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년대 말 ‘행운을 드립니다’를 부르며 많은 대중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던 삼태기 메들리 멤버 이영진. 정작 자신의 삶에는 행운보다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가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순탄하던 삶에 여러 차례의 고비. 그러나 끊을 수 없었던 음악은 지금까지 꾸준한 작사, 작곡을 하면 음반제작까지 해올 수 있었다.
현재, 공연기획을 비롯해서 지역축제, 이벤트대행, TV녹화방송, 무대차량 대여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EK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면서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의 충남공주지회(http://www.abstv.kr)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텐데 소망문화예술단을 이끌며 봉사활동도 활발히 한다. 사업과 후배양성을 하는 시간만 해도 늘 부족하건만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그리며 신곡을 구상한다는 이영진.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 있는 ‘삼태기메들리 라이브카페’는 그가 데뷔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는 곳이다. 여기서 가수 이영진의 지난시간을 회상해보고 앞으로의 계획도 들어보자.
작사·작곡에 노래까지, 싱어송라이터의 재능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이영진의 어린 시절은 특별했다. 그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늘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시조를 읊으시는 모습이었다. 공주 백제 문화제 시조 경창 대회 심사 위원을 지내셨던 아버지 덕분에 그는 늘 시조 소리에 잠이 깼을 정도로 음악과 함께 자랐다.
오늘날 그가 작사·작곡을 모두 소화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로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서라벌예대 시절, 음악공부를 하면서 얼마 전 타계한 故반야월 선생을 찾아다녔던 그는 운 좋게도 사사받는 기회를 얻어 기본기를 다졌고, 충분히 다져진 기본기는 대중들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1990년은 그가 음악인생을 시작한 때이다. 이후 5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충분한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첫 타이틀곡으로 ‘인생은 나그네((1998년)이영진과 천사들)’를 발표한 후 ‘아버님 영전에’ 등을 자작곡해서 1집이 발표됐다. 시작부터 음악계의 높은 관심을 샀던 그는 2004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전 세계 한민족 축구대회 전야제 축하공연’과 2005년에는 ‘견우와 직녀’ 카페 음반을 발표하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과 함께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졌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고 했던가?’ 그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당시 그가 추진하던 사업들은 잇달아 실패하는 불운을 가져왔다. ‘중일 무역 유한 공사’라는 이름으로 설립했던 회사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항공 운송 무역을 하던 중 ‘사스’ 전염병 발생과 동업자의 배신 등으로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고 업친 데 겹친 겹으로 아내는 말기암 판정을 받아 2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때 생각한 게 음악이었다.
“음악만이 삶을 이끌어 줄 돌파구임을 실감했습니다. ‘소망’이라는 노래는 2006년 말기암 수술을 받는 아내의 회복을 기원하며 부른 타이틀곡이거든요. 제가 가사를 쓰고 전국노래자랑 심사를 맡고 있는 히트메이커 박현진이 곡을 붙인 발라드풍의 노래예요. 정말로 가슴에 와 닿는 진정성과 멜로디 덕분에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죠.”
봉사활동 통해 희망 얻고, 무대차량 대여사업도 성공해
이영진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소년원이나 교도소, 양로원, 사회 복지 단체 등 소외된 곳의 자선 위문 공연은 그에게 삶의 활력을 주는 고마운 곳이다.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소외계층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용기와 위안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3년째 노래교실에서 강의도 하고요. 2010년 예산문화원에서 1년간 무료로 강의를 했고 작년부터는 공주문화원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노래교실수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재능기부를 멈추지 않고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2009년 12월 24일 복지TV 크리스마스 특집 나눔 콘서트에 이어, 2010년 1월 10일 대전 MBC 해피해피 라디오 추억 여행으로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그의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는 인터넷 방송국 ABSTV 아시아 방송(abstv.co.kr)을 해오고 있다. 5t무대 차량을 제작하고 대여해주는 사업과 각종 이벤트나 행사에 필요한 무대차량 대여사업, 방송출연 및 음반제작, 신인가수 양성까지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살려 영역을 확대해나간다.
한편, 다양한 대회에도 참여한다. 2009년 7월10일 故노무현 대통령 49제 추모행사,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의 북 도발 규탄 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에도 그는 무대차량을 지원하고 자신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우는 남자’ 인기 얻으며, 올 가을 해외 공연도 준비 중
2011년 발표한 3집 앨범은 그가 본업인 가수활동에 매진한 결과물이다. 타이틀 곡 ‘사랑에 우는 남자’는 이영진의 애절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으로 가슴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첫사랑의 추억을 모티브로 했다. 직접 작사 작곡한 정통 트로트 곡으로 인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주부 가요 노래 교실에서 애창곡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각종 케이블 방송에서는 방송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특히나 남다른 의미를 두고 부른 ‘현충원의 목련화’는 2010년 잇따른 북 도발로 인한 규탄 대회를 직접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만든 이 곡이다. 작사가 김윤정이 노랫말을 쓰고 이영진이 작곡했다. 이 곡을 만든 이유에 대해 이영진은 “사랑노래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한번쯤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안타깝게 희생한 장병들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애국의 마음을 담았기에 의미가 더 하다”고 말했다.
그는 3집 앨범을 계기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해외 공연도 기획 중이다. 이미 2004년 미국 시카고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경험이 있기에 그는 가슴이 더욱 설렌다고 한다. 해외 공연에서는 지난 경험을 되살려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전통가요와 민요, 코메디 등 해외 교민들이 한국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도 멈출 수 없는 게 후배양성이다. ‘야생화’라는 곡으로 데뷔시켰던 지하철역 직원 출신 가수 이호선을 비롯해 ‘다시 찾은 내 사랑’의 성 심, ‘위하여’의 박나라 등 실력 있는 신인가수들을 발굴하여 데뷔시킨 바 있는 그는 신인가수들과 성인 가요 가수들의 설 자리가 너무도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7080시대의 중견가수나 트로트의 구성진 가락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방송가는 아이돌그룹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인가요 가수들의 방송 출연 및 홍보 기회가 많아지길 바랄 뿐이죠.”
그가 느끼는 아쉬움은 실력은 있으나 기회가 부족한 신인 및 무명가수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가 역임하고 있는 대한가수협회 충남공주지회장으로서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도 결국은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후배 가수들이나 동료 가수들을 위한 작곡과 음반제작에도 힘쓸 계획이다. 공연기획자이자 음반제작자, 대한가수협회 지회장으로서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그이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역시 가수란다. 가수라는 이름으로 추억의 메들리와 멋진 신곡을 오래도록 부르고 싶다는 그의 각오를 들어보니,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