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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편집주간>'과제 선진국'이 되지 않기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





점차 기계화되어가는 사회


최근 일본의 철도운영회사인 JR(Japan Railway Company)은 북해도 지역의 철도역 중 승객이 많지 않은 역에 직원을 두지 않는 ‘철도역 무인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현지 주민들은 JR의 결정에 대하여 승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와 역 주변에 있는 학교 학생들의 통학 불편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하철역에서 직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980년 이후 국가가 독점하던 공공사업은 민영화 또는 공사(公社)가 되었다. 정치경제적 철학으로 잘 알려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많은데 국가가 경영을 할 때는 수익성 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민영화 또는 공사(公社)로 바뀌면서 경영 기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종전에는 ‘안정적 예산’이었다면 민영화 이후에는 ‘비용 절감’이 중시되고, 경영 성과도 정량적 지표가 암묵의 기준으로 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명확하게 기술된 ‘계약기반 성과목표’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경영의 책무성(accountability)이 중시되어 경영자가 성과목표에 미달하거나 적자경영을 하였을 때는 책임을 지도록하는 구조가 되었다. 행정학에서 말하는 구 공공관리론(old public management)에서 신 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으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행정구조의 개편은 우리의 실생활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만성적자 등 경영구조 악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인력을 줄이고 기계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운영시스템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지난 8월에 서울의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던 20대 젊은이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희생된 젊음이야 너무 안타깝지만 사고의 원인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사고' 정도로 정리가 되었던 것으로 안다. 보통 자동차처럼 상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문명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것을 '문명의 이기'라고 부른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하여 만들어 낸 기계의 주된 희생이 인간이라는 것이 참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앞으로 노후 되어 가는 기계는 우리 생활에서 더 위험한 문명의 이기가 되어갈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참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 의해 유지관리되는 사회로의 복원 필요


우리나라는 참 전달속도가 빠른 나라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빨리 빨리’가 어느 영어사전에 등록되었다고 하는데, 영어로 된 일본어도 있다. 예를 들면 ‘과로사’는 ‘Karoshi’로, 대중문화 등에 집착하는 용어 ‘오타쿠’는 ‘Otaku’로 영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네거티브한 용어들이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고의 원인이 된 스크린도어도 거의 전국적이라 할 정도로 ‘빨리 빨리’ 각 지하철역에 설치되었다. 외국과는 좀 다른 지하철역 풍경이다. 홍콩 등 일부국가도 승객이 많은 시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지만 뉴욕이나 파리, 동경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역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대신에 각 지하철역에는 역무원들이 배치되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그것도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분들이 자원봉사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정식 직원인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기계 대신 사람이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무미건조한 시설에게 사람들의 안전관리를 맡기고 있다. 더구나 좁은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는 사람들을 더 답답하게 만든다. 지하철역이나 승강장에서는 직원을 좀처럼 만나보기 어렵다.


외국의 지하철역에 가면 어느 곳이나 역무원들이 있어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와서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쉽게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문명화된 기계나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회가 점점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것을 기계에 맡기면서 실업률이 높니 낮니 등등 궁색한 변명들만이 정치적 수사(修辭)가 되어 있다. 인간에 의하여 유지관리되는 휴머니즘 사회로의 복원을 고려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미완성 인간을 완성된 인간으로 만드는 교육


요사이 코딩교육(coding education)의 실시를 놓고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필자는 교육공학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코딩교육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구글(Google)을 뒤져보니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방법으로,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아닌 기계와의 상호작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교육방법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환등기와 같은 아날로그 기기에서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신속히 디지털화되고 있다. 물질문명의 발달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새로운 기기가 개발되는 시대에 최신의 기기를 이용한 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으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적으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교육에서 기계를 이용한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 기계를 이용하는 교육은 어떤 교육단계가 가장 적합한지, 기계를 이용한 교육이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긍정적인 영향이 많은지 부정적인 영향이 많은지 등등에 대하여 정확하게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을 객관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정도로 취급한다면 기계는 사람보다 얼마든지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좀 다른 생각이 들게 된다.


