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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법농단·재판거래 의혹] 法 무기로 사법 정의 죽인 대법관들

-상고법원 도입 위해 청와대 교감…법관·재판 독립성 ‘셀프(Self) 부정’
-다양한 사건에 장기간 조직적·체계적·반복적으로 이뤄져
-청와대 관심 사건 판결 시기·방향 조절…“국정 운영 뒷받침 노력”
-법관 탄핵, 특별 입법 등 통해 책임자 처벌하고 피해자 구제해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선배 세대의 피와 눈물, 땀, 희생 위에 어렵게 세워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정의가 무너졌다.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법 정의의 붕괴를 가져온 그 대단한 가치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일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원 내·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상고법원 도입에 도움이 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판단하며 대법원 내 조직과 인력을 운영했다. 국민이 아닌 청와대에 부역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로 사법 정의, 독립성,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수십 년 동안 법을 다루면서 법관의 독립성과 공정성, 사법 정의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무려 ‘대법관’들에 의해 ‘사법농단’이 자행된 것이다. 다 썩어빠진 사회라고 해도 ‘법원만큼은 괜찮겠지’ 라고 믿었던 그 믿음조차 산산조각 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에 고발은 안 하겠지만, 수사에는 협조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국민적 비판을 받으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보면서 ‘판결이 공정하지 않다’ 혹은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 등 법원의 판결에 불만 섞인 생각을 하는 국민이 많다. 일반 국민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정도의 돈을 받아 챙긴 정치인이나 횡령·배임 등 불법을 저질러 기업을 자신의 현금출납기로 만들어버린 재벌 총수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있다.

 

법과 이를 다루는 법관의 양심에 따라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어디인지 모르게 보이지 않는 힘 혹은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는 어느 정도일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사법부 판결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한 결과 응답자의 63.9%가 ‘불신한다(매우 불신 17.6%, 상당히 불신 19.6%, 다소 불신26.7%)’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27.6%에 불과했다. 신뢰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36.2점이었다.

 

사법부 판결에 대한 불신은 거의 모든 지역, 연령층,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에서 나타났다. 이념성향이 상반된 정의당 지지층(29.7점)과 진보층(35.1점), 한국당 지지층(29.9점)과 보수층(33.3%) 양자 모두 최하점에 가까웠다. 최근 불거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들에 의한 ‘사법농단’ 사건은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는데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막연한(?), 법 감정에 의한 의심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적어도 양 전대법원장 시절만큼은 그랬다.

 

 

청와대와 ‘딜’ 시도한 재판거래 사건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이번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거나 좀 튀는(?) 판결을 하는 판사 등을 판사회의에서 배제해야 할 판사로 지정, 이들을 뒷조사하고 목록을 작성했다는 소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시작됐다. 대법원은 2차에 걸친 자체 조사를 통해 ‘뒷조사한 파일은 있지만,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결론을 냈으나, 관련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관련 특별조사단(이하 특조단)’을 꾸려 3차 조사를 시작, 그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딜’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재판거래 사건’으로 확대됐다.


당시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사찰하고, 판사들의 자유로운 모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감시하는가 하면, 상고법원 도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와대의 의중을 받들어 특정 사건을 그에 따라 처리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다. 헌법이 법관의 신분까지 보장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려는 외부의 간섭이나 부당한 압력을 적극적으로 배척·저항해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원이 스스로 이를 무너뜨린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사법부의 최고 기관인 법원, 그중에서도 대법원의 대법관들이 ‘자행’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

 

 

특조단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대법원장 임기 내에 달성할 최고 핵심과제로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에는 눈 감아 버린 점 ▲입법 추진 과정에서 내부의 비판을 걸림돌로 보고 비판의 핵심그룹인 법관들을 분류해 제어·통제하려 하고,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침해의 태도를 보이는 청와대에 대해서는 오히려 입법 과정에서 협조를 얻어야 하는 동반자로 보고 재판의 결과를 유화적 접근 소
재로 이용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을 협상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 점 ▲법관들의 자발적인 학술단체와 그 소모임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 해당 법관들의 학술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개입·관여함으로써 법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만한 행위를 한점 등을 꼽았다.

