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식업 폐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문 닫은 식당들이 이어지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골목상권의 작은 식당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찾던 음식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배달 전문점까지 폐점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경기 침체나 소비 위축의 결과로 이해한다. 물론 소비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 둔화가 외식업에 큰 부담을 준 것도 맞다. 그러나 실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 농업과 외식업의 동반 위기
먼저 농산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자. 최근 농산물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농림수산품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3.3% 하락했고, 이 가운데 농산물 가격은 5.0%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겉으로 보면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으니 외식업의 식재료비 부담도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비료 원료인 요소, 암모니아, 유황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의 비료 가격안정 지원예산은 농업계가 요구한 163~202억 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115억 2,000만 원에 그쳤다. 농가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는 이중 압박을 받는 셈이다.
이것이 단지 농가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생산비 부담 증가는 결국 소비자와 외식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 당장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소비자 부담이 줄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의 유통 구조에서는 산지 가격 하락분이 소비자 가격이나 외식업체 구매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중간 유통 단계, 물류비, 저장비, 거래 수수료, 공급업체 마진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산지 가격은 떨어졌지만, 외식업자가 구매하는 식재료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중장기적으로 가격 불안을 키운다는 점이다.
농가가 생산비를 감당하지 못하면 품질 관리는커녕 다음 작기에는 재배를 줄이거나, 일부 농가는 아예 생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 지금은 가격이 떨어지는 듯해도 이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소비자는 현재 가격 하락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미래에는 가격 상승의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된다.
또한 최근의 농산물 가격 하락을 단순히 생산 과잉으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다. 지금의 상황은 생산 증가, 가격 하락을 예상한 시장 참여자의 심리, 가계 소비 위축에 따른 외식 수요 감소, 특정 시기에 물량이 집중되는 공급 구조, 경매 중심·중앙집중형 유통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유류비, 비룟값, 비닐 가격 등 생산비 상승이 겹치면서 농업과 외식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구조적 위기로 치닫고 있다.
◇ 외식업체 폐점 원인
외식업체의 경영 부담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그 중심에는 명확하게 식재료비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외식업체의 영업비용 구조를 보면, 식재료비는 전체 비용의 4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인건비 33.9%, 임차료 8.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외식업을 흔히 노동집약형 업종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경영 구조를 살펴보면 외식업은 ‘식재료 가격에 의해 수익이 결정되는 업’에 가깝다.
경영 애로 요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식재료비 상승을 부담으로 응답한 비율이 94.1%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경쟁 심화 86.9%, 임차료 상승 79.9%, 인건비 상승 76.3%로 나타났다. 즉 외식업체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경영 압박은 임대료나 인건비보다 식재료비 상승이다. 물론 임차료와 인건비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는 매일 구매해야 하고, 이의 가격 변동이 즉시 손익에 반영되며,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함께 증가하는 핵심 비용이다.
실제 경영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기준 외식업체의 평균 매출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8.7%까지 하락하였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매출 증가보다 식재료비를 포함한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외식업 폐점 증가의 핵심 구조가 드러난다.
외식업체는 식재료비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이미 외식 가격을 비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점심 한 끼가 1만 원을 넘고, 소비자의 외식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음식 가격을 더 올리면 손님이 줄어든다. 반대로 가격을 유지하면 식재료비 상승분을 업주가 떠안아야 한다. 결국 외식업체는 가격을 더 올리기도 어렵고, 올리지 않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더구나 농산물 산지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서 외식업체의 구매가격이 즉시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외식업체의 식재료 구매 경로를 보면, 개인 도매상 23.7%, 식자재 마트 21.5%, 프랜차이즈 본사 19.3%, 도매시장 9.6%로 나타난다.
직접 거래보다는 중간 유통업체를 통한 구매 비중이 높다. 특히 공급업체 의존도가 30.4%로 가장 높아, 외식업체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공급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종속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결국 외식업 폐점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소비 위축에서 기인한 게 아니다. 산지 가격 하락이 외식업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식재료 가격 변동 위험이 외식업체에 그대로 전가되는 유통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외식업 위기는 식재료 조달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 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농수산물 수요에 대한 예측과 공급 방안이 사전에 설계되지 않으며, 또 유통 단계에서 이를 조정하기보다 특정 시점과 특정 공간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공급과 수요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격 전달의 단절
농산물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생산이 많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곳과 생산되는 곳, 필요한 시점과 출하되는 시점, 그리고 적정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핵심 문제다.
