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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편집주간>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실천이 바로 교육이다"


요사이 새삼스럽게 공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필자가 사는 지역은 도쿄와 인접한 치바 현에 속한 중소도시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시와 광명시 정도의 거리로 도쿄와 접근성도 뛰어나고 아주 조용한 곳이다집 바로 앞에는 둘레가 600미터 정도인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 온 이후로 공원이라는 사회적 공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한 적이 있으므로 도시 및 사회 인프라에 대하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조금 관심이 있는 편이지만 그 때에도 공공장소의 의미를 지금처럼 생각한 적은 없었다


현실을 잘 모르는 학문적 성취가 사회 적으로 얼마나 유용성이 있을까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실감하는 부분이다그런데 공원은 아주 기계적으로 운영되는 느낌이다. 평일 낮 시간에는 보육원이나 유치원 어린이들의 교육활동 공간이 되거나 지역 주민들이 어린 자녀와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결합하는 공론의 공간이 된다. 주말에 비가 오지 않으면 지역의 어린이 야구팀의 훈련장소 가 되거나 시합이 열리곤 한다. 일본의 경우 야구의 인기는 국기(國技)라고 할 정도로 다른 스포츠와는 차이가 있다.

 

일본인들의 70퍼센트 이상이 좋아하는 스포츠이며, 각급 학교에서 운영하는 과외활 동인 부활동에는 남학생들의 60퍼센트 이상이 야 구부를 지원한다고 한다. 부활동이란 방과 후에 하는 특별활동인데(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사이에는 운영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본의 학교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활동에 가입하여 평일 오후나 주말을 이용하여 연습을 하거나 시합에 참가하는 등 활동을 한다. 주로 예체능활동으로 운영되며 운동부가 더 많지만 최근에는 예능 쪽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우리가 보통 코시엔(甲子園)대회라고 부르는 전국고교야구대회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코시엔은 고등학교 야구부가 꼭 한번 참가하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이다. 참가학생들은 구장의 흙을 조그만 병에 가져와 평생 을 옆에 두고 추억할 정도로 단순히 대회 참가가 아니라 인생의 의미로서 여기는 듯하다.

 

그런데 일본의 야구부는 우리나라처럼 초등부부터 야구에 능한 어린이가 선택되어 맹훈련을 하여 가는 곳이 아니라 학교의 부활동에서 기량을 닦아 그 중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이므로 학교의 부활동은 학생들의 토너먼트이자 리그이기도 하다. 화제가 약간 벗어났지만 사회의 인프라로서 공원이 어떻게 교육적 공간이 되는 것일까?

 

교육은 어른과 어린이의 협동과정

 

동네 공원에서 주말에 열리는 어린이 클럽팀 야구경기를 보면 교육적 활동은 무엇인지, 바람직한 교육방법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한다. 주로 야구경기는 초등부 정도의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동호회 또는 학교팀 간의 시합인데 그라운드를 두 개로 나눠 시합이 동시에 열린다. 물론 성인팀이나 프로팀처럼 홈런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장타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므로 두 경기가 서로 방해를 받지 않고 진행이 된다.

 

시합은 정확하게 오전 10시에 시작을 하는데 제일 먼저 어른들이 나와 운동장에 장애물을 제거하고 경기장을 만들고 안전시설(공이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그물망 등으로 가린다)을 설치하는 등 어린이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어린이들은 운동장에서 캐치볼이나 시합에 대비한 준비운동 등을 한다. 어린이들이 시합을 위하여 연습 이외에 하는 일은 거의 볼 수 없다.

 

시합시간이 되어 가면 본부석이 설치된다. 본부석에는 방송시설, 기록, 간단한 구급약품 등이 준비된다. 경기시작 20~30분 전부터는 다시 경기장 정돈이 시작된다. 연습으로 지워진 라인을 다시 그리고 베이스를 점검하고 심판회의를 하는 등 경기를 준비한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본부요원들은 방송을 점검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등 시합 지원을 준비한다. 그리고 각 팀 선수들이 방송에 따라 그라운드로 나와 서로 인사를 하고 주심의 지시사항을 듣는다. 심판은 주심을 포함하여 모두 4명으로 프로야구 심판과 거의 동일한 복장을 한다.

