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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공기관 개혁, 성과주의는 답이 될 수 있나



<M이코노미 조운 기자> ‘신의 직장’, ‘철밥통’…. 공공기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현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방만한 경영이 불러온 ‘부채’, ‘낙하산’과 ‘관피아’, 또 각종 ‘부정부패’ 등 공공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120개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정부의 불법, 인권유린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양대노총은 힘을 합쳐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열었다. 9월에는 총파업까지 예고하면서 정부와 노조의 갈등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토록 격렬한 반대 속에 문뜩 궁금해진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진짜 공공기관의 문제점들이 해결되는 걸까? 


공공기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신의 직장’, ‘철밥통’, ‘관피아’ 등 대체적으로 이런 단어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공공기관은 본래 국가의 공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국민을 위한 공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는 물론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공공기관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을 위해’라기 보다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 가까웠다. 이에 현 정부는 공공기관이 ‘비정상’ 상태라 규정하고 이를 ‘정상화’하

기 위해 임기 초부터 ‘공공기관 개혁’을 국가 과제로 내세워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정부, 공공기관 정상화 개혁 실시


정부는 2014년부터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을 수차례 개최하며 공공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전기나 수도, 철도, 고속도로 등 핵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이 지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 고용세습, 입찰비리, 불공정거래 등을 주요 악습으로 지적했다. 또한 “공기업 개혁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초석이 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 된다”며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정상화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위해 1년 6개월 간 2,000억원의 복리후생비를 절감했고 비용절감의 방법으로 총인건비, 총 정원을 통제해 인력감축과 인건비 절감도 실시했다. 그리고 공공개혁의 방점을 찍듯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까지 전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시했다. 




120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지난 1월22일 고용부는 역량과 성과중심의 인력 운영을 위한 공정인사, 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발표하고 부처별로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2016년 중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각 부처는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압박을 가하며 하루 빨리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재촉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산하 금융공공기관 9곳에 대한 실태를 평가해 발표하며 기관장들에게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했다. 금융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높은 연봉으로 ‘신의 직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발표해 성과연봉제 도입방향 을 제시했다. 기본연봉의 최고-최저 등급 간 인상률 격차를 평균 3%p 이상 유지하기로 하고 전체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을 20~30%이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성과평가에 대한 기준을 누가 어떻게 공정하게 정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았지만 금융위는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토대로 보상-교육-승진-전보 등 인력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개발해 개인성과와 연계를 강화해 공공기관의 경직적 인사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정부 부처는 앞 다퉈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고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10일, 기획재정부는 120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직원 성과연봉제 확대가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다. ‘봉급’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인 만큼 노사 합의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견됐으나 생각보다 빠른 도입 속도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않았다.


불법·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성과연봉제


주요문제에 있어 입장차를 보여 왔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유례없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공공·금융 성과연봉제 도입과정에서 정부가 행정권을 남용해 불법적인 강압과 인권유린을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발표한 120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직원 성과연봉제 중 최소 60개 기관이 과반동의,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거나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노조 합의를 강요 또는 절차를 위반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대노총 공대위는 소속 9개 기관의 기관장이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노동행위 등을 저질렀다며 기관 간부를 고소 고발했고, 기재부 장관, 노동부 장관까지 형사 고발을 하는 등 사상 초유의 공공기관장 집단 고발 사태가 벌어졌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정부의 공공개혁이 “국민의 이익이 아닌 정권의 당리당략과 소수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가짜 개혁”이라며 “공공·금융부문의 노동자는 더 이상 정부의 가짜 개혁, 잘못된 공공기관 정책을 좌시하지않겠다”고 투쟁을 결의했다. 하지만 같은 날인 6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126개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음을 자축했다.


양대노총의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인내를 갖고 직원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라”고 지시하며 “일부에서는 성과연봉제가 경쟁을 부추기고 저성과자 퇴출 무기로 악용될 것이라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하며 성과연봉제 강행을 예고했다.




야당, “공공성을 훼손하고, 노사관계를 파탄 내는 행위”


공공·금융 노동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반응했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총 11명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불법·인권유린행위 진상조사를 벌였다. 5월24일부터 6월7일까지 산업은행, 중부발전, 수산자원관리공단, 주택금융공사,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등 8개 기관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했고 여기서 밝혀진 위법, 불법 및 인권 침해사례는 책 한 권 분량이나 됐다. 실제로 양대노총이 주장한 것처럼 과반수 노조가 있음에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따른 법적 절차인,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직원 동의서를 근거로 이사회의결을 강행해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한 사항이 적발됐다. 그 외에도 직원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부서별 할당을 부여하거나, 찬·반 여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부당한 지시로 강압했으며, 그럼에도 직원들의 동의가 저조하자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11번이나 상급자에 의한 면담이 강제되는 등 강압적 동의서 청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시설공단에서는 관련 이사회 개최 일자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관련부서 직원들의 카톡 내용까지 요구하면서 카톡 내용을 복구시키는 프로그램까지 가동시켰다는 증언도 있었다. 


