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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편집주간>교육은 상품일까?

영국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미 교육도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학교 선택제 형태로서 서서히 제도화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하고 교육에서의 다양성과 경쟁, 교육소비자의 선택을 중시하는 이념이 교육개혁의 담론이 되어 왔다.

 

일본에서 교육계를 중심으로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학교 선택제(2002년부터 제도화)교육의 시장주의’, ‘교육을 상품화하려는 의도’, ‘사회 양극화의 심화등의 공격을 받고 있다. 물론 경제학자와 일부 교육학자는 학교 선택제를 찬성하거나 신중하게 도입하자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교육학계는 찬성론보다는 비판론이 훨씬 우세하다우리나라에서도 근년의 교육개혁을 평가하는 논리에는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육계를 중심으로 교육에서의 공평성이나 평등을 중시하는 담론은 일본의 교육담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교육이 상품이라고 가정하고 비유를 하여보자. 현대사회에서 교통수단은 없어서는 안 되는 문명의 이기이지만 우리가 교통수단을 선택할 때에는 경제적 능력이 선택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얘기일 것 같다. 최근 언론에서 공직자의 비행기 좌석등급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은 비행기를 이용하고 더 능력이 된다면 비행기 내에서도 특별석인 비즈니스 석을 구매할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마중 나온 고급차로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시골에서 서울에 사는 자녀 집을 찾아오는 부모들은 덜덜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여러 시간을 달려 서울에 도착한다. 도착 이후에도 자녀가 마중 나오지 못하면 묻고 물어 생소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파김치가 되어 자녀 집에 도착한다. 교육이 상품화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우리사회는 교육이라면 빚을 내어서라도 투자하는데, 상품으로 판매된다면 많은 경제적 손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불공정한 경쟁이 얼마나 우리 사회의 질서를 혼란하게 하고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겠는가 말이다, 교육이 상품화되면 돈이 많은 사람은 좋은 교육상품을 시장에서 많은 돈을 주고 살 수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남이 사지도 않는 제일 등급이 낮은 상품을 어쩔 수 없이 사야 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교육은 상품일까라는 의문에 대하여 잠정적으로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을 상품으로 여기는 정책, 교육 바우처

 

교육을 상품으로 여기는 대표적인 정책이 교육 바우처(school voucher)이다. 교육 바우처는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책 교육에서의 정부의 역할(The Role of Government in Education)에서 제안된 제도이다. 제도의 근본 취지는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이 사립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고(학교 선택제가 근간이 되고 있다) 수업료는 공공의 재정으로 지원함으로써 학교간의 경쟁이 학생들의 성취를 향상시키고 아울러 교육비도 절감한다는 내용이므로, 취지가 그렇게 나쁘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저소득 가정의 자녀가 소수 집단에 대하여 좋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판적일 수 없다.

 

세계은행(the World Bank)도 저소득 가정에게 좋은 교육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교육 바우처는 1989년에 미국 위스콘신주(the Wisconsin)의 밀워키(Milwaukee) 학교 구에서 저소득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이후 2001년에는 플로리다(Florida 'the John M. Mckay Scholarships Program for Students with Disabilities') 등으로 확대되었다. 2013년 현재 미국의 13개주와 일부 주의 학교 구에서 실시하고 있다. 주로 미국 동부지역에 많이 도입되어 있으며 전체 미국의 지역과 인구규모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서도 일반적인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많은 주에서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미국 내에서도 교육 바우처에 대한 비판여론이나 사회적 여론이 도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일본의 교육 바우처 논쟁