 

특조단은 조사보고서에서 “일선 재판 현장에 있는 판사들을 지원해야 할 행정처에서 판사들이 판결로써 말하고자 하면 징계권이나 직무감독권을 내세워 재갈을 물리려고 했고, 재판에 영향을 실제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상고심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 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들이 발견됐다”며 “주권자인 국민이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을 기대하며 사법부에 부여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장치를 사법부 자신이 부인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을 농단한 사건…반드시 뿌리 뽑아야


지난달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양승태 전대법원장 사법농단 피해자 증언대회-적폐청산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사무차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약간의 제왕적 대법원장이 있었지만, ‘법원 내 자정 능력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것아닌가’ 하는 정도의, 다른 권력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이한 인식이 있었다”며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나 민정수석들의 부당한 압력뿐만 아니라 법원 스스로, 이른바 엘리트 법
관들이, 심의관들이 축이 돼서 나머지 법관들을 굉장히 지속적·반복적·체계적으로 억압해왔다는 점에서 개혁의 대상인 법원이 개혁의 주체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차 조사까지는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다양성이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억압하고, 법원을 단일한 사상적체계로 주조하기 위해 인사권을 무기로 하는 등의 적폐가 드러나 법원행정처 및 법관 인사시스템을 개혁하는 정도가 대응책이 됐지만, 3차 조사에서는 법원 스스로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까지 발견된 만큼 법원의 개혁을 법원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헌법농단’이라고 정의했다. 김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법원행정처를 통해 조직적·장기적·체계적으로 사법 판결에 관여했다는 것은 국정농단보다 훨씬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 민주적 기본질서의 가장 핵심인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체계적·조직적으로 흔드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보루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보루이기 때문에 여기가 독립되지 않으면 다른 국가기관을 아무리 개혁한들 모두 소용없는 일이 된다”며 “‘헌법농단’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가는데 상당한 장애가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뿌리를 뽑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적·체계적·반복적으로 장기간 이뤄진 사법농단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농단은 법원 내부에서 스스로 조직적·체계적으로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해, 어떻게 보면 국민이 가장 최후의 보루로 기댈 수 있었던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는 점에서 정말 심각하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사건의 특징을 3가지로 요약했다.


박 위원은 “법관들 스스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 침해를 주도·기획했고,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처·차장, 기획조정실장, 각종 심의관들, 기획조정실, 사법정책실, 윤리감사관실 등에 포진돼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매우 조직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며 “이렇게 조직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스톱(stop) 시키려는 내부자가 아무도 없었다. 이탄희 판사가 문제제기를 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사건에 걸쳐 장기간에 걸쳐 사법농단이 전개됐다는 점도 이번 사건의 특징이다. 박 위원은 “통상임금, 전교조,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탄압, 판사회의 구성원을 뽑는 과정에 대한 개입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된 문건을 만든 것을 최초의 사법농단 사건으로 본다면 2013년 하반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것은 2011년 9월이고, 특조단 보고서에서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고 하는 임종헌 차장, 이 분이 차장이 되기 전에 기조실장이 된 것이 2012년 8월이니까 2017년 초까지 4년 반에서 5년 반 동안 사법농단이 지속됐다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두 번 간섭해보려고 하거나 개입을 해보려고 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매우 반복적으로 사법농단 행위를 한 ‘집요함’도 나타났다. 박 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한 침해 행위는 10개월 동안 관련 문건만 해도 14건, 판사들의 인터넷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에 대해 최소 7개월 동안, 문서도 8건 이상 나올 정도였다는 점은 그들의 집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조단 조사보고서 ①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재판부 동향 파악


특조단은 3차 조사에서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 모임 동향 파악 및 개입 ▲국제인권법학회 공동학술대회 개입 등 ▲사법행정위원회 후보 성향 분석과 추천 개입 등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동향파악 및 자발적 폐쇄 유도 ▲법관에 대한 성향·동향 파악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개입 등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재판부 동향 파악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청와대 동향 파악 ▲긴급조치 손해배상 1심 판결 관련 징계 검토 ▲기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훼손한 의혹 등 10가지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그중에서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관련해 재판의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대법원이 작성한 문건은 12건이다.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 하루 전인 2015년 2월8일 작성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에는 항소심 재판장과 주심판사의 연수원 기수, 출신 대학, 출신 고등학교를 기재하고, ‘최근 나꼼수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세훈 1심 판결에 대해 BH의 반응으로는 ‘환영·안도’라고 표현하며 ‘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 감사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라고 적었다.

