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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류재춘 작가의 화폭에 담은 월광(月光)소나타

100일 간의 전시회 ...2024년 2월 1일까지

고요하게 비추는 달빛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침이 되면 달빛 풍경을 그려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묵화가 류재춘 작가. 그녀가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는 주제로 2023년 10월 25일~2024년 2월 1일까지 서울 문화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전시회를 열 어 화폭에 담은 달빛 감성을 소나타로 풀어내 보이고자 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큰댁으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가던 날밤, 어두운 하늘에 내려오는 달빛이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춰주고, 놀란 풀벌레 소리가 울타리 수풀에서 뚝 그칠 때 우리는 그 달빛이 전하는 소리를 두 귀로 듣는다. 사방의 밝은 빛으로 별빛에 눈이 멀고, 달빛을 잊어 가고 있지만 어쩌다 하늘 높이 뜬 여러 모양의 달과 교교한 달빛에 젖어 감성에 겨워 보고 싶은 이에게 소식을 전하며, 우리의 소망도 기원해 본다. 


달이 정복됐는지 어쩌니 운운하지만 달과 지구에 보내는 그 빛은 여전히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이다. 달과 달빛은 그래서 믿음과 소망을 기원할 수 있는 존재이고, 이를 통해 예술적 영감과 동기를 부여하는 뮤즈다. 류 작가 곁에 있어보면 달과 달빛의 순수함과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달과 달빛이 비친 자연에서 느낀 감정을 그림에 담다보니 그런 것 같다” 면서 “달이 밝은 밤, 당신이 몹시 그리웠던 감정과 감성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달 25일 전시회에서 만난 류재춘 작가는 “우리 미학의 핵심은 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낮보다 밤에 생각이 더 차분해지고 깊어지듯이 달빛을 마주했을 때 겸손해진 다”는 그녀가 달을 의미 있게 마주했던 건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녀는 산에 올라가 며칠 간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세상의 풍경이 보라색으로 바뀌는 순간 비로소 슈퍼 달이 뜨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달과 인연을 삼아 그때그때 그렸던 달과 산에 관한 수묵화가 어느새 작가만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작업한 게 아닌데도 두 작품을 합쳐보니까 한 작품으 로 어울리더라고요. 위와 아래의 강한 필선인 산이 달과 어우러지면서 핑크색까지 나오게 됐고요.”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무의식이라고 표현한다. 작가의 무의식이 세상을 밝히려고 한다는 거다. 류 작가의 달 작품은 어두운 곳에서도 환한 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이를 두고 미술평론가들은 “필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운필이 강하다는 거다. 류 작가는 수묵화를 그릴 때 석도의 일획론(一劃論)도 획을 그었는데 선이 벽에 꽂혀 있는 우화들이 있다며, 그런 걸 닮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회는 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달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메인 전시장 벽면을 채우고 있다. 류 작가는 전시 기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을 띄워서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우리 사회 모두가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냈으면 한다는 것이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바위꽃(2022년)은 뉴미디어 영상을 입힌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 제목인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를 잘 담아내고 있다. 류 작가는 작품 속에서 움직이는 달(영상)은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추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생길 때부터 있어왔던 달은 얼마나 많은 걸 봤을까. 힘든 이들을 보면서 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 그림이 모두를 따뜻하게 비춰주었으면 좋겠다고 거다.

 


힘차고 강한 에너지 느껴져 



전시기획자인 김노암 예술감독은 작품이 아주 힘차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웬만한 남성 작가들보다도 더 에너지가 넘치고 시원시원하다고 강조한 그는, 오늘 전시회 주제가 문(MOON)이라서 서평을 쓸 때 달을 중심으로 썼는데, 전시장에 와서 연출된 걸 보니까 산의 표현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힘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미디어들이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데 류 작가는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결 합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아주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산수화나 한국화는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은 경향이 있지만 도전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계속 만들려  하는 거 같아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전통으로 인식하는 것들은 100년 이내에 형성된 것들인데 전통을 어떤 과제처럼 어깨에 무겁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새로운 감각이나 형식으로 작업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아주 독특하면서도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이유는 능숙한 테크닉 등 새로 교정해야 하는 걸 주 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달과 핑크 연결하는 작품은 처음 


 

전남 국제수묵비엔날레 큐레이터로 있는 이건수 총감독 또한 작품이 시원시원하고 힘차서 참 좋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보통 달은 은은함을 연상하는데 류 작가의 달은 상당히 활동적이며 달인지 해인지 헷갈리도록 힘이 넘치고 에너지가 넘친다. 긍정적으로 표현한 달은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앞에 선 그는 “아주 압도적”이라며 정월 대보름에 뜨는 보름달 같은 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달과 하늘 사이에 연한 붉은 기운이 있는 부분도 아주 매력적이다. 조형적으로 잘 살린 것 같다고 평했다. 달을 가지고 핑크를 살리는 작업은 처음 봤다고 말한 그는, 달을 후면에 배치하면서 꽉 채우는 작업을 하는 게 드물다. 달을 가지고 전시한다고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시원하고 남성 작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힘차다. 엄청 잘 그린 그림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저런 작품은 기업가들이 집 안에 하나 걸어놓으면 행운이 올 것 같은, 늘 기운이 넘칠 거 같은 그런 에너지가 있다며, 달과 핑크를 연결하는 것도 처음 봤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달이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했다. 


이날 전시회에서 만난 미술평론가들은 류 작가의 작품은 모두 달빛이다. 빛이 있다면 모든 게 달빛이다. 거대한 화면을 꽉 채우는 달 작업은 아마 유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 부분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통 산수화에서는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달은 늘 배경에서 빠지는데 류 작가의 달은 전면에 나오는 게 새로운 해석이라고도 했다.  


고유 달빛 문화권 보여주고자 전시회 열어 


 

올해 초 핑크가 달을 형상화한 작품을 내놓은 류 작가는 우리는 달빛 문화권이라며, 모든 동양화의 근본도 여기서 나온다. 그걸 되살려서 우리 고유한 달빛 문화권의 아름 다움을 보여주고자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 류재춘의 미술세계를 담아낸 『달빛이 흐르면 그림이 된다』도 출판돼 전시·판매되고 있다. 이 책은 작가 류재춘의 작품과 작가노트, 예술 전문가들의 비평과 기자 인터뷰를 담아내고 있어, 작가의 인생사와 작업 주제의 연원을 해설하고, ‘한국화의 아방가르드’ 창출을 목표 하면서 한국화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고민하는 작가의 시 선에 주목하게 한다. 


그를 상징하는 그림 「월하」와 스스로 꼽은 대표작「묵산」을 포함해 ‘자연의 초상’ ‘바위꽃’ ‘보라’ 세 연작을 비롯한 105점의 작품도 책에 실었다. 가로 20cm 세로 28cm 의 대형 판형의 책에 옮긴 류 작가의 작품은 모든 것을 포 용하는 풍만한 보름달과 그 아래 자연물이 전하는 생동감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류재춘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진경산수에 빠져들었 다. 화선지와 먹으로 표현되는 깊이에 빠져들어 수묵산수화를 전공하고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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