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 산업, 화려한 성장 뒤에 숨은 IP 생태계의 취약성
한국 콘텐츠 산업이 K-팝, 드라마, 게임을 중심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 매출은 160조원대로 확대됐고 수출도 증가했는데도 성장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제작비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급등했지만, 수익 구조는 불안정하고, 흥행 실패 부담이 제작사에 집중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며 산업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지적이다.
취약성의 핵심에는 미성숙한 IP(지식재산) 생태계가 자리한다. 한국은 제작사 중심 구조로 핵심 IP 소유권이 플랫폼이나 투자사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단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미국·일본은 기획 단계부터 IP 확장 전략을 설계, 2차·3차 사업을 전제로 콘텐츠를 개발하며 장기 수익을 창출한다. 글로벌 유통망, 라이선싱 전문인력, IP 비즈니스 경험 부족으로 한국은 ‘세계적 인기→산업적 성과’의 선순환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사례는 IP 중심 전략의 효과를 분명히 보여준다. 디즈니는 4000개 이상의 상표를 기반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IP 사업에서 창출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굿즈와 라이선싱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포켓몬과 리그오브레전드 등 글로벌 IP는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며 산업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작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IP 소유권 확보, 기획 단계의 확장 전략, 전문인력 양성, 글로벌 유통망 강화 등 생태계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브랜드 시대, 왜 창작자는 정당한 보상을 못 받는가
‘K-’가 붙으면 뭐든 성공한다는 K-브랜드의 시대다.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문화 수출 산업으로 꼽힌다. 드라마·영화는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연이어 흥행하고, 웹툰·웹소설은 K-스토리의 새로운 원천 IP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뒤에는 창작자와 제작사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제작 방식은 ‘외주 제작’ 중심이다. 제작사는 기획·촬영·후반 작업까지 모든 리스크를 떠안지만, 완성된 작품의 IP 소유권은 대부분 플랫폼이 가져간다. 국내 방송사도 편성권과 유통권을 이유로 IP를 가져가는 관행이 오래도록 유지되고 있다. 제작사는 제작비 마진 외에 리메이크, 굿즈, 해외 판매 등 2차 수익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웹툰·웹소설도 마찬가지다. IP 확장 잠재력은 크지만 수익 배분은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다. 웹툰·웹소설은 플랫폼 수수료가 30~50%에 달해 작가 수익이 제한되고, 영상화·게임화 계약을 맺어도 플랫폼이 우선 협상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인기 작품조차 원작자가 IP를 온전히 소유하는 사례는 거의 드물다.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열기가 뜨거워도 아직 우리 콘텐츠에 대한 굿즈·라이선싱 등 2차 상품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다. 일본·미국에 비해 라이선싱 산업 규모가 작고, 제작자나 창작자가 굿즈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힘들다. IP 소유권은 플랫폼에 집중돼 원작자의 의도대로 2차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
◇국내 콘텐츠 산업, IP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래 전략
정부가 콘텐츠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IP(지식재산)를 중심으로 금융·보증 지원을 확대하면서 산업계에서도 제작사 중심의 IP 보유 구조 전환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과거 방송사·플랫폼이 IP를 독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사가 IP를 직접 소유하고 이를 다양한 플랫폼과 글로벌 시장에 유통·라이선싱해야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유통·라이선싱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콘텐츠가 세계적 주목을 받지만, 해외 유통 전략 수립과 현지화, 복잡한 저작권·계약 관리 등을 수행할 전문인력은 부족하다. 정부·산업계는 교육 프로그램 확대, 국제 협력 프로젝트 추진,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 전문인력 양성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IP를 글로벌 자산으로의 확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AI 기술을 활용한 IP 확장 전략도 새 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멀티버스 세계관 확장, 캐릭터 자동 생성, 스토리 변주 등 AI 기반 창작 기술은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팬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한 캐릭터가 AI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세계관으로 확장되면 IP 수명은 늘어나며, IP 금융과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내 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제작·유통 단계를 넘어 IP 중심 생태계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인다. 정부의 금융 지원 강화, 제작사 중심 IP 보유 확대,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 AI 기반 확장 전략이 맞물리며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IP의 관리·확장 노하우가 향후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콘텐츠, ‘제작’에서 ‘IP’으로 생태계 재편의 분기점
한국 콘텐츠 산업이 제작사와 창작자 중심의 구조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서 있다. 그동안 방송사와 플랫폼이 IP를 독점하고 제작사는 단순 공급자의 구조가 지속됐지만, 이는 창작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주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IP 소유권을 창작자와 제작사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작업이 산업 혁신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IP를 창작자가 직접 보유·관리하는 구조는 장기적 수익 창출의 기반이자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필수요소가 된다. 투명한 수익 배분 체계가 마련되면 제작사와 플랫폼 간 신뢰가 강화되고, 플랫폼 중심의 불균형 구조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IP의 확장성과 활용 능력은 콘텐츠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IP 확장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의 IP를 드라마·게임·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장하는 멀티버스·세계관 전략, 굿즈·라이선싱 전문기업을 육성해 IP의 수명을 연장하는 전략, 글로벌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해 현지화와 해외 확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작권·계약·라이선싱을 총괄하는 IP 매니지먼트 전문가와 팬덤 분석·수요 예측이 가능한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IP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산업구조 개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문인력 양성, 생태계 구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한국 콘텐츠 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블·포켓몬·디즈니 등 초강력 IP가 시장을 재편하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가 ‘IP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IP 소유권 재정립과 투명한 수익 배분, 확장 전략, 전문인력 양성 등 네 축이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IP와 콘텐츠의 공존 구조를 구축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산업 구조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머천다이징 사업이 가장 효과적인 분야가 애니메이션이라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은 제작사가 캐릭터·세계관 등 핵심 IP를 온전히 보유해 자산화하지만, 드라마·영화·예능은 초상권과 복잡한 권리관계로 IP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일본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애니 IP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머천다이징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왔으며, 특히 ‘귀멸의 칼날’은 1조엔 매출 중 90%가 머천다이징에서 발생해 IP 비즈니스를 확고히 했다. 반면 한국은 유아동용을 제외한 애니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IP 비즈니스로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일본이 만화라는 강력한 원천 IP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와 부가사업으로 확장해 수익을 극대화한 것처럼, 한국 역시 웹툰·웹소설이라는 탄탄한 원천 IP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어 애니메이션 산업이 성장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드라마·예능 등 실사 콘텐츠 분야에서도 IP 비즈니스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콘진원은 “실사 콘텐츠는 제약이 많지만,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이 IP 중심 전략을 선언으로 기존 3% 수준의 IP 사업 매출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며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체질 개선과 IP 자산화 전략의 고도화가 핵심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