교육은 본래 인간이 선하든 선하지 않든, 백지상태(tabula rasa)이든지 간에 미완성의 인간을 완전한 인격체로 만드는 작용이다. 그러므로 사회제도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제도가 교육제도이다. 교육 과정에 오류가 있다면 인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형성될 것이다. 나쁜 교육환경에서는 좋은 인격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던 ‘늑대소년’의 이야기는 한번 교육된 인간의 이성과 습성은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새로운 교육방법을 도입하기 위한 여건부터 점검할 때


1990년대 중반부터 각 교실에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텔레비전을 지원하면서 실시하였던 프로젝션 수업은 어떤 효과가 검증되었는가? 최근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한 교수학습은 어린 학생들의 인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가?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교육방법이 효과적인 교육을 하도록 하여 학습효과를 드높일 도구와 수단으로 홍보되는데 과연 그러한 효과가 얼마나 검증되어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시작하여도 늦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요사이 유치원생도 가지고 있는 휴대폰은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정보를 전달하는 문명의 이기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일들을 찾아가는 도구로써 전자화 된 기기들은 아이들의 성장에 네거티브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교육방법을 찾고자 하는 때에는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여 교육의 본질과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교육적 판단 하에 그 사용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기를 이용하여 수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지만 해로운 정보에 많이 노출되어 있을 아이들이 더 해로운 정보에 노출되는 위험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웹사이트를 열어보자.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기사와 사진들이 메인화면을 장식한다. 교육적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고 설령 있다고 치더라도 관심을 끌기 어렵다. 흥미로운 사진과 기사내용, 자극적인 광고, 누구누구가 얼굴이 예쁘고 날씬하고 패션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런 반면 꼭 필요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고 굳이 찾았다고 하더라도 유료이다. 무료인 흥미로운 정보와 유료인 유익한 정보 사이에서 어떤 정보가 넓은 선택권을 가지겠는가? 글로벌 웹사이트는 우리와는 운영체제가 좀 다르다. 유익한 정보, 전문적인 학술정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공급자가 메뉴를 친절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수요자가 일일이 정보를 찾아가는 시스템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결과는 더 유용하다. 코딩교육이나 웹기반 교육이니 하는 교육방법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부정적인 효과를 거두는 것보다는 여건을 잘 장비한 후에 도입하여도 늦지 않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면서도 교육정책이 교육 외적인 요구에 쉽게 동조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과제 선진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4월에 일본의 문부과학대신은 현재 일본을 ‘과제 선진국’이라고 지칭하였다. ‘과제 선진국’ 이라고 하는 데에는 저 출산, 고령화, 탈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 높은 실업률, 글로벌화의 진전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러한 현상의 대분은 대부분의 나라가 안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과제 선진국’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저 출산(국제기구인 World Bank의 통계(http://data.worldbank.org/indicator)에 의하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188개국 가운데 186위이다), 높은 이혼율, 늘어나는 자살률, 점점 더 과격해지는 범죄의 양상 등등 우리사회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일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한다. 우리는 정치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정치는 한 가지 이슈를 쟁점화이념화하는 데에는 뛰어나지만 국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 주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이 그것이다.


일본에서도 1960년대 들어 강제성이 있는 ‘학습지도요령’의 시행으로 사회일반의 반대와 재판 등의 분쟁을 불러일으켰다. 교육내용에 국가가 관여할 수 있다는 문부성의 주장과 국가의 역할은 교육내용에는 관여할 수 없고 교육의 조건 정비 등 교육행정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학계 간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국가교육권론’과 ‘국민교육권론’, ‘교육의 내적외적사항 구분론’이다. 지금 국민통합, 사회통합이 중요한 시기에 이념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판단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우리 교육은 무엇이 부족하며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교육계만이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이 참가하여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구상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환하게 해주는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학부모 몇 명에게만 물어보아도 교육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데도 교육개혁의 방향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가 꼭 필요한지도 점검하고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다수의 위력이 있더라도 바꾸어 가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본다. 외국의 제도를 모방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교육개혁이라고 오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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