 

그리고 10시가 되면 정확히 시합이 시작되는데 프로야구 시합처럼 방송으로 선수소개를 하고, 선수 개개인의 성적이나 특징을 자원봉사자가 기록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비록 어린이 클럽야구팀이지만 규칙과 준비와 지원이 철저하다. 본부요원, 심판, 지원요원, 각 팀 감독, 코치 등을 합치면 선수보다 도움을 주는 어른들의 수가 더 많다. 가끔 경기를 구경하거나 자원봉사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였다.

 

첫째, 어린이 클럽팀이라고 대충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과 경기운영은 프로팀과 다르지 않다. 즉 경기운영이나 규칙이 통합시스템이라고 할 만큼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동일하다는 점이다. 요사이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필자가 어릴 때는 가장 실력이 낮은 학생이 심판을 보거나 물주전자 심부름을 하였다. 그러므로 규칙이 있을 수 없고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권위를 가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선수이고 못하는 사람이 심판을 하는데 선수가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겠는가? 권위와 전문성이 없는데 질서가 생길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이곳의 시합을 보면 전문가인 어른들이 심판을 보거나 경기 지원활동을 하고 학생들은 청소나 시합 등의 일보다는 운동에만 열중하도록 하는 협동작업은 어제 오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고 역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자원봉사자에게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어린 학생들은 어른이 되더라도 똑같이 전통을 이어갈 것이므로 좋은 전통은 대물림되고 나쁜 전통은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버려지거나 수정되어가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칠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어른들은 얼마나 어린이들을 위하여 봉사하는가는 반성해볼 일이다. 주말이 되면 상춘객이 흘러넘쳐날 정도의 도봉산과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교육은 개인의 완성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사회와 국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발전시켜 갈 인재를 만들어가는 작용이란 점을 생각할 때 중소도시의 작은 공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서 교육은 무엇인가를 추상해 볼 수 있다.

  

교육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어린이들이 시합의 모든 과정에서 주인공이 되고 존중되고 있다. 물론 어린이들은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고 감독이나 코치의 지시에 따른다. 지시라는 의미가 우리나라 사회와 서양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는 권위, 계급 등을 가진 조직에서 상의하달이 지시이다. 그런데 서양의 경우는 법령이나 규칙 등 정해진 룰을 알리는 것이 지시에 해당된다.

 

보고라는 용어도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시 또는 감독하는 자에게 주어진 일의 내용이나 결과 등을 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서양에서는 특별한 사항을 전체에게 전달하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10세 전후의 아주 어린 학생들이 타석이나 그라운드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감독이나 코치는 한번 정도의 사인 이외에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다. 물론 어린애들이므로 실수도 많다. 그러나 질책하지 않는다. 삼진 아웃을 당하더라도 호통을 치지 않는다. 비록 어린이지만 실수를 통하여 스스로 반성하도록 기다려 준다.

 

사고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가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냉철한 사고가 만들어지도록 어른들은 지켜봐주고 때때로 격려해준다. 그러므로 운동부 폭력은 드물다. 물론 2013년에 오사카의 한 고교생이 운동부의 폭력으로 인하여 자살한 사건으로 일본열도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학교 사고 한건이라도 생기면 여기저기에서 각종 해법과 나름대로의 담론을 활발하게 내놓는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1970년대부터 따돌림(이지메)으로 인한 학생자살이 사회문제화되어 학교만으로 교육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수업시수를 과감하게 경감하여 학생들이 여유를 확보하도록 하는 등의 개혁이 있었다. 그러나 유토리 교육으로 알려진 수업시수 경감 정책은 OECDPISA성적 추락 등이 원인이 되어 상당부문 원상 복귀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많은 담론과 논쟁이 있었으며, 시의적절한 비판적인 담론은 교육개혁을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였다. 일본의 교육개혁도 정치 및 국가권력이 주도하지만 개방화된 정책과정은 배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비록 동네 운동경기에서 얻은 작은 결과이겠지만 어린이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어른들의 지시로 인하여 섣부른 결정이 되지 않도록 힘이 되고 기다려 주는 어른들의 행동이야말로 올바른 교육방법은 아닐까?

  



규칙과 질서가 존중되고 모두가 공감하는 통합된 사회의식 중요

 

셋째, 수학적이라고 할 정도로 규칙과 질서를 중시한다. 단체가 공원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시까지이며 나머지 시간은 일반인들에게 공유된다. 그러므로 모든 경기는 5시 이전에 마치고 마감시간 내에 청소와 정리정돈을 완료하여야 한다. 공원관리자도 없고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다. 공원사용에 관한 규칙이나 매뉴얼이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지켜지고 존중되므로 사람의 마음을 강제하는 슬로건 자체가 필요 없을 것이다.

