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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상규 박사>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레질리언스(Resilience)

 

<M이코노미 김상규 편집주간> 라파엘 나달 세계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이 우승했다. 테니스 애호가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국민은 그저 유명한 선수가 ‘또 한 번 우승을 했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하고 넘어갈지 모르지만, 교육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때 부상과 재기 투혼의 반복적인 과정을 잘 극복한 나달의 집념을 ‘레질리언스’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달은 스페인령 서지중해의 발레라레스 군도의 마나코르, 우리나라의 남해도보다 작은 섬에서 태어났다. 1986년에 출생했으므로 34세이다. 테니스 선수로 치면 고령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나이로, 2001년에 데뷔했으니 20년이 됐다. 우리나 라 선수가 메이저대회 16강에만 들어가도 방송과 신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데 그는 메이저대회 19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지만 반 복되는 부상을 투혼으로 극복하고 재기를 거듭해 새로운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올해 US오픈 결승에서는 체력이 강한 선수라도 한계가 드러날 법도 한 반나절이라는 긴 경기 결과 우승을 거머쥐었다.

 

‘레질지언스’란 불리한 조건이나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복원력’ 또는 ‘회복력’을 말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5년 평가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 면 우리나라 15세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불리함을 극복하는 능력은 비교 대상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다만 평가 시기가 의무교육의 종료 단계라는 한계는 있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고등학교 단계에서 부모의 정보독점력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대학진학에 결정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가(학교력)가 사회계층의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고등학교 이후 에도 대기만성형 인재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이콘셉(High Concept) 시대

 

‘20세기는 조직에 속한 개인의 시대였지만 지금부터는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된다.’ 경영 및 행동과학에 관한 다수의 저서와 모티베이션 3.0으로도 잘 알려진 다니엘 핑크는 2001년의 저서(Free Agent Nation: The Future of Working for Yourself)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2011년 영국 타임즈지가 선정한 세계 톱 15명의 비즈니스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영국 비즈니스 스쿨린다 그 래톤은 미래 세계에서는 대중 속에서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는 “겸비한 전문적 능력과 노하우, 인맥은 가치 있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화가 진전하고 세계 의 사람들이 서로 결합하는 시대에는 이노베이션과 창조성 이 매우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이노베이션과 창조를 이르려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의 능력과 노하우, 인맥을 통합하는 것 이 불가결하다”(The shift: The future of work is already here) 고 전망했다.

 

핑크는 다시 2005년의 저서(A Whole New Mind: Why Right-Brainers Will Rule the Future)에서 화이트 칼라가 하는 많은 일은 자동화되거나 해외에 이전된다고 한다. 새로이 도래하는 유복한 시대에서는 사람들이 보다 멋진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지만 오늘날의 경쟁적 시장에서는 미적으로 아주 아름답든지 독특하든지 의미가 있든지 등의 특징을 가져야 하며, 풍부한 시대에서는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고 기능적 욕구에 합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자는 어떻게 하면 제품이 잘 기능할까를 생각하겠지만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 한 사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적절한 가격에서 충분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하는 정도로는 비즈니스에서 충분한 승산이 없다고 했다. 상상력, 창조력, 공감능력은 하이콘셉과 하이터치가 장래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게 된다고 그는 지적한다.

 

하이콘셉은 패턴과 기회를 발견하고, 예술과 감정에서 미를 창조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고, 전혀 관계가 없는 아이디어를 관련시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하이터치는 타인과 공감하고 인간관계의 절묘함을 이해하며, 사람들의 기쁨을 발견하고 이끌어내어 일상을 넘어 목적 및 의미를 한계까지 추구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하이콘셉은 과거와 같이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능력을 뛰어넘어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이다.

 

계열 화된 직장 조직에서는 최상급자가 하위 상급자에게, 하위 상급자는 부하에게 순으로 여러 단계의 계통 안에서 명령통일의 원칙에 따라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하이콘셉, 하이터치 시대에는 개인은 명령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명령을 내리고, 다른 명령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창출하는 에이전트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재가 나올 수 있는 교육 제도, 사회 환경이 바로 레질리언스를 가능하도록 해줄 것이다.

 

 

쾌락주의 사회

 

세계의 청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글로벌 ICT 기업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제5권력을 얻는다’고 해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슈미트의 주장을 우리 주변에서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 지 않다. 인구규모에 비해 과도하다 할 정도로 많은 방송 채 널과 인터넷 뉴스, 그리고 시간과 공간, 비용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공중파 방송의 영역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유튜브는 우리의 현실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송의 영역이 날로 확대되고 권력화돼 가면서 정치, 경제, 문화, 예능의 미디어 의존도는 늘어나고 입법, 사법, 행정의 관료로 기득권을 누렸던 사람들의 마지막 무대가 국회이듯이 스포츠선수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미디어로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명한 야구선수가 40세가 넘어 은퇴해 청소년들의 귀감이 된 적이 있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후 올림픽에서 23개의 금메달을 획득하고 세계신기록을 39번이나 갈아치운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선수생활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앞서 언급한 라파엘 나달이나 마이클 펠프스의 투혼은 레질리언스 그 자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교육계에서는 특정 이념과 결을 같이하는 폴리페서가 정치의 한 자락에 이름을 올리고자 선거철이 되면 자신의 전업을 소홀히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스포츠선수는 방송국이 마치 최종 목적지처럼 돼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튜버가 직업화됐다. 학교교육을 통해 얻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분야에서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고 좌절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려는 레질리언스보다는, 우선 돈이 되고 명예로워 보이고 대중의 인기를 좇는 지금의 사회현상을 ‘쾌락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선택할 수 있는 능력

