해 꼭 짚고 넘어갈 일이다.


들이대는 부하, 완전 어이없어!

내가 젊었을 때는 선배 책상 닦고 재떨이 비우는 것은 기본에 담배 심부름도 했다. 선배는 하늘이고 신이었다. 선배가 퇴근하기 전에는 화장실도 못 갔고 선배가 꾸중하면 코가 땅에 닿도록 반성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야근은 개인의 선택이라며 상사가 버젓이 있는데도 탈탈 털고 퇴근하고, 싫은 소리라도 할라치면 섭섭하다며 고개 들고 말대꾸다.

상하관계에 개념이 없는 후배, 위아래도 없고 하늘 아래 무서운 게 없다. 따끔하게 혼을 내야할지 시대 탓으로 돌리며 큰 기대를 말아야 할지 하루에도 몇번 씩 머리가 아프다. 갈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변모해 가는 신세대들에게 이런 문제는 고리타분한 문제다.

상사는 하늘이 아니라 나보다 경력 많은 동료일 뿐이다. 게다가 상사의 표정부터 심기까지 헤아리며 보좌하는 훈련을 신세대들은 받지 못했다. 상사의 헛기침은 감기증상일 뿐이고, 상사가 뒷목을 잡으면 갱년기 증상으로 여긴다. 상사는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일 뿐이다. 이럴 때 요즘 애들 운운하며 예의범절을 가르치자고 덤벼드는 것은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일이다.

회사는 인성교육을 하는 데가 아니라 이익을 만드는 곳이다. 도덕시간에나 나올법한 경로우대는 학교에서 이미 배워왔거나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 기본이 안 돼있어, 나 때는 안 그랬다’식의 개인적 경험과 가치관을 강요하면 납득하기 쉽지 않다.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상사가 조직의 팀웍과 원만한 업무처리를 위한 명분으로 조언해도 받아들일까 말까이다.

어른으로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 어른으로 존경받도록 노력하자. 예전에는 나이만 먹어도 어른대접을 했지만 요즘은 나이와 성숙도에 능력과 호소력을 모두 갖추어야 어른 대접을 받는다. 슬프지만 예전보다 어른대접 받기가 쉽지 않다.



글/ 지윤정 윌토피아평생교육원원장

<MBC 이코노미 매거진 11월호 P.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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