특히 현재 구조에서는 생산과 소비 사이에 ‘시간의 단절’과 ‘공간의 단절’이 동시에 존재한다. 생산은 계절과 작황에 따라 집중되는데, 소비는 일상적으로 분산되어 발생한다. 이 둘을 연결하는 유통이 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의 유통 구조는 오히려 물량을 특정 시점에 집중시키고 가격 변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산지에서는 가격이 폭락하고, 외식업 현장에서는 식재료비 부담이 줄지 않는 ‘가격 전달의 단절’이 발생한다.
따라서 해결의 방향도 명확하다. 생산을 줄이거나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중심으로 유통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가격이 하락한 이후 비축과 할인으로 대응하는 사후 처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동일한 재정 투입을 반복하면서도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제는 가격이 무너지기 전에 수요를 사전에 확보하고, 거래를 안정시키며, 물류를 분산시키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권역 기반 유통 체계
여기서 필요한 핵심 전략이 바로 5극3특 지방시대에 걸맞은 권역 기반 유통 구조 형성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균형 정책이 아니라, 생산·소비·물류·거래를 권역 단위로 재구성하는 구조 개혁 전략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역에서 우선 소비되고, 부족한 부분만 권역 간에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면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이 줄어들고 유통 단계가 축소되며, 가격 형성 과정도 안정된다.
지금처럼 중앙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집중된 뒤 다시 전국으로 분산되는 구조에서는 유통 단계가 과도하게 늘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식업 분야에서는 계약 기반 거래가 매우 중요하다. 외식업은 하루 단위로 재료를 구매하지만, 메뉴 구성과 가격은 일정 기간 유지되어야 한다. 식재료 가격이 매일 변동하는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
정가・수의매매와 계약 거래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핵심 장치다. 동시에 시장도매인 같은 직거래 채널을 활성화하면 생산자와 외식업체 간의 직접 연결이 가능해지고,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이면서 가격 전달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온라인도매시장 역시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구조 전환의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현재의 중앙집중형 온라인도매시장은 가격 정보와 데이터의 기준을 제공하는 정보데이터플랫폼으로 재편하고, 실제 온라인 거래는 권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이중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권역별 온라인도매시장이 구축되면 지역 내 생산자와 외식업, 소매 유통이 직접 연결되고, 수급 조정과 물류 효율화가 가능해지며, 거래 데이터 기반의 가격 안정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온라인도매시장 운영 주체다. 지금까지의 유통정책은 생산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으며, 그 결과 거래 역시 공급 중심 구조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비자와 외식업, 소상공인을 기반으로 한 수요 중심 기관이 운영을 담당해야 한다. 수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관이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생산→판매’가 아니라 ‘수요→생산’ 구조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결국 외식업 폐점 문제는 경기 기복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생산–유통–소비가 분절된 구조에서 발생한 ‘가격 전달 시스템’의 붕괴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산지 가격 하락이 외식업 원가 절감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가격 변동 위험이 외식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폐점 흐름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법은 명확하다. 공급을 억제하거나 사후적으로 가격을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를 중심으로 거래를 설계하고 유통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권역 기반 유통 체계 구축, 정가・수의제 및 계약 거래 확대, 시장도매인 중심 직거래 활성화, 권역별 온라인도매시장과 공동물류 체계 구축은 모두 ‘가격 전달의 단절’을 해소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면 산지 가격은 안정적으로 농가에 전달되고, 외식업체는 예측 가능한 가격으로 식재료를 조달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유통비용은 축소된다. 특히 외식업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비용인 식재료비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이는 곧 수익 구조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외식업 폐점 감소는 단순한 지원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유통 구조 개혁의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외식업자는 안정적으로 장사를 하며,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을 누리는 구조가 형성될 때 비로소 ‘농업–외식–민생경제’가 동시에 살아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