 

1982년 2월4일, 카나리아제도 서쪽 1,300km 해상에서 캘러 헌의 요트 나폴레옹소로호가 고래에 부딪쳐 전복됐다. 당시 30세였던 캘러헌은 공기가 새는 고무제의 구명보트에 얼마 되지 않는 물자를 싣고 홀로 바다를 표류했다. 빗물을 모아 음용수로 하고 손수 만든 작살로 고기를 잡았다. 조개 삿갓을 먹고 남는 잔해물에 모여든 새를 잡아먹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바다에서 생과 사와 싸우는 체험을 기록하고 약해진 몸이 허용하는 한 요가로 몸을 단련했다. 그리고 76일 후인 4월2일 캘러헌은 과들루프도 해상에서 작은 배에 의해 발견됐다. 지금까지 홀로 표류해 1개월 이상 생존한 사람은 캘 러헌을 포함해 몇 명에 불과하다.

 

내 주변에는 소로호(전복된 요트)에서 회수한 물건이 있다. 장비는 튼튼하게 고정돼 있으며 생존에 관련되는 시스템은 기능하고 있다. 매일 매일 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고 이론의 여지는 없다. 참기 어려운 불안함과 공포, 고통은 어떻게든 참고 있다. 나는 위 험한 바다에 떠 있고 보잘것없는 배의 선장일 뿐이다. 소로호를 잃고 난 후의 동요를 극복하고 그럭저럭 식량과 음용수를 손에 넣었다. 거의 확실한 것은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설까,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이다. 나는 가능한 한 죽음에 저항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Steven Callahan. Adrift: 76 Days Lost At Sea. Houghton Mifflin Company, 1986).”

 

캘러헌이 76일이라는 긴 기간을 식량부족이라는 물질의 결 핍과 고독이라는 정신적 결핍 상태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풍부한 전문성(항해 경험)이었을 것이다. 항해 경험을 통해 그는 사고나 위험에 처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장기 기억장치에 기록해 뒀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생존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죽는 것보다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삶을 선택했던 저변에는 극한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레질리언스가 있었다. 선택은 생물의 본능이다. 풍부한 먹이와 좋은 환경, 24시간 돌봄을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자연 상태에 있는 야생보다 평균수명이 짧은가? 왜 경영실적이라는 높은 스트레스 속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경영자는 노동자 보다 평균수명이 긴 것일까? 이는 모두 생물의 본능인 선택 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선택은 생물체의 본능이지만, 누구에 게나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보장이 없다.

 

앞서 캘러헌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보트와 바다의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공포를 가져다주는 위험한 것이 더 많은 망망대해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요가를 한다고 해서 그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나치볼드 매클리시는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란 선택할 권리, 즉 자기를 위한 선택지를 만 들어내는 권리인 것이다. 선택의 자유를 가지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고 단지 수족, 도구, 물건에 불과하다’ 고 했다. 선택은 자기 자신과 자기가 처해있는 환경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어가는 자유이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지, 즉 레질리언스가 있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캘러헌의 생존은 풍부한 항해 경험, 선택능 력, 레질리언스가 삼위일체가 돼 생긴 결과이다. 예측 곤란의 시대에서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미래를 올바로 선택하고 그 선택은 옳았다고 기뻐할 수 있는 전문성, 전문성을 쌓은 과 정에서 필요한 레질리언스의 중요함은 우리 교육이 담당해야 한다.

 

정치인이 경제를 얘기할 때

 

교육자는 문화를 얘기해야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본에는 사회자본, 경제자본, 문 화자본이 있다. 사회자본은 사회학의 사회적 신뢰관계와 경제학의 사회 인프라가 있다. 경제자본은 상품과 관련된 자본을 말한다. 그리고 피에르 부르디외의 정의에 의하면 문화자본은 객관화된 문화자본, 제도화된 문화자본, 체화된 문화자본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계, 관료, 경제계, 사회 전반에서 생산되는 이슈의 90% 이상은 경제자본에 관한 레토릭이다. 그 대신에 사회자본이나 문화자본(여기서 말하는 문화자본은 체화된 문화자본이다)에 관한 관심이나 이슈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거리 질서는 문화국가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으로 퇴행해 가고 있다. 도로의 경적, 자동차를 피해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 오토바이의 영역이 되고 있는 보행자도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돼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할 책무를 가지는 정치와 행정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처럼 표 때문에 단속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산업화에 성공했으며 교육도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7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고등교육을 대부분의 국 민이 경험하고 있다. 사회의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타협하고 협력할 지식과 방법은 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습득한 고학력 상태이다.

 

그런데 교육의 경험은 사회에서 그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학교 교육이 기대했던 ‘인간의 바람직한 상태로의 변화’라는 교육목적을 달성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정치와 정부가 경제를 얘기할 때 교육자는 문화를 얘기하는 교육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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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ONOMY magazine Octo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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