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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편집주간> '글로벌시대에 우리의 교육을 생각한다'


글로벌화가 가속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더 필요한 것은 영어능력이 우수한 인재가 아닌 교양이 풍부한 인재라고 생각한다. ‘글로벌화’(globalization)라는 신조어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90년대 이후이므로 30여 년이 채 되지 않았다. 30여 년도 안된 기간이지만 우리 사회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부문에 이르기까지 글로벌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세계의 글로벌화에 대하여는 미국화(Americanization) 또는 서구화(Westernization)라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우리 생활을 돌아보면 그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연간 토익(TOEIC) 수험생이 200만명에 육박하는가 하면 기업체는 입사시험에서 공통적으로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영어성적이 합격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생각하고 공인영어성적에 대하여 맹목적인 신뢰를 하고 있다. 많은 대학에는 글로벌이라는 명칭을 딴 학과가 설치되어 우수한 인재들을 유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유지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과계열이나 자연과학계열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영국의 타임지(TIME)가 발표하는 세계 대학평가에 각 대학들은 올인을 하고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어로 강의하는 강좌수가 대학평가의 기준이 되고 영어이외의 언어는 글로벌화에서 소외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화는 영어의 준 공용어화를 초래하여 사회의 다양성이 무력하게 되고 영어능력이 인재의 판단기준이 되는 획일주의로 전락할 위험도 안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2000년 내각총리 자문기구인 21세기 일본의 구상 간담회가 보고한 『일본의 프론티어는 일본 안에 있다』에서 영어 공용어를 주장한 것만 보더라도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어의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글로벌화가 우리 사회에서는 역으로 미국화 또는 서구화로 획일화되는 글로벌화의 이율배반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자녀들이야 해외어학연수는 꿈같은 얘기겠지만, 연간 해외에 영어를 배우러 떠나는 학생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그것도 모자라 고액 영어유치원, 국제학교 등 국내 영어산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영어가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평생을 좌우하는 목표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영어를 잘하는 인재가 글로벌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각료 임명 시 교양을 매우 중시한다고 한다. 현재 각료(Cabinet ministers) 22명 중 법학이나 행정학 등 실학(實學)을 전공한 각료는 드물고 철학과 역사학, 지리학 등을 전공한 각료가 많은 것도 그러한 전통이 아닌가 싶다. 각료들이 교양이 풍부하므로 국제회의 등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각료들의 풍부한 교양은 외교적인 성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로벌화된 사회에서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좋은 직장에서 평생 좋은 대우를 받고 아울러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는 ‘국내용 인재’가 아니라, 풍부한 교양을 갖추고 불편함과 힘든 상황을 견디고 헤쳐 나가는 도전정신이 강한 ‘세계용 인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도외시하여서는 안 된다.


국제적 교육지표에 대한 맹목적 환상보다는 국민의 교육감동지표가 우선


국제기구가 발표하는 각종 교육관련 지표와 보고서는 각국이 따라야할 표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좋은 지표를 생산해 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물론 선진국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매 3년마다 15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측정하는 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는데 많은 나라들이 PISA 결과를 달성해야 할 목표로 신뢰한다. PISA 결과는 직접 간접적으로 각 나라의 교육개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교육개혁의 정당성과 명분을 가져다주는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PISA 결과는 정부의 교육정책 수립에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해 주었으며,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수용과 비판을 동시에 잠재우는 수면제와도 같은 작용을 하였다. 따라서 정책담당자는 이러한 국제기구의 지표를 맹신하여 정책을 무차별하게 차용(policy borrowing)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으며 국제기구의 지표를 무시하는 연구자는 세계적인 정책흐름을 잘 모르는 문외한으로 취급되었다. 교실 내에서의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형성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로 나타나는 결과가 더 우선시되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성적은 높지만 학습의욕은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국제기구의 보고서나 교육관련 지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관료의 평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여러 학자들이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1995년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에 대해서 당시 교육부처 고위관료가 “5.31 교육개혁안에는.....중략......세계화·정보화라는 커다란 주제를 그 배경에 깔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OECD와의 정보교류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정부의 외국 정책 수용능력은 무척 뛰어난 편이다.


물론 관료의 위 평가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증거는 많지 않다. 당시 교육개혁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내의 많은 석학들이 참여하였으며, 4차례에 걸쳐 발표된 교육개혁안에는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서 만들어졌던 구체적인 정책이 오히려 더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교육관련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던 것은 확실하다. 예를 들면 PISA 2000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수학은 일본에 이어 2위, 독해력은 6위(일본 8위), 과학은 1위(일본 2위)를 하였다. 당시 정부는 독해력 6위라는 결과가 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학교도서관 활성화방안 등 독서와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PISA 2006년 조사에서는 수학 3위(일본 10위), 독해력 1위(일본은 10위권 밖), 과학 10위권 밖(일본 5위)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는 과학교육 내실화 방안이라는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PISA 등 국제 교육관련 지표를 참고하여 좋은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적 교육관련 지표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외부적인 평가를 우선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15세 단계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취학전 교육과 초등교육, 중등교육, 대학교육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교육트랙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는 고민해볼 때이다.우리의 고유성을 가지지 않는 정책을 차용할 때에는 항상 수용과 비판의 양론이 고려되어야 한다.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때에는 최종 수혜자인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은 아닐까?


