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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칼럼> ‘끼’와 ‘학력’의 함수관계


공급자 본위의 교육개혁에서 학습자 본위의 교육개혁으로


근 일본의 집권 자민당에서는 장기결석(일본의 경우 30일 이상을 학교에 결석하는 것을 말함) 후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의무교육 대상학생들이, 학 교 밖의 교육기관이나 가정에서 학습을 하더라도 의무교육을 수료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마련하여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야당도 큰 틀에서 동의하였다 고 하므로 2018년 시작을 목표로 하는 법안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는 소학교 와 중학교 학생 중 12만명 이상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다고 하니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만들어야 하 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자민당의 교육개혁안에 대하여 찬성론과 반대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법안의 명칭은 의무교육 단계에 상당하는 보통 교육의 기회확보에 관한 법률안으로 학교에 등교 하지 않는 학생이 정규학교가 아닌 대안학교(free schools)나 가정 등에서 의무취학기간(일본의 의무 취학기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9년임) 학습을 하는 경우에 의무교육 수료를 인정해 주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교육위원회가 지정하는 학교에 입학을 하여 재적하여야 하 며, 보호자가 학습계획을 작성하여 교육위원회의 인정을 받은 경우에 한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약 250만명이 참가하고 있는 홈스쿨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의무교육에서 강제되고 있는 취학의 무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법안에서 다루는 쟁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01년에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3개년 계 획에서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민간위탁 교육이 제안되고, 2002년에는 구조 개혁 특별구역법을 제정하여 특별한 사정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기관을 민간이 설치하도록 하는 등 정규 교육에서 벗어나 있는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정책을 계속하여 왔다. 하지만 의무교육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수업료 무상 규정에 의하여 교육비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데 반하여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은 민간이 운영하는 학교에 적지 않은 등록금을 지출하여야 한다. 또 졸업자격 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검정고시와 같은 시 험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어 교육의 기회균등 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서는 졸업자격도 부여하고 국가의 지원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든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청춘 의 아픔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새로운 제도에 힘입어 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기관의 권한과 책임은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나라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지 않 는 아동들이 201541일 기준으로 초등학교는 1.5%, 중학교는 3.7%나 된다. 고등학교도 6.5%가 진학을 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수가 270만 명 정도이고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158만명, 179만명 정도이므로 초중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 들을 대충 계산해 보아도 10만명은 될 것 같다. 학업중단 학생도 초중고교를 합치면 6만명에 이른다.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학업중단 학생이 모두 학교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이 중에는 외국유학이나 법령에서 정하는 취학면 제에 해당하는 청소년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자 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제도는 근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19세기말 에 유럽의 선진국과 미국에서 공교육제도와 의무교 육이 정착하였지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부모 의 자녀교육권을 국가가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부 모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 았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도 반대하였다고 하니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교육을 강제하는 의무교육제도에 대한 논란이 많았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의무교육의 실시로 국가와 교육당국은 교육을 운 영하는 데에 있어서 큰 권한을 가진다. 학부모가 자 녀를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취학시 키지 않으면 행정벌도 부과한다. 교육과정도 결정하 고 교과서도 기준에 맞는지 엄격히 심사한다. 그것 도 부족하여 국정교과서로 바꾼다고 한다. 주요 국 가의 교과서 정책을 살펴보면 국정교과서를 채택 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밖에 없는 것 같다(미국 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 아시아의 일본, 중국, 대만 을 대상으로 함). 미국, 영국, 프랑스, 핀란드 등은 민 간이 발행하는 교과서를 사용한다. 중국조차도 국 정교과서가 아니다. 교육정책도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시로 바꾼다.