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다수에서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의사결정을 유도한 사례도 발각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는 노동법상 무효라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는 “오직 근로기준법 법문과 판례를 기초로 따져봤을 때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자들의 기존 이익을 침해하는 취업규칙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노사관계를 파탄 내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20대 국회에서 상임위를 열어“그 동안 벌어졌던 수많은 탈법과 불법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노동개악을 위한 발판”


이처럼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불법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정부는 왜 이토록 무리하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일까. 양대 노총은 정부의 공공기관에 대한 무리수가 결국은 ‘노동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주장하며 “결국 노동자를 쉽게 자르고 노동조건을 사용자 맘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하며, 비정규직을 대폭 늘리는 ‘노동개악’으로 재벌과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고 고통은 사회로 전가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 6월18일(토)에는 여의도 공원에서 ‘공공·금융부문 전국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0만 여명이 반대 투쟁에 동참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성과연봉제가 “노동자들의 임금 하향 압박을 키우고 노동 강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성과연봉제는 ‘해고연봉제’이자 ‘강제퇴출제’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9월23일 공공금융노동자 총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노조의 싸움, ‘기득권 지키기’?


점점 뜨거워지는 노조의 투쟁과는 달리 국민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뜨뜻미지근하다. 성과급 도입 과정에서 자행된 정부의 불법, 인권유린 행태는 분명 지탄 받아한다. 하지만 ‘신의 직장’, ‘철밥통’ 등 공공기관을 둘러싼 부정과 비효율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의 ‘성과연봉제’, ‘성과주의’ 도입은 큰 힘을 갖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노조의 투쟁에 대해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했을 때, 많은 국민들은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오랫동안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것처럼 고여 있는 물과 같은 공공기관의 고질적 문제들은 반드시 개선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적한 것처럼 공공기관의 부채와 방만경영, 낙하산 인사, 부정부패 등의 문제들은 대대적 개혁이 답이다. 그런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그 공공기관의 문제들이 정말 해결될까?




개혁의 칼날, 방향 잘못됐다?


현재 공공기관 부채는 2014년 519.7조에서 소폭 감소한 505.3조원으로 여전히 500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채의 원인은 무엇인가? 투자와 사업 추진 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방만한 경영 때문이다. 올해 초 감사원은 2012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행태와 관련해 약 1019건의 처분요구·통보를 내렸다. 하지만 시간·인력 등의 제약이 있는 사항을 제외한 822건 중 이행을 완료한 사항은 698건으로 이행완료율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방만경영을 실시하는 공공기관장, 사외이사, 감사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일까?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정치인, 관료 출신의 ‘낙하산인사’가 현 정부 출범 후 2년간 전체 임명자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전체 임명자 928명 중 204명 총 22%가 낙하산으로 분류된 것이다. 낙하산을 타고 안착한 ‘관피아’는 태생부터 공공기관의 비리와 부정부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감몰아주기, 퇴직자에 대한 특혜, 노동자 인건비 착복, 뇌물, 정치권과의 입법로비 등. 이번 구의역 일용직 노동자 사고 역시 그 뒤에 서울메트로에 안착한 ‘메피아’의 비리 등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공공기관의 부패 개선 대책이 우선임에도 공공기관 부패 대책은 1쪽 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실시하는 기재부의 경영평가에서도 도덕적 해이 항목에 대한 세부적 기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대 노총은 ‘도대체 누가 기득권’이냐고 되묻고 있다. 노조들은 현 정부가 부채를 줄이고 방만 경영을 없애겠다며 시작한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은 부채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는커녕 애꿎은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복지와 단체협약만 후퇴시켰고 기관의 부채를 키운 진짜 주범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개혁의 칼날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의 주체들에게 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과연봉제, “성과개선에 효과 없어”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동자들의 동기부여나 성과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실제로 지엽적인 효과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보다 앞서 1978년 공공부분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미국은 준비 부족과 형평성 논란 등으로 인해 1984년 폐지했으며 이후에 두 차례 더 성과급제를 실시했지만 개인주의 원칙, 지나친 경쟁심 유발, 고용불안의 분위기 속에 오히려 동기부여와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과 함께 폐지됐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공공기관의 경쟁부재로 인한 비효율성을 극복하려 하지만 공공기관은 공공성 확보라는 업무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고 지나친 경쟁보다 조직 내 협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사용자나 관리자급에서 일방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 수용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권고안을 포함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총액차원에서 동일한 인건비를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는 근시안적이고 무비판적 제도 도입 차원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공공기관 종사자의 동기부여 제고와 공공성을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개혁을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은 정부는 이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공공기관 개혁은 힘 있는 자들의 진짜 ‘기득권’을 향한 정의로운 개혁이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모적인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정부가 부디 공공기관 개혁의 칼날을 올바른 방향으로 겨눠주기를 바란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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