유연한 시민(flexible citizenship)이 많아지는 것 경계해야


OECD 등 국제기구는 각국의 교육관련 지표를 조사하여 해마다 공표하고 있는데, OECD의 Education at a Glance와 UNESCO의 교육관련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교육관련 지표는 교육적으로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하는 국가들의 현상을 정확하게 공개함으로써 교육적 불평등에 처해 있는 어린이들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지는 우리나라도 국제기구를 통하거나 직접적으로 개발도상국이나 교육적인 혜택이 부족한 국가를 원조하기도 하는데, 각종 교육관련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도 국제기구의 교육관련 지표를 참고로 하고 있다.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에서는 2015년까지 빈곤의 감소, 교육의 개선, 환경보호 등에 관한 8개 과제의 실천을 국제연합 참여국의 동의하에 목표로 정하고 있으며, UNESCO(United Nation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교육을 국가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EFA(Education for All, 만인을 위한 교육)를 기초교육 보급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세계적 교육지원 활동에 중심적으로 참여하고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자부심도 느껴진다.


글로벌화가 반드시 한 국가에 있어서 긍적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간의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주거나 인권, 환경보호 등의 측면에서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평화로운 글로벌 공동사회를 이룩해 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다만 국제적 교육공동체 활동에는 국가 또는 NGO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하지만 글로벌화의 귀결로 유연한 시민(flexible citizenship)이 많아지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유연한 시민이란 Aihwa가 그녀의 저서 『Neoliberalism as Exception』에서 ‘해외에서 교육과 시민권 두 가지를 얻으려는 중산계급의 가족이 글로벌시대에서 민족이나 국민으로서 정체성의 상실이나 혼란 속에서 국가보다는 경제나 생활의 편익, 자녀의 미래가 보장되는 국가를 선택할 가능성COLUMN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글로벌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국민 또는 민족으로서 정체성 혼란 상태에서 자신과 가족에서 더 나은 대우를 해 주는 국가를 무분별하게 선택하려는 자를 말한다. 유연한 시민이 글로벌시대에서 많이 생산되지 않도록 자랑스런 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은 아닐까.


애국심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가슴에서 피어나야


며칠 전의 일이지만 정부에서는 국기게양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발표가 있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국기 하강식 시간에는 가는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에게는 그렇게 이상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이며, 우리 역사상 애국심을 강요한 시대도 있었으므로 국가에 대하여 의무적 충성을 하도록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국기 게양률이 낮다는 이유로 국기를 의무적(강제적)으로 게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좀 생각해 볼 부분이다.


Staub라는 학자는 애국심을 눈 먼 애국심(blindpatriotism)과 건설적 애국심(constructive patriotism)
으로 구분하였는데, 눈 먼 애국심이란 자기 나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착과 애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좋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눈 먼 애국심이 무너질 경우 오히려 반국가적인 성향으로 바뀌기 쉬운 ‘산화하기 쉬운 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애국심이다. 위정자의 역할은 애국심을 맹목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국가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바른 국가관이 국민들의 가슴에서 피어나도록 깨끗한 사회, 노력하는 자가 성공하는 정의로운 사회, 가난한 국민에게 복지적으로 혜택을 주는 믿음이 있는 사회,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신나는 교육이 있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피어나도록 하는 해답이다.


2010년 기준으로 등록된 외국인은 한국이 약 60만명이고 일본은 약 170만명으로 15년 전인 1995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약 10배, 일본은 약 1.5배가 증가하였다고 한다. 글로벌화는 이와 같이 인구구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와 한국과 일본과 같이 단일민족을 기반으로 하여 성립된 국가의 경우 역사상 지속되어온 단일문화를 기반으로 한 교육정책의 변경은 불가피하다. 요약하자면 글로벌화 사회에서 교육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한 가지는 글로벌 사회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기르는 교육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해 가는 교육이다.


전자는 영어를 잘하는 인재가 아니라 교양이 풍부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며, 후자는 글로벌화로 인하여 국민국가가 약화되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애국심을 가진 국민을 만들어 가는 교육이다. 다만 애국심은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인재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같다는 점을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글로벌 패러독스(global paradox)를 “세 계경제가 거대화하면 할수록 최말단의 조직이 강력하게 되어 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글로벌 시대에 맹목적인 세계화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유성을 살리고 정통성과 정체성이 더 견고하도록 힘을 결집해 가는 것이 글로벌 페러독스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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