 


또한 항소심 판결 선고 결과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항소기각 판결의 경우 ‘파장이 최소화’된다고 분석했고, 파기 및 공직선거법위반 유죄 판결이 나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는 분석과 함께 BH·여권은 ‘정권의 정당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돼 국면 전환 조치의 방향이 사법부를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 사법 현안신속 처리 ▲본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조속한 시정에 선고 ▲
항소심 판결 선고 직후 비공식적 라인을 통해 위와 같은 취지·입장 전달 등을 BH·여권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원 전 원장 항소심 당일인 2015년 2월9일 작성된 ‘국정원 선거개입 (원세훈) 사건 항소심 선고 보고’에서는 항소심 판결이 이메일 첨부문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의 점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논리 구조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증거능력 판단의 차이가 가장 핵심이고, 사실인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메일 첨무문서의 의미는 사건 전체를 좌우할 만큼 크다고 판단, 상고심에서도 결국 이메일 첨부문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절대적인 핵심 쟁점이라고 예상했다. 관련해서 특조단은 “이 문건은 ‘국정원 선거개입 (원세훈) 사건 항소심 선고 보고’ 문건과 함께 원세훈 상고심 사건의 보고연구관에게 전달됨으로써 보고연구관의 검토보고서 작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2015년 2월10일 작성)’에서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BH(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이라며 “선고 전 ‘항소 기각’을 기대하면서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한편, 재판 결과에 관해서는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임’을 알렸다”고 적었다.


해당 문건은 2심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자 BH의 전반적 분위기가 ‘크게 당황하며 앞으로 전개될 정국 상황에 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했고,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 법무비서관은 ‘내부 동향을 신속히 알려주기로’ 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에 법원행정처는 ‘기록 접수 전이라도 특히 법률상 오류 여부를 면밀히 검토,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규정(3개월) 최대한 준수해 신속처리’하는 한편,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향후 정무적 대응 방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로 평가

 

관련해서 박근용 집행위원은 “최소한 법원행정처에 있거나 법관이라고 하면 ‘청와대에서 왜 그런 동향을 우리에게 알려주려고 하나. 그것조차도 하지 말아라. 그랬다가는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 있고,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환경이 마련된다’고 하면서 동향 자체를 알려주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면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원세훈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청와대의 의중을 생각해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항소심 판결이 청와대의 의지와 다르게 결론이 나면 청와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사건을 최대한 빨리 청와대 의중에 맞춰서 선고해 부담을 덜어주자’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임종헌 차장이 박병대 당시 처장에게 보고했는데, 박 처장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특조단보고서에 나와 있다”며 “대법관이라고 하면 질책과 징계를 내렸어야 했는데, 그냥 미온적으로 넘긴 박 처장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책임을 묻거나 문제를 삼아야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 사건 파기환송 후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중이던 2015년 10월6일 무렵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서울고법 2015노1998호) 심리방향’에는 ‘재판장과 주심판사(최○○ 고법판사, 28기)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특조단은 “재판의 처리를 사법현안의 목표 달성과 연결시킨다는 발상이 행정처 고위간부인 기조실장에 의해 제안되고 그것이 처장에게 보고됐다는 자체가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도 있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조단 조사보고서 ② -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청와대 동향 파악

 

대법원이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또 다른 사건은 통상임금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사건에 대해 기획조정실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판단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한 각 경제주체 주장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시 경제적 영향 분석(2013년 8월22일)’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재계는 38조5,509억원이 비용이 추가되고, 37만2,000~41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노동계는 5조7,456억원의 비용이 추가되지만, 연장근로시간이 줄고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책 연구소는 기업이 14조6,000억~21조9,000억원을 노동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재계와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각각 과다계상, 과소계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현실에 전액 반영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선고하면서도 민법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소급 적용을 제한’한 판결을 내린 후 작성된 ‘통상임금 판결 선고 후 동향 파악(2013년 12월19일)’에는 판결 이후 청와대의 반응이 등장한다.