일본에서도 교육 바우처 논쟁이 뜨겁다. 제도 도입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사회와 학계에서의 비판과 비판에 대한 대항논리도 많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논의는 규제개혁파인 고이즈미(小泉純一郎, 일본의 87-89대 내각총리) 내각총리 재임기인 200412규제개혁·민간개방추진회의의 답신에서 본격화되었다. 답신에서는 교육 바우처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검토 개시를 제언하였으며, 이듬해에는 문부과학성에 교육 바우처 제도연구회가 설치되었다. 그 후 아베(安倍晋三, 일본의 90, 96, 97대 총리) 내각의 교육개혁 중심 정책과제로 격상되는 등 교육 바우처 논란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교육 바우처에 대한 쟁점은 무엇인가 살펴보면 여러 나라의 비판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학교선택제가 전제가 되는 교육 바우처 도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학생의 보호자의 학교선택기회가 확대되어 학교가 학부모의 기대에 맞춰 교육을 제공하게 될 것, 학교 개선노력이 촉진될 것등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교육의 세계만이 사회주의다, 학교는 노력하든 노력하지 않든 무너지지 않는다등 현행 학교제도의 폐쇄성과 학부모의 권리보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깔려 있다반면 도입 신중론의 입장에서는 교육 바우처는 승자와 패자를 고정화하여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증적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담론만 놓고 본다면 양론이 모순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교육을 상품 취급하는 것이 사회악일까? 그렇지 않으면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교육은 이미 상품인 것일까? 경제학자들은 얘기한다. 교육을 둘러싼 모든 활동이나 사실들은 이미 시장상품화 되어 있다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도 거래로 이루어진 상품이며 검인정교과서도 시장에서 업체의 영리활동을 통하여 만들어졌으며, 책상도 교재도 모두 시장상품이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역시 경제학자다운 앞뒤가 정확한 논리이다. 이러한 경제적 논리를 비판하는 논리로 교육의 공공성이니 교육은 경제적으로 평가가 어려운 특별한 영역이니 등을 얘기할 경우 수사적인 반론이 그칠 수도 있다. 다시 외국의 사례에 들어가 보자.  


교육의 민영화를 가장 획기적으로 시작한 영국  

 

교육의 시장주의, 교육의 민영화를 가장 획기적으로 시작한 나라는 영국이다.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 총리를 지냄) 총리가 1979년 집권 하면서 학교 선택제, 학교평가 등 교육에서의 경쟁과 학교선택을 정치과제로 하였으며 1988년 교육개혁법에서 제도로서 도입되었다한국과 일본의 학계에서는 영국 대처수상의 교육정책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영국이 대처 총리의 취임으로 종전의 케인즈 복지주의 정책을 상당히 포기하고 침체된 경제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신자유주의를 대폭 도입하였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내용이다.

 

하지만 교육부문의 경우 완전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교육정책의 틀을 짰다고 하기 보다는 1988년 교육개혁법에서 제도화된 교육정책의 경우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교육기관의 책무성(학교평가 등 accountability), 교육수요자의 권리 보호(school choice, School Governing Body 등의 정책) 등이 혼합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한가지의 이념이 정책화되기는 무척 어렵고 복잡한 사회구조로 인하여 수많은 행위자들의 요구 또한 많다.

 

세계의 글로벌화는 이미 국제적 기준이나 모델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교육학자들은 경제학 논리로 교육을 평가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제 요인들이 교육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 사회구조이다. 그런데 대처 총리의 교육정책은 환영보다는 비판담론이 많으며, 비판담론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사회의 양극화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영국의 교육정책 비판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계에 벤치마킹되었으므로, 두 나라의 교육담론과 영국의 교육담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영국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포기하였는가? 물론 교육에 대하여 국가의 관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되었지만 교육부문에 준 시(quasi-market)의 개념이 도입되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개혁의 방향성, 가치기준 되어야  

 

우리나라는 1995년 문민정부가 발표한 ‘5. 31 교육개혁안에서 학교 다양화, 수요자의 선택권 등의 정책이념을 담고 있었으므로 그 이후의 교육개혁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라고 평론하는 학자가 매우 많아 보인다. 어떤 학자는 그 이후의 모든 교육개혁을 신자유주의라고 평가하며 비판적이다. 그런데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실증이 필요할 텐데 실증적 연구보다는 이념론적 논쟁이 많은 느낌이다. 이 점은 일본과 아주 대조적인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이념론적 비판도 많지만 실증 연구도 충분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비판론이 사실처럼 느껴진다(일본의 교육학계는 정부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그래서 1950년대의 교육행정학을 카운터 교육행정학이라고 묘사한 학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념 비판은 강하게 하면서도 정부정책을 실증하는 데에는 무척 조심스러운 것 같다.