헌법상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 국민은 정책에 관 여해서도 안 되고 정부도 교육권을 가진 국민을 의 식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권한을 가진 정부 나 교육당국인데 책임은 제로다. 교육개혁을 하거 나 교육정책을 새로 만들 때 정책실명제를 하여 정 권이 바뀌더라도 결과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은 어 떨지? 국민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예비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중소도시의 인구만큼이나 많은 아동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개개인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국가의 발전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학력이 없으면 구실하기 어려운 학력사회가 유효기간이 끝나고 특정 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구실하기 힘든 맴버십 사회로 이미 변해 있는데 고등학교 학력도 갖추지 못한 사람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하겠는가? 만약 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학업중단이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라고 치면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학교문제, 교육문제가 학업중단 사유가 되었다면 정부와 교육당국은 어떤 형태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교육제도가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제도로서 모습을 갖춘 지도 100년이 훨씬 넘었다. 종교개혁의 창시자인 루터(Martin Luther)는 1954년에 공립학교를 설립하여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뒤이어 종교지도자인 칼뱅(Jean Caivin)에 의하여 유럽의 여러 지역에 공립학교가 설립되는 등 공교육의 필요성이 사회적 과제로서 발전하였지만 의무교육을 전제로 하는 공립학교의 교육목적이 성경을 읽도록 하는 데에 있었으므로 지금의 공립학교와는 아주 다른 사상을 기반으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1800년대 초반 독일의 공립학교에 관한 논의도 절대왕권 체제의 강화라는 국가목적이었으며 프랑스도 부국강병이 일차적인 목적이었다. 1871년 독일과의 전쟁(보불전쟁)에서 패한 후 프랑스 정치가인 레옹 강베타(Léon Gambetta)는 “이번 전쟁은 프로이센 교사의 승리였지만 다음 전쟁에서는 프랑스교사들은 승리하여야 한다”고 하여 교육을 구국(救國) 내지는 부국강병으로 생각하였다. 근대적 교육, 즉 모든 국민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도록 보장하고 국민의 세금에 의하여 운영되는 학교시스템이 완성된 시기는 19세기 후반이었다.


독일은 1872년, 영국은 1880년, 프랑스는 1881년에 공교육제도가 대체적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미국도 19세기 말까지 대부분의 주(州)에서 현재 모습의 교육제도가 도입되었다. 현재의 교육제도는 교육이 신앙, 구국, 부국강병이라는 특정 목적에 치우치지 않고 특정사상이나 정치적 이념에서 독립하여 중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합의한 결과이다. 공교육의 정신은 가진 자도 가지지 않는 자도 차별 없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학교는 이러한 정신을 실현하는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학교에 적응하는 학생이든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든 간에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교육의 기본적 이념이다. 교육에서 공평함과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공평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자는 없을 것이다.


꿈’과 ‘끼’의 함수관계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개혁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이론과 현실적합성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 「자유학기제 온라인 정보시스템」의 소개 자료에 의하면 자유학기제란 ‘학교의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참여하는 수업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왜 자유학기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학생들은 시험부담은 생기는지, 자유학기제의 중학교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연계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에 대하여는 정보가 없다.


일부 학교가 작성하여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중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일부 교과목을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변경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로 예체능과목을 줄이고 일부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의 수업시수도 일부 줄이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학습시수를 줄이고 학교의 교사가 무늬만 바뀐 학교활동의 지도를 하게될 텐데 과연 끼를 살리는 교육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현재와 같은 교육과정 속에서 교사 주도로 재미있게 탐구하고 토론하는 것이 자유학기제보다 더 생산적이고 학교답다는 생각도 든다.


학생들의 끼는 매우 다양하다. 국어시간에 체육을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수학시간을 너무 지겨워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어를 더 배우고자 하는 학생, 교사의 지도를 발판삼아 과학적 탐구를 더 하고 싶은 학생도 있지 않겠는가? 학교에서 학업적 성취를 충분히 얻지 못한 학생들은 사교육기관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중학교 저학년에서 아무리 자유학기제를 한들 중학교 고학년에서는 저학년에서 하지 못한 교과공부를 하여야 할 텐데 1년 후에 닥쳐올 부담을 생각하면 무슨 끼가 얼마나 길러지겠는가?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수업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학력도 기르고 끼도 기르는 방법이 충분히 있지는 않을까.