 

과거 일본도 규칙을 어기는 사람도 많았고 도로가에 불법주차한 차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사이는 그런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므로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도록 사회가 변하였다. 종종 일본의 시스템을 연구하다보면 수학공식처럼 철저한데 대하여 놀라게 된다. 현재 일본의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이 통계를 활용한 품질관리를 제안하였던 미국의 에드워드 데밍(William Edwards Deming, 1900-1993)이라는 통계학자이므로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한 가지 사례이지만 2년 전에 회의가 있어 문부과학성에 간적이 있다. 그런데 담당자가 회의를 하기 위하여 가져온 서류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야 전자정부이니 문서간소화니 하여 종이문서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일본의 관공서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아주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점이었다. 최근 고베시청에 연구활동이 있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교육위원회에서 정책을 설명하기 위하여 가져온 두꺼운 서류철만 10여권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과히 역사적인 기록들을 하나의 공식처럼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도 공직에 있을 때 컴퓨터에 문서를 보관하고 종이서류철은 최소화하는 분위기였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간혹 문제가 생긴다.

 

즉 전자적 보관방법으로는 정책의 역사적 과정과 사실의 기록들이 누락되기 쉽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별도로 정책자료집을 만들어 정책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정리하여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용한 자료가 네트워크를 통하여 공유되고 의사전달의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이메일이 보완하는 등 현대사회에서 전자매체는 중요한 수단이 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교육은 인격간의 상호 교류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가 혼돈되고 인터넷 강의와 교육이 구분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사회의 규칙과 정의의 기준이 인간의 머릿속에서 늘 기억되고 지켜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이념을 교화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국민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만들어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하고 한국인을 통합할 수 있는 규칙과 정의를 만들어가는 교육이 바로 중요하다

  

가장 큰 장애물,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

 

세계 여러 나라를 출장하거나 학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여행을 하는 경우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와야 직성이 풀린다. 간혹 주변에서는 위험하다거나 큰일 날 수 있다는 충고를 하기도 하지만 나의 결정으로 하는 행동이므로 별로 구속되지 않았다. 교육이란 현장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사는 공간에서 교육적인 시사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나의 과감한 행동은 때때로 연구활동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도시들이 불안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적도 종종 있었다. 뉴욕의 맨해튼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 벽면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모습들을 보거나 간혹 만나는 이방인들을 보면 좀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런던의 중심가는 무질서해 보여 왠지 친근감이 생기지 않았다. 파리도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닫힌 사회처럼 갑갑했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를 미국은 330명 이상, 영국은 110명 이상, 프랑스는 50명 이상을 배출하였다고 한다(1901년부터 2014년까지 통계). 생활수준도 우리보다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고 우리나라처럼 높고 훌륭한 아파트도 보이지 않고, 좁고 오래된 아파트인데도 엄청난 임대료를 주어야 들어갈 수 있고, 지하철도 골동품처럼 오래되고 불편할 것 같은데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학교를 방문하여 보면 우리보다 수업시수도 많지 않은데 교육의 저력은 어디에서 생겨나는지가 무척 궁금하였다.

 

교육의 양적 질적 성장에서 우리나라는 과히 세계에서도 선두그룹이다. 대학진학자 비율이 80퍼센트를 넘고 국제학업성취도(PISA) 성적도 상위권이다. 그런데 성인들이 얼마나 세계 선진국의 성인들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복적인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고 인생은 끝나버리는 차별의식이 우리사회에는 없는지, 젊을 때 한번 취득한 기득권이 너무 견고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레이스를 미리 포기하는 일은 없는지, 권위적인 계급구조가 젊은이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성취의욕을 좌절하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리 모두가 냉철하게 바라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쳐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적인 성취는 인생의 과정에서 도전과 실패가 거울이 되고, 또한 그것은 인정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사회가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가 중소도시의 작은 공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과소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이나 작은 집단의 행동을 과소평가하는 것이야 말로 교육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물론 필자가 경험한 몇몇 사례를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사실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의 사례이지만 우리가 시사를 얻을 점은 충분히 있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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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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