 

문건에는 ‘대내적으로 대법원이 정부와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준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민정라인을 통해 판결의 취지가 잘 보고·전달됐음’이라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특조단은 “임종헌 기조실장은 법무비서관 등을 통해 민정수석실에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고,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의 대내적 평가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록 사후적이기는 하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 청와대 측에 별도의 설명을 하고 그 평가를 알게 되는 과정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행위로서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특조단 조사보고서 ③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 지 관련 검토 등


특조단은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서 관심 갖는 사건의 판결시기나 방향 등을 청와대의 의중에 맞춰 조정했다고 지적했다. 모두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서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관련 검토(2014년 12월13일)’에서는 재항고 사건 진행 방향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당시는 서울고등법원이 2014년 9월19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같은달 30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이었다.


법원행정처는 ‘재항고 인용 여부와 시점 등에 따른 득실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서울고등법원의 인용 결정 후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크게 불만을 표시’, ‘비정상적 행태로 규정’, ‘사법 관련 최대 현안으로 취급’ 등으로 분석했다. 판결에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요소들에 대한 고려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가 BH였던 것이다. 해당 문건에는 ‘BH는 대법원과 헌재(헌법재판소)라는 두 사법최고기관이 어려운 국정 현안에 얼마나 조력·협력하는지 여부에 따라 양 기관을 평가할 것’, ‘국정 운영의 동반자·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또한 “재항고가 기각되면 대법원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에 견제·방해가 예상된다”면서 “재항고 기각은 양측에 모두 손해가 될 것이고, 재항고 인용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할 시점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고, 결정시점에 따라 극적 효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헌재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 선고기일 이전을 그 시점으로 잡았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정지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서 법원행정처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집행 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통해 재항고 인용 여부와 재판 시점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분석, 상고법원의 입법 추진 등을 위해 재항고를 인용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이고, 결정 시기는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해산심판 선고기일 이전에 해야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특조단은 “사법행정권이 대법원의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
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재항고 인용의 결론이 있게 되면 후에 대법원의 본안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결론이 유지될 것으로 함부로 관측하고 있는 바, 실행 여부를 떠나 검토 그 자체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2015년 4월12일)’를 통해 상고법원의 입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관측하고, 청와대와 협조 및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영장의 적정한 발부를 통한 협력 ▲계속 중인 관련 사건 처리시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의 적극 가동을 들며 원 전 원장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의 처리 방향과 시기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법행정권을 담당하는 법관이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저버리고 청와대와 적절하지 못한 유대·협력관계를 형성,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특조단 조사보고서 ④ -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 등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이 청와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요 판결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단적을 보여주는 문건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2015년 7월28일)’과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2015년 11월19일)’이다.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 방안’에서 법원행정처는 “무엇보다 먼저 왜곡된 과거사(과거사 정립)나 경시된 국가관(자유민주주의 수효 관련 판견)과 관련된 사건의 방향을 바로 정립했고, 미래지향적인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을 위해 국가경제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대통령이 추진 중이 노동·교육 등 4대 부문 개혁을 강력하게 지원해왔다”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설득 전략을 제시했는데, 사전 고려사항으로 ▲최근의 우호적 분위기 등 적극 활용 ▲민정수석을 우회한 이병기 비서실장과 특보단 접촉·설득전략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최근의 우호적 분위기 등 적극 활용’ 부분에서는 “현 정권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직결돼있는 원세훈 사건은 파기환송심에서 실체 판단 문제가 남아있어 BH 관심 대상에서 완전 소진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향후 예정돼있는 정치인 형사사건에도 BH가 사법부에 대한 강경일변도 입장보다는 주요 현안 관련 접점 모색을 위한 유화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임 차장이 직접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에는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반대를 뚫기 위해 “상고법원 추진이 BH의 비협조로 인해 좌절될 경우 사법부로서도 더 이상 BH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며 “BH 국정운영기조를 고려하지 않은 독립적, 독자적 사법권 행사 의지를 표명하면 민정수석에게 일정 정도의 심리적 압박은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조단은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 원세훈 대법원 원세훈 파기환송 판결 등 청와대가 선호할 만한 재판의 결론이 있은 후 이를 청와대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했다”면서 “원세훈 사건처럼 아직 파기환송심에서 실체 판단 문제가 남아있거나 향후 예정돼있는 정치인 형사사건 등에는 청와대의 관심과 귀추가 주목돼 사법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차장은 직접 작성한 문건에서 상고법원 입법안이 좌절될 경우 더 이상 청와대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과 이유가 없고, 중립적 사법권 행사 의지의 표방이라 하더라도 심리적 압박은 가할 수 있다고 분석 및 보고했다”며 “정부에 우호적인 판결이 있도록 협력해왔고, 비우호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조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TX 여승무원 목숨 앗아간 대법원 판결


