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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김상규 편집주간> '교육의 공공성과 국민의 교육법'


국제간 교육 비교에서 자주 사용되고 국가의 학업성취를 홍보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한 지표 중 하나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이다.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일부 국가와 함께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PISA 성적으로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아주 공부를 잘하는 미래의 꿈나무를 가진 국가이다.


지난 2012년의 평가에서는 여러 해 동안 다른 나라의 부러움이 되어왔던 핀란드가 추락하여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다. 물론 PISA 결과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전문가는 총 학습시간 대비 결과를 본다면 우리나라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하며, 어느 전문가는 학업성취 결과는 인정하더라도 학습의욕이 낮은 것을 문제 삼기도 한다(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인 TIMSS 2011 결과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교육 비판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中村修二)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바바라교(UCSB) 교
수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교육제도를 강하게 비판하였다고 한다. 간략히 말하면 일본 등 아시
아의 교육은 획일적이고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내용인 것 같다. 일본사회 일각에서는 나카무라 교수의 교육비판에 대하여 신자유주의적 사고라고 역으로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식의 생성 등 학문의 분야는 수용보다는 비판과 비판에 대한 또 다른 비판 등 변증법적 과정이 있어야 불변의 지식으로 일반화되어 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회생활에서도 비판의 과정은 소모적인 면이 전혀없지는 않겠지만 때로는 생산적으로 작용하여 우리에게 진리와 바른 가치를 일깨우도록 하는 과정으로서 기대할 수도 있다.


어차피 서두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얘기가 나왔으니 일본의 노벨상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22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비자연과학계로는 노벨문학상 2명과 노벨평화상 1명 등 3명이며,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상 등 자연과학계 수상자는 19명이다. 그런데 단순하게 분석을 해보아도 재미있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자연과학계 노벨상을 받은 19명(노벨문학상과 노벨평화상은 연구업적보다는 인기도 등이 가미될 수 있으므로 제외한다)의 출신학교를 보면 일본의 양대 일류 국립대학인 동경대학이 4명, 교토대학 6명이고 나머지 9명은 지방의 국립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동경대학이나 교토대학 등 일류 국립대학보다는 지방의 국립대학에서 노벨상수상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현상은 노벨상 수상자의 출신고교가 대부분 공립고교이고 사립고교 출신은 2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동경대학에 입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고등학교는 주로 사립고교(동경대학 총재학생도 사립고 출신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연간 20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사립고교도 있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노벨상 수상자는 사립고교출신이 아니라 지방의 공립고교 출신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아시아의 교육을 비판한 나카무라 교수 역시 중소도시인 도쿠시마에 소재한 국립대학 출신으로 레벨(일본의 대학종합 평가지 등에서는 대학진학정보 제공을 위하여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뉘어 학교서 열인 편차치를 발표하고 있다)로 치면 국립대학 중에서도 중간 정도이다.


사회체제 및 교육구조 필요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가 지방의 공립고교와 국립대학출신이 많은 원인에 대하여는 면밀한 분석과 노벨상수상자 개개인의 성장 경로 추적이 필요하겠지만, 우선 우리나라와 같이 좋은 고교에서 일류대학으로 이어지는 매우 우수한 경로를 거친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글로벌사회의 경쟁력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교육의 외부효과 검증차원에서 한번 짚고 가야할 부분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점은 학습이든 일이든 단기의 성과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개개인이 장점을 찾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스스로 해결하여 가는 사회체제 및 교육구조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스스로를 개발하려고 기다렸다가는 이미 실패자 또는 무능한 자로 낙인찍히기 쉬운 환경이 늘 우리를 조급하게 하고 있다.


20대 초반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성공하는 인생을 살기어려운 우리나라의 환경으로 인하여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고뇌하고 때로는 아프고 절망해 가면서 희망을 찾아가는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다는 데에 현재 우리사회가 아파하는 병리적 문제들의 원인이 있지 않는지를 냉정하게 고민할 때이다. 어려운 우리나라의 환경으로 인하여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고뇌하고 때로는 아프고 절망해 가면서 희망을 찾아가는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다는 데에 현재 우리사회가 아파하는 병리적 문제들의 원인이 있지 않는지를 냉정하게 고민할 때이다.


앞서 나카무라 교수의 아시아 교육비판에 대하여는 신자유주의 사고방식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에 대하여는 좀 설명이 필요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니 하는 담론은 교육학계 등을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즉 1995년 김영삼 정부(별칭은 문민정부) 때 발표한「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5·31 교육개혁안)이 ‘선택과 다양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였으며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도 자율과 경쟁이었다. 이러한 교육개혁은 그간 교육이념으로 견지해 왔던 평준화, 평등에 배치되므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라고 규정짓고 수용적이기보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 빠른 1984년에 나카소네(中會根康弘, 71대~73대) 총리가 일본의 각계인사로 구성한 임시교육심의회가 네 번에 걸쳐 교육개혁안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서도 교육의 개성화와 다양화, 학교선택제 등이 개혁안의 중심이었으므로 ‘나카소네 교육개혁 = 신자유주의’ 라는 등식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건 일본이건 공교육에 있어서 ‘평등’ 과 ‘수월성·다양성’ 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이념에 대하여는 많은 견해차가 존재하고 있다. 