계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이 모든 학교에 설치가 의무화 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 거버넌스로서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학교는 학습을 중심으로 하고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재미있는 학생활동을 기획하여 제공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교육의 관료적 성격을 은둔시키고 겉치레만 잘 포장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선진국의 교육개혁이 시사하는 것은


일본의 경우에도 1996년 7월에 중앙교육심의회에서 교내폭력, 집단따돌림, 등교거부 등 학교교육과 관련한 사회문제가 원인이 되어 ‘유토리 교육’이 전면 전개되었다. 그러나 ‘유토리 교육’의 시초는 1970년대에 일본교직원조합이 학교 내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유 있는 학교’를 제기한 이후 1984년에 내각총리 자문기관으로 설치된 임시교육심의회의 교육개혁 방향성에도 포함되는 등의 전사(前史)가 있었다. 1980년대에 일본의 교육개혁을 시찰하고 연구하였던 미국 교육부 연구진은 임시교육심의회가 여유로운 교육을 주장한데 대하여 미국과는 아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비슷한 시기(1983년)에 미국은 위기에 선 국가(A Nation at Risk)를 발표하는 등 학력중시 정책을 지향하였는데 과거에 학력을 중시하던 일본이 미국과는 반대되는 정책방향으로 가고 있었으므로 잘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리라 생각한다. ‘유토리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여유 있는 교육과정의 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아동중심학습을 강조하면서 교과서 슬림화, 수입시수 감축, 학교 주 2일 휴무 등의 개혁을 2000년부터 약 10년간 추진하였다. 그러나 유토리 교육 이후 줄곧 학력저하문제가 이슈화되었으며 국제 학력조사(PISA 2006, TIMSS 2007)에서 성적이 추락하는 등의 문제는 유토리 교육의 비판과 ‘탈 유토리 교육’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2008년에는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여 수업시수를 상향 조정하였는데 예를 들면, 소학교 6학년은 945시간에서 1,015시간으로, 중학교 3학년은 980시간에서 1,050시간으로 증가하였다. 미국도 학력문제가 국가적 과제가 된 적이 있다. 학생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에 위기를 느껴 발표한 것이 ‘위기에 선 국가’이다. 그 이후 학력중시정책은 강화되었으며, 2002년에 부시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해밀턴(Hamilton) 고등학교에서 서명한 낙오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도 학력 향상을 의도하였다. 이 법에서는 2년간 성적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에게 사립학교 또는 학구 내의 공립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학교의 책무성(accountability)을 법제화하여 학력향상을 꾀하고 있다.


무한 경쟁이 이뤄지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육의 방향은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이라는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IMF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의 우리나라 명목 GDP는 세계 13위였다. 우리보다 순위가 앞선 나라들은 국토면적 또는 인구가 우리보다 큰 나라들이므로 세계 13위라는 순위는 대단하지 않는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만6천718달러로 세계 39위이므로 지표상으로는 성공한 나라이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사회·경제정책이 약한 국가, 힘없는 자를 보호하는 복지국가 정책에서 누구에게나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약한 국가, 약한 자에 대한 보호 장치는 해제해 버리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일반화되었다.


이런 체제 속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없는 나라로서는 인재를 기르는 수밖에 없다. 국내 글로벌 기업이 국적 관계없이 엄청난 급료를 주면서 글로벌 인재의 채용을 늘려가고 있는 것과 같이 지식기반사회에서 인재양성은 국가 간의 무한 경쟁이다. 글로벌 사회의 인재양성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긴급과제이며, 그 출발점은 학교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양적성장에 맞춰져 있다. 교육개혁을 할 때마다 우리나라 실정에 잘 맞지 않는 정책들이 일부 학자들에 의하여 소개되고 현실화되어 왔다.


교육현장에 도입하여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와 투입되는 비용효과도 고려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도 도외시하였다. 성패에 찬반논쟁이 있는 열린 교육도 그렇고, 금년에는 코딩교육이라는 교육방법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한다는 자유학기제가 중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작게 하여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할 수 없어 행복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학교의 본래 사명은 무엇인지, 글로벌사회에서 교육을 무엇을 추구하여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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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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