상고법원 도입에 매몰된 우리나라의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사법 정의가 무너졌지만,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해 초 이탄희 판사(당시 수원지법 안양지원 근무) 이전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법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헤치는 무기가 됐다.


‘사법농단’, ‘재판거래’ 사건이 불거진 이후 피해자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사람들은 KTX 해고승무원이다. 대법원은 2015년 “KTX 승무원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1·2심을 뒤집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4대 부문 개혁 중 가장 시급한 노동부문의 선진화와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바람직한 노사 관계 정립”의 사례로 꼽으며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 근거 중 하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KTX 승무원들은 한국철도공사(당시 철도청, 이하 코레일)이 이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승무 업무를 위탁한 자회사코레일관광개발(당시 KTX관광레저) 소속으로 계약하려 하자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직접고용을 주장, 2006년 3월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코레일은 자회사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에 대해 같은 해 5월20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 승무원 지부 지부장은 “철도청이 자회사인 ‘홍익회’에 위탁하기 전에 ‘외주위탁 가능 여부’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질의를 했고, 업무에 혼재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외주위탁으로 했다”면서 “저희가 자회사에 위탁돼 있는 고용구조에서는 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 1명이 담당하는 안전업무를 승무원들이 담당할 수 없다. 18량, 400m, 탑승 승객만 1,000명에 달하는 KTX에 안전담당은 지금까지 1명이다. 불법파견 문제를 계속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법적 싸움을 시작한 것은 2008년. 해고통보를 받은지 3년이나 지난 후였지만, 주변에서는 처음부터 재판으로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실질적인 사용자가 코레일이라는 증거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1심과 2심은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주며 밀린 임금(4년치)과 소승 금액을 합쳐 1인당 8,64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판결은 대법원에 가서 뒤집혔다. 대법원 판결 때문에 밀린 임금과 소송금액 명목을 받았던 8,640만원은 그대로 빚이 됐다. 게다가 법정이자 이율만 연복리 15%. 늘어나는 빚에 한 여 승무원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국민 권리는 사법부 마음대로?


과거사 문제와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배·보상에 관한 피해도 있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만 믿고 국가 배상을 결정해서는 안 되고, 과거사 피해자라고 해도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로부터 재차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등의 판결을 통해 국가 배상을 제한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과거사 관련해 수많은 국가 배상 소송이있었는데, 양승태 대법원이 2013년 소멸시효를 6개월로 줄였다. 우리나라 민법에는 기본적으로 3년으로 돼 있는데, 6개월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법률로 해야 하는데, 아무리 대법원이라고 해도 6개월이라는 수치를 만들어낼 수 없고, 국민 권리를 임의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명백한 사법부의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과거사 국가배상소송에서 ‘재판상 화해에 의한 각하’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재판상 화해는 보상이지 배상이 아니다. 그런데 보상과 배상이 똑같은 것처럼 보상을 받은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해 ‘동일방직’, ‘문인간첩단’ 등 수많은 과거사 사건들이 다 각하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사 국가배상소송에서 이자 발생 시기를 사건이 있었던 시기가 아닌 변론종결일로 변경,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배·보상금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사건이 발생했
을 때부터 이자를 계산하면 이자가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자 발생 시기를 변론종결일로 정한 근거도 없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이미 배·보상금을 받았던 피해자들은 환수 소송에 걸려 재산이 경매에 들어가는 등의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긴급조치와 관련해서는 위헌판결이 났지만, 당시로서는 유효한 법규였기 때문에 이를 따른 공무원들의 직무행위는 불법이 아니고 따라서 국가가 배상할 필요 없다는 논리의 판결도 내놨다. 결국 피해자는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은 상황을 만들어진 것이다. 이상의 판결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근거로 삼았다.