두 나라의 논문검색시스템을 이용하여 ‘신자유주의’ 를 검색어로 하여 학술논문을 검색해 보면 일본의 경우 2천450건에 이르고 우리나라도 1천500건에 달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경제 관련의 논문이나 학술자료이다. 검색어를 ‘신자유주의 AND 교육’ 으로 하여 검색해 보아도 일본 450건, 우리나라 200건 등 상당한 규모에 달한다(일본은 논문검색시스템인 CiNii 이용,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 논문 검색시스템 이용).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에 대한 비판


그런데 왜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을 비판하는가에 대하여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의 간략한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를 쓴 하비(David Harvey) 뉴욕시립대학 명예교수는 신자유주의를 “강력한 사적소유권,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특징으로 하는 제도적 틀 안에서 개개인의 기업 활동의 자유와 능력을 무제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 인류의 부와 복리가 최대한 증대된다고 주장하는 정치경제적 실천이론”이라고 정의한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경제활동 등을 관리하여 온 국가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대하는 이데올로기가 신자유주의인 셈이다.


결국은 신자유주의 이념 아래에서는 국가는 보이지 않는 정부(shadow-state) 또는 형식적인 정부(hollow state)등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고 상대적으로 민간의 역할이 증대되어 민영화(privatization) 또는 신 공공관리(NewPublic Management)적 행정서비스가 활성화 되어진다. 물론 신자유주의, 신 공공관리, 민영화, 시장주의, 관민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s) 등 새로운 개념들 간에 확실한 개념정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연하고 싶다.


교육부문에서도 종래 국가의 관리 작용 아래에서 국민 누구나 평등하게(실질적인 평등보다는 이념적인 평등) 제공되어진 교육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하에서는 민영화 또는 시장화되어 교육이 금전화함으로써 가진 자는 좋은 교육을 구입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좋지 않는 교육을 받게 되는 즉, 교육이 사사화(私事化)되어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분배적 정의가 파괴되므로 신자유주의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그간 이루어진 교육개혁이 모두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추진된 교육개혁 중에서는 평등주의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도 많다)이 모범으로 한 것은 영국 보수당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총리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었다. 1979년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대처는 영국의 1944년 교육법의 근간을 대폭 바꾸는 교육개혁을 단행하였는데 국가교육과정의 신설,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기능 약화, 학교선택제 및 학교평가제 도입, 공립학교 운영위원회(School GoverningBody) 설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1988년 교육개혁법이 그것이다.


우리에게도 철의 여인(Iron Lady), 신념의 정치인(conviction politician)으로도 잘 알려진 대처총리의 불도저 같은 교육개혁은 현재 영국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파급효과는 무척 커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교육개혁과 우리나라의 1995년 교육개혁, 그리고 일본의 1980년대 이후부터 고이즈미(小泉純一郎) 총리와 아베(安倍晋三) 총리로 이어지는 교육개혁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비록 교육부문에 서 진전되고 있는 글로벌화도 한 몫 하였다고 보지만 영국 보수당의 교육개혁은 1980년대 이후의 세계교육의 이념전환에 모델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교육의 공공성


마지막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국민의 교육권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의 공공성이란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을 받도록 하는 기회균등의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상 신분, 지위, 출신, 성별 등을 막론하고 차별은 금지되며, 교육이 정치적, 사상적인 세력에 의하여 간섭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원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실시되어야 할 교육이 기회에서 차별을 받고 그 결과에서도 차이가 생긴다면 근대 이전의 교육, 즉 신분이나 계급에 의하여 교육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계급화된 교육으로 회귀하므로 교육의 공공성은 파괴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많은 전문가들이 ‘선택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을 신자유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헌법이 국민의 교육권을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를 실질화하기 위하여 9년간의 무상 의무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의무교육기간 중에는 누구나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민 누구나 균등한 교육을 주장할 수 있으며 부당한 차별에 대하여는 항변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국가는 교육의 공공성이 지역적인 차이나 경제적인 차이에 의하여 왜소화되지 않도록 할 책무를 가진다. 다만 선택과 다양성이 교육에서의 평등을 저해할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평등·획일적 교육이 반드시 이상적(실질적인 평등의 실현)이라고 하기 어려운 점도 있으므로 두 가지 가치가 조화되는 교육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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