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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학균 칼럼] 유럽, ECB에 쏠리는 무거운 짐

유럽 재정 위기는 관료들의 실기(失機)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모든 신용 위기는 돈을 풀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신용 위기의 본질은 거래 상대방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불안(counterpart risk)의 확산에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납세자들의 세금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10월 말 EU정상회의, 11월 초 G20 정상회의는 무성한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은행의 자본 확충은 시장에 맡겨버렸고, 역내 구제금융기구인 EFSF(유럽재정안정기금) 증액 문제도 추가 출자 없는 레버리지 도입이라는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사이 유럽 재정 위험의 불길은 그리스·포르투갈 등과 같은 유럽의 변방에서 이탈리아·프랑스 등의 중심부로 옮겨 붙고 있다.

유럽 금융기관들의 단기 자금 조달 여건은 다시 악화되고 있고,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프랑스의 역사적 전통과 국민성, 성장 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프랑스가 국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단 현재의 조건에서 그렇다. 만일 이탈리아가 문제가 된다면 프랑스도 무사할 수 없다. 프랑스 정부의 신용(credit)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이탈리아 재정 위기가 진화되지 않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세 차례나 베룰루스코니를 총리로 선택한 이탈리아 국민들

이탈리아 문제는 구제 금융으로 풀 수 없다. 부채의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1조8천억 유로에 달하는 정부 부채 규모는 그리스(3,293억 유로)는 물론 프랑스 정부 부채(1조5,911억 유로)보다도 크다. EFSF에 레버리지를 도입하더라도 이탈리아 채무에 방호 막이 되기는 어렵다. 이탈리아 재정 문제는 이탈리아인 스스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긴축을 이끌어 낼만한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 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정치사를 살펴보면 재정 건전화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긴축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긴축에 대한 국민적 저항, 정당의 난립에 따른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 부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은 베룰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에 환호했지만, 베룰루스코니 총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90년대 이후 세 차례나 베룰루스코니를 총리로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 국민들이다. 이탈리아는 우파 기민당의 장기 집권이 냉전 종식과 함께 끝난 이후 5차례의 선거를 통해 집권자를 선출했다. 94년 총선 이후 우파-좌파-우파-좌파-우파 세력이 징검다리 식으로 집권했는데, 3차례 우파 집권기의 총리가 모두 베룰루스코니였다.

이탈리아는 좌파 집권기에 재정 건전화를 이뤄냈다. 이는 좌파는 복지를 중시한다는 통념과는 맞지 않는 결과이다. 96~00년, 06~07년 좌파 정권 집권기에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민들은 좌파의 재정 건전화 작업을 모두 거부했다. 특히 06년 선거에서 승리한 좌파 정권은 경제 개혁과 복지 감축, 정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증세라는 카드를 내어들자마자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

좌파 정권은 2년 만에 낙마했고, 08년에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베룰루스코니가 다시 집권했다.당시 베룰루스코니는‘세금도 깎고, 재정적자도 줄이겠다’는 지키기 어려운 공약을 내놓았다. 전형적인 포퓰리스트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국민들은 재정 건전화를 위한 긴축을 거부했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이들이 포스트 베룰루스코니 시대라고 해서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해야 할 긴축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인 ECB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

한편 정당의 난립에 따른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도 긴축 정책의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탈리아는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민국가 건설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많이 늦었다. 북부지역은 공업화가 조기에 이뤄진 반면, 남부지역은 봉건적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지역별 동질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두 지역 사이에 위치해 있는 교황권의 독립성(바티칸 공국)도 이탈리아 반도의 분열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역사적 전통에 순수 비례 대표제(적은 득표를해도 의석 부여)가 도입되면서 이탈리아는 많은 정당들이 난립하게 됐다.

이탈리아는 15개 내외의 정당이 의회에 참여하고, 90년대 이후의 정권도 모두 연립 정부로 구성됐다. 다수의 정파가 국정 운영에 참여하다보니 정치는 늘 불안정했고, 90년대 이후 선거로 집권한 다섯 정권 중 온전히 임기 5년을 채원 정권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모두 61번 바뀌었다. 도저히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다. 이탈리아의 선의에만 의존하기에는 긴축의 원활한 이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너무도 크다.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인 ECB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은 많다. 중앙은행 자산의 건전성 훼손, 도덕적 해이 초래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을 고려하더라도 중앙은행의 전면적 개입 말고는 유럽 재정 위기의 불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금처럼 모호한 화법으로 찔끔찔끔 나서서는 안 된다. 중앙은행이 문제 국가들의 국채 매수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ECB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독일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 이미 (GDP 대비) ECB의 자산이 미국연준만큼 커졌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 위험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진화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어느새 중심부까지 퍼져 버린 불길을 진화할 수 없다.



글/ 김학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 <손에잡히는경제> 패널

<MBC 이코노미 매거진 11월호 P.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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