 


피해자 구제·책임자 처벌…어떻게,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전문가들은 법관 탄핵을 통해 관련자들이 법관 업무에서 분리될 수 있도록 하고, 특조단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문건에 대해 조속한 공개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행정적 조치로 구제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앞으로 해야 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책 마련 등에 대해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가기 쉬운 길인 것 같지만, 막상 가려고 하면 그 길은 웅덩이, 낭떠러지, 산 등 엄청난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는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김 사무차장은 “조사보고서 별지의 ‘현안말씀자료’에 언급된 판결들이 과연 충실한 심리를 통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어떤 판결들은 결과가 달라질 수 없었지만, 과정에서 절차적 부정이 있어
지연된 판결, 정의 실현을 가로막았던 일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더 많은 문건들이 당연히 더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서는 “사법부에 의해서 피해를 받은 과거사가 있었고, 사법적 구제 방식을 통해서 수십년 동안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소송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결과마저도 사법부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 그런데 또 법원에서 사법적 구제를 받아라? 또 재심을 해라? 게다가 20~30년이 지난 재판부도 아니고 지금의 사법부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황당한 말”이라면서 “굉장히 다각도적인 일들이 필요하다.

 

일단 이런 문건을 작성했던 사람들,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들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금 더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부가 나서서 법관 탄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원에서도 권한이 없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대법관 스스로 사퇴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은 “국회 차원에서 법원조직법 등의 개정을 통해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 대법관이나 판사가 행정처 조직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관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행정관료로서의, 공무원으로서의 습성을 체득하거나 입법기관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로비스트가 돼 정치권과 관계할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차원의 국정감사 실시와 별도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법관 탄핵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집행위원은 “형사적인 처벌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헌법의 의무를 직무상 수행과정에서 위배했다면 탄핵의 대상이 되는 만큼 헌법 조항에 근거해 아직 현직에 남아있는 이민걸 기획조정실장 등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올려 국회 의결하고 헌재의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의 잣대를 사법부에 엄격하게 들이대고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경제 영향을 분석해서 대법관에게 줬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문건을 보면 청와대 의중이 이러하니, 법원행정처가 이런 것을 만들었으니까 우리가 그 뜻에 맞춰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결국 그들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법에는 없는 일을 하도록 시킨 것이 된다”라며 “하급심 판사들에게 법원행정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면 그것은 ‘직권남용’이 된다. 대법관들은 법리에 따라 제대로 판결해야 함에도 청와대 의중에 맞춰 판결해 사실상 직무를 이탈했고, 그 결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부당 해고를 정당화시키는 등 심각한 불이익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고의적으로 자신의 직무를 이탈해 국가나 국민, 국가기능을 저해하고 심각한 불이익을 주는 경우 성립하고,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외압을 행사해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특별 입법’을 통한 피해자 구제를 주장했다. 사건 관련 법관들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으로 처벌을 받으면 그들이 관여했던 사건들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공개된 문건들의 조속한 공개도 촉구했다.


檢, 사건 특수 1부에 배당…“하드디스크 통째로 달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은 20여건에 달한다.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특수 1부는 ‘목적성’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그런 특수 1부를 이 사건에 배당했다는 것은 검찰도 나름대로 철저하게 사건을 파헤쳐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을 배당받은 특수 1부는 같은달 19일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제출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지난달 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법원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과연 어디까지 협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M이코노미 매거진 7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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