 

앞에서 교육은 상품일까?에 대하여 아니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짓고, 몇 나라의 교육정책과 교육담론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교육은 상품일까?라는 물음에 대하여 답변을 수정하여야 할 것 같다. , “교육은 고등교육에 한해서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에서는 세계적 연구자를 양성하고 국가가 필요로 하는 지식인을 경쟁적으로 창조하여야 하므로 획일주의 보다는 자유와 경쟁, 선택이 강조될 수 있다그러나 의무교육은 다르다. 의무교육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모든 국민이 어느 지역이든 무슨 경제적 지위에 있든 간에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평성이 필요하므로, 의무교육이 상품화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의무교육에서 예외는 있다.

 

전체 초등학교의 1퍼센트를 약간 웃돌지만 사립초등학교에는 일반 가정의 자녀가 입학하기는 어렵다. 국립으로 운영되는 교육대학 부설초등학교도 공립학교보다는 특별한 곳이다. 그런데 교육이 상품화가 되면 사립초등학교와 같은 특별한 학교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중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 때에 학교 다양화 정책으로 서울에 국제중학교 2개교가 생겼다. 없는 집안의 자녀가 접근하기 곤란한 곳이다(물론 사회적 배려대상자 할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는 어떤가. 1980년대 이후 과학고, 외국어고가 평준화 비판론과 함께 하나둘씩 생기더니 2000년대 초반에는 자립형 사립고가, 이명박 정부 때는 자율형 사립고가 생겼다. 일반계고(도시 지역은 평준화이지만 소도시 및 군 지역은 지 원제이다.)수는 줄어들고 학생들이 선택해 가는 특수목적고와 자율고는 그 비율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 선택제는 바로 좋은 대학의 관문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되는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이 매년 조사하여 공표하고 있는 각 년도의 신입생 특성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서울대학교 입학자 중 특수목적고나 자율고 출신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의무교육 단계부터 학교 선택제를 실시하는 것은 경쟁에서 불공정을 초래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가능성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그러나 전제가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사회와 교육수요자에 대하여 책무성을 가지고 있으며, 교육의 전문성이라는 가치 아래 교육활동에서 수요자의 권리는 어떠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반드시 추구되어야 하며, 또한 사립학교가 목적으로 하는 교육의 공공성만큼이나 법적·제 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자주성에 대한 가치는 해명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교육개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가치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성세대의 배려와 인내가 필요


세계에서 가장 복지수준이 높은 국가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노동시간차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다. 노동시간차별금지법은 1996년에 제정되었는데, 주요 취지는 노동 시간이나 고용형태의 차이에 따라 급료의 차이를 금지 하는 내용이다. 즉 풀타임 정규직으로 근무하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든 간에 같은 일을 하는 경우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하는 균등대우가 핵심이라고 한다. 이 법의 제정으로 워크 세어(work share)가 가능하여 1982년에는 약 1430만 명의 인구 중 고용자수는 약 560만 명으로 약 39%에 불과하였으나 2002년에는 고용지수가 약 49%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사례를 들자면 장차 연구자를 목표 로 하는 자가 야간에 대학원에서의 연구에 집중하기 위하여 풀타임 근무에서 오전만 근무하는 파트타임 근무 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며,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급료도 당연히 줄어들지만, 신분상의 불이익은 전혀 없도록 한 다고 한다. 그리고 연구를 마치고 풀타임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전환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근무시간 변경을 통하여 잉여 노동이 생기므로 워크 쉐어가 가능하여 고용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무차별적인 복지예산은 가능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교육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중요한 과업이다. 또한 교육을 통하여 마음껏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기성세대들의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미래의 인재들이 너무 어린 시기부터 경쟁하여 좌절하게 하는 교육정책을 설계하는 무모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네덜란드는 사회구조 자체가 국민통합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오히려 교육이 상품화 되어 학교에서 경쟁과 차별이 일상화되고,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선별되어가는 가능성의 불평등이 우리 교육에서는 있어서는 안 된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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